국보급투수로 YMCA 우승시키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대체역사

회섹분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4.01.08 13:23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14,041
추천수 :
416
글자수 :
656,786

작성
23.05.10 10:39
조회
549
추천
10
글자
12쪽

001화. 방구석 야구전문가와 국보급 투수

DUMMY

두구두구두구...


띠링! 국보 등급 22년도 우진한 영입 성공!


”예스! 드디어 나와줬구나 진한아!!!“



모바일 게임 화면 속의 선수카드를 보면서 환호하고 있는 나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98년 7월 8일생인 우진한과 나 채준영은 같은 해 같은 날 심지어 같은 시에 태어났지만, 우리 둘은 그것 말고는 너무나 다른 위치에 있다.


진한이는 대전 호크스의 에이스이자 대한민국 대표팀 에이스로 2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그야말로 ‘국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야구선수이다.


그에 반해 나는 공무원 준비에 실패하고 몇 년간 백수로 지내다가 말로만 듣던 좋소기업에 입사하여, 몇 푼 안 되게 벌어들이는 돈과 남는 시간을 ‘베이스볼 매니저 온라인’에 쏟아부으며 랭킹 1위에 올라가 있는 예비 백수이다.


왜 예비 백수냐고? 이 개같은 좋소기업을 때려치울 예정이니까!

뒷일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만 여길 계속 다니느니 차라리 새 시작을 하는 게 뭐가 되었든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어쨌든 내가 이렇게 환호하는 것은 드디어 전 서버 최초로 국보 등급 카드, 그것도 22년도 우진한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더러운 확률의 뽑기로 욕을 먹는 게임인데 여러 엘리트, 레전드 등급 카드들을 갈아내야 뽑을 ‘기회’가 주어지는 국보급 선수를 기어코 뽑아낸 것이다.


그냥 국보급도 아니고 최약체로 평가받는 위기의 대전 호크스를 구할 마지막 희망이라 불리는 사기카드 22우진한 국보카드였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고인물 게임에서 호크스로는 랭킹 1위는 커녕, 최상위 리그에 진입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끝없는 육성과 덱 조합, 숨겨진 특성 등을 파고든 끝에 나는 결국, 1위라는 기념비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자랑은 아니지만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 새끼는 그냥 베메의 신임’, ‘찬양합니다 베매의 GOAT’ 같은 평가를 듣고는 한다.



근데 왜 하필 이런 똥덱을 운영하냐고?


변태 플레이를 좋아하는 고인물 게이머라서? 그럴 리가 있나. 난 굳이 따지면 강팀충, 성능충에 가깝다. 뭘 힘들게 똥덱 운영하면서 사서 고생하지? 내가 봐도 이해가 안 된다.


그렇다면 호크스를 사랑해서? 전혀요.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만년 꼴찌팀을 내가 왜?

연고지에 대한 애정도 딱히 없지만 안 그래도 노잼 도시라는 좋지 못한 인식이 있는데, 거기에 꼴찌팀 보유 도시라는 악명까지 덧씌운 호크스가 싫으면 싫었지, 좋을 이유가 있겠는가?


그럼 대체 이런 덱을 운영하는 이유가 뭐냐고? 이게 다 우진한 때문이다.



하루하루 벌어먹기 바쁜, 현재도 미래도 없는 그저 대한민국의 무기력한 소시민 중 1인인 나에게 크나큰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우진한이었다.


애초에 야구에는 큰 관심도 없었지만, 웬 프로야구 유명 신인이 나와 생년월일이 같다는 걸 알게 된 이후, 단지 그 이유만으로 호기심에 보기 시작한 진한의 경기.


그 경기에서 그가 타자들을 상대로 아웃을 잡아내며 경기장을 지배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몰입되어, 마치 내가 세상의 정점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 덕분에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경험을 한 이후에 그에게 푹 빠져버렸다.


이때, 이 빌어먹을 만년 꼴찌팀의 수렁에도 겸사겸사 빨려 들어가게 된 것이다.



