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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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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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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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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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22화 남만행(南蠻行) (2)

DUMMY

다점 점주와 함께 나온 사람은 바짝 마른 몸매에 오 척도 되지 않아 보이는 것이 길잡이가 맞는지 의문이었다. 시운학이 길잡이라고 나온 소년을 유심히 살피는 것을 본 다점 점주가 말했다.


"공자님,

소인의 자식입니다. 아직 어리지만 입구까지 가는 길은 누구보다 잘 아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렇다 해도 그리 위험하다 말한 것치곤 너무 어린 것 아니오?"


"독곡 문하에도 잠시 있었으니 염려 놓으시지요."


다점 점주는 은근히 자식이 독곡 문하에 있었으니 억지 부리면 크게 혼날 것이라 돌려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운학은 독곡 문하에 있었다는 말에 속으로 크게 반겼다. 밀림에 들어 얼마나 애써야 찾을까 우려했었는데, 찾아야 할 곳을 아는 이가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독도 잘 다룬다는 말이고, 언제든 독에 당할 수 있으니 함부로 하지 말라는 말이로구나. 남만에는 온갖 독물이 널려 있다 들었으니 길잡이가 독을 잘 알면 좋겠지. 아주 좋은 길잡이를 만난 듯싶으니 은자 열 냥을 더 내주겠다."


앞서 약조한 은자가 이십 냥이었다. 거기에 열 냥을 더 준다니 다점 점주의 눈이 커졌고, 점소이는 입이 벌어진 채 다물어지지를 않았다.시운학은 전낭에서 은자 다섯 냥을 꺼내 점소이에게 내주며 수고했노라 치하했다.


점소이는 은자 서른 냥을 내준다는 말에 조금 더 바라는 마음이 생겨났지만, 이미 받은 열 냥에 다섯 냥이면 한 해 새경과 다름없었으니 아쉬움을 털어 내고 왔던 길을 돌아갔다. 점소이가 돌아가자 시운학은 다점 점주에게 은자 서른 냥을 내주며 말했다.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오."


다점 점주는 은자 서른 냥을 얼른 품속 깊이 감추고, 길잡이로 나설 자식에게 남만 말로 뭐라 주의를 줬다. 시운학에게 은자가 많은 것을 봤으나, 욕심을 내 나쁜 생각을 전하는 것은 아닌 듯했다. 길잡이는 알아듣지 못하게 남만 말로 주의를 주는 다점 점주에게 대답을 중원 말로 했다.


관도를 따라 길을 나서 다점이 보이지 않는 곳에 이르자 시운학이 길잡이 아이에게 물었다.


"얼마나 걸리느냐?"


"예, 공자님.

소인의 걸음이면 이틀 거리지만, 공자님 걸음이 따르지 못하면 얼마나 걸릴지 알지 못합니다."


"네 걸음이 빠르다는 말이로구나."


"어려서부터 다녔으니 익숙한 길이라 그렇습니다."


"뭐라~,

지금보다 더 어려서도 다녔더냐?"


"열 살에 독곡에 입문하여 열두 살 때 파문당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길잡이를 하고 있습니다."


"네 나이가 몇이더냐?"


"열여섯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먹었구나?"


"독곡 문하에 있으며 여러 가지 독을 먹어 자라지 못해 그렇습니다."


"파문은 어찌하다 당했더냐?"


"독곡 제자들 대부분이 열두 살 무렵이면 파문당합니다."


"그건 또 어찌 그러느냐?"


"강한 독을 견뎌 내지 못하니 그렇습니다."


"그 말인즉 입문한 이후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강한 독을 먹게 된다는 말이더냐?"


"어찌 안 그렇겠습니까?"


"독공 심법을 배웠더냐?"


"배우기는 했습니다만 남아 있질 못합니다."


"그건 또 왜 그렇느냐?"


