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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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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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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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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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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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금의위 (3)

DUMMY

연병장에 말뚝을 박고 줄을 매는 것이 다인 비무대는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이번 무과시의 통제관으로 무과시를 이끌어 가는 도독첨사 차일우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단상 위에 함께 자리하고 있던 환관 봉어 천구가 물었다.


"차 대인,

비무 순서는 어찌 정하시렵니까?"


도독첨사 차우일은 환관을 잠시 바라보다 되물었다.


"천 공공,

어찌 그러시오?"


"통정대부 왕표성 대인의 셋째를 친위대에 들이라는 웃전의 명이 있었소이다. 비무에 떨어진다 해도 거두면 될 일이나, 그리되면 왕 통정대부의 체면도 그렇고 소관도 일을 그르치게 되니, 천 대인께서 순서를 조율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찌 조절하라는 말씀이시오?"


"무작위로 부르되 왕 대인의 자식을 뒤에 두면 되지 않을까 싶소이다."


도독첨사 차우일은 비록 봉어에 불과한 천구였지만, 환관 천구가 속해 있는 곳이 사례감이었으니, 굳이 사례태감의 뜻을 거스를 필요는 없다 여기고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 도독첨사 차일우가 환관 천구의 당부를 받아들이자, 친위대에서 나온 시험관 지휘사 하석금도 기회라 여겼는지 입을 열었다.


"차 대인,

우리 또한 부탁받은 자가 있소이다."


도독첨사 차일우는 친위대 소속 지휘사인 하석금과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단상 위에 있던 모두를 둘러보며 물었다.


"더는 없소이까?"


잠시 기다려도 더는 부탁의 말이 나오지 않으니, 다시 지휘사 하석금에게 물었다.


"하 대인께서 추천하는 자가 누구요?"


도독첨사 차우일은 부탁받은 자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었지만, 지휘사 하석금의 체면과 그 윗전을 생각해 추천하는 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어려운 부탁을 드리게 되어 죄송할 따름이나, 공부 각사낭중 권지채가 소생의 지친이온데, 아무래도 자식 놈의 일이다 보니 소생이 시험관에 든 것을 어찌 알았는지 은근한 당부가 있었습니다."


'네놈이 떠벌여 자랑하고 받아먹은 것이 있었겠지.'


"그렇소이까? 기왕 천 공공의 말씀이 계셨으니 그 둘을 뒤에 두도록 하겠소이다."


"차 대인,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권 각사낭중의 자식은 누구요?"


"권기태라 합니다."


"왕인섭, 권기태라, 알겠소이다."


도독첨사 차우일은 단상 앞으로 나와, 일천이 넘던 무리가 이제 오십으로 줄어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모두 들을 수 있었기에, 마지막 비무가 생사결로 치러지기에 바짝 긴장한 듯 보이는 응시자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는 일단 합격은 한 것 아니더냐? 비록 떨어지면 바로 군문으로 들여질 것이나, 너희들 정도라면 수년 안에 백호가 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잘 적응한다면 천호에 오를 수도 있으니, 어느 길이 출세가 빠를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본관이 이렇게 길을 열어 두는 것은 이제 치러야 할 시험은 생사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 출세를 위해 무과시에 응시한 것이 아니더냐? 지난 무과시에서 본관의 말에 따른 자들 가운데는, 벌써 천호에 오른 자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본관이 이리 말한다고 포기할 놈들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본관이 잘 알지만, 생명은 귀한 것이니 본관의 깊은 뜻을 알아들은 자는, 단상 옆 서기에게 명호를 말하고 비무에서 빠지도록 하거라.


비무는 말한 대로 생사결이니 비무에서 벌어진 일은 누구도 탓하지 않을 것이다. 본관은 너희들의 명호가 어찌 되는지 알지 못하니, 본관이 들고 있는 명단을 하나씩 지워가며 무작위로 비무 상대를 부를 것이다.


