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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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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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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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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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천하무림대회 (13)

DUMMY

뒤늦게 당도해 입맹을 원한 무인들도 있었지만, 조장 비무에 성공한 무인은 더 나오지 않았다. 은창 유성과 군사 장서유가 오늘 입맹 한 무인들의 처리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서, 군사 장서유는 입맹 한 무인들에게 논의한 결과를 전했다.


"여기 모이신 강호 형제들 모두 지켜보셨으니 결과에 대한 불평은 없으실 것으로 믿소이다. 우선 가장 궁금해하실 듯싶어 말씀드리면, 약조한 비급은 여러분 모두에게 공개될 것이오. 제대로 익혀 내면 어느 비급을 택하시던 일류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오.


내건 비급들 모두는 이미 강호 형제들이 익혀 정마대전에서 그 위력을 내보였던 비급들이외다. 강호 무림을 마교로부터 지키려는 의기로 정마대전에 참여해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당시 급급한 상황에 목숨을 잃었거나, 후손이 없어 전해지지 못한 비급들을 무림맹에서 보관하고 있던 비급들이기에, 가호 선배 무인들의 의기를 이어 가야 한다는 여 맹주님의 결단에 따라 내드리게 된 것임을 아셔야 할 것이외다."


사실 비급 모두가 수천문 대공자 시운학이 수천문의 장보고에서 살폈던 비급을 필사한 것이었으나, 수천문에서 보관하던 비급이라 말하면 그로 인해 벌어질 소동이 우려되었기에, 대공자 시운학은 정마대전에서 희생한 무인들의 절기를, 무림맹이 그동안 보관했던 비급이라 전하게 했다.


"입맹 한 대원들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나, 지금 익히고 계신 무공과 결이 맞는 비급을 선택해야, 좀 더 빠르게 강해지고 무위도 강한 무공을 갖추게 된다는 것은 아시리라 믿소이다. 어떤 비급을 선택했는지 모두에게 알릴 필요는 없으나, 연무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니, 연무를 하며 묻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말씀드리오."


무인들은 군사 장서유의 말에 잠시 동요가 일었지만, 군사 장서유는 그런 무인들의 동요에도 상관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 갔다.


"여기 모이신 형제들 대부분이 갑작스럽게 소문을 듣고 오셨을 것이오.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줄 아나 긴 시간을 드리지는 못하오. 천하무림대회가 이제 본선만 남아 있으니, 무당파에서의 본선은 내일과 모레면 끝나지 않소이까?


천하무림대회가 마치는 대로 무림맹 총타로 돌아갈 예정이니, 이틀 안에 정리할 것들을 정리하시고 돌아들 오시오. 출발한 이후에는 입맹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받아들이지 않겠소이다. 긴요한 사정이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하신 형제들께서는, 나가시기 전에 본 군사의 허락을 받으시면 될 것이오."


조장급으로 입맹 하게 된 포룡수 장고형이 군사 장서유의 말이 끝나자 큰 소리로 물었다.


"비급은 언제 볼 수 있는 것인지요?"


"정리하시고 돌아오시는 즉시 보실 수 있소이다."


"그럼 나가지 않으면 바로 볼 수 있습니까?"


군사 장서유는 포룡수 장고형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따로 정리할 것이 없어 그대로 남으시겠다면야, 약조한 대로 즉시 내드려야 하지 않겠소이까?"


"하하,

그렇다는 말씀이시지요? 소생은 정리할 것이 없으니 바로 봤으면 합니다."


군사 장서유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안면 가득 미소를 담고, 가장 큰 천막 옆 조금 작은 천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에 있으니 가셔서 마음껏 살피시오. 다만 비급을 외우셔도 되고 필사해도 상관없으나 모두가 봐야 하니 갖고 나오시진 못하외다."


포룡수 장고형은 다른 말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군사 장서유에게 가볍게 고개 숙여 보이고는 성큼성큼 군사 장서유가 알려 준 천막으로 향했다. 포룡수 장고형이 비급이 있다는 천막으로 향하자, 절반이 넘는 무인들이 장고형을 뒤쫓았다. 심지어 몇은 빠르게 달려 장고형을 앞서기도 했다.


선우웅도 그들의 뒤를 따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세가에 알려야 할 것도 있었고, 객잔에 남겨 둔 짐도 갖고 와야 했다. 형 선우영과 눈을 마주치자 선우영은 선우웅의 마음을 안다는 듯, 선우웅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조급해할 것 없다. 비급을 내주는 것도 아니고 보기만 하는 것 아니더냐? 세가에 서신을 보내 사정을 알리고 몇 가지 지시해야 할 것이 있다."


