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능범 때려잡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KSHw
작품등록일 :
2023.05.22 21:54
최근연재일 :
2023.06.05 10: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00
추천수 :
0
글자수 :
104,917

작성
23.05.22 23:50
조회
66
추천
0
글자
12쪽

신입(1)

DUMMY

나무가 무성한 산속 한가운데서 묵묵히 땅을 파는 한 남성이 있었다.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함 때문인지, 그가 삽을 움직이는 소리가 유난스럽게 크게 들려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땅을 메우기까지 한 그는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디지털 시계에는 ‘04:37’이란 문자가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분명 그는 입고 있는 옷을 흠뻑 적셔야 할 정도로 격한 노동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는 옷을 적시긴커녕 조금도 힘든 기색이 없었다. 그는 땅을 메운 곳을 발로 서너 번 휘젓고는 초조한 듯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산에서 내려온 곳은 한적한 공원이었다. 넓은 공원치고는 아주 적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저마다 자신의 아침 운동을 하느라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꼼꼼하게 자신을 주시하는 사람은 없는지 눈알을 굴려 주변을 살폈다.


벤치에 앉아 포니테일 형태의 살구색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있는 여성의 요염한 뒤태가 그의 시선을 길게 끌었다.


그는 조용히 공원 외진 곳에 자신이 들고 있던 삽을 내려놓았다. 흙먼지가 쌓여있던 그곳은 더러운 삽이 제자리를 찾은 듯 무척이나 어울렸다.


그가 삽을 내려놓고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조금 전 그의 시선에 담겼던 살구색 머리의 여성이 앞에 서 있었다.


“공원 관리하시는 분인가 봐요?”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그를 응시했다. 먼발치에서 봤다면 틀림없이 젊은 여성으로 보였을 정도로 관리된 중년 여성의 카리스마는 말 한마디로 남성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소심하게 답변했다.


“예 예... 뭐 그렇죠...”


“요즘 공원 관리인은 사람도 묻어주나 봐요?”


“네...? 갑자기 무슨 소릴...”


오리발을 내미는 그에게 시위하듯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어느새 은은한 녹색을 띠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선 기괴하게도 마주하고 있던 그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르인 내가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 거지?]


[다 죽여버리겠어!]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녀의 입에서 이름 모를 남성과 여성의 비명이 차례차례로 이어졌다.


이질적인 소리가 멈추고 그녀가 입을 닫자, 녹색을 띠던 눈동자가 다시 푸른빛을 머금었다.


그는 당황하며 그녀가 충분히 들을 수 있을 만한 크기로 속삭이듯 말했다.


“괴물...”


흥분한 그는 삽을 다시 집어 들었고, 기합을 내지르며 그녀를 덮치려 했다.


하지만 그는 기합 소리를 내질러보기도 전에 그녀의 발차기를 맞고 나무까지 날아가 맥 빠지게 쓰러졌다.


그녀는 한쪽만 있는 이어폰을 꺼내 귀에 끼고 말했다.


“리지 C급 건 완료했어요.”


이어폰에서는 남성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인했습니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팀장이 직접 뛰는 건 비상 터졌을 때나인데...”


“어쩌겠어요. 미루면 피해자만 늘지. 그래도 이제 신입이 들어오니까 스트레스도 풀 겸 한두 건 정도야 뭐...”


*****


묶었던 머리를 푼 정장 차림의 그녀가 구두 소리를 내며 5층 정도의 세련된 건물로 향했다.


전체적으로 흰 건물의 2층과 4층 벽면에는 푸른 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 그녀가 들어서는 건물 입구의 상단에는 그런 흰 배경에 푸른 글씨로 ‘BLUE GUARD’라고 적혀있었다.


건물의 1층에는 아무도 없었고, 반들거리는 바닥만이 그녀를 반기고 있었다. 바닥 때문인지 그리 굽이 높은 구두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또각거리는 소리는 그녀의 주변을 가득 채웠다.


은색 엘리베이터에 도착한 그녀는 ‘5’라고 적힌 버튼을 눌렀다.


금방 엘리베이터를 내린 그녀는 모퉁이를 돌면 바로 있는 문의 우측에 있는 길쭉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철판으로 된 파란색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곧이어 이어폰에서 들렸던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오셨네요.”


“자리 지켜줘서 고마워요.”


방안은 좌우로 10명은 앉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직각 테이블을 중심으로 바로 앞에 벽을 완벽히 가릴 정도로 커다란 화면이 있었다.


화면에는 뚱뚱한 타원형의 대륙지도가 띄워져 있었다. 지도에는 4개의 푸른 점이 찍혀있었다.


“제 점은 미리 지우셨네요. 직접 지우는 맛이 쏠쏠한데.”


