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34,234
추천수 :
1,066
글자수 :
694,692

작성
23.06.22 12:22
조회
218
추천
10
글자
12쪽

53화 미래를 선택하는 자

DUMMY

서울 센터에 도착한 후 존과 부국장에 보고를 끝냈다.


당장은 인간의 몸을 탈취한 놈의 위치는 알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놈이 다음 행동을 취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강철같은 체력이라도 쉴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센터의 밖으로 나왔다.

이미 여름의 긴 낮도 끝나가고.

퇴근길 사람들의 뒤를 따라 댄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광화문 교차로를 지나 경복궁역을 향해 대로에 접어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댄의 머릿속.


‘......?’


그런 그의 뒤를 따라붙고 있는 묘한 인기척.


길 가 카페 앞에서 자연스럽게 댄이 발을 멈췄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듯 유리창을 들여다본다.


뒤따라오던 자도 발을 멈췄다.


누군지 몰라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은 아니다.

마치 너는 미행당하고 있으니 돌아서서 확인하라는 대담함.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이 샘솟았다.


하지만 지나는 사람도 많은 대로.

놈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 많은 사람 중 또 다른 누군가가 희생양이 될 터.


“...그림자 소환.”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댄이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옆에서 생성된 그림자가 바라보는 방향은 댄의 등 뒤.

자연스럽게 댄은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눈앞 허공 왼쪽 위편에 생성되는 그림자의 시야를 댄이 슬쩍 올려보았다.


마흔 정도 먹어 보이는 여성.

상하의 모두 트레이닝 복장을 하고 있다.


‘...그랬군.’


경포호 둘레길을 따라 조깅 중, 재수 없이 놈의 시야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


그가 다시 걸음을 옮기자,

멈춰서서 빤히 자신을 바라보던 그 여성도 따라오기 시작한다.


사직로를 건너는 사이에 댄의 그림자는 사라졌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모습은 완벽하게 댄의 머릿속에 저장된 상태.


골목길로 접어들어 천천히 걷는다.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어린 학생 서너 명.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시끄럽게 떠들고 깔깔대며 그를 지나쳐 갔다.


아이들과 함께 사라진 웃음소리.

하지만, 여전히 그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흐릿한 발소리.


집 앞에 가까워진 댄이 온몸의 감각을 끌어올렸다.

이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인왕산로에 사람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슬며시 발걸음을 멈춘 댄.

인도의 한가운데에서 그녀도 발을 멈췄다.


천천히 그가 몸을 뒤로 돌렸다.


“너 뭐냐?”


그의 말에 여성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담았다.


“어떻게 찾을까 고민 중이었는데 제 발로 찾아왔네?”


어이없음과 다행함이 교차하는 댄의 표정을 보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어서 왔다.”


“....부탁?”


뜻밖의 말에 댄이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이미 댄의 손아귀에 아른거리는 보랏빛 오라.


“9시간이다.”


파드득거리는 푸른 불빛을 흘끗 본 그녀가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뭐?”


“내가 이 몸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네가 결정을 내리는데 내가 할애해줄 수 있는 시간.”


“.......”


“나를 공격해봤자, 이 주변의 다른 인간의 몸으로 손쉽게 옮겨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


“이 몸으로 존재하다 소멸하길 바란다.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아.”


“다른 놈들은 어디 있지?“


가라앉은 낮은 목소리로 묻는 댄의 표정은 냉랭하게 굳어있다.


”너랑 같이 온 열여섯 놈 말이다.“


그의 말에 그녀의 눈꼬리에 옅은 빛이 한순간 번졌다.


”뭐, 이제, 너까지 포함해서 열두 놈 남았지만...“


”나 빼고 열두 놈이다.“


그녀의 입꼬리에 옅은 웃음이 흘렀다.


”난, 이번에 너희가 말하는 일본이라는, 저 아래 섬나라의 아공간을 통해서 들어왔으니까.“


”.......“


”너를 만나러....“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에 의미심장한 광채가 번진다.


”내가 온 행성의 여러 종족은 조만간 지구를 침략할 거고, 또한 쉽게 정복할 것이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군.“


심드렁한 말투로 그녀를 바라보는 댄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댄의 손아귀에 쥐어있는 네뷸라의 송곳니가 ‘윙윙’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아공간을 통해 넘어온 허접한 하류종 몇 마리 처치하고 나니 기세가 등등해졌구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의 한쪽 입꼬리가 위로 구부러졌다.


”거기 있는 수많은 종족은 네가 어떻게 비벼볼 만한 존재들이 아니다.“


”길고 짧은 건....“


”어리석은 인간!“


그녀의 눈동자가 한순간 바뀌었다.

샛노란 자위 한가운데 세로로 그어진 붉은 동공.

동시에 그녀의 뒤에 나타난 거대 호랑이와 같은 환영.

세상이 떠나가도록 쩌렁쩌렁하게 포효하자 눈앞의 온 세상이 부르르 떨린다.


