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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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글자수 :
29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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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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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1> 단봉이 울다

DUMMY

*

술잔을 내려놓은 편방주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완전히 개농락을 당한 거지. 방주님도 우리도 단 한 대를 때리지도 못했다네. 아니, 우리 모두 초식을 펼칠 새도 없었네. 그 놈, 절룩대면서도 처음 보는 기이한 보법으로 막아 선 방주님을 비켜 나가더니 뒤를 지키던 우리들로 허수아비 꼴로 만들고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니까!”


얘기를 듣고 있는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캬~ 도망치는 솜씨로 치자면 천하에 그 놈 당할 자가 없더라고. 하아~ 정말 두 눈으로 본 건데도 믿어지지 않더구먼. 지금까지도 그게 사람인가 귀신인가 싶다니까!”

“헌데 그 얘기를 왜 이제야 다 하는 것인지요?”


대행이 물었다.


“어. 일단 그 일은 개방 전체에 함구령을 내렸으니까. 어디 소문이라도 나면 천하의 거지들이 고개를 들 수가 없을 테니까.”


편방주가 로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오늘 자네 얘길 딱 들은 거야. 취소저가 그러더군. 처음 보는 내공에 처음 보는 초식, 처음 보는 보법을 쓰는데 어마무시 하다고. 그러니 내가 자넬 그 때 그 자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겠어? 응? 그렇겠지? 내 말이 맞지?”


편방주가 남은 이야기를 끝내곤 속이 타는지 다시 술을 여러 잔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재차 확인하듯 되물었다.


“근데 자넨 그 눔이 아니라는 거지? 확실히 아닌 거 맞지?”


로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확실히 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아마도.......”


로운은 말을 하다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다들 로운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편방주는 궁금한 걸 못 참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뭐? 아마도, 뭐? 뜸들이지 말라고!”


로운은 실눈을 하고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생각을 정리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도 내가 찾는 물건을 그 자가 갖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제 로운이 얘기를 해야 할 차례였다.


찾아야 할 물건에 설명하다보니 로운이 살던 세상과 무공을 얻게 된 경위, 그리고 지금의 세상으로 오게 된 이유를 모두 풀어놓게 되었다.


제법 긴 이야기였고 쉽게 믿어지지 않을 이야기들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신뢰할 거란 믿음은 없었지만 로운도 간략하지만 차근차근,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모든 이야기를 했다.

맹주와 장문인, 방주도 끈기 있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특히 취소연은 집중하고 귀를 기울였다.

진파란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눈까지 반짝거렸다.


“제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믿고 안 믿고는 상관없어요. 모든 이야기는 한 줌 거짓 없는 사실이니까요.”

“우하하! 재밌네! 재밌어! 아주 타고 난 이야기꾼이야, 이 친구!”


편방주가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맹주와 장문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더 궁금한 건 없으시지요? 안 믿으니 궁금한 게 있을 리가 없겠지만.”


대행이 합장 하며 부인했다.


“아미타불.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네. 불가에서도 악업을 짓고 탐욕에 물들면 윤회의 쳇바퀴에서 낮은 금수의 몸을 얻게 될 것이며, 깊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면 윤회를 벗어나 높은 차원의 세상으로 올라서게 된다고 하네.”

“오오! 불교가 그런 거였어요? 대박이네!”


편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사실 나도 반쯤은 믿고 있다고. 그 때 그 자를 내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 그 놈이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했을 때야 반신반의 했지만 지금 내 눈 앞에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믿어야지 뭐.”

“아! 역시 어르신들은 다르네!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얘길 해도 안 믿어 주더라니까요!”


로운이 취소연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로운이 말한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거라는 걸 취소연이 모를 리 없었다.


“저도 이젠 믿어요. 거짓을 말 할 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제 와서? 그렇게 사람을 의심해 놓고?”


취소연이 일어나더니 허리를 깊이 숙이며 절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려요. 아직 강호 경험이 적어 진실을 바로 보지 못했어요.”


갑자기 예의를 갖추고 나오자 머쓱한 로운이 손을 저었다.


“어.... 이렇게 절까지 할 건 아니고. 지금이라도 믿어주면 그걸로 됐지 뭐.”


맹주가 두 사람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헌데 그 찾아야 할 물건이 뭔지 모른다고 했지 않소. 그런데 이 넓은 세상에서 어찌 찾을 생각인 게요?”

“그니까요. 일단 편방주가 말한 그 사람을 찾아봐야지요. 근데 그 사람이 뭘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까요? 처음 보는 이상한 물건이라던가.”


편방주가 수염 밑을 살살 긁으며 기억을 더듬었다.


“글쎄...... 특별한 건 없었던 거 같고. 다리를 절룩이니까 지팡이는 하나 짚고 있었지.”

“지팡이요? 어떤 건데요?”

“어? 그러고 보니 뭘로 만든 건지 모르겠네. 붕대 같은 천으로 칭칭 감아놨더라고.”


편방주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맹주가 생각난 듯 물었다.


“대협이 가진 무기가 독특하다고 들었소이다. 결례가 아니라면 한 번 보여 주실 수 있겠소?”

“아~ 단봉이요? 뭐 보고 싶으시다면야.”


로운이 뒷춤에서 단봉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단봉을 본 세 사람의 눈에 번뜩 안광이 스쳤다.

눈빛을 이글거리며 아무 말도 없이 단봉만 바라보고 있었다.


“왜들 그러십니까? 뭔 문제 있어요?”


맹주가 대답 대신 손을 내밀어 단봉을 집었다.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이리저리 면밀하게 단봉을 살폈다.


