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능범 때려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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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w
작품등록일 :
2023.05.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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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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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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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 지원(4)

DUMMY

수십 마리의 늑대 무리가 천희를 쫓아왔고, 커다란 곰이 그 뒤를 따랐다.


천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늑대들을 따돌리고 달아날 수 있었지만, 늑대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했다.


오른쪽 귀에 꽂고 있던 검은색 이어폰에서 레이븐의 음성이 들려왔다.


“좋아. 그 거리 유지해.”


“네에!”


레이븐은 붉은 안광을 빛내며 고층 건물의 외벽 사이를 뛰어다니며 천희의 뒤를 쫓고 있었다.


늑대들을 주시하던 레이븐은 무리에서 이탈해 다른 거리로 흘러 들어가려는 늑대들을 무리를 향해 도로 차 날렸다.


종종 표적을 레이븐으로 바꾼 늑대가 달려들었지만, 늑대의 어금니는 장검에 가로막혀 레이븐에게 닿지 못했다.


레이븐은 늑대가 물고 있는 장검을 세게 휘둘러 늑대를 떼어냈다.

깨갱거리며 날아간 늑대는 머리를 흔들며 잽싸게 일어나 무리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어느새 갈색 눈동자로 돌아왔었던 레이븐은 다시 눈동자를 붉게 물들이며 두 발로 건물의 외벽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뛰고 있을 뿐인 천희가 격렬하게 움직이는 레이븐을 걱정했다.


“레이븐. 안 힘들어요?”


“아직까진 괜찮아.”


천희와 레이븐은 고층 건물들로 둘러싸인 한 블록을 빙빙 돌며 늑대와 곰을 몰았다.


그렇게 몇 번이나 같은 곳을 돌았다.


미르인인 천희와 레이븐은 당연히 지치지 않았지만, 늑대들과 곰도 지칠 기색이 전혀 없었다.

인간이 미르인으로 각성한 것처럼 짐승들이 각성한 형태가 마수였다.


마수들은 짐승들이었을 때보다 조금 더 포악했지만, 이처럼 곰이 도망치는 늑대를 쫓으면서까지 공격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레이븐은 코르틴젤의 방위였다던 신더레이크의 B급 범죄자 ‘스카딜’의 이름을 떠올렸다.


레이븐의 이어폰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레이븐 씨? 토벌 본부에서 왔습니다.”


“코르틴젤 북쪽 입구 블록에서 마수 무리 유도 중입니다. 늑대 20마리 정도에 곰 한 마리입니다.”


“조금만 더 버텨주십쇼. 곧 도착합니다.”


잠시 후 천희가 블록의 가장자리를 돌았을 때, 녹색 제복을 입은 남녀가 나타났다.

제복의 등 쪽에는 녹색으로 ‘G’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적혀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금방이라도 찔러버릴 것 같은 기세로 녹색 창을 들고 있었다.

녹색 창은 꼭 커다란 이쑤시개 같은 심플한 디자인이었다.


천희가 크게 도약해 그들을 뛰어넘자 시끄러운 외침이 들려왔다.


“사냥개시!!!!!!”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함과 함께 토벌대와 늑대 무리가 충돌했다.


“후미에 곰 한 마리는 부탁드립니다!”


“사냥개시!”


천희가 시끄러운 토벌대장의 오더를 비꼬듯 외치며 전장을 무시하고 곰에게 달려갔다.


천희의 말을 들은 토벌대원들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부끄러웠던 토벌대장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원들을 닦달했다.


“뭐해! 정신 차려! 죽는다!”


-쿠워어어어오오!!!


레이븐은 일찌감치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곰을 상대하고 있었다.


멀리서 느긋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던 곰의 커다란 앞발은 순식간에 레이븐의 정면을 쓸고 지나갔다.

레이븐이 땀방울을 흩날리며 살벌한 가속도의 앞발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천희가 오기 직전까지 곰의 커다란 동작을 피하며 몇 번이고 베었지만, 질긴 가죽을 뚫고 깊게 베었다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상처를 입을수록 곰은 더 흉포해졌다.


두 발로 일어선 곰이 5m 돼 보이는 커다란 몸을 과시하더니 쓰러지듯 레이븐을 덮쳐왔다.


-쾅!!!