선우웅 역시 모르지 않았다. 강호에서 알아주지도 않는 작은 세가였지만, 호북 포양부를 삼분하고 있었고 남택현의 지주였다. 그러데 대공자와 이 공자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게 생겼으니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세가에 사정을 알려야 하고 두 형제의 빈자리로 인해 벌어질 일들을 해결할 방도도 찾아야 했다. 또한 두 형제가 그동안 해 왔던 일들도 누군가에게 맡겨야 했고, 미진한 일의 처리도 마쳐야 했다. 이틀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너무 짧은 순간에 불과했으니, 당장 비급 천막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만 했다.


노숙하며 지내던 무인들 대부분은 짐을 모두 갖고 다녔기에, 따로 정리할 것이 없어 너나없이 비급이 있다는 천막으로 향했고, 객잔에 머물며 지내던 무인들은 짐도 찾아야 하고, 나름 정리할 것들도 있어 아쉬움을 가득 안고 숙영지를 나왔다.


선우 형제는 객잔으로 돌아와 세가에 전할 서신을 적어 가며, 두 형제가 세가에서 담당했던 일들 가운데 긴히 처리해야 할 일들을 가려 정리했다. 밤을 새워 처리해야 할 일들을 정리한 형제는, 날이 밝자 서둘러 표국을 찾아 세가로 보낼 서신을 전하고서야, 밤새 무수한 일들을 정리하느라 지친 심신을 달래려 다루를 찾았다.


"형님께서 입맹 하시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장은 어려움이 따르겠지. 공가와 진가의 압박도 심해질 것이고. 하지만 이런 절호의 기회를 어찌 놓치겠느냐?"


"남택현 밖은 모두 내주게 생기지 않았소이까?"


"그리되겠지, 하나 멀리 봐야 하지 않겠느냐? 너와 내가 무림맹에서 그 대가를 얻어내야지. 아버님과 식솔들이 겪을 고난을 생각해서라도 배전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야."


"그야 이를 말씀이겠습니까? 하나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그게 걱정입니다."


"그리 걱정이면 아우는 어찌 남으려 한 것이더냐?"


"형님께서 세가를 지키시리라 믿었기에 그런 것 아닙니까?"


"우리 형제가 돌아간들 본가는 겨우 수성을 할 수 있을 뿐이지 않느냐? 아우가 직접 몸으로 겪고 우형도 지켜보지 않았느냐? 천하 어디에도 그런 무공은 없다. 지금 천하무림대회가 구파일방의 위세를 내세우며 성황리에 치러지고 있지만, 우형의 생각에 구파일방에도 그런 무공은 없을 듯싶다.


물론 우형의 식견이 낮아 모르는 것도 있겠으나, 우형의 판단에 무림맹은 와호장룡의 소굴이라 여겨진다. 무림맹 대원들의 표정을 살펴보고 알았다."


"무엇을 아셨다는 말씀이시오?"


"보지 못한 것이더냐?"


"소제는 우민해 알지 못하니, 어서 말씀해 보시오?"


"하긴 비무에 전력을 다했으니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있었겠느냐, 우형은 봤다. 무림맹 대원들 누구도 비급을 탐하지 않더라."


"그야 규율이 엄하니 그런 것 아니겠소이까?"


"그리 생각하느냐? 아니다. 우형의 생각에 무림맹 대원들에게는 비급을 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많은 비급이 많이 전해진 것이라 여겨진다. 간간이 대원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들으니 그들은 입맹 하려는 무인들이 비급을 말할 때, 조금은 비웃으며 고개를 내젓더라."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오?"


"비급을 익히기까지 지난하다는 말이지."


"그야 당연한 말씀이 아니오?"


"연무 과정이 그만큼 고난이라는 말이다."


"비급을 얻어 익히는 과정이 수월할 까닭이 없지 않소이까?"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비무한 대원들의 수준은 어떠했느냐?"


"삼류는 없었던 것 같소이다."


"소문에 무림맹 대원들은 시전 각다귀보다 못하다 들었다. 하나 겪어 보니 어떠했느냐? 조금만 방심했어도 우형은 비무에 통과하지 못할 뻔했다. 우리 형제가 비록 널리 알려지진 않았어도 포양에서는 무시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전 각다귀와 다름없다는 대원들에게 고전하지 않았느냐?


조장들과 겨뤄 보지 못해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조장들의 수준은 우리 형제와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모두 살핀 것이 아니라 답을 내리긴 뭐하지만, 무림맹은 지금 조장들을 중심으로 무력이 나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 대원들의 수를 크게 늘렸으니 편제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대주 말씀이시오?"