누구라도 오 연승을 하는 자는 합격이다. 오 연승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오 연승을 하는 자가 이십을 넘지 않으면 사 연승, 삼 연승, 이 연승, 일 승 한 자라도 합격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들 있거라.


본관이 생사결이라 했지만 굳이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하라는 말은 아니다. 한쪽이 패배를 선언하고 물러서면 그때는 즉시 비무를 멈춰야 한다. 만일 멈춰야 함에도 멈추지 않고 살생을 범한 경우에는, 승패에 관계하지 않고 중벌을 받게 될 것이니 그리 알거라."


도독첨사 차우일은 손에 든 명부를 살피고는, 권기태와 왕인섭 둘을 명호 옆에 적점을 찍어 넣었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 나오든 상관없었기에 명부 끝에서부터 호명했다.


"하남 진무관 만혼검 한방규, 사천 무덕관 옥류검 조윤철, 나오거라."


무리 가운데 두 사람이 주변을 돌아보다 눈을 마주치고는 자신 있다는 듯 비무대 안으로 들어서서 서로를 노려봤다.


"시작하거라."


도독첨사 차우일의 명이 떨어지자, 만혼검 한방규가 포권하며 자신을 알렸다.


"하남 진무관 한방규요."


한방규가 예를 지켜 인사하자 마지 못한 듯 옥류검 조윤철도 건성으로 포권하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사천 무덕관 조윤철이라 한다."


옥류검 조윤철은 수인사를 마치자 즉시 공세를 펼쳐 갔다. 만혼검 한방규는 옥류검 조윤철이 이렇게 급하게 공세를 펼칠 줄 몰랐는지, 황망히 뒤로 물러서서 겨우 검을 뽑아 들고 분노한 듯 자신의 성명절기인 옥류검을 펼쳐 마주쳐 갔다.


두 사람 모두 무관의 기대를 한껏 받고 왔기에 비무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렬해져 갔다. 옥류검 조윤철이 공세를 펼치면, 만혼검 한방규가 잠시 받아 주고는 작은 틈이 보이면 공세를 이어 가곤 했는데, 서로의 무공 수준이 비슷해서인지 좀처럼 공방을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혼검에 비해 옥류검은 부드럽고 섬세한 반면 표독하지 못했는데, 무공 수준의 고하는 비슷했어도 검세의 유약함과 표독함이 승부를 갈랐다. 옥류검 조윤철이 공세를 펼치고도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물러서는 순간, 만혼검 한방규의 검이 옥류검 조윤철의 허리를 가르고 지나갔다.


옥류검 조윤철이 그대로 엎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무대 곁에 서 있던 시험관의 판정이 내려졌다.


"만혼검 한방규 승."


군졸들이 비무대에 엎어져 있는 옥류검 조윤철을 들고 나가자 단상에서 지켜보던 도독첨사 차우일이 다시 명부를 펼쳐 보며 말했다.


"만혼검 한방규는 비무를 이어 가겠느냐?"


도독첨사 차우일의 물음에 만혼검 한방규는 거친 호흡을 내뿜으면서도 당연하다는 듯 큰 소리로 대답했다.


"예, 대인."


"좋다.

그럼 다음은 호북 무도관 마강도 장고형 나오너라."


호명받은 자가 곧바로 비무대로 나가 지친 호흡을 연신 뿜어내는 만혼검 한방규를 보며, 마치 일 승을 거저 주운 듯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말했다.


"무도관 마강도 장고형이외다. 힘들면 지금이라도 물러서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잔소리 말고 시작하자."


만혼검 한방규는 마강도 장고형이 들고 있는 도가 무거워 보이자, 부딪치는 것을 피하고 빠른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강도 장고형 역시 이미 만혼검 한방규의 검세가 날카롭고 표독한 것을 봤으니, 호흡을 되살리기 전에 빠르게 쳐 내리라 마음먹었다.


"시작."