"먹은 독을 이겨 내려면 한동안 쌓아 두었던 내공을 모두 써도 견디지 못하니, 남겨 둘 내공이 있겠는지요?"


"그러고도 독곡에 제자들이 남아 있느냐?"


"많지는 않아도 남아 있습니다. 어린 후배들이 계속 들어오기도 하고, 사부님의 진전을 이어 가는 사형들도 계시니까요."


"독곡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어찌 알고 독곡에 입문할 수 있었더냐?"


"사부님께서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십니다. 재주가 있다 여기시면 부모에게 말하고 제자로 달라 하지요. 독곡에 들면 파문을 당하더라도 평생 병치레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니,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독곡에 들기를 바라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파문당하지 않고 독곡에 남게 되면 온갖 독물들을 다루게 되니, 은자 걱정 없이 살아가게 되지요. 나으리께서도 귀한 독물이 얼마나 높은 값에 거래되는지 아실 것 아닙니까? 하다못해 독각화망이나 쌍두사, 삼섬목만 잡아도 몇 해는 풍족히 지낼 수 있습니다."


"잡아는 봤느냐?"


"색색별로 뱀은 많이 잡았지만, 귀물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보이면 잡을 수는 있고?"


"보이면야 잡아야지요."


"다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느냐 물었다."


"공자님,

소인이 비록 파문은 당했어도 독곡 출신입니다. 당연히 잡을 수 있지요."


말은 당차도 자신감은 없어 보였다. 그런 귀물을 쉽게 잡았다면 파문당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시운학은 귀한 길잡이의 흥을 깨지 않기 위해 연신 칭찬의 말로 격려했다.


"독곡이 알던 거보다 대단한 곳이로구나. 언제 한번 들러 봐야겠다."


"아무나 들어가는 곳이 아니랍니다. 입구부터 독물들이 줄줄이 나오고 독곡 아이들의 장난은 또 얼마나 심한데요."


"그러냐? 그래도 언제고 한번은 들러 봤으면 한다."


"드시지 못한다 하지 않았습니까?"


"네가 앞장서도 안 되는 것이더냐?"


길잡이는 시운학의 부추김에 안 된다 하지도 못하고 된다 하지도 못했다. 독곡의 제자가 파문을 당했어도 찾는 것이야 막지 않았지만, 남아 있는 제자들의 괴롭힘이 가볍지 않았기에, 파문당하고 나서 다시 찾는 경우는, 누군가 귀한 독물을 찾아 많은 은자를 내놓았을 때뿐이었다.


시운학은 길잡이와 나서고 한 시진 정도 길잡이의 자랑을 들어주며 독곡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남만에서는 독곡이라 부르지만 강호에서 독문이라 부르는 곳과 같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독문의 심법을 익히고 나면 길잡이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고 있었지만, 독곡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도 들었다.


독문의 문주가 제자를 구하러 주변 여러 마을을 살핀다 했으니, 최소한 독공이 절정에 올라야 운신이 자유로운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독곡이 있는 곳이 독지(毒池)를 끼고 있어 한낮이 아니고는 독무가 가시지 않는다 했고, 넌지시 건넨 은자 한 냥에 극비라며 조심스럽게 독지 안에 아무도 다가서지 못하는 독정(毒井)이 있다고도 했다.


"얼마나 더 가야 마을이 나오느냐?"


"공자님,

이제 겨우 한 시진을 왔을 뿐입니다. 빨리 움직여도 족히 세 시진은 더 가야 합니다."


길잡이는 시운학이 벌써 지쳤는가 싶어 걱정스레 바라보며 말했다.


"이대로 쭉 가면 되느냐? 중도에 갈림길은 없는지 묻는 것이다."


"예, 나으리,

조금 험해도 길은 하나뿐입니다. 중도에 마을도 없고 달리 빠져나가는 길도 없습니다."


"세 시진 거리에 있는 마을은 얼마나 크냐?"


"그리 큰 마을은 아니지만 길가에 객점이 있어, 조금 서둘면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할 것입니다."