“아이고, 블루가드 팀장님의 소소한 재미를 빼앗아버렸군요.”


“신입은 내일이죠? 걱정이에요. 한번 만나봤어야 했는데”


“실력은 확실할 겁니다. 신체 강화 수준 상위 0.1%에 특이사항은...”


“그런 S급 인재가 왜 이런 궂은일을?”


“마수 침공 당시 영웅의 딸이랍니다.”


“부모 영향을 받았나? 여자들은 이런 일 싫어할 텐데... 이상한 괴짜일 거 같아서 걱정만 더 늘었네요.”


“레이븐이 담당이니까 괜찮겠죠.”


*****


어두운 심야의 도시에서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는 가로등이 서 있었지만, 하나같이 고장이라도 난 건지 주변의 어둠조차 몰아내지 못할 만큼 미약한 불빛을 힘겹게 내보내고 있었다.


도망치고 쫓는 두 사람을 비추는 건 오직 은은한 달빛뿐이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골목 막다른 곳으로 내몰린 남자는 근처에 떨어져 있는 묵직한 쇠파이프를 가볍게 들어 곧 자신을 따라 들어올 남자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윽고 기다리던 검은 옷차림의 남성이 천천히 따라 들어왔다. 기다리고 있던 남자는 쇠파이프를 기습적으로 휘둘렀지만, 검은 옷차림의 남성은 간단히 피하며 복부를 주먹으로 강하게 가격했다.


주먹을 맞은 남자는 신음을 토하며 막다른 곳의 벽면까지 크게 밀려났다. 검은 옷차림을 한 남성의 갈색 눈동자가 엉거주춤한 남성을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이 분했는지 다가오는 검은 옷차림의 남성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파이프를 집어 던지고 거의 동시에 몸을 날려 남성을 덮쳤다.


검은 옷차림의 남성은 파이프를 간단히 피했지만, 덮쳐오는 남성을 피하진 못하고 그대로 붙잡혔다.


하지만 당황한 기색은 전혀 없었고, 잡히지 않은 오른팔로 남성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는 신음을 토하며 물러났고, 검은 옷차림의 남성은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 명은 자리가 뒤바뀌어 검은 옷차림의 남성이 막다른 곳의 벽에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B급답게 튼튼하군.”


쇠파이프를 휘둘렀던 남성은 기회를 포착하고 탁 트인 입구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검은 옷차림의 남성은 같은 방향으로 그를 쫓아가면서 두 다리만으로 옆 벽면을 자연스럽게 오르기 시작했다.


벽면을 타고 있는 남성의 갈색 눈동자가 천천히 붉은색을 강하게 띠기 시작했다.


도망치던 남성은 뒤를 확인했지만, 검은 옷차림의 남성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검은 옷차림의 남성을 따돌린 줄 알고 조금씩 속도를 줄여나갔다.


갑자기 4층 높이의 건물 외벽에서 두 다리로 서 있던 검은 옷차림의 남성이 그를 덮쳤다.


“히이익! 뭐야!”


도망치던 남성은 그대로 기절했고, 검은 옷차림의 남성은 기절한 남성을 깔고 앉아서 한쪽만 있는 이어폰을 꺼내 귀에 꼈다. 그때 그의 눈동자는 다시 갈색빛을 띠고 있었다.


“디르크 B급 건 완료했습니다.”


“수고했어. 혹시 벽면 타고 잡았니?”


“예... 오랜만이네요. 팀장님.”


“웬만하면 벽 타지 말라니까. 발자국 남는다고 시끄럽게 구는 거 처리하는 게 꽤 성가셔.”


“예.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소보 B급 건으로 바로...”


“잠깐만 레이븐. 신입이 오니까 본부에 들러.”


*****


올루크 대륙의 서북단 끝 자락쯤에 있는 도시인 디르크는 외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100만 명 이상 거주하고 있는 작지 않은 도시였기 때문에 순식간에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를 보유할 수 있었다.


열차 안에서 잠을 자려고 마음먹었던 레이븐은 디르크의 B급 범죄자를 인계하자마자 밤중에 입었던 검은 옷차림인 채로 기차역을 찾았다.


레이븐이 입고 있는 검은 재킷엔 섬세하게 신경 쓰지 않으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이른 아침 기차역의 사람 중에는 얼룩을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다. 다행히도 다크서클이 늘어지고, 부스스한 머리를 한 꾀죄죄한 레이븐의 상태는 늦잠을 자고 허겁지겁 뛰쳐나온 사람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킷의 얼룩이 레이븐의 실수로 뭍은 케첩 자국이라고 생각하며 비웃기 바빴다.