시험관의 시작하라는 명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빠르게 다가서며 검과 도를 내쳤다. 한 번 비무를 치른 만혼검 한방규가 지치기도 했지만, 마강도 장고형의 도는 중병기였기에 만혼검 한방규는 한 번의 부딪침으로 서너 걸음 크게 뒤로 밀렸다.


마강도 장고형이 이를 기회라 여기고 거침없이 다가가 다시 도를 내치는데, 힘에 밀려간 것만 같았던 만혼검 한방규의 검이 마강도 장고형의 도를 튕겨 내고는 그대로 찔러 갔다. 예상치 못한 한 수였기에 도가 튕겨지자 서둘러 물러서려는데, 만혼검 한방규의 검이 마강도 장고형의 가슴을 뚫었고, 만혼검 한방규는 검을 뒤로 뺀 것이 아니라 그대로 검병까지 깊숙이 밀어 넣어 버렸다.


마강도 장고형 등 뒤로 길게 빠져나온 검을 보며 모두들 마강도 장고형의 죽음을 예상했다. 하지만 시험관이 빠르게 끼어들어 만혼검 한방규의 손목을 쳐 내 검을 놓게 만들고는, 마강도 장고형의 꿰뚫고 있던 검을 빼지 않은 채 점혈을 해 혈도를 막은 뒤에서야, 만혼검 한방규의 검을 천천히 빼냈다.


응급처치를 마친 시험관은 들려 나가는 마강도 장고형의 생사는 상관없다는 듯 만혼검 한방규를 보며 선언했다.


"만혼검 한방규, 이 승."


시험관은 자신의 손목을 처 내 검을 놓게 만든 시험관을 놀란 듯 바라보는 만혼검 한방규에게 무심하게 물었다.


"이어 가려느냐?"


"무~물론입니다."


만혼검 한방규가 비무를 이어 간다고 하자 도독첨사 차우일이 다시 명부를 살피며 말했다.


"운남 수천문 섬도 진걸 나오너라."


섬도 진걸은 자신의 명호가 불리자 담담하게 비무대로 나갔다.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 모두를 알 수는 없겠지만, 아무리 잘 봐줘도 이류를 넘기는 무위를 갖춘 것으로 보이는 자를 찾기 어려웠다. 물론 무공을 숨기는 것도 전략의 하나였으니 분명 그런 자가 있을 것이나, 그렇다 한들 섬도 진걸에게는 거기서 거기였다.


섬도 진걸은 여전히 지친 모습을 보이는 만혼검 한방규를 보며 깊이 포권하고 말했다.


"운남 수천문의 섬도 진걸이라 하오. 소생은 소림 오권으로 상대하려 하니 그리 아시오."


만혼검 한방규는 섬도 진걸의 별호에 도가 들어갔으면서도, 도를 쓰지 않고 소림 오권으로 상대해 주겠다는 말에 어리석은 자라 여겼다. 섬도 진걸의 출신 문파가 운남 수천문이라고 했지만, 사문에서도 강호 친우들에게서도 전혀 들어 보지 못한 문파였다. 자신이 지친 것을 마치 봐주기라도 한다는 듯한 섬도 진걸의 태도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선 놈도 그리 자신하다 꼬치가 된 것도 보지 못한 것이더냐? 뭐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니 어서 덤비거라."


섬도 진걸이 소림 오권 가운데 '용권연신'의 기수식을 펼치며 기세를 끌어올리자, 한 발 내딛고 한 팔 휘두르는 순간마다 웅혼한 기세가 펼쳐졌다. 비무대 앞에서 지켜보는 자들에게도 충분히 느껴지는 기세였으니, 바로 앞에서 마주한 만혼검 한방규에게는 커다란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이놈은 진짜로구나.'


