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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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글자수 :
29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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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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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DUMMY

*

그 순간 단봉이 다시 미친 듯이 떨기 시작했다.

로운의 생각이 적중했다.


단봉은 ‘일월신주’ 라는 단어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다들 놀라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 속에 단봉만 지잉지잉 울고 있었다.



*

로운이 먼저 갔을 길을 따라 열심히 달려온 벽자룡은 밤이 이슥할 무렵에야 강가에 이르렀다.

강가에 기대있는 조각배 위로 훌쩍 뛰어 오르며 소리쳤다.


“형제들! 벽자룡이외다!”


벽자룡을 태운 조각배가 강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몰래 뒤를 밟아 오던 관쌍은 조각배를 보고 당황을 금치 못했다.


‘허어. 뭐냐? 강을 건너는 게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는 거였어? 그런데 저 배는 뭐지? 노도 젓지 않는데 저절로 움직인다고? 장강 12채 잔당 놈들도 군웅맹에 빌붙어 있나 본데?’


평생을 강호 여기저기 누비고 살아 온 관쌍의 눈은 정확했다.

조각배는 그냥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강에는 지역에 따라 열 두 곳에 큰 수채가 있었다. 그들을 통칭해서 장강 12채라고 했으며 거기 소속된 수적들은 모두 형제로 여겼다.


그들은 명문정파가 아니었지만 강호의 일원으로 중원 무림을 침탈하는 일월교에 저항해 맞싸웠다.

마교의 진군을 방해하는 데 큰 공을 세우긴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2채 중 강변에 수채가 있던 열 곳은 파멸을 면치 못했다.

강심에 있는 섬에 수채를 차렸던 두 군데 만이 소수의 인원이 몸을 빼 군웅맹에 의탁했고 패전 후에 이곳 은거지에 함께 숨어 든 것이었다.


조각배는 일곱 명의 고수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들의 무공은 정파 고수들에 이르지 못하나 물속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당금 무림의 그 어떤 고수라도 수중이라면 진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군웅맹의 동지들은 그들 일곱을 장강칠우(長江七友)라 불렀다.


조각배를 폭포 안쪽 소격동까지 끌어 올리는 기관을 설계한 것은 제갈세가의 제갈무영이었으나 수중에 기관을 설치한 것은 장강칠우였고 관리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폭포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의 경비를 담당하는 것이었다.


벽자룡의 뒤를 밟아 온 관쌍이 조각배가 있던 자리에 나타난 순간, 강 아래에 그들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일단 조각배를 따라 가보자. 강을 따라 가는 거니 놓칠 일도 없고 어디든 배를 대겠지.’


관쌍은 만약에 대비해 꼬마 관의 모습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조각배와 거리를 유지한 채 강변을 따라 달렸다.


갑자기 나타난 꼬마 아이를 발견한 수중의 장강칠우도 관을 경계하며 물길을 따라 수중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수채의 형제들만 통하는 수화로 얘기를 나누면서.


‘이런 곳에 저런 꼬마가 나타나?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냥 꼬마가 아냐. 아이가 저런 보법을 펼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나가서 막든가 잡아야 하지 않을까?’

‘우릴 드러낼 필요는 없어! 우리가 드러나면 은거지도 드러나니까.’

‘제갈세가의 진법이 있으니 믿어보자고’


강변을 따라 추격하던 관의 눈앞에서 갑자기 조각배가 사라져 버렸다.


‘뭐야? 폭포 안으로 사라졌어! 그럼 저 폭포가 비밀 통로? 일단 폭포를 뚫고 들어가 봐야겠군’


폭포 쪽으로 가자면 커다란 바위들 틈새로 빠져나가야 했다.

사람 하나 겨우 빠져 나가기 힘들어 보일 틈이 있었다.

아이로 변해있는 상태라 몸을 옆으로 돌려서 겨우 바위들 사이를 지나갔다.


막 바위틈을 빠져나오는 순간 갑자기 사방에서 돌개바람이 휘잉 몰아쳤다.


“으윽! 뭐야?”


흙먼지 때문에 팔뚝으로 눈을 가렸다. 잠시 후 돌개바람이 가라앉자 겨우 눈을 떴는데


“어? 여기가 어디야?”


코 앞에 있어야 할 폭포가 보이지 않았다.

자욱한 안개 속에 뾰족한 바위들이 삐죽삐죽 박혀 있는 바위사막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컥! 진법 안으로 들어와 버린 것인가? 마, 망했다!”



*

물속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장강칠우는 꼬마 관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았다.

관이 같은 장소를 뱅뱅 돌면서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진법 안으로 들어간 관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허상일 터였다.


장강칠우는 강에서 나와 관을 어떡할지 의견을 나눴다.


“그래도 꼬마 아인데 구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

“보법 봤잖아?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무공을 지녔어. 먼저 보고하고 조치 하자고”


진법에 빠진 관을 그냥 두고 돌아서려는 찰나 갑자기 관이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으아앙~ 취소연 누나! 벽자룡 형아! 어디 있어? 나야, 같이 다니던 관이라고! 꼭 전할 얘기가 있는데.... 여긴 대체 어디야? 누나~ 형아~ 으아앙~~”


떠나려던 장강칠우가 놀란 눈으로 다시 돌아섰다.


*

로운이 쉬고 있는 동안 맹주와 대행, 편방주는 취소연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맹주는 한참 동안 취소연의 등에 손을 대고 그녀의 내공을 확인해 보았다.


“놀랍군. 정말 놀라워. 그 짧은 시간에 이토록 정심한 내공을 얻었다는 건.... 기연이라고 할 수 밖에는!”


취소연의 등에서 손을 떼며 맹주가 말했다.