그런 사람들을 뒤로하고 레이븐은 자기부상열차의 문이 열리자마자 탑승했다. 지금 레이븐의 머릿속엔 얼른 자리를 확인하고 무거운 눈꺼풀을 해결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답게 내부는 쾌적하고 넓었다.


하루 중 첫 번째 열차라 그런지 방금 청소한 듯한 냄새가 강렬하게 났다. 예민한 사람들은 코를 찡그릴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객실 청소를 맡은 신입 청소부가 바닥 세정제를 대량으로 쏟아버렸던 것이다.


신입 청소부는 문이 열린 줄도 모르고 탑승 중인 손님들 앞에서 보란 듯이 혼이 나고 있었다.


비몽사몽인 데다 관심도 없었던 레이븐의 귀엔 그저 단잠을 방해하려는 불쾌한 고함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손님들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베테랑 직원은 신입 청소부를 이끌고 열차에서 내렸다.


드디어 레이븐은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레이븐은 매번 휴식을 취하기 직전까지 괴롭힘을 당했지만, 블루가드 요원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마수 토벌대는 경쟁률이 비정상적이었고, 도시방위로 고향에 남았다간 죽을 때까지 아버지에게 휘둘렸을 것이다.


신체 강화뿐인 보통의 능력자들과 다르게 레이븐은 특수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블루가드는 특수능력 보유자들이 지원만 하면 거의 합격인 데다 급여도 높았지만, 위험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이번에 온다는 신입도 확실하게 특수능력 보유자일 것이다.


과거엔 특수능력을 부리며 기상천외한 범죄자들을 상대하는 블루가드는 영웅처럼 대우받았었다고 한다.


그러나 창설하고 20년이 지난 지금 예전만큼의 인기는 없었다. 10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대륙을 담당해야 하는 불합리한 직업일 뿐이었다.


신입은 이런 사실을 알고 지원한 것일까?


자신과 비슷한 처지거나 그렇지 않다면 괴짜거나.


레이븐은 그렇게 아직 만나지도 못한 신입에 대한 불안감의 괴롭힘을 받으면서 옅은 수면을 이어 나갔다.


올루크 대륙의 중심지인 럼프에 도착하기 직전에 일어난 레이븐은 열차의 화장실에서 그새 생긴 눈곱을 제거해나갔다.


재킷에 묻은 얼룩도 문질러보지만, 지워질 리 없었다. 열차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안내방송이 뒤따랐다.


열차를 타기 전에 비하면 주변에 신경을 쏟을 여유가 생긴 레이븐이 발걸음을 옮겼다.


*****


블루 가드 본부에 다다랐을 무렵 근처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긴 갈색 머리의 젊은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몸매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딱 붙는 검은색 보디슈트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첩보영화에서나 볼법한 의상이었다.


검은 옷차림인 레이븐이 옆에 선다면, 세트로 보일 수 있었다.


이건 레이븐에겐 큰일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꽤 먼 거리였기 때문에 일부러 다가가지 않는다면 염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상단에 블루가드라고 적혀있는 입구를 지나자, 사람 한 명 없는 적적하고 익숙한 공간이 나타났다.


반들거리는 바닥이 집에 돌아온 주인을 반기는 반려견 같았다.


편안함을 만끽하고 있던 레이븐의 등 뒤에서 공간의 평화를 박살 내는 젊은 여성의 쩌렁쩌렁한 소리가 귀를 찔러왔다.


“안녕하세요!!!”


레이븐은 벌써 일거리가 늘었음을 직감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특능범 때려잡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입니다. 23.06.05 10 0 -
20 스카딜(2) 23.06.05 8 0 12쪽
19 스카딜(1) 23.06.04 9 0 11쪽
18 토벌 지원(5) 23.06.03 13 0 11쪽
17 토벌 지원(4) 23.06.02 13 0 11쪽
16 토벌 지원(3) 23.06.01 11 0 12쪽
15 토벌 지원(2) 23.05.31 12 0 12쪽
14 토벌 지원(1) 23.05.30 11 0 12쪽
13 한밤의 대련 23.05.29 13 0 12쪽
12 소보(10) 23.05.28 13 0 12쪽
11 소보(9) 23.05.27 12 0 11쪽
10 소보(8) 23.05.26 10 0 11쪽
9 소보(7) 23.05.25 13 0 11쪽
8 소보(6) 23.05.24 13 0 12쪽
7 소보(5) 23.05.23 14 0 11쪽
6 소보(4) 23.05.23 12 0 12쪽
5 소보(3) 23.05.22 14 0 12쪽
4 소보(2) 23.05.22 11 0 12쪽
3 소보(1) 23.05.22 15 0 12쪽
2 신입(2) 23.05.22 17 0 12쪽
» 신입(1) 23.05.22 67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