그렇다고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기에 만혼검 한방규는 마지막이라 여기고 진기를 끌어모았다. 상대의 내공이 자신을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야 눈으로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남았으니, 두 번의 비무로 지친 자신이 작은 희망이라도 걸어 보려면 단 한 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섬도 진걸이 기세를 펼쳐 '용권연신'의 일 초식인 '쌍룡토미'를 펼치며 걸음을 옮기자, 기성을 터트린 만혼검 한방규의 기습적인 일검이 섬도 진걸의 옆구리를 노리고 찔러 갔다. 섬도 진걸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왼손 수투로 만혼검 한방규의 검을 튕겨 내고는 반보 옆으로 옮겨가 만혼검 한방규의 옆구리를 '반룡탐조'의 초식으로 찍어 냈다.


단 한 수에 허리가 무너지자 섬도 진걸은 마치 그만하면 되었다는 듯 가볍게 발로 내치니, 만혼검 한방규의 몸통이 비무대를 벗어나 이 장 가까이 날아갔다. 시험관도 그 모습에 놀라움을 보이며 섬도 진걸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섬도 진걸, 승."


시험관은 섬도 진걸이 비무를 이어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한 표정으로 미소마저 지어가며 물었다.


"이어 가려느냐?"


"예, 대인."


섬도 진걸은 또렷하게 힘주어 대답했다. 단상에서 비무를 지켜보던 무과시 참관인들도 섬도 진걸의 무위에는 놀라움을 보였다. 특히 지휘사 하석금은 섬도 진걸이 비록 이제 한 번 치른 비무였지만, 지휘사에 오르기까지 무수한 전장을 누비며 강한 무인들을 접했으니 보는 눈이 없을 수가 없었다.


"참으로 욕심나는 자로구나. 딱 친위대원으로 적합한 자로 보이는데."


도독첨사 차우일은 지휘사 하석금의 내뱉는 말에 제동을 걸었다.


"남 통령께서 말씀하셨다 해도 절대 불가한 일이라는 것을 아시오."


"차 대인,

소관이 뭐라 했습니까?

아쉬워하는 말이 아닙니까? 아쉬워서."


도독첨사 차우일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명부를 보고는 다음 사람을 호명했다.


"청해 설산하문 빙설검 주김룡 나오거라."


빙설검 주김룡은 비무대로 오르며 섬도 진걸을 살폈지만, 눈앞에서 봤던 대로 힘들인 기색이 전혀 없었다.


'재수 없게 이런 자와 비무하게 되다니.'


'자만하여 도는 빼 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청해 설산파 빙설검 주김룡이라 하외다."


빙설검 주김룡은 설산하문이 설산파 속가가 세운 문파임에도 굳이 설산파 제자라 칭했다. 넓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만약 설산파 제자가 있었다면 파문을 당할 만한 망발이었다.

강호에 설산파가 나름 널리 알려져 있었으니, 설산파 제자 주김룡이 섬도 진걸을 압박하려 한 것이었다.


"섬도 진걸이오.

이번에는 오권의 두 번째인 호권으로 상대하겠소이다."


빙설검 주김룡은 바람대로 도가 아닌 권으로 상대하겠다는 말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도는 안 쓰시겠다는 말씀이시오?"


"호권 육초식을 모두 받아 내시면 꺼내 들겠소이다."


"좋소이다. 그럼 소생이 선공을 펼칠 것이니 받아 보시오?"


빙설검 주김룡의 검에는 설산파 검기가 갖고 있는 냉기가 전혀 피어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설산파의 제자라 하기에는 모자라도 많이 모자랐기에, 작은 기대를 갖고 상대하려 했던 섬도 진걸의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흑호시조', '명호신요'."


섬도 진걸은 달려든 빙설검 주김룡의 검을 호권 일 초식인 '흑호시조'로 튕기고, 오 초식인 '명호신요'의 초식으로 빙설검 주김룡의 허리를 내쳤다. 두 초식이었지만 모두 펼쳐 낸 것이 아니었기에 마치 검을 들고 찔러 가던 빙설검 주김룡이 달려가다 제힘을 못 이겨 엎어지는 것을 섬도 진걸이 밀어낸 것처럼 보였지만, 비무장 멀리 튕겨져 나간 빙설검 주김룡은 죽은 듯 미동도 없었다.


시험관이 빙설검 주김룡을 살펴보고 보고했다.


