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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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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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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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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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DUMMY

*


지밀원 추격조가 로운을 놓치는 바람에 어부리지로 공을 세울 수 있게 된 곳이 외진각이었다.


로운과 헤어지자마자 관은 음양공을 운용해 노인의 모습, 관쌍으로 돌아왔고 로운과 벽자룡을 내내 추격해 왔던 것이다.


로운이 얼마나 빠른지를 이미 겪어 본 관쌍은 단박에 로운을 포기하고 벽자룡을 선택했다.

추격을 들키지 않을 확률도 로운 보다 벽자룡 쪽이 훨씬 유리했다.



*

수많은 일월교도들이 마차를 추격중인 지밀원의 연락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관쌍이 그들과 헤어졌기 때문에 일단 현 위치에서 대기하라는 명이 도달했다.

은밀하게 이동 중이던 외진각주 설파혼과 부각주 효지림도 일단 객잔에 짐을 풀었다.


설파혼은 효지림의 등에 손을 대고 그녀의 내공 원력을 느껴보고 있었다.

로운의 내공을 받고 갑자기 상승한 내력의 근원을 파악하고자 하는 거였다.


벌써 몇 번이나 시도해 보았었다.

하지만 그 어떤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설파혼의 깊은 무공 식견으로도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내공이었다.


인간이 수련을 통해 축적할 수 있는 내공 그 위의 내공.

말하자면 거대한 장강 물에 잡스런 나뭇조각 하나 떠 있지 않은 순정 그대로의 내공이었다.


몇 번이고 효지림의 내공을 느껴보고 분석해 보았지만 이것은 인간의 경계 밖에 있는 신의 내공이 아닐까 할 정도였다.


효지림은 그 내공의 힘을 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 내공을 얻는다 해도 육 할 이상 운용할 자신이 없었다.


교주라면 팔 할 정도는 쓸 수 있을까?


그래서 설파혼은 시간이 날 때 마다 효지림을 앉혀 놓고 그 신비한 내공을 운용해 보고 있는 것이다.


그를 꼭 만나보고 싶었다.

만나서 일전을 다퉈보고 싶었다.


냉야탄을 죽음까지 몰아간 인물, 효지림을 단숨에 무릎 꿇린 뒤 다시 살려낸 인물.

이제 갓 약관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다는 그 자가 강호 무림을 활보하는 있는 한에는 수십 년 만에 되찾은 일월교의 승리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없을 테니까.


설파혼이 효지림의 등에서 손을 떼며 물었다.


“단봉을 쓴다고 했지?”

“네. 말씀드린 대로 교주님의 신물과 너무 흡사해서 놀랐어요.”

“교주님은 그 신물이 어디서 온 건지 말씀 하신 적이 없지. 다만 신의 선물이라고 밖에는.....”

“맞아요. 그러셨지요.”

“허면 말이다.... 그게 정말 같은 물건이라면 그도 역시....”

“네? 아....!”


이로운, 그도 신의 반열에 있다는 뜻이 된다.


잠시 생각을 하던 효지림이 배시시 웃었다.


“그건 아니에요. 만약 그가 신이라면 신 중에서는 가장 덜 떨어진 신일 거에요. 이름 붙이자면.... ‘자격미달신’?



*

자격미달이라해도 로운은 진짜 신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완전히 모든 힘을 다 쏟은 건 아니었다.

등에 업고 있는 취소연이 불편하지 않게 바짝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최고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비록 육신은 수면 상태였지만 정신은 그대로 살아 있는 취소연도 이미 그걸 느끼고 있었다.

로운이 자신을 배려하고 있는 것을.


‘버릇 없고 제멋대로에 이상한 소리만 하는 사람이지만.... 근본이 따뜻한 사람이야.....’


자신이 위기에 처하자 아낌없이 내공을 쏟아 구해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또 자신을 구하려고 군웅맹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자신을 등에 업은 채.

