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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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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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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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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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천하무림대회 (17)

DUMMY

미리 순서가 정해졌는지 무당 진인의 말이 떨어지자, 즉시 아미파 가로줄 무늬의 승복을 입은 비구니가 사뿐히 날아내렸다. 비무대 위에 내려선 비구니가 왼편에 자리하자, 화산파 푸른 도복을 입은 준수한 용모의 공자가, 바람처럼 가볍게 비무대에 올라 오른편에 자리했다.


"그동안 지켜보셨으니 모두 아실 것이나, 오늘은 호북 성주님을 비롯한 귀빈들께서 자리하셨으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오른 여협은 아미파 이대 제자로 법명은 백인이라 합니다."


아미파 제자 백인은 무당 진인의 소개에 검을 든 채 결연한 표정으로 포권하고, 귀빈석과 무인들 자리를 돌아가며 인사했다. 백인의 인사에 모두가 환호하자 환호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화산파 제자를 소개했다.


"백인 여협의 상대는 화산파 이대 제자 이준우 소협이외다. 이 소협은 이대 제자이지만 놀랍게도 화산 십이매화검수에 들었소이다."


화산파 이대 제자 이준우도 소개말이 끝나자 검을 잡은 채 포권하고 인사했다. 이준우가 인사하자 잠시 전 아미 제자 백인이 인사할 때보다 더욱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아마도 화산파 제자의 무공이 그동안 비무를 구경한 무인들의 마음에 깊이 남아 있었던 것 같았다.


무당 진인이 소개를 마치고 비무대를 내려가자, 백인과 이준우는 서로를 보며 포권으로 인사하고 순식간에 기세를 펼쳐 냈다. 만검 교운은 두 무인의 기세에 놀랍다는 듯 지긋이 지켜보다 은창 유성에게 말했다.


"결선이라더니 생각 외로 대단해 보입니다."


"비록 이대 제자들이나 구파일방이 전력을 다해 기른 제자일 걸세."


"그동안의 염려가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조금 전 본 시무에서도 느꼈지만 구파일방의 노력이 결실을 얻은 모양일세."


"저런 수준으로 제자들을 키웠으면 머지않은 시간에 옛 성세를 찾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비무대에서는 아미파 백인의 선공으로 비무가 시작되었다. 소청검법 일식인 무극무변으로 시작된 공세는 거침없이 연환영풍, 적우세영으로 이어졌다. 화산파 이준우는 백인이 서두는 것과 달리 차분하게 백인의 공세를 비켜 내고는 십사수매화검법 일식인 매류통천의 초식으로 백인의 공세를 비켜 가는가 싶더니, 이어진 연환영풍의 초식을 매화만천의 초식으로, 적우세영의 초식을 냉매섬개의 초식으로 밀어냈다.


백인은 소청검법으로 선공의 이득을 취하려 했으나, 이준우가 너무도 가볍게 비켜 내고 밀어내자, 태청기공으로 진기를 일순하고는 태청검법으로 바꿔 공세를 이어 갔다. 이준우는 백인의 소청검법을 어렵지 않게 밀어내면서, 상대가 비구니라서 그런지 여유를 부리며 심하게 몰아 대진 않았다.


하지만 백인이 소청검법을 태청검법으로 바꿔 공세를 펼치자, 웅혼하면서도 강하게 압박해 드는 태청검법 연환 일식과 혈풍 이식에 소홀히 하지 못했다. 즉시 간격을 벌리고 자하신공을 일주천 하고는 무극태을검법으로 이어서 오행매화검법으로 변환하며 막아 갔다.


여전히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것은 아니었지만, 이대 제자로 화산의 매화검수에 들었다 하더니, 찰나 간에 화산의 여러 검법을 펼쳐 내 백인으로 하여 혼란을 겪게 했다. 무극태을 검법을 시작으로 오행매화검법을 펼치는가 싶더니, 상청검법, 매농검법, 화운검법으로 압박하고 일자혜검으로 백인의 검을 튕겨 내며 백인의 목 밑 승복에 검흔을 남기고 멀리 물러섰다.