그녀의 손안에서 한 가닥 빛이 반짝였다.

순식간에 줄어든 거대 호랑이.


”....야아오옹!“


사뿐히 그녀의 어깨 위로 뛰어올랐다.


”.....레오?“


그녀의 어깨 위에 올라앉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

노랗고 푸른 눈동자에서 불가사의한 빛을 뿜고 있는 녀석은 틀림없는 레오다.


”....설마 레오의 몸속으로 놈들의 영혼 조각이...“


세로로 가늘어졌던 그녀의 동공이 이글거리며 한순간 붉게 물들었다.


”.....어어!“


한순간 달라진 풍경.

시야에 보이는 것은 완전하게 다른 세상.


헐벗고 폐허가 된 계곡.

그 사이를 흘러가는 검고 탁한 빛을 내는 강물.

듬성듬성 서 있는 침엽수와 같은 죽어가는 나무들.

검은색의 솔가지들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검은 연기가 두껍게 덮인 어두운 하늘.

마치 플라스틱을 연상시키는 뻣뻣한 잎을 내고 있는 검은 초목.

거무스름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는 황폐한 토양.


...투두두두두두!


바닥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몰려오는 거대괴생물체.

소형종이 지나자 곧이어 등장한 중형종 괴물들.

그 뒤를 라이노블레이드들이 바짝 뒤따르고 있다.


그다음 나타난 오크족들.

집채만 한 회색늑대의 등 위에 올라탄 놈들의 손에 들려있는 동그란 구슬.

동시에 몇 놈이 손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허공을 가르고 한순간 생성된 그물 벽.

앞서 달리던 괴생물체들이 그 안에 걸려들었다.

열려 있는 좁은 통로만 남긴 채 오도가도 못하게 된 괴물들.

계곡의 높은 등성이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내달린다.


마지막으로 도달한 곳.

시커먼 바위 한가운데에 일렁이는 검은 물결의 막.

그곳으로 내몰려진 괴생물체들이 한두 마리씩 그곳을 뚫고 들어가기 시작한다.


한순간 천지가 진동하듯 온 세상이 떨려온다.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위에서 터져 나오는 거대한 검은 불꽃.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용암은 순식간에 검은 강을 이루었다.


강이 흐른다.

폭을 쉽게 잴 수도 없는 거대한 강.

펄펄 끓는 용암으로 이루어진 강물이 하늘 높이 세워놓은 요새의 벽을 휘감고 돌아간다.


.....드드드드드드!

......우르르르르!..쿠쿠쿠르르르르!

...콰콰쾅!!


무너져 내리는 성곽.

그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끓어오르는 용암의 강물.

하늘 높이 솟아오른 기괴한 형태의 빌딩들을 한순간에 삼키고 흘러간다.


”.....이게 우리 행성이다.“


마치 체념한 듯, 탄식하는 목소리에 댄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변한 그녀의 모습.


머리 위에 뿔처럼 솟아오른 관을 쓴 여성.

이마까지 내려온 베일 아래로 보이는 푸른 눈동자.

수평으로 길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귀.

그녀의 목에서 시작해 발치까지 늘어뜨린 망토

가슴부터 허벅지 사이를 가리고 있는 일렁이는 검은 아지랑이.


마치, 다크엘프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바뀌어있다.


그런 그녀의 뒤로,

하늘을 뒤덮은 두툼한 검은 연기.

음산하고 기괴한 굉음을 내며 진동하는 대기.

무너져 내리는 고층 빌딩들.

사이사이로 날아다니고 있는 제각기 다른 비행체들.



”우리 행성은 머지않아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마치 모든 것을 이미 받아들인 듯 달관한 말투.


”오랫동안 우리가 숭배하고 모셔 온 신.“


손가락으로 그녀가 산등성이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제단을 가리켰다.


”시간이 흐르며 이 행성의 여러 종족은 점점 탐욕과 악의에 물들어 생명의 신을 버렸다.“


침통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는 신이 분노로 인해 우리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넌, 도대체 누구냐?“


댄의 질문에 그녀의 눈에 어두운 절망의 빛이 번졌다.


”이 행성에 생명의 빛을 내려주신 신을 섬기던 제사장...“


”너희 잘못으로 파멸하고 있는 너의 세상을..... 내가 봐야하는 이유는 뭐냐?“


미동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며 댄이 물었다.


”....나에게 원하는 것이 뭐냐?“


”우리 종족의 미래.....“


”.......“


”지구에서 지구인들과 공존하도록 우리 종족의 아이들 몇 명만 부탁하고자 한다.“


뜻밖의 말에 댄이 그녀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오만해진 우리는 신이 베풀어 준 모든 것을 파괴했다. 모든 생명체에게 똑같이 신이 나눠준 대자연. 신선한 대기와 공기, 물....그리고 평화.“


”.......“


”이제 더 이상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우리 종족은 우리에게 내려진 벌을 달게 받을 것이다.“


마치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듯한 괴로움을 담은 목소리.