"아니면 어찌 대주 비무가 있었겠느냐?"


"형님께서 대주 자리를 노리시는 것입니까?"


"당연한 일 아니더냐, 당장 우형의 무공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만, 아우는 머지않아 노려 볼 만할 것이야."


"형님,

훈련원주와 함께 나왔던 사람들을 보시지 않으셨소이까? 비록 관복에 화복을 걸치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는 기세는 훈련원주님의 기세와 다르지 않았소이다."


"잘 봤구나, 하지만 그들은 무림맹 소속은 아니지 싶다. 장 군사님과 총순창 태 대협께서 함께 계셨지만, 금의위 군관이 무림맹은 아닐 것이고, 화복을 입고 있던 두 사람이 무인은 분명하지만 역시 무림맹에 속한 무인은 아니라 여겨진다."


"훈련원주님 같은 무인이 그리 많다면 강호에 무림맹 소문이 그 지경이진 않겠지요?"


선우영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은창 유성과 비무했던 포룡수 장고형이 십 년 내공이 늘었다 했으니, 아우 선우웅도 내공이 늘지 않았나 싶어서였다.


"아우,

비무에서 얻은 것이 있었는가?"


선우웅은 형 선우영의 물음에 마치 뭔가 잊고 있었다는 듯,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님께서 깨우쳐 주시지 않으셨으면 큰 낭패를 볼 뻔했소이다."


"내공이 는 것인가?"


"내공이라니요?"


"장고형의 내공이 십 년이나 늘었다 하지 않았는가?"


"형님,

십 년 내공보다 더 중한 것이 비무 복기인 듯싶습니다. 형님께서 바쁘신 줄 아나 소제는 돌아가 좌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우영도 무인이었으니 아우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거대한 벽을 마주했을 터이니 깨닫기에 따라 무공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었다. 두 형제는 서둘러 객잔으로 돌아와 남은 일은 형 선우영이 처리하기로 하고 선우웅은 즉시 좌선에 들었다.


선우영은 아우 선우웅이 좌선에 들자 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으나, 아우 선우웅이 좌선에 깊이 드는 것을 살피고는 방 입구에 자리하고 아우 선우웅의 호법을 섰다.


두 형제는 세가의 일도 많았고 선우웅의 좌선으로 움직이지 않았기에, 균현에 몰아친 논란의 중심에서 비켜났지만, 입맹 서약을 하고 균현으로 돌아온 무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무림맹의 일들은, 천하무림대회를 찾은 무인들뿐 아니라, 상가들과 관리들에게까지 널리 전해지고 퍼져 나갔다.


본선에 올라 이미 무당파에 든 무인들을 제외하고, 균현성 안팎에 남아 있던 무인들이 움직였다. 무림맹 비무가 어찌 치러지는지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는 무인들이 객점으로 몰려들었고, 벌써 몇몇 이야기꾼들이 무림맹에 입맹 하고 나온 무인들의 말을 종합해, 살을 붙이고 재미를 섞어 꾸며 낸 이야기를 객잔 중앙 탁자 위에 올라 전하고 있었다.


객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뤄, 자리가 없어 서서 듣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들 가운데는 이미 입맹 하고 정리를 위해 나온 무인들도 있었지만, 이야기꾼의 말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무인들보다 더 실감 나고 재미있었다.


"자~! 자~!

들으신 장사분들은 조금씩 자리를 물리시고, 새로 드신 장사님들께서는 동전 몇 푼이라도 올려놓으시오."


이야기꾼의 독려에도 움직이려는 사람은 없었다. 이야기꾼은 그럼에도 탓하지 않고 채워진 잔을 들어 쭉 들이켜며 다시 말했다.


"그럼 천하무림대회 본선에 오른 장사가 어떤 분들이셨는지 이야기하겠소이다."


이야기꾼이 천하무림대회 본선에 오른 무인들의 이야기를 하겠다 하자, 뒤에 있던 무인이 크게 소리쳤다.


"지난 보름 내내 들은 이야기를 다시 하려는 것이냐?"