백인은 승려답지 않게 분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 채 스치고 지난 검흔을 앞섶을 당겨 확인하고는 이준우를 한동안 노려보다 비무대를 내려갔다. 이준우도 진행을 맡은 무당 진인이 오르기 전에 포권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인사하고 내려갔다.


두 사람이 비무대를 비우자 다시 올라 온 무당 진인은 처음 가려진 구파일방 간의 승부에 이렇다 말없이, 비무대로 올라온 다음 비무 상대를 소개했다.


"다음은 본 문의 이대 제자 법휴와 공동파 이대 제자 현수 소협의 비무가 이어지겠습니다."


무당파 제자 법휴와 공동파 제자 현수가 포권하며 인사하는 모습을 지켜본 수천문 사형제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무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공동파도 구파일방의 일원으로 각고의 노력이 있어, 지금까지의 비무에 실수 없이 자파의 제자를 강호 십준에 올렸지만, 두 사람의 무위는 무당파와 공동파의 세력 차이만큼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무당파 제자 법휴는 비무대에 오르기 전에 공동파 제자 현수의 무위를 알고 있었는지, 등에 멘 검을 풀어내지 않고 말했다.


"검을 쓰지 않을 것이오. 하나 검을 쓰는 것보다 오히려 쉽지 않을 것이니 소생이 소협을 무시해 검을 안 쓰는 것이라 오해하진 마시오."


"무공이 어찌 검법뿐이라 하겠소이까? 소생은 전력을 다하고자 하니 결과를 놓고 다른 말은 없도록 하시오."


"좋소이다."


법휴는 현수가 진기를 일순하고 복마구대식검법으로 공세를 펼쳐 오자, 호조절호수로 현수의 팔목을 잡아갔다. 현수는 법휴가 복마구대식검법의 기수식을 뚫고 들어와 금나수인 호조절호수로 손목을 잡아 오자, 검을 크게 돌려 호조절호수를 쳐내고 다시 복마구대식을 이어 펼쳐 냈다.


현수의 복마구대식 이초식이 빠르게 펼쳐지자 무당면장으로 퉁겨내고 태극십삼세로 이어갔다. 현수의 무당면장에 퉁겨진 검이 미쳐 검로를 찾기도 전에, 이어진 금나수 태극십삼세가 현수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법휴의 금나수에 어깨를 잡힌 현수가 어깨를 튕겨 냈지만, 크게 뜯겨진 무복 아래 현수의 어깨는 네 줄기 골이 파여 피가 낭자했다. 그나마 흔적은 남겼어도 힘줄은 상하지 않은 듯, 어깨를 움찔해 보인 현수는 전력을 다해 복마구대식의 마지막 초식을 펼쳐 내 달려들었다.


법휴는 현수의 공세를 보고 빠르게 양팔을 크게 돌려 보이고는 비무대가 울리도록 양발을 쿵쿵 소리 내며 자리하고 태극신권을 현수에게 내쳤다. 내공력의 차이가 현저하게 느껴졌고 전력을 다해 달려들었지만, 현수의 공세는 법휴의 태극신권에 막혀 더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튕겨졌다.


현수는 복마구대식의 마지막 초식을 펼치고도 태극신권에 막히자 바로 물러나 포권하며 말했다.


"졌소이다."


현수가 패배를 선언하자 비무대 밖에서는 큰 환호가 나왔다. 그럼에도 두 사람 모두 동요하지 않고 포권하며 인사하고는 비무대를 내려왔다.


다음 순서는 소림의 이대 제자 진각과 곤륜의 이대 제자 윤철의 비무로 이어졌다. 앞선 두 번의 비무처럼 두 사람의 무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곤륜의 이대 제자 윤철이 곤륜의 절기인 태허도룡검법과 적양의검법으로 연신 공세를 펼쳐 냈지만, 소림의 이대 제자 진각은 윤철의 공세에 금강복마권법과 나한권법으로 차분히 막아 갔다.


윤철은 태허도룡검법을 차분히 펼쳐 내 보는 사람들에게 곤륜 검법의 깊이를 내보였지만, 태허도룡검법과 적양의검법을 모두 펼쳐 내고도 진각의 금강복마권법과 나한권법의 권막을 뚫지 못하자 스스로 물러나 패배를 선언했다.


