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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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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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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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23화 독곡(毒谷) (1)

DUMMY

시운학은 객점주가 남만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독곡에 들지 못한다는 말에 길잡이 아주와 이제 함께 움직이게 된 점소이 아보에게, 그 둘이 알고 있을 많은 것을 묻고 들었다. 특히 독곡주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자 독곡 제자들이 어찌 생활하는지 물었고, 열두 살이 되면 자질에 따라 파문한다는 말에, 어떤 시험을 거치기에 통과하지 못하고 파문당했는지도 물었다.


아주와 아보는 워낙 넉넉히 내준 사운학의 은자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묻는 대로 선선히 대답해 주었는데, 정작 어떤 시험을 거쳐 파문되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다만 나이가 찬 제자들에게 장독이 피어오르는 밀림을 다녀오라 지시하고, 밀림 속에서 하루가 지난 뒤 돌아온 제자들을 살핀 독곡주가, 대부분의 제자들에게 독곡을 떠나라 했다고 말했다.


"남은 제자들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모르느냐?"


아보와 아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시운학은 더는 아는 것이 없는 듯 보이자 객점주에게 마련된 건량이 얼마나 되는지 묻고, 내일 갖고 갈 것이라 이르며 말했다.


"열 사람이 한동안 지낼 만큼 넉넉히 싸주시게, 그리고 아무래도 독곡주에게 부탁해야 할 것 같으니 독곡주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내주시게."


"건량은 다시 들여와 넉넉하지만 독곡주가 즐기는 술은 당장 구하기 어렵습니다."


"즐기는 술이라면 어떤 술을 말하는가?"


"소인도 오래전 독물을 구하러 온 손님들이 하는 말을 들은 것뿐이지만, 손님들의 말에 따르면 사천 검난춘을 즐긴다 했습니다."


시운학은 검난춘이라는 말에 아주에게 물었다.


"검난춘 같은 술은 어디 가야 구하느냐?"


아주는 검난춘 같은 고급술을 알지 못하는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공자님,

소인을 소개한 객점에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야 하니 어렵지 않겠습니까?"


시운학은 아주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운남은 사천과 접해 있고 살아가는 방식도 비슷했으니, 그곳 객점에 사천 명주가 있을 것이라는 아주의 말이 옳을 듯싶었다. 시운학이 움직이면 두 시진도 걸리지 않을 거리였기에, 그 객점이 아니라도 인근 객점이나 주루에서 구하는 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술은 검난춘이면 된다 하니 안주는 뭐로 했으면 좋겠소?"


"검난춘에는 동파육이 제격이지요."


"그럼 동파육을 넉넉히 준비하고 만두도 가능한 많이 준비해 주시게."


객점주는 검난춘을 구하지도 못했는데, 안주인 동파육을 넉넉히 준비하라는 시운학의 말에, 무슨 말인가 싶은지 답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자, 시운학은 그저 준비하라 말하고 다시 동파육과 만두, 건량값을 묻고, 객점주가 말한 은자보다 배나 되게 꺼내 주며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움직일 것이라 단단히 일렀다.


시운학은 아주와 아보가 차려진 음식을 먹고 나자, 시운학이 준비하라 한 것이 많았는지 객점주가 아주와 아보에게 일을 도우라 하는 것을 보고, 삶은 돼지고기와 냉채 몇 가지 그리고 백화로 한 단지를 더 내라 했다.


객점주는 백화로 두 단지를 마시고도 더 내라는 말에 질려하더니, 주방 일이 많다 여긴 탓인지 백화로 두 단지를 들고 와 탁자 위에 올려놓고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점소이 아보가 아니라 객점주가 직접 냉채를 들고 와 내려놓고는 바쁘게 주방으로 들어갔다.


