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투수로 YMCA 우승시키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대체역사

회섹분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4.01.08 13:23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14,042
추천수 :
416
글자수 :
656,786

작성
23.05.10 20:01
조회
423
추천
9
글자
12쪽

003화. 야구의 신과 스카우터

DUMMY

······


······


······




뭐지? 나 야구 보고 있지 않았었나?


눈을 떠보니 주위가 온통 하얀색이었다. 흔히들 천국을 묘사할 때 말하는 그런 형태의 공간.


‘나 죽은 건가?’


크게 미련이 남는 인생은 아니지만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고통 없이 갔으니 다행인가?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증발한 나를 대상으로 경찰이 조사를 와서 내 하드디스크를 어떻게 할 생각을 하면 조금 걸리기는 하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이고 세상에나. 자네가 이렇게 오면 안 되지.”


갑자기 들려오는 말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처음 보는 하얀색의 야구 유니폼 같은 무언가를 입은 사람이 있었다.


“혹시 신이신가요?”


미지의 존재를 향해 본능적으로 묻게 되었다.


“신이라··· 내가 그 정도 소리를 들을 존재였던가? 흠··· 뭐 딱히 그걸 대체할 수식어가 없으니 편하게 야구의 신이라고 생각하게나.”


미지의 존재가 대답하였다. 야구의 신이라··· 야신··· 왠지 좋지 못한 기억이 떠오르는 단어군···.


“혹시 제가 죽은 걸까요?”


“오호 생각보다 담담하구먼, 젊은이가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야. 그래 자네는 야구장에서 날아오는 홈런볼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아버리고 사망했다네. 그리고 그게 내 골치를 썩이는 중이고.”


역시 난 죽은 거구나. 사망 사유가 레전드네. 1억 번째 관중이 시위하러 왔다가 홈런볼을 맞고 사망. 근데 그게 왜 골치 아플 일인가?


“제가 죽어서 뭐 잘못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자네가 하필 죽어서 이곳으로 오게 된 것도 이와 연결되어있지. 자네 품에 있는 그것을 꺼내보게.”


내 품에? 뭘 말하는 거지? 음.. 이건?

“프로야구 1억 번째 관중 기념 티켓. 이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자네는 1억 번째 관중으로 한국 야구계를 지키는 수호령 같은 거란 말이네. 왜 최근 한국 야구계에 액운이 끊이질 않고 흥행이 날이 갈수록 부진했는지 아는가? 수호령이 야구장에 오지를 않으니 그런 거지.”


이게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지? 듣다 보니 좀 어이가 없었다. 1억 번째 관중이라는 거 내가 봐도 신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 거지? 난 야구도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쾌락 없는 책임인가?


“그게 무슨 소리죠?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그런 게 있다네. 원래 자신도 모르게 주어지는 운명 같은 게 있다 이 말이지. 누군 이 짓을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는가? 뭐 덕분에 죽어서도 야구를 실컷 보는 건 좋다만.


참고로 자네 이전 수호령은 프로야구 1번째 관중이었다네. 그 양반이 골골대기 전까지 야구가 잘나갔었지. 누구와는 달리 아파서 병원 신세 지기 전까지는 매일 같이 야구장에 오고 그랬었는데 그립네그려. 젠장.”


아무래도 이 야구의 신이라는 존재도 뭔가 사정이 있긴 한가 보다. 근데 왜 갑자기 비교질이지? 기분이 좋지 않구만. 그건 그렇고 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럼 전 이제 뭘 해야 하나요?”


“안 그래도 말해줄 참이었네. 자네 혹시 황성 YMCA 야구단이라고 들어봤나?”


YMCA? 뭔가 익숙한데, 존경하는 이박사님의 노래 가사 중에 있었던가? Y~MCA 좋아좋아좋아~ 근데 이건 아닐 테고···


“잘 모르겠습니다.”


