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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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7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6.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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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36> 취소연의 가슴이 내 등에 전하는 말

DUMMY

*


봄날도 아닌데 파란 하늘 배경으로 싱그러운 초록이 날아다니는 현장.

먼데서 보면 아름답기까지 했지만 가까이서 보면 처참했다.

여기저기 나자빠진 초록 옷의 녹령기 무사들은 모두 한 대 씩 맞아 코피가 어딘가 터지거나 어딘가 부러져 있었다.


“비키라고 했다. 비키면 아무도 안 다쳐. 야! 비키라 했지?”


- 퍽! 퍼억! 퍽!


로운이 아무리 비키라 해도 녹령기 교도들은 죽자고 달려들었다.

적을 두고 피했다가는 적보다 더 성질 더러운 기주한테 터질 게 분명했으니까.

일 없이 기주한테 당하기보단 일단 적과 한 번 붙어보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찍어먹어 볼 때는 된장이기를 바라는 일말의 기대라도 있지만 똥이란 걸 깨닫는 순간 후회만 남는 법.


로운한테 당한 녹령기 교도들의 심정이 딱 그랬다.

쳐맞고 나자 찍어 맛보지 않았어야 했다는 걸 깨달았다.


딱 한 대씩이었고 죽지는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고통은 죽을 만큼 아팠다.


“으으윽.... 막아! 어떻게든 막아!”


먼저 나서다 맞은 놈들이 고함을 질렀다.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 나는 이미 당했으니까 뒷일은 너희가 책임지라는 그런 생각. 그랬다가 쳐 맞아도 나는 모른다는 생각.

딱 성질 더러운 녹령기주의 부하다운 생각이었다.


“웬 놈이냐! 감히 여기가!”


야초귀가 나타나자 녹령기 교도들이 좌우로 물러나며 길을 열었다.

마구잡이로 때려 뉘이며 내려오던 로운이 잠시 멈춰 야초귀 앞에 섰다.


“너냐? 여기 대장이?”

“맞아요. 저 자가 녹령기주 야초귀 유율극이예요. 성정이 날카로운 데다 독공을 익힌 자라 더더욱 조심하셔야 해요.”


소연이 먼저 나지막하게 얘기해 주었다.

귀가 밝은 유율극은 그 말을 다 들었다.


“성정이 날카롭다기 보다 예리하다고 해야지. 또한 본좌의 무공인 독초섬전장은.......”


거만하게 자신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데 갑자기 로운의 모습이 사라졌다.


사라졌다 싶은 찰나 갑자기 시야가 검게 변했다.

그 시커먼게 눈 앞에 다가온 로운의 발바닥이란 걸 알 리가 없었다.


- 뻐억---!


안면에 엄청난 충격.


유율극의 몸이 허공으로 날았다. 녹령기의 무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부하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자세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큰대자로 하늘을 보며 허공을 날아가면서 콧구멍에서 새빨간 피가, 입에서는 몇 개의 치아가 함께 날았다는 거.


날아차기였다.

흔히 태권도의 이단 옆차기라고 알고 있는 바로 그 기술.


물론 유율극은 그게 뭔지도 몰랐다.

로운이 움직였다 싶은 그 순간 바로 당했으니까.


- 쉬이익--!


소리가 충격보다 늦게 왔다. 얻어맞고 몸이 뒤로 날아갈 때에야 로운이 날아차기로 공기를 찢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 콰다....드드득!


그나마 다행인건 졸개들처럼 나뒹군 것은 아니라는 거였다.

큰대자로 날아가다가 겨우 균형을 잡고 착지했다. 물론 두 발이 바닥을 끌면서 한참이나 밀려났지만 그래도 볼썽사납게 뻗어버린 건 아니었다는 거다.


“으윽.....! 네..... 이......노....”


겨우 멈춘 유율극이 손가락으로 로운을 겨누며 무언가 말을 하려 했다.


“어? 제법이네? 대장이라고 버티는 거냐?”


로운의 말을 유율극은 끝까지 듣지 못했다,

로운을 가리키던 유율극의 손이 점점 하늘로 향했다. 몸이 뒤로 스르륵 넘어가더니 결국 콰당 쓰러지고 만 것이다.