시운학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천천히 백화로를 마시며, 간간이 들려오는 주방의 큰 소리에 미소 지었다. 날이 한참 어두워서야 점주가 잊고 있었는지 주방에서 나오더니 시운학을 객방으로 안내했다. 시운학은 조용히 지내고 싶다 말하고 아무도 들지 못하게 하고는, 객방 문을 걸어 잠근 뒤 창문으로 나갔다.




날이 밝아 와 시운학이 식당으로 나가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세 사람이 시운학을 보고 인사했다.


"공자님,

나오셨습니까?"


시운학은 객점주는 몰라도 아주와 아보가 서 있을 힘도 없어 보이자 나무라듯 물었다.


"그리 지쳐서야 길을 나서겠느냐?"


길잡이 아주는 원망스럽다는 듯 한쪽에 쌓아 놓은 물건들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시운학이 주문한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장정 둘이 등짐을 져야 겨우 들 만큼 큰 보퉁이가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시운학은 늘 지니고 다니는 책상자에 위로, 어젯밤 나가 구해 온 책상자만큼이나 큰 검난춘 호로병이 가득한 상자가 올려져 있었으니, 주문한 물건은 길잡이로 나선 아주와 아보가 지고 가야 했다.


객점주는 시운학이 메고 있는 책상자를 보며 어제 왔을 때는 저렇지 않았다 싶으면서도, 시운학이 밤새 검난춘을 구해 왔다고는 생각지도 못하기에 잘못 본 것이라 여겼다. 아주와 눈이 마주치자 슬쩍 시운학의 책상자를 바라봤다. 아주도 뭔가 이상하다 여기면서도, 어제부터 뭔가에 홀렸는지 기억이 가물거리는 것에 고개만 갸웃거렸다.


시운학은 이들이 밤새 지시한 물건을 준비하느라 애썼다는 것을 알기에, 등에 진 물건과 책상자를 내려 책상자를 열고 작은 약병을 꺼내, 그 안에 있던 환단 두 알을 아주와 아보에게 내주며 먹으라 했다.


"기운이 날 것이다. 어서 먹고 길을 나서거라."


아주와 아보는 시운학이 내준 작은 환단에서 좋은 향기가 나자 얼른 받아 입에 넣었다. 환단은 입에 들어가자 씹거나 삼키려 들지도 않았는데, 스르르 녹아내려 그대로 삼켜졌다. 아주와 아보가 환단을 삼키자 시운학은 둘의 명문을 짚고 진기를 돌려 약효를 온몸으로 퍼지게 했다.


시운학이 둘에게 먹인 환단은 강호에서 생기환이라 불리는 것으로, 노사들이 강호에서 활동할 때 얻은 것을, 시운학과 사형제들이 산문을 나올 때 내줬던 것이었다. 아주와 아보는 왠지 힘이 나는 것 같자, 서로 바라보며 이상하다는 듯 눈치를 했지만, 시운학이 이제 힘을 얻었으면 출발하자고 재촉하자, 마련된 물건을 하나씩 나눠지고 객점을 나섰다.


객점주가 거짓을 말하진 않았는지 객점을 나서고 두 시진도 못 돼, 관도를 벗어나 계곡을 따라가다 계곡을 오르자, 한낮에도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치 숲이 우거진 능선을 굽이굽이 이어 갔다.


가면 갈수록 숲만 우거진 것이 아니라 바닥이 질척거렸고, 날벌레들이 쉬지 않고 달라붙었다. 시운학은 진기를 돌려 온몸에 기막을 두르고 날벌레를 막으며 움직였는데, 아주와 아보는 날아드는 벌레들에 무심하게 앞으로 나갈 뿐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앞으로 나가는 아주와 아보에게, 시운학은 얼마나 남았는지 묻지 못했다. 무거운 짐을 지고도 거침없이 나가고 있었으니, 이보다 서둔들 몸이 따라가지 못하리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생기환을 먹여 기운이 떨어지지 않고, 움직이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시운학의 눈에는 길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움직이면 막혀 있고 막혀 있는 풀과 나뭇가지들을 손에 든 만도로 쳐내며 나가는데, 익숙하다는 듯 쭉쭉 앞으로 나가니 길인가 싶었다.