“에잉. 야구 좀 본다는 양반이 조선 최강의 야구팀 YMCA 야구단을 모르다니 근본이 없구먼··· 뭐 몰라도 어쩔 수 없지. 자네는 이제 조선 시대로 가서 YMCA 야구단에 들어가 팀을 우승시켜야 한다네.”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책임을 지우는 거지? 난 방구석에서 선수들 스탯이나 챙겨보며 훈수나 두던 야알못인데?


“네? 전 야구를 해본 적도 없는데 이건 무슨···.”


“그건 걱정하지 말게나. 다 알고 하는 일이니 말일세. 사실 자네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네. 야구장도 안 찾아오는 괘씸한 수호령과 달리 진짜로 지면 안 되는 별이었건만···.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고난을 주시는 겁니까?”


이제는 무슨 말인지 태클을 걸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YMCA 야구단이라는 걸 우승시키면 살아나게 되나요? 아니, 근데 저는 실제 야구는 해본 적이 없는데요.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사람 데려다 놓고 그런 걸 시키실 거면 뭐라도 좀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거 요즘 사람 아니랄까 봐 성질만 더럽게 급하네. 안 그래도 다 생각해놓은 게 있어서 곧 말을 해주려고 했건만 혼자 앞서 나가고 있나? 자, 눈을 감고 속으로 스카우터 on이라고 외쳐보게.”


스카우터 on? 뭔가 오글거리지만 일단 하라는 대로 하기로 했다. 스카우터 on.


“이제 눈을 뜨고 나를 봐보게나.”


눈을 뜨고 야구의 신을 바라보는데 게임에서나 볼법한 상태창이 떠 있었다.



<이름: ???>

소속: 고려단, 나이: ???

[타자]

정확도: S, 힘: B+, 선구안: A-, 주루: B, 수비: A, 번트: B, 정신력: S

외야적성: A, 포구: B+, 송구: A, 어깨: A-, 반응속도: A

by 스카우터 LV1



“어떤가 내 능력치는? 한창 야구할 때 좀 날아다녔었지. 조선의 타격왕 하면 나였는데 허허허. 참고로 스카우터란 명칭은 용공이라는 만화를 재미있게 봐서 붙인 명칭이라네.”


용공? 야구만 봤다던 양반 아니었어? 만화는 언제 챙겨봤데? 근데 신기하긴 하다만 내가 이걸로 뭘 할 수 있는데?


“그건 모르겠고, 스카우터라는 능력, 이건 좀 놀랍기는 하네요. 근데 이걸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죠?”


야신은 혀를 차며,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에잉 쯧, 요즘 것들은 밥상을 차려줬으면 됐지. 떠먹여 주기까지 해야 하나. 자네 입버릇이 야구단장을 시켜달라고 했던 거 아니었나?”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야구단장? 그래. 맨날 답답한 호크스 경기 보면서 입버릇처럼 얘기하기는 했지. 내가 단장이 되면 이 팀 싹 갈아엎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이런 능력이 있다면 방구석에서 스텟 놀음이나 하던 나라도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노파심에 한마디 더 해주자면, 자네가 본 능력이 다가 아니라네. 험난한 조선 말기를 지내다 보면 기연을 만나게 될 것이고, 험난한 일에는 뭐가 따르겠는가? 과제를 해결하다 보면 얻게 되는 것도 있겠지. 허허허.”


그래! 책임에는 보상이 따라줘야지 일 할 맛이 나지! 또다시 떠오른다··· 쾌락없이 책임만 지우던 좋소기업에서의 나날들이···.


“처음에는 뭔 미친놈인가 싶었지만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저라도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그럼 조선 시대로는 어떻게 가면 될까요?”


“뭐? 미친놈? 이놈 아주 당돌한 놈이구먼. 뭐··· 자네 고생길이 훤히 열릴 테니 그 말은 용서해주겠네. 자 이제 알아서 보내줄 테니 눈이나 감아보게나.


아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조선에 도착하면 자네에게 도움이 될 누군가를 만날걸세. 자네와도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그를 애지중지해야 하네. 이제 무운을 빌겠네. 잘 가시게.”




부웅-.