길잡이가 연신 시운학을 보며 염려스럽다는 듯 말하자, 시운학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길잡이의 수혈을 짚었다. 길잡이를 옆구리에 낀 시운학은 불영선하보와 능공천상제의 신법으로 비조처럼 날아갔다.


관도를 지나는 사람도 없었고 어쩌다 지나치는 사람이 있다 한들 순식간에 지나치는 시운학을 보지는 못할 것이었다. 길잡이가 세 시진 거리라 했으나 시운학은 이각(30분)이 조금 지나 작은 객점이 있는 것을 보고 멈춘 뒤 길잡이의 수혈을 풀어줬다.


"네가 말한 객점이 저곳이냐?"


길잡이는 잠에서 막 깬 듯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말했다.


"예, 공자님."


길잡이는 대답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 느껴졌는지, 객점을 바라보고 하늘을 보더니 객점을 향해 움직였다. 길잡이는 객점 앞에서 큰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아보~."


길잡이의 외치는 소리에 객점 안에서 길잡이 또래의 사람이 나오며 길잡이를 반겨 맞았다.


"아주 아니냐? 언제 나왔기에 이 시각에 든 것이냐?"


"사시 초에 출발했다."


"하루 반나절이나 걸렸단 말이냐? 이번 손님은 환자였나 보구나."


점소이로 보이는 사람이 객잔 밖을 둘러보더니 다시 물었다.


"젊은 공자뿐인데 마차는 어디 있느냐?"


길잡이 아주는 점소이 아보의 물음에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여전히 뭔가 홀렸는지 설명하려 해도 어찌 된 일인지 지금 상황이 제대로 판단되지 않았다. 시운학이 다가서며 말했다.


"마침 시장했는데 잘되었구나."


시운학이 점소이를 보자 점소이 아보는 은연중에 시운학을 살피고는 뭔가 있어 보이는 공자라 여겼는지 얼른 맞아들였다.


"공자님,

안으로 드시지요."


점소이 아보는 여전히 뭔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주는 놓아둔 채, 시운학을 밖이 보이는 자리로 안내하고 연신 탁자를 닦아 댔다.


"뭘 잘하느냐?"


"공자님.

차오마면이 저희 숙수의 자랑입니다."


"그래~!

동파육은 있느냐?"


"나으리,

동파육은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방금 삶아 낸 돼지고기는 있습니다."


"삶은 돼지고기 두 근하고 차오마면 두 그릇을 내거라."


"예, 공자님.

삶은 돼지고기 두 근, 차오마면 둘, 잠시만 기다리시면 바로 내오겠습니다."


점소이가 내준 차 한 잔을 다 마시기도 전에, 주방에서 숙수가 길잡이 아주와 이야기하느라 입구 쪽 탁자에 앉아있던 점소이를 불렀고, 점소이는 이내 시운학이 주문한 돼지고기와 차오마면 두 그릇을 들고 와 내려놓았다.


시운학이 길잡이 아주를 불러 자리에 앉으라 하며 차오마면 한 그릇을 아주에게 밀어냈다. 길잡이 아주는 나오기 전에 아침을 먹었기에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붉은 국물에 고기와 야채가 가득 들어 있는 차오마면에 입맛을 다셨다.


시운학은 진한 차오마면 국물을 맛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멀리 가지 않고 지켜보던 점소이 아보를 보자 점소이 아보는 눈치 빠르게 다가와 곁에 섰다.


"진하고 매콤한 것이 맛있구나. 술 한 단지 내오거라."


점소이 아보는 시운학을 보며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화조(값싼 술)와 백건아(싸고 독한 술)뿐입니다."


"국물이 이리 진하니 백건아가 좋을 듯싶다."


점소이 아보는 백건아라도 좋다는 시운학의 말에, 회계대 뒤쪽에 쌓여 있던 백건아 한 단지를 얼른 들고 와 내려놓고, 다시 주방에 뭐라 하고 잔을 갖고 와 내려놓았다.