몇 시진에 걸친 고행 끝에 진창이 끝나고 마른 땅이 나오는가 싶더니, 제법 넓은 곳에 소란스러운 아이들 목소리와 함께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아주와 아보가 시운학을 돌아보자 시운학은 이곳이 맞느냐며 물었다.


"이곳이 독곡인 것이냐?"


"예, 공자님."


세 사람이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실같이 가는 뱀들이 아주와 아보에게 날아들었는데, 아주와 아보는 뱀들이 날아드는 즉시 질겁하며 뒤로 물러섰고, 날아든 뱀들은 시운학이 모두 거둬들였다.


시운학의 왼손에는 날아왔던 실뱀들이 손가락 사이로 머리를 내밀며 시운학의 손을 물고 있었다. 가늘기는 해도 몸통은 진한 청색에 눈은 불을 켠 듯 붉었고, 날름거리는 혓바닥 사이로 운무처럼 독이 품어졌다.


물러섰던 아주와 아보는 시운학의 왼손 안에 잡혀, 혀를 날름거리며 물어 가는 뱀들을 보고는 크게 놀랐는지, 연신 시운학을 살피고는 독곡 안쪽을 보며 큰소리를 냈다.


"아청~!

청사를 모두 죽일 셈이더냐?"


아주의 고함 소리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아가 나무 뒤로 고개를 내밀며 의아롭다는 듯 말했다.


"어, 어떻게~!

청아들에게 물리고도 쓰러지지 않는 거지???"


청아라 불린 여아가 의아롭다는 듯 고개를 내밀고 말하는 동안에, 세 사람 주위로 오공들이 몰려나오고 독두꺼비들이 꽥꽥거리는 듣기 괴로운 소리를 내며 튀어 다녔다. 시운학은 아주와 아보가 질색하며 물러서려 하자, 작은 소리로 불러 가까이 있으라 말하고, 기막을 둘러 독물들이 다가서지 못하게 하고는, 간간이 손을 퉁겨 독물들이 터져 나가게 했다.


주변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모습을 보이자, 시운학의 손이 분주해지며 아이들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누구 건지 몰라도 맛있게 생겼구나, 모두 잡아 구워 먹어야겠다."


말을 하면서도 연신 손을 놀려 독물들을 잡아가자, 작은 휘파람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더니 독물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독물들이 사라지자 아주와 아보는 놀랍다는 듯 시운학을 바라보다 앞서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들어가니 처음 봤던 여아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몰려 있고 아이들 뒤로 아주와 아보 또래로 보이는 젊은이 몇이 아이들 앞으로 나와 막아서며 말했다.


"아주, 아보.

감히 너희가 외적을 들이다니 죽고 싶은 게냐?"


외적을 들였다는 말에 아주는 변명하려는지 급하게 대답했다.


"아망,

외적이 아니다. 사부님을 뵈러 오신 손님이시다."


아망이라 불린 사람은 아주의 변명에 가당치도 않다는 듯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손님~!

손님이 어찌 아이들을 해친다는 말이더냐? 저리 죽은 독섬과 오공이 보이지도 않는 것이냐? 아사가 청사를 얼마나 아끼는지 몰랐다는 것이냐?"


아망은 여전히 시운학의 왼손에 잡혀 빠져나가려, 꿈틀대며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청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주와 아보는 시운학의 손에 잡힌 채 지쳤는지, 물지도 못하고 혀만 날름거리는 청사를 보고 시운학을 보며 난감해했다.


시운학은 천천히 손가락을 펼쳐 보였는데, 여전히 청사들은 시운학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실뭉치처럼 똬리를 틀더니 하나로 뭉쳐졌다. 시운학은 청사가 하나로 뭉쳐지자, 울먹이며 아망 뒤에 몸을 숨긴 아사에게 가볍게 던져 보냈다.


