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34,231
추천수 :
1,066
글자수 :
694,692

작성
23.06.18 13:53
조회
233
추천
13
글자
12쪽

49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시작

DUMMY

아침 9시.


모 방송국의 로비에 모여든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미 로비 이곳저곳에 세워진 방송용 카메라들.

임시로 만들어진 연단 옆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촬영 준비에 여념이 없는 방송국의 카메라맨도 여럿.

라이브 방송은 아니더라도 기자회견 내용의 경중에 따라 녹화본을 내보낼 시간까지 계획을 세웠다.


드뎌 나타난 오늘의 주인공.


김기자 기자.


초췌한 표정으로 세팅된 마이크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흠흠..”


목이 메는지 고개를 슬며시 돌리고 목을 가다듬는다.


“....휴우.”


긴장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듯, 그가 다시 낮은 한숨을 내쉰다.

머리를 완전히 비우고 이 자리에 나왔건만...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마침내, 담담한 목소리로 그가 입을 열었다.


이미 자신은 이 순간을 끝으로 나락에 떨어질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기자로서의 커리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밤 놈이 말한 대로 자신의 목숨 또한 경각에 달려있다.

자신도 놈도 뻔히 알고 있는 일이다.


뜨거운 불덩이 하나가 목구멍을 타고 튀어나와 목에 걸렸다.

눈물이 핑 돌고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갑갑해진 가슴.

그의 눈앞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곳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은...

뿌연 흙탕물로 더러워진 호수 속으로 큼직한 돌을 밀어 넣으려는 작은 개구리.

던져진 돌의 파장을 느끼는 순간, 순식간에 물 밖으로 튀어 오를 시커먼 거대어종.

꼬리를 퍼덕이며 자신을 한순간 먹어 치울 것이다.


삼대독자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건일아.’


삼수까지 시키면서 의대에 보낸 자랑스런 아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그리고 겨우 그런 아들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괴물같은 어린 놈.


그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놈은 절대 인간일 리 없다.

그저 인간의 형상을 하고 나타난 저승사자.


그놈 말대로, 자신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 다른 기자들과 나란히 서서 눈을 희번덕거리며 바라보고 있는 김성호!

저놈만큼은 아니잖아.

아무리 자신이 못된 짓을 많이 했다고 해도, 저 인간만큼은 아니다.

이런 짓도 따지고 보면 다- 저놈한테 듣고 배운 거 아닌가.


억울하다.

더 나쁜 저놈은 놔두고 왜 내가...


“제가 여러 기자분을 이곳에 모신 이유는....”


다시 자신을 둘러선 사람들을 한번 둘러본 김기자.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배에 힘을 주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에이엔에스사의 장창식 대표가 저지른 만행을 만천하에 폭로하고자 함입니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


에이엔에스사라는 회사명과 장창식이라는 이름이 그의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방송국의 로비는 터져나오는 플래쉬 불빛으로 폭발했다.


“천일철강에 눈독을 들인 장창식 대표는 김창욱 사장을 없앨 계획을 세우고....”


예상치 못한 내용에 놀란 표정으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수많은 기자들.

그리고 뻣뻣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의 입 밖으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세우며 김기자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내는 몇몇 사람들.


시선은 여전히 김기자를 향하고 있으나 이미 그들 중 많은 이들은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대고 있다.


그들의 연락을 받은 같은 소속의 다른 기자들은 발 빠르게 에이엔에스사로 향할 터.


그렇게 김기자의 기자회견은 줄곧 이어졌다.


긴장한 표정으로 김기자의 입을 지켜보던 그들 중 몇몇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김기자가 자청한 기자회견의 내용은 김기자와 장창식대표 사이의 커넥션을 고백하는 것으로 끝이 나고 있었으니...


“다른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겨우 그게 다라는 말씀이십니까?”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 자신을 날 선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 기자.

송상훈.

김기자 자신보다 두 살 어린 후배.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몇 년간 같이 공부했던 녀석.


“선배! 정말 그게 다입니까? 정말로! 솔직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더 하실 말씀이 없다는 겁니까?”


악의에 찬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송상훈.

분노에라도 찬 듯 이를 악물고 있다.


그래도 유복했던 자신과 달리 그 당시 달동네에서 가끔 배를 주리면서 꿈을 키웠던 녀석.

가끔은 사양하는 녀석을 끝까지 붙잡아 저녁을 먹여 보내기도 했고.

밤늦게 둘이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세상을 얘기했었다.

그렇게 녀석과 아지트를 삼은 종각역 4번 출구 근처 호프집.

아련한 과거의 추억.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녀석의 강렬한 시선을 김기자가 슬며시 피했다.

사익을 따져 권력에 빌붙는 것도, 세상의 흐름과 타협할 줄도 모르는 바보같은 놈.