"죽지는 않았으나 기식이 엄엄합니다."


시험관은 보고를 마치고 비무대로 돌아와 선언했다.


"섬도 진걸, 이 승."


"···."


"이어 가겠느냐?"


"예, 대인."


도독첨사 차우일이 명부를 살피자 남아 있던 자들 모두는 자신이 불리지 않기를 기원해야 했다. 도저히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차를 보였으니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 오히려 당연했다.


도독첨사 차우일이 비무를 이어 가지 않고 단상 위에 있는 참관인들에게 물었다.


"어찌들 보셨소이까?"


지휘사 하석금이 얼른 나서며 답했다.


"말이 필요 없는 자인 듯싶습니다. 볼수록 탐이 나긴 하지만 쯥쯥."


친위대에 들이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아쉬운 듯한 지휘사 하석금의 말이 끝나자, 봉어 천구가 도독첨사 차우일의 속마음을 헤아리고 말했다.


"상대가 없을 듯한 출중한 솜씨입니다. 대인의 뜻대로 하시는 것이 오히려 인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감사드리오.

이 자는 우선 뒤로 빼놓고 만일 또다시 이 자만 한 무위를 보이는 자가 나온다면 둘을 붙여 보도록 하겠소이다."


"그러시지요."


도독첨사 차우일은 의견을 나누고 단상 앞으로 옮겨 와 말했다.


"운남 수천문 섬도 진걸은 합격이다. 서기에게 명호를 알리고 기다리거라."


섬도 진걸은 도독첨사 차우일의 명에 잠시 놀라움을 보였지만, 단상 위에 있는 시험관들을 잠시 살피고는, 그들의 무위와 판단에 깊은 인상을 받고 단상을 향해 깊이 포권하며 말했다.


"대인께 감사드립니다."


도독첨사 차우일은 섬도 진걸의 감사 인사는 가볍게 무시하고 명단을 살피더니 말했다.


"사천 점창파 속가 홍정민 그리고 강서 남문파 광혼일검 구진태 나오거라."


둘 모두 섬도 진걸과 상대하지 않는 것에 크게 안도했다. 그중에서도 이미 수기를 뽑아 오는 과정에서 섬도 진걸의 신법을 보고 크게 놀랐던 홍정민은 섬도 진걸이 이렇게 합격하지 않았다면, 이번에 자신이 섬도 진걸을 상대할 차례였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섬뜩한 마음까지 들었다.


'일 승도 못 하고 떨어질 뻔하지 않았느냐.'


'하늘이 이 몸의 기원을 들어주셨으니 이제 제대로 해 봐야겠구나.'


"점창파 속가 제자 홍정민이외다."


홍정민이 상대를 보며 포권하고 수인사를 하자, 상대인 광혼일검 구진태도 마주 인사하며 검을 빼 들었다. 광혼일검 구진태의 검세도 제법 빠른 쾌검에 속했지만, 강호에 널리 알려진 점창파의 사일검에는 한참을 미치지 못했다.


사일검법의 일 초인 '일수초현'의 초식에 보법이 흐트러지더니, 이 초인 '후예만궁'의 초식에 팔다리가 동시에 찔리더니 크게 놀라며 검을 놓고 손을 들어 비무를 포기했다. 시험관이 그런 광혼일검 구진태를 못마땅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홍정민 승."


이어진 비무에서도 홍정민이 가볍게 삼 승을 거두자, 홍정민은 자신도 합격을 선언하고 빼 줄 것으로 알았지만, 시험관들의 눈에는 섬도 진걸과 같은 차이가 보이지 않았는지 비무가 이어졌고, 홍정민은 간신히 사 승을 챙기고, 오 승의 문턱에서 종남파 제자인 송석현의 쾌검에 패했다.


홍정민은 비록 오 승은 하지 못했지만, 사 승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고 기꺼운 마음으로 서기에게 자신의 명호를 알리고, 앞서 나와 기다리고 있던 섬도 진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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