의협심이 깊은 협객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도와 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길게 생각하지 않고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등에 업혀 있는 자신이 불편할까 봐 섬세하게 배려까지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로운.... 이 사람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결코 적은 게 아니야. 아니 생명의 은인이니 그 무엇으로도 헤아릴 수 없겠지.’


처음 업혔을 때는 마음이 불편했다.

어린 날 아버지의 등에 업혔던 아득한 기억 뒤로 남자의 등에 업힌 것은 처음이었다.

비록 혈도가 눌려 몸이 느끼는 감각은 미약했지만 마음은 편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등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등에서 느꼈던 그 아늑함이 되살아났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가 배려하는 감정이 육체로 이어진 것인지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묘한 기운이 그녀의 몸을 감싸주는 느낌이 들었다.


온 힘을 다해 운기조식을 할 때 보다 훨씬 더 내공이 안정되고 있었다.

몸을 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로운의 내공이 그녀 안에 들어온 내공과 호응하며 정돈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 사람한테 받은 게 너무 많아....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로운이 무섭게 달리고 있는 중에도 취소연은 아빠 등 같은 아늑한 느낌에 진짜 잠이 들 거 같았다.


반대로 로운은 신경이 칼날처럼 곤두 서 있었다.

등에 업힌 취소연 신경 쓰랴, 최대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힘껏 달리랴, 무엇보다 색깔과 숫자로 길을 찾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놔! 아까 무슨 색깔이었지? 색깔 한 바퀴 돌고 두 번 째니까 황! 노란색 맞네, 맞아! 숫자는 7인데.... 어라? 7이 뭐더라? 이건가? 아우 7(七)하고 9(九)하고 햇갈려!”


취소연은 혈도를 풀어내고 가르쳐 줄까 싶었지만 마음을 바꾸었다.

어차피 자신이 깨어난다 해도 속도를 맞추어 달릴 수 있지도 않을 뿐더러 업혀 있는 것도 더 불편해질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좋았다.

이 사내의 등이 주는....


*

다시 몇 시진을 더 달리자 작은 강이 나타났다.


“뭐야? 강을 건너란 거야 말라는 거야?”


주위를 훑어보던 로운은 조금 위쪽에 작은 조각배를 발견했다.

조각배로 다가가자 뱃전에도 군웅맹의 거기에도 표식이 있었다.


“녹색에 삼! 맞네! 그럼 이 배를 타라는 건가?”


로운이 배에 오르자 갑자기 배가 혼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류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어? 뭐야? 이게 왜 혼자 움직이지?”


조각배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돛도 없고 노도 없는데! 이 시대에 엔진이 있을 리도 없고. 우와! 이런 시대에 이런 게 있어? 이거 알아내서 특허 내면 인생 대역전 로또 당첨인데!”


강을 거슬러 오르는데도 조각배는 점점 빨라졌다.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곳곳에 튀어나온 바위들 틈을 잘도 빠져나가면서.


“우왓! 달려라, 달려! 우와아~ 시원하다!”


마치 놀이동산 후룸라이드라도 탄 듯이 신이 나서 고함을 질러댔다.

그런 로운의 모습에 취소연도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소리는 나지 않지만 속으로.


한참 신나게 달리던 로운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앞쪽에 거대한 폭포가 나타난 것이다.

조각배는 멈추지 않고 폭포를 향해 달려갔다.

마치 폭포를 거슬러 올라갈 자신이 있다는 듯이.


“뭐야? 멈춰! 멈추라고! 야! 앞에 폭포라고, 폭포! 저기 폭포 안보여?”


조각배가 눈도 없이 달리니까 귀도 달렸다고 생각한 걸까?

로운은 조각배한테 멈추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배는 점점 더 속도를 올려 폭포를 향해 달렸다.


폭포의 굉음이 귀를 때리며 거대한 폭포가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다.


로운이 다급히 업고 있던 취소연을 돌려 품에 안았다.

취소연을 온몸으로 보호하듯 감싸 안는 순간, 조각배는 그대로 폭포를 향해 뛰어들었다.