딱 그 정도였다. 한 방에 나가 떨어진 녹령기 부하들과 다르게 착지 하고 몇 초를 더 버티는 정도.


소격동을 빠져나온 뒤로 로운이 마음먹은 게 있었다. 절대절명의 순간이 아니라면 두 번 다시 낙장불입은 펼치지 않겠다는 것. 또한 단봉도 꺼내지 않겠다고 결심한 거다.


그 둘의 위력은 자신이 생각 했던 것 보다 훨씬 강력했고 때문에 예상을 벗어나는 피해가 생겼다.

휘 생각을 하면 다 때려잡고 싶지만 대한민국 경찰의 본분을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되었다.

낙장불입을 쓰거나 단봉을 꺼내는 건 최대한 자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대신 녹령기 교도들을 상대로 실험을 해 보았다.

어릴 때부터 배웠고 군 시절에 2단을 딴 태권도. 무공이니 뭐니 생각하지 않고 태권도만 염두에 두고 녹령기를 상대했다.


그게 통했다.

정권 찌르기와 손날치기 정도는 물론이고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가 완벽하게 들어갔다.

오른손과 왼발을 접어줘도 올림픽 금메달은 쉽게 딸 거 같았다.


거기다 마지막으로 야초귀한테 펼친 날아차기.

부천 석약사한테 시도했다가 사수 강경훈을 날려버린 그 이단옆차기.

비운의 그 순간, 죽을 때 까지 이불킥 할 그 참담한 기억.

그런데 그 트라우마를 단번에 극복해 버렸다.

쭉 내민 왼발이 유율극의 안면에 적중했을 때는 발 끝에서 똥꼬까지 째릿한 희열이 느껴졌다.


야초귀가 이빨과 정신을 동시에 잃고 쓰러지자 더 막아 설 자는 없었다.

녹령기 교도들은 쓰러진 야초귀를 돌보는데 급급했고 로운과 취소연이 다가오면 거리를 두고 슬금슬금 물러났다.


어차피 그 둘을 놓쳐도 자신들을 닦달 할 야초귀는 뻗어 누웠다.

본교에서 잘못을 따져도 책임자는 야초귀인데 그가 뻗어 누웠다.

녹령기의 살아남은 교도들은 모두 야초귀가 뻗어 누운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 사이를 지나가는 로운을 보면서 속으로 감사의 감정마저 들었다.


*

소격동의 지밀원 39호는 으슥한 곳에 숨어 하늘을 살피고 있었다.

소격동 안에 다른 지밀원 요원은 찾지 못했지만 몰래 소격동을 탈출하는 로운을 확인한 그는 이제 마지막 희망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그 희망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하늘에서 올 것이다.

비록 몸은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해도 자신이 취득한 정보는 원주한테 보낼 수 있다는 희망.


초조하게 한나절을 기다렸다.

거의 포기해야 하는 그 순간에 하늘에 검은 점 하나가 나타났다.

빙글빙글 돌던 점이 하강하기 시작했다.


39는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잠시 후 소격동으로 강하한 매 한마리가 39의 팔뚝 위에 내려 앉았다.


“삼구! 와줬구나!”


지밀원의 요원들은 모두 자신만의 동물을 하나 이상 키운다.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거의 한 몸이라고 할 정도로 교감을 나누어야 지밀원주로부터 인정받는다.

보통은 매와 담비를 많이 이용했다.


39도 매를 선택 했다. 이름은 삼구.

39가 소격동 안으로 들어간 뒤 계속 그의 행방을 찾던 삼구가 드디어 주인을 찾아낸 것이다.


잠시 뒤 삼구는 발목에 작은 천조각을 묶은 채 다시 하늘로 비상했다.

천조각에는 39가 얻은 정보들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그 중에는 로운의 안위를 흔들 수 있는 중요 정보가 들어 있었다.


- 이로운. 내공과 무공 수준 측정 불가. 약점은 격장지계. 제갈휘에 대해 이야기하면 순간적으로 실신함. 이유는 불명하나 현상은 확실함.