무인의 호통에 이야기꾼은 탁자에 펼쳐진 전낭 보따리를 보며 말이 없이 소리친 무인을 바라봤다.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려면 대가를 치르라는 것이었으나, 이미 낸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은 이야기 값을 내지 않으려 했기에, 이야기꾼의 행동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면서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소리친 무인이 주변을 돌아보며 동전 너덧 개를 탁자 위에 던져 올렸다. 보자기 위에 떨어져 멀리 굴러가지 않은 동전을 보며 이야기꾼은 다시 무인들을 돌아봤다. 마치 너는 아직 이야기 값을 안 내지 않았느냐 묻는 듯. 이야기꾼의 눈치를 받은 무인은 동전을 던지지 않았지만 다른 무인 몇이 동전을 던졌다.


이야기꾼의 손자인지 시동인지 모를 소동이, 보자기에 올려진 동전들을 전낭에 쓸어 넣고 보자기를 더 넓게 펼쳐 놓자, 이야기꾼은 잔에 가득 술을 채워 마시고, 모두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무림맹이 이곳으로 옮겨와 숙영지를 꾸린 것이야 모르시는 분이 없으시겠지만, 그럼 어찌하여 총타를 비우고 전 대원을 이끌고 왔는지는 아시오?"


"그야 천하무림대회이니 그런 것 아니오?"


"하하하

어느 분이신지 모르나, 그럼 구파일방은 어찌 전 문도들이 함께하지 않은 것이오?"


"······."


"무림대회이니 참여하고자 오는 것은 맞소이다. 하나 문파를 비우고 총타를 비우고 오는 것은 이치에 맞질 않소이다."


"그럼 무림맹이 총타를 비우고 온 까닭이 무엇이오?"


"이제부터 그 말씀을 드리려 하오. 들어 보시오. 당금 강호에서 무림맹의 존재가 있기는 합니까? 여기 계신 장사분들께서야 무림맹이 이곳에 숙영지를 꾸렸으니 들으시긴 하셨을 것이나, 균현만 벗어나도 무림맹의 총타가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지 않소이까?"


"정주 아니오."


"저 장사분께서 바로 아시고 계시는군요. 그렇소이다. 무림맹 총타는 하남 정주에 있소이다. 하면 정주 어디에 있는지는 아시오?"


"정주성 안에 무림맹이 있다는 걸 누가 모르오?"


"예~! 예~! 그랬었지요. 황궁만큼 거대했던 무림맹이 정주성 안에 자리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올시다. 정주성 밖으로 무려 수백 리나 쫓겨나 허허벌판에 전각 두어 개가 다라고들 하더이다."


"그러니 뭐요? 존재도 없는 곳이라 비워 두고 왔다는 말이오?"


"뭐~. 아니라 하기도 그렇긴 하오만, 이 자리에서는 아니라 해야겠지요."


"그건 어찌 그렇소?"


"이리 말씀을 잘 받아 주시니 이야기할 맛이 나외다. 그건 어찌 그렇느냐 하면 어제 무림맹에 입맹 하려는 장사분들이 무려 수십이나 무림맹 숙영지로 몰려가신 것은 아시오?"


"돌려 말하지 말고 어서 말해 보시오."


"거참 재미를 모르시는 장사님이시오. 천하무림대회에 걸린 비급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무림맹에 입맹 하면 내준다는 비급은 떡하니 산문 앞에 걸려 있으니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


"그야 눈이 있으면 아는 것이고."


"무림맹에서 비급을 걸고 방문을 붙인 것이 언제요? 그동안 누가 방문 근처에 가시기는 했었소이까? 대원들이라고는 시전 각다귀들도 우습게 여기는 무인들이 다라 아시고들 계시지 않소이까?"


이야기꾼은 말을 멈추고 큼큼거리며 목이 탄다는 듯 잔을 들자, 소동이 얼른 나서며 낭랑한 목소리로 무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목은 타는데 잔이 비어 이야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야기 값으로 화주 한 잔이면 너무 후한 것 아니겠습니까?"


다시 주위에서 동전 몇 개가 올려졌고, 이야기꾼은 큰 욕심 없다는 듯 소동이 채워준 잔을 들이키고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단정 지어 한마디로 말했다.


"어제 무림맹에 든 무인들에게 그 비급이 모두 전해졌소이다."


이야기꾼의 말을 들은 무인들은 어이없고 허탈해했다. 어제 비급이 모두 전해졌다니 이제 비급을 얻을 기회가 사라졌다 여긴 때문이었는데, 이야기꾼은 그런 무인들을 돌아보며 빠르게 말을 이어 갔다.


"전해지기는 했는데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 하외다."


실망했던 무인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물었다.


"아니라니, 비급이 또 있다는 말이더냐?"