시운학은 백건아 뚜껑을 뜯어내고는 단지째 들고 마셨다. 울대를 꿈틀거리며 거의 반단지를 비우고서야 내려놓고는 돼지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좋구나."


부모와 노사분들이 회천맹 무리들에게 독공을 당하고도, 한 사람도 죽지 않고 연화봉을 떠나 남만 어딘가로 피한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염려하는 마음과 답답함이 가시지 않았는데, 목을 태울 듯 독한 백건아가 속을 쓸고 내려가자 답답함이 풀리는 듯했다.


"네 이름이 아주더냐?"


"예, 공자님."


"여기 점소이와는 친해 보이는구나?"


길잡이 아주는 점소이 아보를 힐긋 돌아보며 대답했다.


"아보도 소인과 같이 들었다가 나왔습니다."


시운학은 놀랍다는 듯 아보를 다시 봤다. 그러고 보면 마른 체형이며 작은 키 둘은 닮은 것 같았다. 시운학은 점소이 아보를 보고 아주 옆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 했다. 점소이 아보는 시운학이 앉으라 하자 꺼리지 않고 아주 옆에 앉았다.


"식전이면 네 것도 내오거라, 술을 마시면 잔도 내오고."


점소이 아보는 그래도 되느냐는 듯 시운학을 바라보다, 시운학이 바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에 뭐라 소리 하고, 잔 두 개를 들고 와 아주와 자신 앞에 올려놓았다. 그 모습에 시운학이 백건아 단지를 들어 채워 주고, 그대로 들고 남은 술을 모두 마신 뒤 말했다.


"좋은 술이다. 한 단지 더 내거라."


아주도 아보도 놀란 눈으로 시운학을 봤지만, 시운학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앉아 있는 것에 아보가 바로 일어나 새 단지를 들고 왔다.


"얼마든지 먹고 마셔도 되니 더 먹고 싶은 것이 있거든 내오고, 아주는 알 것이나 행여 은자 걱정일랑 말거라."


시운학은 말을 마치고 열 냥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은자들을 꺼내 탁자 한쪽에 올려놓았다. 은자가 올려지고 얼마나 되는지 바로 알아본 아보가 아주를 보자, 아주는 살짝 고개를 까닥여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시운학 말고는 달리 손님이 없었으니 객점주이며 숙수인 듯한 사람도 식당으로 나와 있었는데 주고받는 말을 듣고 있었는지 은자가 올려지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시운학은 모두를 살피고 있었기에 다시 백건아 단지를 열어 쭉 들이켜고 아보에게 물었다.


"객점을 연 지는 오래되었느냐?"


"예, 공자님.

조상 대대로 객점을 하고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인데 장사는 되느냐?"


"많진 않아도 달리 갈 곳이 없으니 괜찮습니다."


"아주를 길잡이 삼아 독곡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독곡으로 가는 길이 달리 또 있느냐?"


아보는 시운학이 묻는 의미를 몰랐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도로 이어지는 길은 분명 하나뿐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관도보다 빠른 산길을 이용해 다녔기 때문이었는데, 탁자에 은자가 올려져 있어서인지, 객점주가 나서며 시운학의 물음에 답을 냈다.


"남만으로 이어지는 관도는 이곳 하나뿐입니다. 예부터 전해오기를 한무후께서 남만 원정길에 나섰을 때 길이 만들어졌다 합니다."


시운학은 점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후한 시절 제갈공명이 남만 정벌에 나서며 만들어진 길이라는 말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한번 만들어진 길을 버리고 새 길을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니, 남만으로 가는 다른 길은 없다는 말과 같았다.


"다른 길이 없고 오면서 다른 객잔도 보지 못해 묻는데, 혹시 근자에 무인들로 보이는 노인들께서 들리시진 않으셨는가?"