시운학의 손을 벗어난 청사들은 날아가며 몸을 회복했는지, 아사에게 이르러서는 순식간에 아사의 품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에 독곡의 아이들은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청사가 살아있는 것에 놀라고, 청사의 독이 얼마나 강한지 알기에 그렇게 물리고도 멀쩡한 시운학을 두려운 듯 바라봤다.


독을 다루고 독물을 다스리는 독곡의 제자들이었으니, 독물을 쉽게 제압하고 청사의 독으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시운학을 두렵게 여겨졌다. 청사가 아사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본 아주가 독곡 제자들을 향해 말했다.


"독섬과 오공 몇 마리가 죽긴 했어도 너희 장난이 심하지 않았느냐, 평소처럼 경고라도 했으면 공자님께 말씀드려 죽이지 않고 밀어냈을 것이다."


파문당한 제자가 들어오면 독곡의 아이들이 장난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시운학이 처음에 밀림 입구까지 안내를 청해 왔고, 길잡이로 나서며 객점에서 말하는 가운데, 파문당한 제자가 독곡에 들면 어려움이 있다고 언질하긴 했어도, 어쩌다 길이 독곡으로 바뀌고 나서 시운학에게 아이들의 장난을 자세히 알리지 못했었다.


아주도 비록 독곡에서 파문당하기는 했지만 독공도 무공이라 한때나마 익혔으니, 시운학이 보인 여러 가지 기행으로 시운학의 무공이 강하다는 것은 느끼고 알았다. 그렇다 한들 시운학이 이렇듯 쉽게 독물들을 죽이고, 청사에게 물리고도 아무렇지 않게 잡아낼 줄은 몰랐다.


청사는 독곡에서도 귀하게 여기는 독물이었으니, 청사마저 죽였다면 변명의 여지도 없이 손님이라는 말이 어색했겠지만, 청사가 무사히 아사의 품으로 돌아갔으니 오히려 독곡 제자들의 장난이 심했다 탓한 것이다.


아보는 사라졌던 독물들이 더 늘어 주위를 감싸는 것을 보고, 아주의 옆구리를 잡아당기며 주변을 돌아보자, 아주가 눈길을 돌리자 독물들이 몰려들어 둘러싸고 비릿한 독향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청사를 돌려주고 아주의 변명에도 독곡 제자들은 뭔가를 기다리는지 전혀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독물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독향이 짙어지더니, 새들이 날아가고 원숭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손님이란 말이지, 얼마 전 중원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었는지 모를 것이다.

그들이 지나가고 아이들 절반이 넘게 죽었다. 그런데 또다시 중원인을 끌고 와 손님이라, 어떤 손님이 독곡 제자들보다 쉽게 독물을 제압한다는 말이더냐?"


아주와 아보는 얼마 전 중원인들이 들었다는 말에 그들이 누구인지 짐작했다. 하지만 누구인지 모르니 대답이 궁해졌다. 시운학은 중원인들이 지나갔다는 말에 모두 무사히 독곡에 왔다는 것을 알고 내심 안도했다.


잠시 사이에 독물들이 포위를 좁혀 오자 기막을 펼쳐 내, 독무와 독물들의 공세를 막아내며 주위를 둘러보고 거대한 구렁이가 똬리를 풀고 움직이려 하자, 한껏 독이 올라 노려보며 말하는 아망이란 사람에게 말했다.


"독각화망의 내단이 해독제라지. 조금 어지러워지려 하니 저놈을 잡아 내단을 취해야 할 것 같구나."


아망은 시운학이 독각화망을 알아보고도 내단을 취하겠다 하자 크게 놀랐다. 독각화망의 독은 단숨에 목숨을 거둬 갈 만큼 독하지만, 독각화망의 내단은 만독을 물리치는 해독제였다. 시운학이 독각화망을 잡아 내단을 취하겠다 하자, 아망은 두려웠는지 긴 소성을 뽑아내 독각화망을 독물 무리에서 불러냈다.