잡설이 길었네. 이제 큰 숙제를 끝냈으니, 이벤트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오늘은 뭐 먹으면서 볼까나... 특별한 날이니 특제 닭찜이라도 해볼까나?


아, 나를 들뜨게 하는 이벤트가 무엇이냐고? 그것은 바로...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 판테온스와 치루는 대전 호크스의 마지막 홈경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정철연 해설과 함께하겠습니다. 이미 가을야구와는 거리가 멀어진 호크스지만 호크스 팬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경기죠?”


“네 그렇습니다. 호크스의 에이스이자 국가대표 팀의 에이스, 그야말로 국보급 투수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우진한 선수가 한국에서 뛰게 될 마지막 경기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우진한 선수는 말하자면 입이 아픈 선수죠. 데뷔하자마자 신인왕과 MVP를 석권하고 골든글러브 5회, 트리플 크라운 3회 등등 그야말로 우승 빼고 해볼 건 다 해본 선수입니다.”



그렇다. 우승 빼고 할 거 다 해본 진한은 이제 이 좁은 땅을 벗어나 기회의 땅 메이저리그로 향할 것이 사실상 확정이 된 상태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타이밍에 가을야구 탈락은 물론, 전체 꼴찌가 확정된 팀을 떠나기 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나온다니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될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아마 이런 심정이 아닐까?

만나서 기분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호크스! 하지만 갈 땐 가더라도, 마지막은 승리투수로 장식하는 게 낭만있잖아?


뭐 어쨌든 자취경력 5년 차의 바이브에서 나온 찜닭과 맥주를 곁들이며 진한이의 마지막 경기 드가자~!



“헛스윙 삼진! 우진한 선수 1,2,3회를 모두 퍼펙트로 마칩니다!”



시작과 동시에 아주 그냥 괴물이 따로 없다. 맥주 잔이 채 식기도 전에 3이닝을 순삭해 버리다니. 아니 진한아··· 승리도 좋은데 좀 적당히 하자. 우리 메이저 가야 하잖아? 왜 이리 열심히 하는 거니 탈 나면 안 되는데···.


물론 진한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경기 내적으로는 매 시즌 수비와 공격 양면에서 우진한을 괴롭히던 팀이었지만 팀원과의 유대라든지 미운 정이라든지 뭐가 되었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겠지.


게다가 팬들의 열정과 응원에 보답하고 싶었을 것이다. 모든 지표가 꼴찌를 가리키지만, 팬들만큼은 1등이었으니 말이다. 꼴찌임에도 한결같이 최강을 외쳐주는 팬이라니···. 내가 다 눈물이 난다.



“우진한 선수에 맞서는 당찬 신인 김재중 선수입니다. 시즌 5경기 출전, 평균 자책점 5.88의 좋지 못한 성적이지만 저번 호크스와의 경기에서 재미를 봤었는지 다시 한번 표적 선발로 나와서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의 의미를 안다면 호크스 타자들 힘을 내줘야 할 텐데 출루는 조금씩 하고 있지만,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의 집중력이 아쉽네요. 진한의 마지막 경기에 전혀 힘을 보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 그러니까 말이다. 에이스 가는 마지막 길까지 이러기냐? 제발 1점만 내달라고 꼴칰놈들아!




“하지만 행복 수비라는 반어법으로 유명한 호크스 수비수들이 오늘만큼은 진정한 의미의 행복 수비를 보여주며 진한 선수를 돕고 있습니다! 진한 선수도 이에 보답하듯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 오늘 수비는 평소보다 봐줄 만하네. 이건 좀 고맙다. 그리고 어디 탈이라도 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는 별개로 오늘의 진한은 그야말로 미쳤다. 이를 갈고 나왔다는 표현밖에 안 나올 정도로 모니터 화면으로도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타자들아 수비는 잘해줘서 고마우니 제발 딱 1점만 내라고!!


이러한 나의 간절한 외침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라는 듯이 타자들은 시원하게 선풍기를 돌리면서 내려갔다. 어찌나 시원하던지 먹던 찜닭이 다 식은 느낌이다.