뭔가 화려해 보이기는 했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싱거운 승부가 되었다. 윤철이 스스로 패배를 선언하고 자리로 돌아가자 곤륜의 노도들 사이에 윤철을 나무라는 듯한 말이 나왔으나, 곤륜 장문인은 스스로 모자람을 알고 물러난 윤철을 오히려 칭찬했다.


곤륜 장문인의 말을 곁에서 들은 사람들은 곤륜 장문인의 높은 도력을 칭송하며 역시 곤륜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패하고도 강호 무인들의 신망을 얻었으니 곤륜으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했다.


종남파 이대 제자 상흠과 청성파 이대 제자 최태연의 비무는 앞선 세 비무와는 달리 호각을 이뤘다. 상흠은 천하삼십육검법을 펼쳐 보이자, 최태연은 청운적하검법 구식으로 응대했다.

천하도도, 천하성산으로 이어지는 종남파의 천하삼십육겁법에 최태연은 청운적하검법을 네 번이나 거듭 펼쳐 내야 했지만, 두 사람의 승패는 검법이 아닌 내공에서 갈렸다.


두 사람이 어찌나 격하게 공세를 이어갔는지 비무를 마쳤을 때는 자리에 바로 서지도 못했다. 그나마 내공이 조금 앞선 청성의 최태연이 천하삼십육검법의 마지막 초식인 천하제탄을 밀어냈기에, 전력을 다하고 내공이 떨어진 상흠이 비무대에 넘어짐으로 승패가 갈렸던 것이다.


점창파 이대 제자 하률백과 개방의 후개인 곽태선의 비무는, 처음 박빙의 승부처럼 보이던 것과는 달리, 하률백이 곽태선의 타구봉에 비무대를 구르다 허무하게 패배를 선언하며 마쳤다. 아마도 시운학이 개방 총타에서 보인 타구봉법 반, 벽, 전, 착, 도, 인, 봉, 전의 비결이 영향을 미친 듯싶었다.


하지만 시운학이 개방 총타에서 시연해 보인 것을 모르는 모든 사람들은 곽태선이 보인 무위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고, 곽태선이 개방의 후개인 것을 알고 있던 고위급 무인들은, 개방에 신성이 나타난 것에 감탄과 우려를 드러내 보였다.


십준에 오른 영걸들의 일차 비무를 마치고 무당파와 소림파, 화산파, 청성파, 개방의 장로들이 모였다. 이차 비무를 남기고 있었지만 이차 비무에 오른 영걸들이 다섯이었으니 비무 순서를 가리기 위함이었다.


"한 사람은 부전승으로 오르게 되니 남은 넷이 불리함은 안고 비무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청성파 장로가 하나가 부전승으로 올라가면 정당한 승부를 가리기 어렵다는 말에 선뜻 나서며 말했다.


"태연이의 내공이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소이다. 장문께서 말씀이 계셨소이다. 다음 비무에 청성파가 빠지겠소이다."


청성파 장로의 청성파가 빠지겠다는 말에 개방 장로가 놀라 얼른 말을 받았다.


"그럴 것 없소이다. 아귀는 본 방의 후개이니 구파의 다른 제자들과는 다르지 않겠소이까? 본 방이 빠질 것이니 네 분께서 순서를 가르시지요."


청성에 이어 개방도 빠지겠다 하니 장로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개방 장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개방은 입장을 정했는지 개방 장로는 단언해 말했다.


"청성파가 빠진다면 개방은 기권할 것이외다. 그리들 아시오."


무당파와 소림파, 화산파 장로들은 개방 장로의 확언에 뭐라 말하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봤다. 세 장로는 잠시 자리로 돌아가 각 파의 장문인들에게 보고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했다. 구파일방의 장문들과 장로들은 청성파 최태연은 내공이 고갈돼 더는 비무가 어려운 것을 이해했지만, 개방이 기권까지 거론하며 비무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은 살펴야 했다.