점주와 아보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바로 대답했다.


"한 달은 못 되고 보름은 넘었을 즘 노소가 한 무리를 이룬 중원인들이 지나가긴 했습니다. 다친 사람이 있어 보였는데도 객점 안으로 들지도 않은 채, 모아 놓은 건량을 모두 내 달라 해서 내드리긴 했습니다."


시운학은 노소가 함께한 중원인 무리라는 점주의 말에, 부모님과 노사분들 거기에 아우까지 모두 함께 이곳을 지나쳤다는 것을 알아들었다. 기쁜 소식에 표정이 절로 밝아지며 아주에게 물었다.


"좋은 소식을 들었구나. 서둘러 움직이면 독곡까지 얼마나 남았느냐?"


"하루 거리입니다만, 허락이 없으면 들지 못합니다."


"길은 관도로 이어지느냐?"


"남만으로 가는 길은 관도를 따라가면 되지만 독곡으로 드시려면 조금 복잡합니다."


여기 올 때처럼 아주를 안고 가려던 시운학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아주는 당연하지 않느냐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자신의 안내 없이 독곡으로 들지 못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주와 아보는 연신 눈을 깜박이며 신호를 주고받았다.


시운학은 두 놈이 잔머리를 굴리는 것을 보고 뭔가 기대하는 객점주에게 말했다.


"아이들이라 길이 어려운 것 같은데, 혹시 점주가 아는 빠른 길이 있소이까? 수고비는 넉넉히 낼 것이니 빠른 길이 있으면 안내해 주시게."


분명 객점주도 길은 아는 듯싶었다. 하지만 길을 아는 것과 독곡에 드는 것은 차이가 있었는지 점주는 시운학의 부탁에 꺼려하며 대답했다.


"밀림 입구까지야 마을 사람 누구나 알고 있어도 밀림 안 독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모릅니다. 이 아이들은 독곡 출신이라 독물을 찾는 사람이 있으면 안내하고 있지만, 독곡 출신이 아닌 사람은 밀림 안으로 들지 못합니다."


점주의 말에 두 아이의 콧대가 한껏 높아졌다. 하룻길이라 한들 길만 알면 한 시진도 걸리지 않을 거리였지만, 길을 모르니 신법을 써 날아갈 수는 없었다. 밖을 보니 해가 중천을 지나가고 있어 미시(3시) 말 정도로 여겨졌다.


"밀림 입구에도 객잔이 있오이까?"


"독물 거래가 많은 곳이라 제법 큰 마을이 있습니다만, 그 마을 사람들은 곡주께서 독곡의 독물을 밖으로 거래한 것에 노하시어 독곡 출입을 금하셨기 때문에 감히 밀림 안으로 들지 못합니다."


"그래서야 어찌 독물을 거래한다는 말이오?"


"밀림에 들지 않아도 남만 곳곳에는 무수한 독물들이 산재해 있습지요. 독곡이 아니고서는 구하지 못하는 특별한 독물은 이 아이들 같은 독곡 출신들이 곡주님의 허락을 받고 내오는데, 그런 귀한 독물의 값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시운학은 점주의 말에 이곳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그 마을까지는 관도로 이어지는 것이오?"


"예, 공자님.

하지만 관도를 따라 움직이면 오히려 시간이 하루 이틀 더 지체됩니다."


"알겠소이다. 오늘은 여기서 묵고 날이 밝는 대로 움직이겠소이다. 아주도 잘하고 있으나 아보도 함께했으면 하는데 어찌 생각하시오?"


"길잡이 삯만 주신다면야 그리해야지요?"


"열 냥이면 되겠소이까?"


점주의 고개가 순식간에 끄덕여지고 허리가 굽어졌다. 시운학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전낭을 열어 은자 열 냥을 내줬다. 하룻밤 쉬고 가는 정도야 동전 몇 푼이면 충분하고도 남았으니 이미 탁자에 올려진 은자만으로도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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