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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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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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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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DUMMY

*

세 줄기 광채였다.

은빛의 광채가 먼저 사방을 뒤덮었고 좌측에는 붉은 빛이, 우측에는 흑백으로 뒤섞인 광채가,


외진각주 설파혼과 부각주 효지림과 관쌍이었다.


동시에 커다란 배가 물살을 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마교의 인물들이 잔뜩 올라 타 있는.


빛줄기는 허공을 뛰어넘어 나루터 앞에 안착했다.


맹주와 설파혼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마주 섰다.


맹주의 곁에는 대행과 편하직이 서 있었고 설파혼의 좌우에는 효지림과 쌍관이 서 있었다.

맹주의 뒤에는 일백 팔 명의 군웅사상팔괘진이 펼쳐져 있었고 설파혼의 뒤에는 암행귀 야율과 창해귀 벽리산, 그를 따르는 흑령기와 청령기의 무사들이 배에서 내려 뭍으로 오르고 있었다..


주위를 휘이 한 번 둘러 본 설파혼이 먼저 입을 열였다.


“역시 중원은 다르군요. 이렇게 은밀하면서도 아름다운 곳이 있을 줄이야. 저는 어디선가 찬 밥을 먹으며 복수의 칼을 갈고 있을 줄 알았지 이렇게 좋은 곳에서 휴양하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예의를 갖춘 조롱이었다.

편방주가 발끈하며 나서려는데 대행이 슬쩍 손을 내어 막았다.


“세상 이치가 그렇습니다. 가장 은밀하고 안전한 곳이 달아날 길 없는 막다른 골목이 되기도 하지요.”


설파혼의 조롱 섞인 말에 맹주가 미소를 지었다.


“세상의 이치란 건 복잡하지 않네. 살아서 바른 길을 걷고 죽음을 만나면 피하지 않는 것. 그게 내가 아는 이치라네.”

“죽음을 만나면 피하지 않는다는 건 훌륭합니다, 헌데 살아서 바른 길을 걸었다고? 훗~ 너희들의 바른 길이 우리한테는 지옥이었거든.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편한 길을 가고 너희가 지옥 길을 걸어야 세상의 균형이 맞아지겠지.”


맹주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이 곳에 있는 인원은 군웅맹 전력의 전부인 상황, 하지만 마교는 점점 더 많은 숫자가 지원 올 것이다.

시간은 마교의 편인데 논쟁을 끌어가는 건 점점 더 불리해질 뿐이다.

답이 없는 논쟁 또한 사기를 떨어뜨릴 뿐이다.


맹주가 말 없이 허리춤 검에 손을 올렸다.

설파혼이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었다.


“약속하지. 지금이라도 검을 버린다면 무공만 폐하고 목숨은 살려 주기로.”


맹주가 철검을 철컥 뽑아 들었다.


- 툭.


검집이 옆에 떨어졌다.

목숨을 걸었다는 뜻.

그것이 맹주의 대답이었다.


설파혼이 떨어진 검집을 잠시 보더니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 쓰릉


악기처럼 맑은 소리와 함께 은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출구 봉쇄해라! 단 하나도 살려 보내지 말지어다!”

“일월성신! 존명파사!”


마교의 수하들이 무기 뽑아 들며 소리 높여 주문을 외웠다.

군뭉맹의 무사들도 모두 무기를 꺼내 들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맹주와 설파혼 중 한 명이 움직이는 순간 이곳은 피와 살이 튀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지옥의 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맹주도 설파혼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상대한테 먼저 공격하라는 듯.


그건 일종의 자존심 문제였다.

승패를 떠나 하수한테 선수를 양보하는 건 고수의 명예였으니.


둘 다 서로의 눈만 노려보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머리 속에서 수 없이 많은 초식을 겨루고 있었다.

선제 공격을 어떻게 막고 어떤 초식으로 어디를 역습할 것인지.