”우리는 기꺼이 죗값을 치르겠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해 준다면...이곳에서 지구를 침략하려는 다른 종족을 네가 막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


”네 힘의 한계를 직시해라.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넌 이 동물조차도 이기지 못해.“


그녀가 자신의 어깨에 여전히 올라 앉아있는 고양이를 가리켰다.


”내 마음대로 결정할 일이 절대 아니야.“


그의 말에 그녀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겨우 한 줌의 우리 아이들을 받아들이기 싫어 지구를 멸망에 이르게 할 테냐?“


”.......“


”네 뒤에 버티고 서 있는 신의 존재를 나는 알고 있다.“


”.....뭐?“


뜻밖의 엉뚱한 그녀의 말에 댄이 미간을 좁혔다.


”설마, 지금 네가 손에 쥐고 있는 힘을 오롯이 네 것이란 오만함을 가지고 있는 거냐?“


”.......“


”인간을 긍휼히 여겨 지켜주겠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라. 인간! 너희의 사악함과 이기심은 지구를 침략하려는 이곳의 다른 종족들과 다르지 않아!“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이 이글거렸다.


”우리는 끝까지 우리의 윤리와 규율을 지키려는 것뿐이다. 너의 그 보잘것없는 힘이 두려워서가 아니란 말이다. 인간!“


”.......“


”네가 우리 종족의 도움 없이 지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이곳 종족들이 그곳에서 살아가지 못하도록 환경을 원래대로 돌이키고 보존하는 것인데,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


”눈앞의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자신의 손에 쥐어있는 유혹을 떨쳐내고 환경을 돌이키도록 노력할 거라 생각하는가?“

마치 마음속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그녀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댄을 바라보았다.


”이제 8시간 32분 남았다. 인간! 그 안에 답을 주기 바란다.“


허공으로 들어 올린 그녀의 손끝이 반짝였다.


한순간,

댄의 시야에 보이는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의 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그녀.


”....야아옹!“


천천히 걸어온 레오가 댄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들어와 이마를 비벼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8 67화 균열너머 세상으로 잠입(2) +1 23.07.06 195 6 11쪽
67 66화 균열너머 세상으로 잠입(1) +2 23.07.05 189 7 13쪽
66 65화 위기의 시작(2) +4 23.07.04 206 9 12쪽
65 64화 위기의 시작(1) +5 23.07.03 199 7 10쪽
64 63화 네뷸로리안의 등장 +1 23.07.02 193 6 12쪽
63 62화 진정한 헌터로 거듭나기 +1 23.07.01 199 8 12쪽
62 61화 단일팀으로 움직이다. +1 23.06.30 211 8 14쪽
61 60화 체인 리액션 +2 23.06.29 204 8 13쪽
60 59화 드림팀의 모습이 갖추어지다 +5 23.06.28 208 10 11쪽
59 58화 너희들 중 누가 뭐라고 했냐? +2 23.06.27 206 11 15쪽
58 57화 니시가와 한 +1 23.06.26 207 12 13쪽
57 56화 뿌린대로 거두리라. +1 23.06.25 210 11 13쪽
56 55화 돌을 피하는 놈은 바위로! +4 23.06.24 214 10 14쪽
55 54화 발등을 대라! 도끼가 기다리고 있다! +2 23.06.23 225 11 12쪽
» 53화 미래를 선택하는 자 +4 23.06.22 219 10 12쪽
53 52화 드리워지는 검은 그림자(2) +2 23.06.21 223 11 10쪽
52 51화 드리워지는 검은 그림자(1) +2 23.06.20 225 10 12쪽
51 50화 네버 앤딩 스토리 +2 23.06.19 229 11 11쪽
50 49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시작 +2 23.06.18 234 13 12쪽
49 48화 현실을 직시하라고! 이 자식들아! +1 23.06.17 236 12 14쪽
48 47화 드러나는 외계 지성체 한 종족(2) +1 23.06.16 224 10 14쪽
47 46화 드러나는 외계 지성체 한 종족(1) +1 23.06.15 234 11 16쪽
46 45화 터지기 시작하는 재난(3) +1 23.06.14 219 10 12쪽
45 44화 터지기 시작하는 재난(2) +1 23.06.13 232 11 12쪽
44 43화 터지기 시작하는 재난(1) +2 23.06.12 242 11 12쪽
43 42화 또 다른 종의 출현(4) +3 23.06.11 230 10 10쪽
42 41화 또 다른 종의 출현(3) +2 23.06.10 237 10 12쪽
41 40화 또 다른 종의 출현(2) +2 23.06.09 234 11 11쪽
40 39화 또 다른 종의 출현(1) +2 23.06.08 234 9 13쪽
39 38화 푸른 대나무 숲의 노래(2) +2 23.06.07 244 1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