*

폭포 뒤쪽은 절벽이고 조각배는 부딪혀 산산조각이 날 거라 생각했다.

때문에 로운이 다급히 취소연을 품에 안고 온몸으로 보호한 것이다.


절벽에 부딪친다 해도 죽거나 다치지는 않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겪어본 바로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프기는 겁나 아프겠지만 견뎌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오로지 취소연을 보호하는데 온 신경을 모았다.


온몸에 힘을 바짝 모으고 충격에 대비했다.


- 콰아아---


그런데 충돌도 고통도 없었다.

엄청난 폭포수에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조각배는 폭포를 뚫고 들어가 계속 달리고 있었다.


“뭐야? 폭포 뒤에 이런 곳이 숨어 있었어! 세상에! 이런 어마어마한 동굴이!”


동굴이었다. 기다란 동굴 속으로 구불구불 강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쩐지! 혼자서도 움직이는 똑똑한 조각배가 폭포 절벽을 죽자고 들이박을 리가 없지!”


조각배는 동굴 속에서도 길을 알고 있는 듯 빠르게 움직였다.

갈림길이 나타나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길을 찾아 나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동굴 속을 달리고 나자 저 멀리 환하게 빛이 보였다.

동굴 밖으로 나가는 곳이었다.


“어? 다 온 건가? 대체 어디론 온 거지?”

“여긴 불령산 안에 있는 소격동이예요.”

“아~ 불령산 소격동! 너희들 본거지?”

“네. 맞아요”


대화를 하던 로운의 눈이 화들짝 뒤집어졌다.

자신이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취소연이란 걸 깨달은 거다.


“으엑! 너 뭐야? 니가 왜 대답을 하고 있어?”

“물어 보셨잖아요. 여기가 어딘지.”

“아니! 혼잣말 한 거고.... 근데 지금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너 언제 깬 거야?”

“조금 전에 혈도를 풀었어요.”

“괜찮은 거야? 운기조식 안하고 있어도?”

“이제 다 왔잖아요. 그리고 많이 좋아졌어요.”

“엥? 벽자룡이가 시간 지날수록 나빠진다 했는데? 어떻게 좋아진 거지?”

“아! 그건..... 고마워요.”

“뭐야? 뜬금없이 고마운 건 또 왜?”

“업혀 있는 동안 대협의 내공에 영향을 받았나 봐요. 그리고 또.....”


고마운 일들이 참 많았지만 차마 말로 꺼내기는 부끄러웠다.


‘여기까지 업고 와 준 거... 업고 있는 동안 날 배려해 준 거.... 폭포 뚫고 올 때 안아서 보호해 준 거...’


취소연은 말을 잇지 못하고 살짝 얼굴만 붉어졌다.

낙장불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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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바람의 도, 폭우의 검, 풍도우검 율리납 +2 23.06.15 72 5 9쪽
37 <37> 단봉이 네비게이션이었다. +2 23.06.14 77 3 9쪽
36 <36> 취소연의 가슴이 내 등에 전하는 말 +3 23.06.13 80 3 10쪽
35 <35> 초보형사 이로운 군웅맹 맹주가 되다 +4 23.06.12 76 4 10쪽
34 <34> 주화입마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니. +3 23.06.09 75 3 10쪽
33 <33> 꿈 속에 본 그녀 +5 23.06.08 80 4 10쪽
32 <32> 이 순간, 이 곳의 결정권자는 나! +2 23.06.07 80 4 9쪽
31 <31> 이로운의 한계 돌파 +3 23.06.06 88 4 9쪽
30 <30> 낙장불입 VS 금룡파천 +6 23.06.05 86 4 9쪽
29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5 23.06.02 87 5 9쪽
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27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1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23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3 4 9쪽
22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98 4 10쪽
21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6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2 5 10쪽
18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6 6 10쪽
17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0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4 3 10쪽
15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4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1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4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3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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