금방이라도 얼음장처럼 쨍하고 갈라져 버릴 듯한 긴장을 깬 건 맹주도 설파혼도 아닌 로운이었다.


“어~ 은갈치씨!”


갑작스런 로운의 부름에 설파혼이 움찔하고 맹주도 주춤했다.


팽팽한 긴장 끝에 하마터면 서로 검을 찔러갈 뻔 했지만 로운이 설파혼을 부르며 둘 사이로 슬쩍 끼어들었기 때문에 그런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설파혼이 로운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효지림과 관쌍이 동시에 설파혼한테 전음으로 얘기했다.


‘그 사람이에요!’

‘그 놈입니다!’


둘의 얘기가 아니라도 설파혼은 이미 눈앞의 사내가 이로운이란 걸 파악하고 있었다.

효지림의 얘기처럼 내공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고, 관쌍의 보고처럼 처음 보는 보법으로 맹주와 자신의 사이에 뛰어든 사내.


아무래도 깊이를 알 수 없다는 이 사내가 오늘의 군웅맹 토벌전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나는 설파혼, 일월교 외진각주라네. 자네가 이로운이라는 자인가?”

“아, 벌써 얘기 들었어? 어이, 거기 두 사람 또 만났네?”


이로운이 씨익 웃으며 설파혼의 어깨 너머 효지림과 관쌍한테 손을 살짝 흔들었다.


효지림은 반가움에 미소를 지을 뻔 했지만 얼른 입술을 깍 깨물고 웃음을 참았다.

반대로 관쌍은 금방이라도 판관필을 뽑아 들고 달려들고 싶었으나 꾹 눌러 참은 건 각주의 명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이로운을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얘기 들었으니까 알겠네. 난 군웅맹 손님이지만 마교, 아니 일월교하고 크게 원수진 일은 없거든. 그건 니 부하들이 잘 알 거다.”


로운이 다시 효지림과 관쌍을 보면서 말했다.


“야, 효지림 너 내가 살려줬지? 관쌍인가 뭔가 너도 내가 꿀밤으로 봐줬잖아 그치?”

“그래서?”


설파혼의 표정은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단 한 명도 살려서 보내지 말라면서? 나는 여길 나갈 생각이거든. 당연히 살아서.”


그제야 설파혼이 예의 입꼬리를 비틀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널 고이 보내 달라는 거냐? 살려서?”


설파혼의 그 비릿한 미소가 로운을 자극했다.

창백한 낯빛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 야비한 미소를 보자 로운의 마음이 뒤틀렸다.


그래서 생각지도 않은 대답을 꺼냈다.


“아니, 살아 나가는 건 내가 알아서 할 거고. 너는 헛소리한 거 사과하라고. 당장 무릎 꿇고!”


설파혼의 눈동자가 아주 잠깐 흔들렸다.

이내 평정을 찾은 설파혼이 실소를 흘리며 물었다.


“지금 내가 들은 말이 맞나?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다시 말해 줘? 내 앞에 당장 무릎 꿇고 빌라고 했거든!”

“하아~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했네. 군웅맹 쪽에 서서 우리와 싸우겠다는 거.”

“귓구멍에 전봇대 박았냐? 말을 왜 못 알아들어! 군웅맹이 왜 나오냐고? 이건 나하고 너하고 문제야. 헛소리를 했으니 사과 하라고. 싫으면 좀 쳐 맞던가.”


누가 봐도 억지였다.

맹주도 이로운이 군웅맹 측에 서서 일월교와 싸우겠다는 의미로 받아 들였다.


“대협. 뜻은 고마우나 물러나 주시오.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 쓰러지더라도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할 것이니. 그것이 진정 우리를 돕는 길이외다.”


설파혼이 콧방귀를 뀌었다.


“거 봐. 중원 놈들은 이렇다니까. 곧 목이 떨어질 상황에서도 명분과 명예만 따지지. 우리처럼 자기 살 베어 먹고 자기 피 받아 마시며 견뎌온 자들이 어떤지 전혀 모르거든.”