여전히 철 지난 양복에 낡은 구두를 삶의 프라이드라고 내세우고 있는 인간 별종.


“.....휴우...”


입을 열기 전 그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지트.... 14번... 어이씨팔!”


마치 혼잣말 하듯 그가 입 밖으로 툭 내뱉었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말을 그렇게 뱉어버린 김기자가 등을 돌리고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김기자 기자님!”

“김기자님! 그럼 양두환씨는 어디에서...”

“장창식 대표를 김기자님에게 소개시켜준 사람은...”

“이것 하나만 대답 좀...”

“김기자님. 그냥 가시지 마시고...”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기자들의 고함소리를 무시하고 그는 자신의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자취를 감추었다.


“김기자가 마지막으로 한 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아지트 어쩌고 하지 않았어?”

“그러게? 무슨 욕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 사이로 김기자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송상훈의 눈빛이 한순간 번뜩였다.




잠시 후, 종각역 지하.

물품 보관소 앞에 나타난 송상훈.

그의 눈앞에 보이는, 보관함에 붙어있는 14번이라는 숫자.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 그가 슬며시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5218.


-딸깍


“.....역시.”


보관함 바닥에 놓여있는 두툼한 서류 봉투 하나.


자신의 가방 속에 봉투를 집어넣은 송상훈이 주위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그리고 부지런히 지하도의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긴급 속보라는 이름으로 티비에 방송되고 있는 김기자의 기자회견.


방송을 주의 깊게 지켜보던 이들 중에는 블레어 부국장도 있었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느긋하게 앉아 김기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던 그녀.

쌤의 가족과 관계된 사건이라는 보고는 이미 받았다.


이미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댄에게 상세하게 들어 알고 있는 터.

직접 관련된 김기자의 입에서 나오는 내용은 조금 다른 버전이다.


‘뭐, 인간이니 다 자기에게 이로운 식으로 설명하는 건 당연한 일....’


김기자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던 카메라가 한순간 그의 앞에 부채꼴로 늘어선 기자들로 옮겨갔을 때였다.


한순간 블레어 부국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시선은 여전히 태블릿의 화면에 고정한 채, 손을 움직인 그녀가 테이블 위의 인터폰을 눌렀다.


“예. 부국장님.”

인터폰을 통해 들려오는 비서 임수아의 목소리.


“자료실에 부탁해서 지금 MHC에서 방송 중인 기자회견 끝나는 대로 녹화본 좀 보내달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제 다시 카메라는 김기자의 상체만을 계속해서 비추고 있다.

하지만 가늘게 뜬 그녀의 눈동자 속의 반짝이는 빛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센터의 지하 3층 휴게실 안.

그곳의 티비화면에서도 김기자의 얼굴이 잡히고 있었다.


”천일철강의 김창욱 사장과 그의 가족분들에게 마음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화면속의 김기자가 카메라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김창욱 사장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누군가의 외침에 그저 침울한 표정으로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기자.



소파에 앉아있는 한 사내가 침울한 표정으로 티비 화면을 올려다보고 있다.


잔뜩 굳은 얼굴로 이를 악물고 있는 쌤.

그의 눈에 괴기 시작한 눈물.

한순간 눈꼬리에서 눈물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댄이 휴게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


티비 화면과 쌤을 교대로 바라보던 댄.

쌤을 향해 댄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약속했었지?“


”......“


”장창식 그놈하고, 그놈 아들놈으로 끝나는 게 아냐.“


그의 말에 쌤이 고개를 들어 댄을 올려다보았다.


”그놈 주변에 얽혀있는 새끼들 마지막 한 놈까지 내가 끝까지 찾아내서 세상에 놈들이 한 짓을 낱낱이 밝힐 거야.“


”그래봤자 겨우 몇 년 감옥 살고 나면...“


”누가 그래? 그놈이 그럴 거라고?“


쌤을 내려다보며 댄이 피식 웃었다.


”그놈한테 깔 맞춤한 법을 만든 사람이 있어. 함무라비라고...“


”.......“


”그놈이 한 짓이 뭐지?“


댄이 쌤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믿는 사람의 발등을 찍고, 그리고, 남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웠지? 명예를 훼손하고 세상이 손가락질하도록 만들었지? 그런 다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꾸몄고.“


”......“


”그놈 아들은 어떻게 했지? 지 여친하고 아무 죄 없는 여동생을 납치하고 폭행에 강제로 그......“


말끝을 흐린 댄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들놈도 똑같이 당해야 하지 않겠어? 벌로 몇 번 더 당해야겠지만...“


”.......“


”아! 중간에 못 참고 죽어버린다면 뭐 어쩔 수 없지만, 놈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느긋하게 즐겨보자고....“


바라보던 쌤이 서늘하게 느낄 정도로 잔인한 눈빛으로 웃음을 흘리던 댄이 몸을 일으켰다.


