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966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5.21 14:08
조회
106
추천
6
글자
10쪽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DUMMY

*


단호한 로운의 말에 관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너 못 믿어.”

“에? 내가 왜? 내가 뭘? 내가 뭘 잘못 했는데 못 믿는 건데?”


로운이 관의 어깨를 쿡 찔렀다.


“아앗! 아프다고!”

“거 봐. 의심스럽잖아.”


벽자룡도 관이도 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이, 벽가. 내가 팬 영감탱이 알지? 쇠붓 들고 설치던 그 말라비틀어진 노친네! 내가 그 영감 어깨를 후려 팼잖아. 관이가 아픈 데가 딱 거기라니까!”

“어... 다친 데가 같긴 하지만.... 그게 왜 의심스러운 겁니까?”


벽자룡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관이도 발끈 했다.


“무슨 말이야? 형이 때린 영감이랑 내가 다친 게 같은 어깨라고 날 의심한단 거야?


로운은 손을 들더니 검지로 관이의 이마를 톡 찔렀다.


“진짜 의심은 여기였거든.”


그 말에 관이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벽자룡은 알지 못했지만 로운은 그 순간 관의 표정에 스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형아가 가라면 가야지 뭐. 어쨌든 나는 돈 받고 하는 일이었으니까.”


꼬마를 혼자 돌려보내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벽자룡은 약조한 비용보다 더 얹어주면서 몇 번이고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관이도 섭섭한 표정으로 몇 번이고 손을 흔들며 멀어져갔다.


마차가 계곡을 끼고 돌아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지켜보던 벽자룡이 굳은 표정으로 로운한테 말했다.


“너무 한 거 아니십니까? 그 동안 관이가 어린 나이에 고삐도 잡고 도움을 많이 줬는데 의심이라니요? 좋게 말해 돌려보내도 되지 않습니까?”

“멍청하긴. 이상한 거 못 느꼈냐? 내가 그 영감탱이하고 싸운 건 너도 봤잖아? 서로 어깨 찔렀던 거!”

“그거야 알지요. 허나 일월교 관쌍 어깨 다친 거와 관이 어깨 다친 게 무슨 상관입니까?‘

“내가 영감탱이 마빡에 한 대 때린 거 알지? 마지막에 말야.”

“그건... 보았습니다만....”

“관이 마빡에도 혹이 나 있었거든. 내가 영감탱이 딱밤 놓은 그 자리에”

“네?”


벽자룡도 놀랐다.

로운도 갸웃하면서 말했다.


“사실 그 노친네가 꼬마가 될 수는 없는 거 알아. 근데 너무 이상하잖아. 어깨와 마빡에 똑같은 상처가 있단게.”


벽자룡이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두가지 한 번에 겹치는 건 좀 이상하긴 합니다만..... 에이, 그래도 우연이겠지요.”

“대가리는 장식품이냐? 생각 좀 해봐! 마차를 함정으로 끌고 간 거 누구야? 고삐 잡은 거 누구였냐고? 갑자기 사라졌지? 근데 또 짠하고 나타났어. 없던 상처가 생겨서.”


로운의 말에 벽자룡의 표정이 굳었다.


“맞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리가 가는 곳은 그 어떤 위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은거지이니까요. 대협의 깊은 혜안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로운이 기분 좋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


“뭐, 대한민국 경찰은 다 그 정도는 해.”



*

다시 길을 떠날 두 사람한테 가장 큰 문제는 취소연이었다. 취소연은 여전히 들끓는 내공 때문에 운기조식을 하며 버티고 있었다.


“방법은 딱 한 가지뿐입니다. 취소저의 혈도를 짚어 신체운행을 최소화하는 거지요. 정신은 깨어있지만 몸은 잠이 든 가수면 상태로 만드는 겁니다.”

“그래! 그러면 네가 업고 가면 되겠네.”

“근데 임시방편입니다. 그 상태로 취소저는 하루 밖에 버티지 못합니다.”

“하루? 은거지 까지는 얼마나 걸리는데?”

“혼자서 온 힘을 다해 달리면 아슬아슬하지만 가능합니다. 헌데 취소저를 업으면 반나절은 더 필요합니다.”

“햐~ 너 지금 잔머리 굴리는 거지?”

“네? 무슨 뜻인지?”

“지금 나더러 취소저 업으라는 거잖아!”

“아! 그래 주신다면!”


로운의 원하던 대답을 하자 벽자룡의 멋쩍은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벽자룡 보다는 로운이 훨씬 더 빨랐다.

로운이 취소연을 업고 벽자룡의 속도에 맞출 수 있다면 늦기 전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벽자룡이 그걸 모르고 있을 리 없었다. 알면서 넌지시 공을 넘긴 부분은 연기력 대박인 셈이다.


*

벽자룡이 취소연의 몇 군데 혈도를 누르자 취소연의 가부좌를 틀고 있던 취소연이 구겨지듯 쓰러졌다.

눈은 뜨고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혈도를 눌려 가수면 상태로 진입한 것이다.


로운이 취소연을 업자 벽자룡이 천을 찢어 만든 끈으로 두 사람을 단단하게 묶었다.