아망은 이미 몇 번이나 독각화망에게 시운학을 물도록 지시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독각화망은 시운학 주위를 돌 뿐 시운학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차에 시운학이 독각화망을 가리키며 내단을 취하겠다 하니, 행여 독각화망이 상하기라도 할까 두려운 마음이 일어 즉시 불러들였던 것이다.


독곡의 제자들도 몰려든 독물들을 보며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공세를 펼쳐 내라 지시해도 돌려 들기만 할 뿐 다가서지 않았다. 아니 다가서려 하기는 하는데 일정한 거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아망이 독각화망을 물리는 것을 본 독각 제자들도 자신이 아끼는 독물들은 뒤로 물리고 오공이나 독섬같은 흔한 독물들만 남겨 놓았다. 아망은 그것을 보고 화가 나는지 한껏 붉어진 얼굴로 아주와 아보에게 소리쳤다.


"손님이라니 어찌 왔는지 말하거라."


독물을 거래하러 왔는지 아니면 독상을 치료하려 왔는지 말하라 한 것이다. 하지만 아주와 아보는 시운학의 길잡이로 왔을 뿐 어떤 일로 독곡을 찾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아주와 아보가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시운학을 바라보자 시운학이 말했다.


"곡주께서 사천 검난춘을 즐기신다기에 갖고 왔더니 이리 박대할 줄은 몰랐구나. 동파육에 검난춘 한 병이면 죽은 오공 값은 되지 않겠더냐?"


시운학의 말이 끝나자 산발한 늙은 노괴가 튀어나오며 큰 소리로 말했다.


"독섬과 오공 한 마리에 검난춘 한 병이면 값이 맞겠구나."


"숨바꼭질 놀이를 좋아하시는가 보외다. 주인이 그리하자면 손님으로 왔으니 주인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겠지요."


시운학은 처음부터 모습은 감췄지만, 독곡주라 여겨지는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을 알았기에, 독물도 더는 해치지 않았고 아이들에게도 심하게 대하지 않았다. 더구나 부모님과 노사분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니 분란은 없어야 했다.


독곡주가 나타나자 독물들도 모두 흩어졌다. 길이 열리자 신기한 듯 다가서는 아이들을 밀어내지 않고 아이들 사이로 들어갔다. 띠집처럼 길게 이어진 초가에 이르자 넓은 대천이 있었다. 시운학은 아주와 아보가 등에 진 것을 내려놓으라 하고, 자신도 책상자와 상자 위에 올려진 상자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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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4화 독곡(毒谷) (2) +1 23.09.09 2,771 21 16쪽
» 123화 독곡(毒谷) (1) +1 23.09.08 2,798 22 16쪽
122 122화 남만행(南蠻行) (2) 23.09.07 2,808 22 17쪽
121 121화 남만행(南蠻行) (1) 23.09.06 2,822 20 14쪽
120 120화 회천맹(回遷盟) (3) +2 23.09.05 3,015 18 15쪽
119 119화 회천맹(回遷盟) (2) 23.09.04 3,011 19 14쪽
118 118화 회천맹(回遷盟) (1) +1 23.09.03 3,018 21 14쪽
117 117화 천하무림대회 (18) 23.09.02 2,987 23 12쪽
116 116화 천하무림대회 (17) 23.09.01 2,973 23 18쪽
115 115화 천하무림대회 (16) 23.08.31 2,974 20 16쪽
114 114화 천하무림대회 (15) 23.08.30 2,984 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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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10화 천하무림대회 (11) 23.08.26 3,009 2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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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화 천하무림대회 (9) 23.08.24 3,032 21 14쪽
107 107화 천하무림대회 (8) 23.08.23 3,042 2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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