삼구는 39한테 인사라도 하는 듯 상공을 몇 바퀴 크게 선회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곧바로 지밀원주가 있는 곳으로 날아갈 것이다.


*

“업혀!”


로운이 소연한테 등을 내밀었다.


“어머! 괜찮아요, 저”

“내가 안 괜찮다고. 느려터져서 답답해. 놈들이 추격해 오면? 나 또 힘들게 할래?”


반박할 수 없다. 취소연의 보법도 누구한테 뒤지지는 않았고 로운의 내공을 나눠받은 이후 더 빨라졌지만 그래도 로운의 보법을 따라 잡을 수는 없었다.

녹령기가 뚫렸다는 소식은 곧 불령산 일대에 포진하고 있는 다른 마교 교도들한테 전해질 것이고 그렇다면 전력을 다해 주격 해 올 것이니까.


뭐 처음 업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소격동으로 올 때 업혔다. 그때 느꼈던 그 따뜻한 느낌. 아빠의 등과는 다르면서도 너무나 편안했던 기억. 그러면서 끓어오르던 내공까지 안정되었던 그 때.


한편으로 무안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 때 그 느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었다.


취소연은 주저하며 로운의 등에 살짝 몸을 실었다.

로운이 벌떡 일어났다.


온갖 감정에 휩싸인 취소연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그런데!

그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로운한테 전해졌다.

좀 더 물리적이고, 좀 더 육체적이며 좀 더 야한 감정으로,

뭉클하게!


‘헉! 뭐지? 등에 닿는 이 뭉클하고 따뜻한 느낌은...? 뭐긴 뭐겠냐. 취소연의.... 가, 가, 가슴’


좀 전에 보았던 엉덩이가 아무래도 문제였지 싶었다.


살면서 이로운이 가장 친했던 가슴은 닭가슴 뿐이었다. 경찰로서 단단한 몸을 만들겠다고 아침 저녁으로 먹어치웠던 닭의 가슴. 그 지긋지긋한 닭가슴살을 보면서


‘너와 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이겠구나. 경찰 생활 하는 한에는.... 젠장!’


그랬더랬는데.....


여기서, 알 수 없는 세상, 무림이라는 낯선 세상에서 진정한 ‘가슴’을 느꼈다.

닭이 아니라 인간의, 여성의, 취소연의 가슴을.


단순히 물컹한 소연의 가슴만 아니라 그 가슴이 지금 두근두근두근두근 격렬하게 박동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그렇다면....... 지금 이 두근거림의 의미는?

그녀의 가슴은 내 등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때론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할 때도 있다.

물론 그것도 머리이긴 머리인데 허리 아래쪽에 있는 머리가 먼저 반응할 때가 있다.

물론 남자에 한해서.


- 불끈!

낙장불입.jpg


작가의말

인간식량! 좀비 인류 멸망의 날


외계에서 온 522기 의문의 비행물체

그것들이 착륙한 지 20년 후

5월 22일.

인간이 좀비가 되고....


수원 블루스타즈의 신예, 축구선수 빽또라이 백다운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https://novel.munpia.com/36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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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취소연의 가슴이 내 등에 전하는 말 +3 23.06.13 80 3 10쪽
35 <35> 초보형사 이로운 군웅맹 맹주가 되다 +4 23.06.12 76 4 10쪽
34 <34> 주화입마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니. +3 23.06.09 75 3 10쪽
33 <33> 꿈 속에 본 그녀 +5 23.06.08 80 4 10쪽
32 <32> 이 순간, 이 곳의 결정권자는 나! +2 23.06.07 80 4 9쪽
31 <31> 이로운의 한계 돌파 +3 23.06.06 88 4 9쪽
30 <30> 낙장불입 VS 금룡파천 +6 23.06.05 86 4 9쪽
29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5 23.06.02 87 5 9쪽
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27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0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23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2 4 9쪽
22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98 4 10쪽
21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6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19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1 5 10쪽
18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6 6 10쪽
17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0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4 3 10쪽
15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4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1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4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2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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