두 사람이 마을을 떠나 달리기 시작했다.


취소연을 업은 로운은 벽자룡의 뒤를 따랐다.

처음엔 불편하기 그지없었지만 조금 달리다보니 요령이 붙었다.

로운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벽자룡이 따라붙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렇게 두어 시진을 달리고 나니 벽자룡은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왼쪽! 거기서 오른쪽으로! 아아! 조금만 천천히! 아니아니, 잠시만 쉬었다 갑시다!”


그제야 앞서 가던 로운이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며 벽자룡을 기다려 주었다.


벽자룡이 나무에 팔을 짚고 먹은 걸 한참이나 토했다.


“우웩! 웩!”

“왜 그래? 먹은 게 잘못 된 거야?”

“대협은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두시진 넘게 십이 성 공력 전력을 다해 달려왔잖습니까? 저는 대협 덕분에 내공이 증진 되었음에도 호흡을 정돈하기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십이 성? 그게 뭔데?”

“아.... 그러니까 모든 힘을 다 쏟는 게 십이 성이지요.”

“그럼 나는 반? 육성 정도만 쓴 건데? 네가 너무 느려서 천천히 달렸잖아.”

“그게 천천히 달린 거라고요?”

“당연하지! 너까지 업고 달려도 지금보단 빠르겠다.”


벽자룡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 사람의 높이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깊은 내공. 듣도보도 못했던 신비한 무공. 근원을 알 수 없는 내력.....’


“다 쉬었냐? 시간 없다면서 어서 출발해야지?”

“대협! 그럼 먼저 출발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를 개의치 마시고 홀로 가십시오. 그게 취소연 소저의 안전을 위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나 혼자? 길도 모르는데?”

“여기서부터는 저도 길을 모릅니다.”

“뭔 소리야? 길도 모르고 어떻게 찾아가?”

“비밀유지를 위해 매번 길을 바꿔 놓습니다. 단 하나의 진입로만 남기고 나머지는 진법을 펼쳐 길을 헤매게 만들지요. 안전한 길은 저희들만 아는 표식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복잡하네. 그 표식이 뭔데?”

“가다 보면 나무들 마다 숫자가 씌어진 지역이 나타납니다. 오늘이 열닷새. 그러니 홀수가 써진 나무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맨 처음에는 1을 따라가시고 다음엔 3을 찾고 다음엔 5를 찾으시면 되지요.”

“중간에 하나 놓치면 어떡해? 3을 따라 갔는데 하나 놓치고 가면 다음에 7로 가야하는데 5로 가게 되잖아.”

“그래서 글자 색도 순서가 있습니다. 청황흑녹적 순으로 찾으셔야 합니다. 쉽죠?”

“복잡하다고! 청황흑녹적에 일삼오칠구. 아 복잡하네!”

“대협의 안력이시면 절대 놓치지 않으실 겁니다.”

“내가 시력은 좀 훌륭하긴 하지. 알았어 그럼 뒤따라 와. 먼저 갈 테니”


로운이 벌떡 일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떠나가는 로운을 보며 벽자룡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로운의 속도라면 한나절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금세 시야에서 사라지는 로운을 보며 벽자룡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보면 볼수록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이다. 저 사람이 중원무림의 희망이 되어 주기만 한다면....”


벽자룡도 숨을 고른 뒤 떠날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로운이 다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어? 왜 돌아오셨습니까.”

“야! 나 한자 몰라! 일이삼사 까지는 아는데 오부터는 어떻게 쓰는 거야?‘


정말 보면 볼수록 더더욱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벽자룡의 생각이 정확했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 예상 불가한 인물.



*

로운이 탄 마차가 함정을 빠져나올 때부터 은밀히 마차를 따르던 인물들이 있었다.

그들은 같은 일월교도이자 지밀원 소속이었지만 함께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두 명씩 2개조가 각각 마차의 행방을 은밀하게 추격하고 있었다.


로운이 벽자룡을 두고 먼저 움직이자 그들도 둘 중 누구를 따라갈 것인가를 선택해야 했다.

서로 정보를 교환했다면 한 조가 한 명씩 따라 움직였겠지만 지밀원은 서로가 서로를 모른 채 움직이는 점조직이었다.


로운과 벽자룡이 헤어진다면 은거지로 향할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해야 했다.


두 개 조 모두 로운을 선택했다.

로운은 취소연까지 두 사람이었고 환자를 동행한 쪽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은거지로 향할 확률이 훨씬 높았다.


추격과 정보 수집에 특화된 지밀원 추격대의 선택이 로운을 향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단 한 번도 목표를 놓친 적 없었던 지밀원 추격조가 추격 대상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귀신이라 해도 구천 지옥까지 추격한다는 지밀원 추격조가 지밀원이 만들어 진 이래 사상 처음으로 대상을 놓친 것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너무나 간단하지만 너무나 명확한.

그래서 더더욱 믿을 수 없는 이유였다.



대상이.... 너무 빨라서!

낙장불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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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27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1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23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3 4 9쪽
22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99 4 10쪽
21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6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19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2 5 10쪽
»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7 6 10쪽
17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0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4 3 10쪽
15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4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1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4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3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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