곁에 있던 대행이 합장하며 말했다.


“결례가 아니라면 소승이 한 번 보아도 되겠소이까?”

“그려! 나도 한 번 봅시다, 그거!”


편방주도 얼른 숟가락을 얹었다.

대행 방장과 편방주가 차례대로 취소연의 등에 손을 대고 그녀의 내공을 살폈다.


“우왓! 진짜네? 일갑자는 되겠어! 근데 질이 아주 최상이여! 대체 어떤 수련법으로 이런 내공을 형성 할 수 있는 거여? 그 친구가 미래에서 왔다는데 미래엔 다들 이런 거여?”


편방주가 혀를 휘두르며 말하자 취소연이 일어나며 대답했다.


“그건 아니래요. 오히려 내공이니 이런 건 전혀 모른다고 했어요. 미래에는 기계로 싸운다고도 했고요.”

“뭔 헛소리여? 기계로 싸운다니? 쇳덩이에서 암기가 막 날아가고 그런 건가?”

“저도 잘 몰라요.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만 해서...”


편방주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방안을 왔다갔다 하더니 맹주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길 떠난다는데 잡아둬야 허지 않겠수?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한 놈이여.”

“소연이를 여기까지 보호해 온 걸로 보아서 적대적이라고는 생각지 않소.”

“그 놈 단봉 봤잖수? 그게 딱 마교 교주놈 신물하고 같은 거! 게다가 신물 얘기만 하면 징징대고 우는 걸 보면 필시 같은 뿌리라니까! 만약 저 놈이 교주와 한패라면! 알고 보니 같은 가문이라 한 편을 먹는다면? 그걸로 중원 무림 회복은 끝장이라고, 끝장! 대사님 생각은 어떻수? 내 말이 틀렸수?”


편방주가 대행을 돌아보며 동의를 구했다.


“소승은 편방주보다 맹주 의견에 가깝소이다. 이제껏 행적을 봐도 마교와 싸움을 벌였다 하니 그 쪽과는 관련이 없는 걸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미타불.”

“에헤~ 대사님은 절에서만 살아서 너무 순진하다니까! 원래 사기꾼들이 보기엔 더 진실되어 보이는 벱이라고요. 간이라도 빼줄 듯한 놈들이 결국 내 간을 빼가는 게 세상 이치거등! 나처럼 평생 저잣거리에서 이놈저놈 만나 보면 다 알어~”


듣고 있던 취소연이 미소를 지었다.


“의미 없는 토론이에요. 저희가 그를 막겠다고 하더라도 그럴 수 없거든요. 아버님과 두 분이 나선다 해도, 아니 이곳에 있는 군웅맹의 모든 분이 다 협공한다 해도 그 사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편방주도 취소연의 말에 딱히 반대를 할 수 없었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들은 이야기로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맹주가 확실히 못을 박았다.


“네 말이 백 번 옳다. 도의적으로도 보내줘야 할 사람이고 능력으로도 보내 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까. 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으니 그것은....”


맹주는 말을 채 끝내지 않고 취소연을 바라보았고 소연은 맹주의 의도가 무엇인지 금세 알아 차렸다.


“제가 그 분과 얘기 나누어 볼게요. 그 분이 우리와 적이 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준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한 번 한 약속은 절대 어기지 않을 분이라는 건....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소연의 말에 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건너가서 얘기를 좀 나눠보려무나.”


방을 나가는 취소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맹주의 눈빛이 안타깝게 흔들렸다.

딸 키우는 아비는 딸의 눈빛만 보아도 세상 누구보다 먼저 알 수 있는 법이다.

자신의 딸이 누군가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 정도는.


*

로운은 소연이 안내 해 준 객방에 드러누워 있었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사부들이 얘기한 물건을 찾아 회수하는 것인데 생각도 못한 마교와 중원 싸움에 휩쓸려 임무는 아직 반 발짝도 못나간 상태였다.

그래도 몇 가지 단초는 얻었으니 이제 정말 임무를 위해 움직여야 할 때였다.


‘단봉이 신호를 보내는 게 틀림없어. 싸부가 그랬잖아. 찾는 물건이 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찾게 될 거라고. 맞아, 단봉이 신호를 보내는 거야. 마교 교주의 무기가 그 물건이라고. 그럼 일단 마교부터 갈까? 그래 편방주가 만났다는 사람보다 마교부터 가봐야겠어. 근데 마교는 또 어디 붙어있나? 이 동네 땅덩이가 장난 아니게 넓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 지 답답하기만 했다.

낙장불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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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바람의 도, 폭우의 검, 풍도우검 율리납 +2 23.06.15 72 5 9쪽
37 <37> 단봉이 네비게이션이었다. +2 23.06.14 77 3 9쪽
36 <36> 취소연의 가슴이 내 등에 전하는 말 +3 23.06.13 80 3 10쪽
35 <35> 초보형사 이로운 군웅맹 맹주가 되다 +4 23.06.12 76 4 10쪽
34 <34> 주화입마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니. +3 23.06.09 75 3 10쪽
33 <33> 꿈 속에 본 그녀 +5 23.06.08 80 4 10쪽
32 <32> 이 순간, 이 곳의 결정권자는 나! +2 23.06.07 80 4 9쪽
31 <31> 이로운의 한계 돌파 +3 23.06.06 88 4 9쪽
30 <30> 낙장불입 VS 금룡파천 +6 23.06.05 86 4 9쪽
29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5 23.06.02 87 5 9쪽
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27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1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23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3 4 9쪽
»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99 4 10쪽
21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6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19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2 5 10쪽
18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6 6 10쪽
17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0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4 3 10쪽
15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4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1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4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3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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