“무엇으로 만든 건지 알 수가 없군. 단단한 쇠붙이로 만든 것이긴 하나 일반적인 강철은 아니고 만년한철이나 북해신강도 아닌 듯 하이.”


맹주가 로운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로운도 그게 뭘로 만든 것인지는 알고 있지 않았다.


“싸부들이 준 겁니다. 나도 뭔지는 몰라요.”


편방주가 맹주 손에서 단봉을 받아 들면서 말했다.


“이거 하고 비슷한 걸 우리가 봤거든. 딱 요놈처럼 새까맣게 생겼는데 길이는 훨씬 더 길지. 마교 교주의 신병이기!”


그 말을 들은 로운이 취소연을 돌아보았다.


“맞다! 너도 저번에 이거 보고 교주하고 무슨 관계냐며 난리를 쳤잖아. 그래서 그랬던 거야? 마교 교주가 똑같은 걸 들고 있다고?”


취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똑같네! 똑같아! 크기만 작지 마교 교주 놈 일월신주하고 똑같아, 앗! 뜨거라”


단봉을 이리저리 살피던 편방주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단봉을 냅다 팽개쳤다.


- 떵!


편방주는 화상이라도 입은 듯이 단봉을 쥐었던 손을 파닥파닥 흔들어댔다.


“우왓! 뭐야! 손 다 디었네! 아우 뜨거라!”


탁자 위로 떨어진 단봉은 온몸을 떨며 미친 듯이 울고 있었다.


- 지이이이잉----


“저거 지금 주인을 알아보는 거여? 내가 만졌다고 저러는 거야?”

“그건 아닙니다. 저도 몇 번 당했거든요. 갑자기 전류가 흐르고 저렇게 떨더라구요.”

“전류?”

“아! 모르겠구나, 전류나 전기, 그게 뭐냐면 비 오는 날 벼락 칠 때 있죠? 나무에 벼락 떨어지면 새까맣게 타버리잖아. 그게 바로 전기인데...... 하~ 이걸 설명하려니까 더 복잡해지네.”

“오오! 알겠네! 자네는 벼락을 마음대로 부린다는 것 아닌가? 그야 말로 대단한 무공일세!”

“아... 그건 아니구요. 어쨌거나 저 단봉이 왜 저러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른단 얘깁니다. 싸부들한테 배울 때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거든요.”


떨림을 멈춘 단봉을 집어 들면서 로운이 말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맹주가 물어 보았다.


“허면... 공통된 상황이 있거나 하지 않았소? 일정한 시간마다 단봉이 울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만졌다거나 하는?”

“글쎄... 특별한 건 없는 거 같은데.....”


갑자기 뭔가 생각 난 듯 취소연이 소리쳤다.


“아! 혹시 그거 아닌가요?”

“뭐? 그게 뭔데?”

“지난 번 저희 앞에서 그랬을 때, 그리고 지금. 두 번 모두 마교 교주의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교주? 아! 맞네! 교주 얘기했네! 그렇다면.....”


로운이 단봉을 눈앞에 들어 올리더니 사람한테 말하듯 또박또박 말했다.


“교주! 교주! 마교 교주! 일월교 교주!”


단봉은 들은 체 만 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에이~ 혹시나 했는데 아니네, 대체 뭔지. 어쨌거나 그 친구도 한 번 만나봐야겠네, 교주. 내 단봉하고 비슷한 거라면 뭔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단봉을 다시 뒷춤에 채우면서 말했다.


“일단 편방주가 봤다는 사람 찾으면서 교주도 한 번 만나보고.... 아, 그거 뭐랬지? 교주가 갖고 있다는 무기?”

“일월신주라고 해요”


그 순간 로운이 비명을 지르며 팔딱팔딱 뛰었다.


“우앗! 또! 으아앗!”


뒷춤에 끼우려던 단봉이 바닥에 떨어져 다시 징징대며 울고 있었다.


“대체 또 저게 왜 울고 있는 거요?”


편방주가 물었다.

순간 로운의 머리 속에 생각 하나가 진짜 벼락처럼 스쳐갔다.


“잠깐! 다들 기다려 봐요!”


잠시 후 단봉이 다시 떨림을 멈추었다.

로운이 바닥에 놓인 단봉을 내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일월신주!”

낙장불입.jpg


작가의말

522 - 인류 최후의 날.


SF가 가미된 좀비물입니다.


https://novel.munpia.com/36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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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바람의 도, 폭우의 검, 풍도우검 율리납 +2 23.06.15 72 5 9쪽
37 <37> 단봉이 네비게이션이었다. +2 23.06.14 77 3 9쪽
36 <36> 취소연의 가슴이 내 등에 전하는 말 +3 23.06.13 80 3 10쪽
35 <35> 초보형사 이로운 군웅맹 맹주가 되다 +4 23.06.12 76 4 10쪽
34 <34> 주화입마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니. +3 23.06.09 75 3 10쪽
33 <33> 꿈 속에 본 그녀 +5 23.06.08 80 4 10쪽
32 <32> 이 순간, 이 곳의 결정권자는 나! +2 23.06.07 80 4 9쪽
31 <31> 이로운의 한계 돌파 +3 23.06.06 89 4 9쪽
30 <30> 낙장불입 VS 금룡파천 +6 23.06.05 86 4 9쪽
29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5 23.06.02 87 5 9쪽
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27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1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23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3 4 9쪽
22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99 4 10쪽
»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7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19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2 5 10쪽
18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7 6 10쪽
17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0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4 3 10쪽
15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4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1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4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3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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