이어서 맹주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교주한테 참살 당한 제 애비하고 똑같다니까. 명예롭게 죽으리라! 이딴 소리나 지저귀지. 어린 새 새끼처럼!”


순간 맹주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아버님 취학명의 심장이 교주의 단봉에 뚫리던 그 순간이 머리를 스쳐갔다.


- 츠팟~


맹주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 콰콰콰콰~


철검이 설파혼의 허벅지, 옆구리, 단전, 심장, 어깨로 이어지는 요혈들을 노리고 일곱 번의 변화를 숨긴 채 아래에서 위로 솟구쳤다.


- 쉬링~


설파혼은 반 보 뒤로 물러나며 은검을 흔들었다.

맹주의 철검칠변 초식을 모두 와해하면서 그 틈으로 은빛 섬광을 꽂아 넣었다.


- 까다다당~~~


어찌나 빠른지 움직임보다 검 부딪히는 소리가 느리게 퍼졌다.


맹주와 설파혼이, 철검과 은검이 엉켜 들었다.


"와아아---!"

"막아라!"

"모두 쳐 죽여!"


동시에 군웅맹과 마교의 인물들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소림 대행의 선장과 효지림의 적혈편이 어우러졌고 개방 편하직의 타구봉과 관쌍의 흑백 판관필이 뒤엉켰다.


일월교 야율과 벽리산은 각각 흑령기와 청령기를 이끌고 일백 팔 명의 군웅사상팔괘진 속으로 뛰어 들었다.


취소연과 벽리산은 진법 안에서 나아가고 물러나며 진의 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공세에 힘을 보탰다.


- 콰차차창-!

- 크아악!

- 우와와---!


조용하고 평화롭던 소격동은 이내 병장기 소리와 고함 소리, 비명과 탄식으로 가득 찼다.


느닷없이 시작되어 버린 양측의 치열한 전투.

그 와중에 끼어들 타이밍도 명분도 잃어버린 로운이만 멍하니 서서 피와 살이 튀는 격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맹주와 설파혼은 바닥에서, 강물 위에서, 허공에서, 마치 두 마리 맹금류처럼 부딪혔다 떨어졌다 하며 절초들을 뿌려 댔다.


철검이 공세를 취하면 설파혼의 목이 잘릴 듯 했고 다시 은검이 역공을 펼치면 맹주의 심장에 구멍이 날 것 같았다.


두 사람의 검은 실낱 같은 차이로 죽음과 삶의 경계를 아슬아슬 스쳐 지나갔다.


그걸 지켜만 봐야 하는 로운의 머리 속도 두 사람의 손속처럼 어지러워졌다.


'저러다 다 죽겠는데? 확 뛰어들어? 일단 그냥 지켜 봐? 아님 모른 척 그냥 빠져 나갈까?'

낙장불입.jpg


작가의말


외계에서 온 522기 의문의 비행물체
그것들이 착륙한 지 20년 후
5월 22일.
인간이 좀비가 된다.


수원 블루스타즈의 신예, 축구선수 빽또라이 백다운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https://novel.munpia.com/36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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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바람의 도, 폭우의 검, 풍도우검 율리납 +2 23.06.15 7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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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꿈 속에 본 그녀 +5 23.06.08 80 4 10쪽
32 <32> 이 순간, 이 곳의 결정권자는 나! +2 23.06.07 80 4 9쪽
31 <31> 이로운의 한계 돌파 +3 23.06.06 88 4 9쪽
30 <30> 낙장불입 VS 금룡파천 +6 23.06.05 86 4 9쪽
29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5 23.06.02 87 5 9쪽
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1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23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2 4 9쪽
22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98 4 10쪽
21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6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19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1 5 10쪽
18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6 6 10쪽
17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0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4 3 10쪽
15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4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1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4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3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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