그 말을 끝으로 내 몸이 끝도 없이 밑으로 추락해 가는 게 느껴졌다.



···

···

···




쿠웅-.




체감상 5분 정도 후, 그 높은 곳에서 떨어졌지만 가벼운 엉덩방아 정도만 찧으며 내 몸은 드디어 바닥과 만나게 되었다.


내리쬐는 햇볕에도 쌀쌀한 기운이 감돌고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코를 찌르는 기운이 느껴지는 가운데, 이윽고 눈을 뜨자 영화 세트장에라도 온 듯이 대체로 백의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즐비한 거리가 들어왔다.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이번에는 내 상태를 파악해 봤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도 이질감이 없는 백의 한복 차림에 가르마를 탄 짧은 머리, 원래 쓰고 있던 안경은 마침 소위 독립운동가 안경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이었는데 위화감이 없어서인지 그대로였다.


품에는 지폐 몇 장과 동전 몇 닢이 들어있는 주머니와 호패가 있었다. 호패를 살펴봤는데 채영준? 왜 이름이 뒤집혀 있는 거지?


이름에 대한 의문을 뒤로하고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 YMCA가 어딘지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나는 옆을 지나가는 운동 좀 할 것 같은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말씀 좀 묻겠소이다. YMCA가 어딘지 아시오?”


최대한 옛날 말투를 흉내 내어 봤는데 이게 맞나?


“황성 기독교 청년회를 말이오? 왜 찾으시오?”


이런 행운이!


“다름이 아니라 제가 야구를 배워보고자 하는데 한양은 초행길이다 보니 까막눈이라 그렇소. 부탁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야구가 뭐요? 공놀이라면 베이스볼은 하고 있다만.”


헉, 아직 야구라는 말이 정착을 안 한 건가?


“아 맞소. 베이스볼. 그걸 배워보고 싶었소. 혹시 같이 가주실 수 있소?”


“마침 이틀 후에 경기가 있어서 훈련하러 가고 있었소. 따라오시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합시다. 난 이기웅이라고 하오.”


“반갑소. 난 채영준이라고 하오.”


맞다. 야구를 한다고 했지? 확인해봐야겠네. 스카우터 on.


<이름: 이기웅>

소속: 황성 YMCA 야구단, 나이: 21세

[타자]

정확도: C-, 힘: C+, 선구안: D+, 주루: D-, 수비: C, 번트: F, 정신력: C

1루적성: C, 포구: D+, 송구: C, 어깨: C, 반응속도: C


흠···? 야구가 도입됐을 시기라 그런지 영 능력치가 좋지 않네. 다들 이 정도 수준이려나? 그럼 힘든데···. 근데 어···?


YMCA 문패가 걸려있는 곳 앞에 주변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보고 갈 정도로 확연한 차이가 나는 건장한 체격의 익숙한 실루엣이 보인다.


우진한... 우진한 선수다!!! 진한아 네가 거기서 왜 나와? 나는 반가운 마음에 정신없이 달려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우진한씨 맞으신가요?”


“저는 우한진입니다만, 저를 아십니까?”


아차 싶었다. 들뜬 나머지 낯선 환경에 날이 서 있을 수도 있을 사람에게 너무 들이댔나 보다. 근데 우한진? 여기도 이 패턴이야?


멀리서 기웅이 천천히 걸어온다.


“거, 점잖아 보이는 양반이 체통을 못 지키고 뛰면 어떡하오. 근데 이분은 뉘신지?”


“아, 동향 사람입니다. 잠깐 얘기 좀 나누고 싶은데 먼저 들어가시지요.”


“알겠소. 그럼 내 안에 들어가 선교사 양반에게 얘기해놓겠소.”


기웅이 사라지고 그제야 나는 진한에게 말을 걸었다.


“진한 선수 맞으시죠? 아이고 놀라셨겠다. 믿기실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대한민국에서 이곳으로 오게 된 채준영이라고 합니다. 아마 여기서는 채영준이라고 불러야겠지만요.”