“김재중 선수 훌륭한 투수전을 보여주면서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갔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투수는 조길준입니다. 평균 자책점 4.46으로 예년보다 좋지 못한 활약을 하고 있지만, 호크스 상대로는 1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 중이죠.”


“판테온스가 이런 거 참 잘하거든요~. 특히나 약체라고 평가받는 팀과의 경기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확실하게 잡아내는 팀입니다.”



판테온스는 정말 얄미운 팀이다. 만년 꼴찌팀 상대로 못하는 선수가 몇이나 되겠냐 만은 판테온스에 유독 호크스만 나오면 쌩큐라는 듯이 잘 던지고 잘 치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어 보다 보면 모니터를 꺼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근데 어···?



“좌중간 시원하게 가르는 2루타! 첫 장타를 뽑아내는 3번 타자 이병현입니다! 동시에 오늘 경기 첫 득점권 상황을 맞이하는 호크스!”



캬 이거지!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이병현 너뿐이구나. 덕분에 맥주가 술술 들어가는구나~.



“원아웃 상황 타석에는 4번 타자 김근태 선수입니다. 아 그런데 여기서 고의사구가 나오네요. 호크스의 3,4번 타자는 타격은 강하지만 발이 느리고, 뒤를 받쳐줄 선수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한 선택지죠.”


“네. 게다가 호크스의 뒤에 타선은 언더핸드 투수에 약하죠. 하지만 호크스도 여기서 이에 질세라 승부수를 던집니다. 주자를 모두 발 빠른 선수들로 교체하네요.”




하···. 여기서 또 명장병 나왔네. 아주 그냥 명장 납시셨어~. 발만 빠르면 뭐 하냐고 야알못인 내가 봐도 우리 팀에는 발이 빠른 선수는 있어도 잘 뛰는 선수는 없다. 지금도 뻔한 미래가 보인다.




“우중간 안타! 하지만 홈으로 들어오기에는 짧은 타구로 보이는데요. 근데 2루 주자 여기서 과감하게 홈으로 대시! 우익수 재빠르게 공을 잡아내서 홈으로! 홈으로! 아웃! 1루 주자는 2루에서 멈춥니다.”


“어차피 진한 선수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줄 테니 1점만 따내자는 발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리했어요. 특히나 판테온스는 운동능력을 많이 보는 팀이죠.


기본기가 모자라다는 평가를 들을지언정 피지컬만큼은 어딜가도 꿀리지 않습니다. 지금도 우익수 강주영의 어깨를 생각했다면 저 정도 타구로는 일단 3루에서 멈추는 판단이 맞았습니다.”



아오, 내 이럴 줄 알았다. 저 3루 코치 들어오고는 주루사가 몇 개냐 대체... 내가 단장이면 이 답도 없는 꼴통팀 싹 갈아엎었을 텐데 열불이 터진다.


6번부터는 볼 것도 없다. 기왕 명장병 걸렸으면 여기서도 대타를 기용해봐라. 이대로 간다면 자동아웃이라는 데에 내 손모가지를 건다.



“6번 타자 추형진 삼진아웃! 조길준 선수 위기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냅니다!”



거봐. 아웃이라고 그랬지? 우리 팀 중에 언더핸드투수 상대로 치는 건 클린업 트리오뿐이고 나머지는 쥐약이잖아. 제발 내 손모가지 좀 잘라가 줘라. 예상을 벗어나지를 않잖아. 아주 그냥 안전자산이야! 안전자산!


이후로 계속해서 투수전이라 그런지 어느덧 경기는 순식간에 9회 말을 넘겼다. 즉 우진한의 마지막 경기는 무재배(무승부)로 끝이······ 나야 하는데? 어?



“정규이닝을 넘어선 10회에도 호크스의 마운드를 책임지는 건 여전히 우진한 선수입니다!”



내 눈을 의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0회에도 올라와 있는 건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우진한이었다. 진한아, 왜 네가 거기서 또 나와···?