곽태선과 하률백이 비무를 돌이켜 살피고, 개방이 어찌 더 이상 비무에 응하지 않으려 하는지 생각해 보니, 개방 후개 곽태선의 무위가 구파가 예상했던 것보다 월등히 높은 경지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개방은 더 이상 개방의 절기를 내보이지 않으려 한다는 말이었고, 그렇게 판단되자 소림파 진각과 무당파 법휴, 화산파 이준우 역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줬구나 싶었다. 우승을 하면야 문파의 영광이니 비무를 마다할 일은 아니었으나, 이차전을 치르게 되면 세 사람이 보인 무위로 보아, 수십 년을 각고하여 기른 제자의 모든 것을 내보여야 했으니 꺼려지긴 했다.


"내공이 마른 청성파 최 소협을 억지로 나서게 할 수도 없고, 개방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하니 어찌했으면 좋겠소이까?"


"이대로 대회를 마감할 수는 없지요."


"그러니 어찌했으면 좋겠느냐 묻질 않소이까?"


"이러면 어떻겠소이까?"


"좋은 방도가 있소이까?"


"비무는 이대로 마치고 천하 십준이라 하십시다. 비무에서 승리한 아이들에게 비급은 무관할 것이니 소림에서 내준 소환단과 무당에서 내준 태청단, 화산에서 내준 자소단, 개방이 내준 취구단을 십준 모두에게 내주면 되지 않겠소이까?"


"그리하면 아이들은 만족할 것이나 강호 동도들과 귀빈들의 눈은 어찌한단 말씀이시오?"


"그동안 소문으로 전해진 수천문의 제자들이 와 있다 하더이다."


"그들을 불러내 어찌하자는 말씀이시오?"


"보여야지요?"


"보이다니 무엇을 보인다는 말씀이신지."


"구파일방이 그동안 들인 노력이, 오래전 은거한 노신선들의 제자들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야지요?"


"소문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나 초절정이라는 말이 있고, 남궁 세가에서는 드러내고 전하지 않았어도 화경이라는 말도 나오더이다."


"어림없는 헛소리가 아니오? 어찌 이제 약관(이십)이 지나고 이립(삼십)을 넘긴 자들이 초절정에 화경이라니 가당치도 않소이다."


"그건 그렇다 하고 무슨 말로 불러낸다는 것이오?"


"십준을 선포하고 영약을 포상한 뒤, 성주에게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나오게 하면 되지 않겠소이까?"


"그리한들 선선히 나오겠소이까?"


"안 나온들 무슨 상관이겠소이까? 하나 성주를 비롯한 관리들이라면, 앞서 보인 제자들보다 뛰어난 무위를 지녔다 하면 내보이라 하지 않겠소이까?"


"그러다 그들이 진정 높은 수위의 무공을 내보이면, 천하무림대회를 개최한 목적을 망치지 않겠소이까?"


"천하무림대회의 폐회를 선언한 뒤에 일을 만들면 될 것이외다."


구파일방의 장로들의 의견이 모아지자, 십준을 가린 것으로 천하무림대회는 성공리에 끝이 난 것이라 선포했다. 십준에게는 각 문파에서 내건 비전의 영약이 전해졌다. 소환단, 태청단, 자소단, 취구단, 그 이름만으로도 강호에 풍파가 일 만한 영약들이 전해지자 어느 정도 소란은 재워졌다.


소란이 가시자 무당 진인이 다시 비무대에 올라, 귀빈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호 야인들의 무림대회를 찾아 주신 성주님과 삼사의 대인들 그리고 각 부와 현의 주부와 지현 대인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구파일방이 삼십 년을 봉문하며 정마대전에서 잃어버린 절기를 새로이 익혀 선보인 자리였습니다.