우리밖에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를 듣자, 그제야 의심을 조금 거둔 상태로 진한이 입을 열었다.


“야구의 신께서 얘기하셨던 그분인가 보군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에 대해 잘 아시나 보네요?”


“알다마다요. 간첩 아니고서야 대한민국의 국보급 에이스 투수 우진한을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게다가 저는 호크스, 아니 진한 선수의 골수팬입니다. 아,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혹시 뭘 하셔야 하는지 들으신 거 있나요?”


“아, 호크스 팬이셨군요. 저는 그저 제 앞에 누군가 나타날 테니 그가 하려는 일만 도우면 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해왔던 일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얘기 정도만 들었네요.”


야구의 신, 이 무책임한 양반아. 보낼 때 제대로 설명을 좀 해줘야 할 거 아니야. 근데 호크스 팬이라니··· 나 분명히 당신 팬이라고 어필했건만 어째 조금 거리 두기를 하는 거 같네? 이거 조금 섭섭해지는데?


“그러시구나~. 어려울 거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들으신 게 맞습니다! 진한선수가 제일 자신 있을 야구로 여기 황성 YMCA라는 팀을 우승시키면 되거든요!”


그래! 진한 선수 스텟도 확인해봐야지. 눈 호강 좀 하겠는걸? 으흐흐... 스카우터 on!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국보급투수로 YMCA 우승시키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030화. 위기탈출 채영준 +1 23.06.06 158 5 13쪽
30 029화. 죽을 고비를 넘기다 +2 23.06.05 152 4 13쪽
29 028화. 기방에서 얻은 기연 +6 23.06.04 168 7 13쪽
28 027화. 기생 혜월과의 재회 23.06.03 161 5 14쪽
27 026화. 성남구락부 탐색전 +2 23.06.02 169 5 14쪽
26 025화. 혜림의 든든한 빽, 고종 황제 +6 23.06.01 176 6 14쪽
25 024화. 합숙 훈련의 성과 +2 23.05.31 181 7 14쪽
24 023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完) 23.05.30 166 4 14쪽
23 022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3) 23.05.29 167 4 14쪽
22 021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2) +2 23.05.28 189 4 16쪽
21 020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1) +2 23.05.27 194 5 12쪽
20 019화. 야구 보급 계획 +4 23.05.26 196 6 12쪽
19 018화. 말괄량이 선발투수 길들이기 +2 23.05.25 200 5 12쪽
18 017화. 밥 좀 사달라는 선발투수 23.05.24 215 6 12쪽
17 016화. 술 마신 다음 날, 숙취 +4 23.05.23 225 6 12쪽
16 015화. 음지의 아이돌, 기생 +5 23.05.22 272 7 12쪽
15 014화. 먹거리 구상, 국밥의 민족 +2 23.05.21 223 6 12쪽
14 013화. 원조 에이스, 석전꾼 +2 23.05.20 235 6 12쪽
13 012화. 기연, 그리고 악연 +3 23.05.19 248 7 12쪽
12 011화. 손탁호텔 스캔들 +3 23.05.18 237 8 12쪽
11 010화. 베이스볼 비즈니스, 그리고 설렘 +2 23.05.17 238 6 12쪽
10 009화. 스카우터 레벨업! +5 23.05.16 247 7 12쪽
9 008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完) +6 23.05.15 263 7 12쪽
8 007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2) +6 23.05.14 254 8 12쪽
7 006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1) +4 23.05.13 287 9 13쪽
6 005화. 1루 자리, 재능의 차이 +2 23.05.12 313 7 12쪽
5 004화. YMCA 대면식 +3 23.05.11 360 7 13쪽
» 003화. 야구의 신과 스카우터 +2 23.05.10 424 9 12쪽
3 002화. 1억 번째 관중 +2 23.05.10 454 9 13쪽
2 001화. 방구석 야구전문가와 국보급 투수 23.05.10 550 10 12쪽
1 000화. 우리는 황성 YMCA 야구단 +3 23.05.10 654 14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