”여튼, 복수는 나에게 완전히 맡긴 거야. 알지?“


댄의 말에 언뜻 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신 다음 달까지 이안을 넘어설 거라는 약속 지켜줘. 나중에 꼭 쌤의 도움이 필요하거든.“



여전히 티비에 나오는 김기자를 흘끗 본 댄이 휴게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발을 옮기는 그의 머릿속은 복잡해 있었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아무 때라도,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이 벌어질 재난일 뿐.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


제니스는 곧 한국팀으로 합류할 것이고, 제이크도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서울 근교 아공간은 머지않아 쿤이 담당해도 될 듯 해 보이고...


쌤을 비롯해 S급 헌터 서너 명만 더 구해 원팀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해 볼 만 하지 않을까?

그의 입이 씰룩거리며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가늘게 뜬 그의 눈동자가 밝은 광채를 띄기 시작했다.


”...댄!“


제1 훈련실의 코너를 돌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는 그의 눈에 들어온 존.

콘트롤 센터의 계단 위에 서서 그를 바라보는 존이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예상보다 조금 일찍 놈들이 아공간에 나타났다. 레오하고 소환될 준비 해야겠어. 30분 후로 세팅해 놨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디 가려고?“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는 그를 보며 존이 크게 외쳤다.


”절벽에서 몇 번 더 떨어져 보려구요!“


터무니 없는 댄의 말에 한순간 똥그래진 존의 두 눈.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입꼬리에 웃음을 흘리며 존이 다시 컨트롤 센터 안으로 발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5 신의파편
    작성일
    23.06.18 20:56
    No. 1

    주말에도 올리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6.19 01:44
    No. 2

    제게 판타지의 기쁨을 알게 해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공모전 기간 내내 부족한 글에도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 늘 감동이었습니다. 르블랑님을 알게 된 것은 제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쭉 응원하고 작가님의 글을 통해 판타지의 기쁨을 만끽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8 67화 균열너머 세상으로 잠입(2) +1 23.07.06 195 6 11쪽
67 66화 균열너머 세상으로 잠입(1) +2 23.07.05 189 7 13쪽
66 65화 위기의 시작(2) +4 23.07.04 206 9 12쪽
65 64화 위기의 시작(1) +5 23.07.03 199 7 10쪽
64 63화 네뷸로리안의 등장 +1 23.07.02 193 6 12쪽
63 62화 진정한 헌터로 거듭나기 +1 23.07.01 199 8 12쪽
62 61화 단일팀으로 움직이다. +1 23.06.30 211 8 14쪽
61 60화 체인 리액션 +2 23.06.29 204 8 13쪽
60 59화 드림팀의 모습이 갖추어지다 +5 23.06.28 208 10 11쪽
59 58화 너희들 중 누가 뭐라고 했냐? +2 23.06.27 206 11 15쪽
58 57화 니시가와 한 +1 23.06.26 207 12 13쪽
57 56화 뿌린대로 거두리라. +1 23.06.25 210 11 13쪽
56 55화 돌을 피하는 놈은 바위로! +4 23.06.24 214 10 14쪽
55 54화 발등을 대라! 도끼가 기다리고 있다! +2 23.06.23 225 11 12쪽
54 53화 미래를 선택하는 자 +4 23.06.22 218 10 12쪽
53 52화 드리워지는 검은 그림자(2) +2 23.06.21 223 11 10쪽
52 51화 드리워지는 검은 그림자(1) +2 23.06.20 225 10 12쪽
51 50화 네버 앤딩 스토리 +2 23.06.19 229 11 11쪽
» 49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시작 +2 23.06.18 234 13 12쪽
49 48화 현실을 직시하라고! 이 자식들아! +1 23.06.17 236 12 14쪽
48 47화 드러나는 외계 지성체 한 종족(2) +1 23.06.16 224 10 14쪽
47 46화 드러나는 외계 지성체 한 종족(1) +1 23.06.15 234 11 16쪽
46 45화 터지기 시작하는 재난(3) +1 23.06.14 219 10 12쪽
45 44화 터지기 시작하는 재난(2) +1 23.06.13 232 11 12쪽
44 43화 터지기 시작하는 재난(1) +2 23.06.12 242 11 12쪽
43 42화 또 다른 종의 출현(4) +3 23.06.11 230 10 10쪽
42 41화 또 다른 종의 출현(3) +2 23.06.10 237 10 12쪽
41 40화 또 다른 종의 출현(2) +2 23.06.09 234 11 11쪽
40 39화 또 다른 종의 출현(1) +2 23.06.08 234 9 13쪽
39 38화 푸른 대나무 숲의 노래(2) +2 23.06.07 244 1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