구파일방이 봉문하며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느라 강호에 나오지 못한 사이에, 정마 대전 당시 큰 업적을 이루시고 은거하신 노신선분들의 제자들께서 이 자리에 계신다는 말을 전해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분들이라면 성주님을 비롯한 고관 대인들께서도 아실 듯싶습니다. 검선 이자기 대협, 도왕 선우평 대협, 장왕 손탁 대협의 명성이야 천하를 울렸으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강호에서는 노신선이라 불리시는 대협의 제자들이, 성주님과 함께하신다는 말을 전해 듣고 성주 대인의 귀빈이라 여겨져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대회를 마치고서야 알아보니 성주 대인의 손님은 아니라 하더이다. 일찍 소개해 드리지 못한 불찰을 사죄드리며, 조금 늦었지만 천하무림대회도 무사히 끝을 맺었으니, 이제라도 성주님을 비롯한 고관 대인들께 알리는 것이 옳겠다 여겨 말씀드립니다.


호북 안찰사가 큰소리로 나무라듯 물었다.


"그게 누구냐?"


무당 진인이 수천문 사형제들 일행이 앉은 자리를 보며 말했다.


"금의위 대인과 함께 자리하신 공자들이십니다."


금의위라는 말에 잠시 돌아봤지만, 금의위의 위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성주였다. 더구나 환관 출신의 성주였으니 금의위라 한들 상관할 바 아니었다.


섬도 진걸이 노한 눈으로 무당 진인을 바라보다 일어서려는데, 시운학이 먼저 섬도 진걸을 진기로 누르고 일어서며 성주에게 포권으로 인사하며 말했다.


"성주 대인,

강호 야인 시운학 인사드립니다. 아마도 지금 성주 대인께 말씀드린 무당 진인은 소생의 소문을 듣고 소생을 살피고자 성주 대인을 비롯한 대인들을 이용하려 드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나 그들의 뜻이 어떠하든 소생이 성주 대인을 비롯한 대인들께, 저들이 원하는 대로 소생의 작은 재주를 보이고자 하는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성주는 자신을 이용했다는 시운학의 말에 노여움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시운학이 재주를 보인다 하고, 자신을 이용해서까지 시운학을 나서게 한 까닭이 있으리라 여겨지자, 먼저 살피고 다스리리라 마음먹고 허락했다.


"대회를 마쳤다 하지 않았더냐, 하면 어찌 재주를 보인다는 말이더냐?"


"구파일방이 각기 제자들을 십준에 올리지 않았습니까? 비무를 통해 승패가 가려졌으니 승을 차지한 다섯이면 충분하리라 여겨집니다."


"네가 다섯을 상대하겠다는 것이더냐?"


성주가 본 십준의 무위는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중에서도 승을 차지한 다섯은 또 남다른 바가 있었다. 한데 그 다섯을 상대하겠다는 시운학을 바라보는 성주의 눈은, 마치 피 맛을 본 맹수가 상처 입은 먹잇감을 바라보는 것처럼 냉정하면서도 찌릿한 감각이 풍겨져 나왔다.


그저 몸을 쓰는 강호 야인들의 재주를 높이 보진 않았으나, 성주도 정마대전이 어찌 치러졌는지는 익히 알고 있었고, 조금 전 무당 도사가 말한 자들의 명호도 들어 보긴 했었다. 정마 대전의 시작이 황명에 따른 일이었으니 아무리 어린 환관이라 해도, 웃전에서 물으면 답해야 하니 들려오는 소문을 지나치진 못했었다.


"대회가 서둘러 마감하지 않았습니까? 여기 계신 분들 모두 다섯 영걸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영걸이 누군지 가리기를 바라는 듯 여겨집니다."


시운학의 누가 가장 높은 무위를 지녔는지 가리자는 말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성주가 손을 들어 보이자 순식간에 환호는 잦아들었다.


"그리 말하는 네가 그자들을 상대한다는 말은 그들보다 네가 더 높은 경지의 무예를 지녔다 자신한다는 말이로구나."


"대인,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저들은 비록 십준의 영예를 얻었지만, 구파일방의 이대 제자에 불과합니다. 소생이 비록 저들괴 비슷한 연배이나 소생의 사문은 알고 계신 노사님들이 머물고 계십니다."


"아직도 살아있다는 말이더냐?"


"당시보다 더 강녕하십니다."


"하하하

역시 신선이란 말이지. 믿기 어려우나 이 자리에서는 더 논하지 않겠다.

보이거라."


"허락하시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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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8화 회천맹(回遷盟) (1) +1 23.09.03 3,017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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