땅이 울리는 커다란 진동이 토벌대원들의 시선을 끌었다.


방심한 토벌대원을 향해 어금니를 들이미는 늑대가 토벌대장의 발차기에 신음을 흘리며 맥없이 날아갔다.


“정신 차려! 죽는다고!”


“죄송합니다.”


곰의 공격을 피한 레이븐이 엎어져 있는 곰의 뒤에 올라타 뒤통수에 검을 찔러넣었다.


곰이 온몸을 격렬하게 비틀며 등에 붙어있는 레이븐을 떼어냈다.

레이븐은 곰에게 박혀있는 검을 뽑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레이븐! 힘들죠! 이제 저한테 맡겨요!”


도끼를 든 천희가 곰 앞에 당당하게 섰다.


-쿠워어어어어!!!


“우워어어어!!!”


천희가 기합 소리를 내지르며 곰한테 달려들었다.


놀랍게도 천희는 강력한 곰의 앞발에 부딪히고도 조금밖에 밀리지 않았다.

곰은 멈추지 않고 잽싸게 반대쪽 앞발로 천희를 가뒀다.

도끼를 놓친 채로 곰의 앞발 사이에 갇힌 천희가 분한 듯 말했다.


“으으윽! 레이븐! 이 곰 똑똑해요!”


천희가 곰을 상대하는 동안 고층 빌딩의 외벽을 올랐던 레이븐이 곰의 등을 향해 뛰어내렸다.

곰의 등에 박혀있는 검을 향해 몸을 던진 레이븐은 떨어지면서 생긴 가속도에 자신의 힘을 더했다.

레이븐이 양손으로 그 강력한 물리력을 검에 실었고, 강철같은 곰의 질긴 가죽을 베어 가르며 검과 함께 떨어졌다.

곰은 일자로 생긴 깊은 상처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곰 뒤로 착지한 레이븐이 끈적한 선혈을 그대로 뒤집어썼다.


곰이 쓰러지자, 늑대 무리를 정리하고 다가온 토벌대원들이 질서 없이 손뼉을 쳤다.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짝짝!


토벌대장이 레이븐에게 흰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제3 토벌대장 강진입니다. 이야... 고생하셨습니다.”


토벌대장 강진은 마른 체형에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블루가드 레이븐입니다.”


레이븐은 받은 수건으로 손을 간단히 닦고 강진과 악수했다.


“레이븐. 고생했어요. 아... 루스터입니다...”


레이븐과 달리 멀쩡한 천희가 다가와 강진과 악수했다.


“이야... 정신 바짝 차리고 반나절을 찔러야 잡는 걸 순식간에... 역시 블루가드는 다르군요...”


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레이븐이 강진에게 물었다.


“산속은 어떻게 됐습니까?”


“추가로 발견된 마수는 없다고 합니다.”


“토벌대분들은 왜 연락이 안 됐던 겁니까?”


“시신을 절반 정도 찾아냈다고 들었습니다...”


“...”


레이븐과 천희를 도우려고 나타난 토벌대 말고도 다른 토벌대가 산속을 조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곰 형태의 마수를 최초로 보고한 토벌대가 심각한 상황일 거라고는 예측을 했지만, 그런데도 강진의 보고는 충격적이었다.

상위 수준의 미르인들도 섞여 있는 토벌대가 겨우 곰 한 마리가 섞인 늑대 무리에 전멸당할 리가 없었다.


“마수는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거군요...”


마수에게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생각한 천희가 쓰러져있는 곰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레이븐은 곧바로 올리아나에게 코르틴젤의 상황을 보고했다.


“코르틴젤 토벌 지원 건 완료했습니다.”


“고생했어. 자세한 내용은 정보과장님한테 들었어. 레이븐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줄은 몰랐는데. 흠...”


올리아나는 피식 웃었다.


“뭐 어때. 뒤는 토벌대 일이니까 더 이상 파고들 필요는 없어. 계속 수고해줘.”


올리아나는 급하게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


럼프에 있는 블루가드 본부 앞.


반짝거리는 까만 리무진 한 대가 앞에 섰다.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들이 리무진의 문을 열고 한 노인을 깍듯하게 모셨다.


자신을 김필승이라 소개했던 그 노인이었다.


노인은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들의 조심스러운 인도를 받아 블루가드의 정보과 사무실을 찾았다.