이야기꾼은 무인의 호통에도 느긋하게 그 무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 보시면 아시게 될 것이오. 어제 무림맹을 찾으신 장사분들이 얼마나 되시는지는 아시오? 마흔일곱 분이셨소이다. 그럼 무림맹에서 내건 비급은 얼마나 되는지 누가 말씀해 보시오?"


소문을 듣고 왔을 뿐 가 보지 않은 무인들이 대부분이었으니 누구도 답을 내지 못했다. 심지어 어제 무림맹에 입맹 하고 남은 일을 처리하고자 나온 무인들조차, 무림맹이 내건 비급이 얼마나 되고 무엇을 내놨는지 바로 알지 못했다.


"무림맹에서 방을 내걸고 입맹 하면 내준다 한 비급이 예순이올시다. 어제 가셨던 무인들이 모두 받고도 남는다는 말씀이오. 그럼 어찌 소생이 비급을 어제 가신 장사분들께 모두 내줬다 말했는지 이제부터 말씀드리지요."


이야기꾼이 다시 잔을 들어 목을 축이는 짧은 순간도 참지 못하고 누군가 동전을 던지며 소리쳤다. 이야기꾼이 잔을 드는 순간이 동전을 던지라는 암시였고, 더 들으려면 동전을 내라는 뜻이었으니 성질 급한 무인 몇이 동전을 내던지며 소리친 것이다.


"어서 말하거라."


"어제 입맹 하신 장사분들의 말씀은 이랬소이다. 방문에 내걸린 비급 모두를 입맹 하신 장사분들 모두에게 마음껏 살피게 했다 말씀했소이다. 소생에게 전말을 전해 주신 장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비급들 모두를 한 천막에 두고 마음껏 살피게 하고, 게다가 필사를 하는 것도 허락했다 하더이다."


"뭐라 필사를 허락해!"


"말씀이 그랬다는 것이지, 소생이야 뭘 알겠소이까?"


이야기꾼이 자신은 모른다 물러서자 무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답을 줬다.


"노인의 말이 맞소이다. 비급은 입맹 한 무인 모두에게 공개된다 했고, 무엇을 익히든 상관 않는다 했소이다. 더구나 비급을 머릿속에 외우든, 필사를 해 익히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소이다.


소생도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 서둘러 비급이 있는 천막으로 향했으나, 비급은 약조한 대로 거기에 있었고, 소생이 각법을 익혔기에 각법 비급을 살폈는데, 소생이 익히고 있던 각법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경지의 비급이었소이다. 하루 신변 정리를 위해 말미를 얻어 나왔지만, 소생의 마음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 익히려는 마음뿐이외다."


"필사는 하신 게요?"


입맹 했다 말한 무인은 필사를 했느냐는 물음에 빙긋이 웃고 답했다.


"거기 있는 비급 모두가 대원들이 익히는 비급이라 하더이다. 조장이 되면 더 높은 무공의 비급이 전해지고, 대주가 되면 신공절기까지 전해진다 들었소이다. 이는 거기 있는 대원에게 직접 들었으니 틀림없는 이야기요."


"대주가 되면 신공절기가 전해진다. 흥~! 웃기는 이야기 아니오? 어느 문파에서 가신들에게 비전 신공절기를 전한다는 말을 들어 보긴 했소이까?"


"그 자리에 계셨던 무인이라면 그리 말씀하지 않으실 듯싶소이다만, 소생이 더 말씀드릴 이유는 없을 듯싶소이다. 믿고 안 믿고는 스스로 판단할 일이고, 얻고 못 얻고도 스스로의 결단이 먼저인 것이지요."


이야기꾼 노인이 입맹 했다는 무인의 말에 손님을 놓치려나 염려하는 듯하더니, 신공절기를 말하고 두 사람의 말이 정리되자, 큰 소리가 나도록 무릎을 쳐 주의를 끌고 말했다.


"신공절기라 하시니 그리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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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8 특전사군인
    작성일
    23.08.29 03:42
    No. 1

    작품 구성 문장력 열정 모두 대단하신 작가님이시네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으며 매일 다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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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화 천하무림대회 (4) 23.08.19 3,128 21 15쪽
102 102화 천하무림대회 (3) 23.08.18 3,137 24 15쪽
101 101화 천하무림대회 (2) 23.08.16 3,157 23 18쪽
100 100화 천하무림대회 (1) 23.08.16 3,341 23 16쪽
99 99화 숙왕 (4) 23.08.15 3,201 24 15쪽
98 98화 숙왕(3) 23.08.14 3,163 23 16쪽
97 97화 숙왕 (2) 23.08.13 3,161 24 15쪽
96 96화 숙왕 (1) +1 23.08.12 3,179 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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