“정말 우진한 선수 오늘 투지가 대단한데요? 부정 탈까 봐 제대로 말씀 못 드리고 있었는데 우진한의 지금 기록은 무려 퍼펙트입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2군 경기를 제외하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던 퍼펙트게임이요! 이런 역사적인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아아··· 진한아 괜찮은 거 맞지? 왜 그렇게까지 무리하는 거야··· 심정은 이해가 간다만, 나는 너무 걱정스럽다. 코치진, 의료진 이거 괜찮은 거 맞는 거지? 그치?


까맣게 타들어 가는 내 속을 알 리가 없는지, 진한은 10회에도 거뜬하다는 듯이 160km를 뿌렸다.


속전속결로 2아웃을 잡아낸 진한의 앞에는 만화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정말 놀라운 투구입니다! 이번 회 우진한의 마지막 상대는 3번 타자 고정훈입니다. 투수에 예비 메이저리거로 우진한이 있다면 타자에 예비 메이저리거로는 고정훈이 있죠?

게다가 이 둘은 사석에서도 절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말 드라마 같은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종훈의 우진한 통산 상대전적은 타율 0.137에 불과합니다. 천적 중의 천적 관계인 거죠.”


“말씀드린 순간 투수 와인드업. 던집니다.”



딱-!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국보급투수로 YMCA 우승시키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030화. 위기탈출 채영준 +1 23.06.06 158 5 13쪽
30 029화. 죽을 고비를 넘기다 +2 23.06.05 152 4 13쪽
29 028화. 기방에서 얻은 기연 +6 23.06.04 168 7 13쪽
28 027화. 기생 혜월과의 재회 23.06.03 161 5 14쪽
27 026화. 성남구락부 탐색전 +2 23.06.02 169 5 14쪽
26 025화. 혜림의 든든한 빽, 고종 황제 +6 23.06.01 176 6 14쪽
25 024화. 합숙 훈련의 성과 +2 23.05.31 181 7 14쪽
24 023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完) 23.05.30 166 4 14쪽
23 022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3) 23.05.29 167 4 14쪽
22 021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2) +2 23.05.28 189 4 16쪽
21 020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1) +2 23.05.27 194 5 12쪽
20 019화. 야구 보급 계획 +4 23.05.26 196 6 12쪽
19 018화. 말괄량이 선발투수 길들이기 +2 23.05.25 200 5 12쪽
18 017화. 밥 좀 사달라는 선발투수 23.05.24 215 6 12쪽
17 016화. 술 마신 다음 날, 숙취 +4 23.05.23 225 6 12쪽
16 015화. 음지의 아이돌, 기생 +5 23.05.22 272 7 12쪽
15 014화. 먹거리 구상, 국밥의 민족 +2 23.05.21 223 6 12쪽
14 013화. 원조 에이스, 석전꾼 +2 23.05.20 235 6 12쪽
13 012화. 기연, 그리고 악연 +3 23.05.19 248 7 12쪽
12 011화. 손탁호텔 스캔들 +3 23.05.18 237 8 12쪽
11 010화. 베이스볼 비즈니스, 그리고 설렘 +2 23.05.17 238 6 12쪽
10 009화. 스카우터 레벨업! +5 23.05.16 247 7 12쪽
9 008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完) +6 23.05.15 263 7 12쪽
8 007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2) +6 23.05.14 254 8 12쪽
7 006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1) +4 23.05.13 287 9 13쪽
6 005화. 1루 자리, 재능의 차이 +2 23.05.12 313 7 12쪽
5 004화. YMCA 대면식 +3 23.05.11 360 7 13쪽
4 003화. 야구의 신과 스카우터 +2 23.05.10 423 9 12쪽
3 002화. 1억 번째 관중 +2 23.05.10 454 9 13쪽
» 001화. 방구석 야구전문가와 국보급 투수 23.05.10 550 10 12쪽
1 000화. 우리는 황성 YMCA 야구단 +3 23.05.10 654 14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