안쪽에서 일을 보고 있던 제임스가 앞으로 나와 노인을 맞이했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자네가 블루가드 팀장이오? 난 불꽃그룹 회장. 김필승이오.”


“전 정보과장 제임스입니다... 팀...”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하나가 말을 끊으며 제임스에게 소리쳤다.


“너무 무례한 것 아닙니까? 어서 안쪽으로 모시고 팀장을 데려오세요!”


푸른 제복을 입고 컴퓨터 앞에서 일하던 정보과 직원들의 시선이 남자와 노인에게로 향했다.

제임스가 직원들에게 가볍게 손짓하고 노인과 검은 양복의 남자들을 안내했다.


“아이고. 손님이 찾아오는 건 익숙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하하. 따라오시죠.”


제임스가 안내한 곳은 둥근 탁자가 놓여있는 블루가드의 접견실이었다.

곧이어 연락받은 올리아나가 접견실을 찾아왔다.


올리아나는 신경질적으로 자리에 앉았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열었지만, 노인이 가볍게 손을 들어 이를 막았다.


“불꽃그룹 회장. 김필승이오. 블루가드 팀장입니까? 생각보다 젊으신 분이었군요.”


“그런데?”


올리아나의 짧은 대답에 노인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신사적으로 행동했다.


“블루가드는 위나 아래나 정말 무례하군요. 뭐. 유능하고 젊은 분들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객기도 사람 봐가면서 부려야지요?”


미리 레이븐을 통해 자세하게 보고로 들었던 올리아나는 이 김필승이라는 노인이 총본부나 다른 단체, 혹은 언론으로 간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에게 찾아왔다는 사실이 재밌었다.


“귀엽네. 이런 일에 직접 움직이기도 하고 아직도 혈기 왕성한가 봐?”


자신을 무시하는 것만큼은 참지 못했던 김필승이 결국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 김필승이가!!! 어떤 사람인지 실감하지 못하나 본데. 지금이라도 무례를 사과하시오.”


“저기. 할아버지?”


“뭣이!!!”


올리아나의 말에 노인이 몸을 들썩이며 깜짝 놀랐다.

동시에 검은 양복의 남성이 올리아나의 멱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올리아나는 갑자기 일어서며 남자의 목을 낚아채 잡아들었다.


목을 잡힌 남자가 긴 팔로 저항했지만, 올리아나가 힘을 꽉 주며 남자를 더 높이 들어 올렸다.

공중에 붕 뜬 남자는 얼굴이 점차 붉게 물들었고, 온몸을 바들거리며 최선을 다해 저항했다.


노인을 비롯한 검은 양복의 남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충격적인 광경을 지켜봤다.


올리아나에게 목을 잡힌 남자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자 올리아나는 그 남자를 접견실의 한 벽면으로 획 던져버렸다.


날아간 남자는 온몸에 힘이 빠진 채로 콜록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올루크 대륙에 회장이라고 직함을 내미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올리아나가 다가와 천천히 노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올리아나의 손이 다가오자, 노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움찔거렸다.


“김필승 할아버지? 주제를 아세요.”


검은 양복의 남자들은 노인을 데리고 도망치듯 달아났다.


제임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팀장님. 괜찮습니까? 그래도 저 양반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는 사람인데”


“저렇게나 자존심이 센 사람이 맞고 다녔다는 얘길 하겠어요? 그리고... 여차하면 노망난 늙은이로 만들면 될 뿐이에요.”


올리아나가 사라져가는 리무진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


코르틴젤의 상황이 종료되었고, 붉은 소형차를 탄 온이 현장에 도착했다.


온의 눈엔 쓰러져있는 커다란 곰과 그 옆에서 강진과 얘기 중인 레이븐과 천희가 보였다.

기쁜 마음으로 뛰어가던 온의 뒤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온!!!”


멜리엄이었다.


똑 부러져 보이는 여성 직원이 멜리엄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온 앞에 도착한 멜리엄은 다짜고짜 온의 뺨을 후려쳤다.


-짝!!!


멜리엄이 뺨을 때리는 소리는 고요했던 주변을 집어삼켰다.


주저앉아 버릴 정도로 세게 맞은 온이 붉게 달아오른 뺨을 어루만졌다.


온은 눈시울을 붉히며 멜리엄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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