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능범 때려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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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w
작품등록일 :
2023.05.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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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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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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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3)

DUMMY

블루가드의 상황실과 비슷한 구조의 레드가드 건물 3층 정보과 회의실에서 크레인이 불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레드가드 제복을 입은 직원들은 떨떠름한 기색으로 직각 탁자를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잘났다는데, 레드에 무슨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지 원 참.”


“소보는 저희가 잘 아니까... 알려...”


“알려주면 어쩔 건데. 밀놈들이 언제 자동차건 건물이건 신경 쓴 적 있어? 저렇게 도시 관광이나 하다가 범인 잡는답시고 손에 닿는 건 전부 부숴버릴 게 뻔해.”


크레인은 블루가드를 변호해보려던 젊은 직원의 말을 끊고 비꼬듯이 말했다.


다른 젊은 직원이 어쩔 수 없이 크레인의 말에 맞장구를 쳐줬다.


“예. 지부장님 말이 맞습니다. 그럼 저흰 여기 왜 모인 건가요? 이번 건 피해 예상이라도 할까요?”


“말 한번 잘했어. 예상 피해액 산정해서 제출해. 예산 얼른 받아서 대비해야지!”


따지듯 한 젊은 직원의 말투에 기분이 상한 크레인은 화를 내며 직원들에게 화풀이하고는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다른 직원들이 크레인에게 따진 직원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아니 왜 일을 늘려? 가만히 있어 좀. 지부장님 나이대 사람들 예민한 거 한두 번봐?”


“사건 종료되면 다시 산정해야 할 텐데 일을 두 번 하란 소리야?”


“그쯤하고, 하는 시늉만 하든가 합시다. 블루가드 사람들 빠지면 기분 풀리시겠죠”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직원이 불똥이 튀어 언성이 높아져 가는 회의실을 중재했다.


*****


한스의 도움을 받아서 피해자가 발생한 현장을 반 정도 돌아봤지만, 특별한 점을 찾아내진 못했다.


그래도 여태 돌아본 곳을 한번 정리해보기 위해 레드가드로 돌아왔다. 점심시간에 앞서 레이븐은 올리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레이븐입니다.”


“상황은 어때? 작전은 잡았니?”


“전혀 진척이 없습니다.”


“큰일이네. 그새 C급 건 들어왔는데···. 또 내가 갔다 와야겠어. 혹시 모르니까 작전 잡으면, 정보과장님한테도 알려줘.”


“예. 알겠습니다.”


“아. 레이븐. 루스터는 어때?”


“처음엔 괜찮아 보였습니다만, 한숨도 못 잤다고 한 걸 보니 역시 바로 적응하긴 어려운가 봅니다.”


“어머. 생각보다 제대로 신경 써주고 있구나? 다정하네. 틀림없이 일만 생각하고 있을 줄 알았어.”


“특이사항 없으면, 작전 날짜 잡혔을 때 연락드리겠습니다.”


“부끄러워하긴. 그래 수고해.”


레이븐이 문을 열고 방문을 나가자, 천희가 같은 타이밍에 방문을 열고 나왔다. 천희가 들뜬 상태로 레이븐에게 물었다.


“레이븐! 팀장님이랑 전화했죠?”


“...엿들은 거야?”


“제가 귀가 좀 밝아서. 제 얘기도 했죠?”


“그래. 했다.”


“제 코드네임은 어떻게 됐대요? 뭐로 바꿔준대요?”


천희는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레이븐의 대답을 기다렸다.


천희의 코드네임에 관심이 없는 건 올리아나도 마찬가지인 게 분명했다.


어쩌면 정보과장 제임스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레이븐은 천희의 눈빛에 부담감을 느꼈다.


이 부담감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당하다고 느꼈던 레이븐은 마침내 부담감을 이기고 입을 열었다.


“네 코드네임에 관한 얘기는 없었어.”


“왜요?!!! 그럼, 저의 무슨 얘길 했는데요?”


“네가 밤잠을 설쳤단 얘길 했다.”


"레이븐 혹시 변태예요? 그런 거보다 제 코드네임을 물어봐 주셨어야죠! 제가 직접 팀장님한테 물어봐야겠어요!”


“팀장님은 C급 현장에 나갔다. 그런 쓸데없는 얘기로 본부에 소란 일으키지 마.”


“쓸데없다니!!! 자칫 잘못하면, 전 평생 루스터라고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구요! 레이븐은 자기랑 어울리는 근사한 코드네임을 받았으니 지금 제 기분을 이해 못 하시는 거죠?”


레이븐은 자신의 코드네임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마 ‘레이븐’이 아니라 ‘피그’나 ‘도그’같은 코드네임이었다면 조금 불쾌한 감정을 품었을지도 몰랐다.


레이븐은 머릿속으로 자신이 ‘도그’라는 코드네임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았다.


올리아나에게서 코드네임을 처음으로 들었던 장면을 회상했다.


올리아나의 목소리가 천천히 재생되었다.


“에단? 네 코드네임은 ‘도그’야. 앞으로 잘 부탁해 도그.”


분명 천희를 루스터라고 가장 많이 불렀던 사람은 레이븐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븐은 천희에게 점점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레이븐은 천희에게 진심으로 사죄했다.


“미안하다...”


“알면 됐어요...!”


천희는 레이븐의 사죄에 어느 정도 기분이 풀렸다. 조금은 이해받았다는 사실이 위안거리가 되어주었다.


*****


레이븐과 천희는 레드가드의 2층 식당에서 한스, 석현과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레드가드의 점심 식단은 스파게티를 메인으로 수프, 샐러드 등이 포함되어있었다.


식사 도중에 석현이 크레인에 대해서 사설을 늘어놓았다.


“지부장님이 평소엔 그런 분이 아니세요. 20년 전 마수 침공 때, 마수를 막던 미르인의 능력에 휘말려서 아내분을 잃으셨거든요... 그런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거기까지였으면, 예민하게 굴지 않았을지도 몰랐겠지만...


당시 소보에서 살아남은 레드가드 직원 중에 가장 상사였던 사람이 지부장님이셔서...”


“아...”


다음 내용을 짐작한 한스는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레이븐도 천희도 다음 내용을 충분히 눈치챘을 것이다.


석현의 다음 말을 듣고 싶지 않았던 천희는 석현의 말을 끊어주길 바라며 레이븐을 쳐다봤지만, 레이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보 대표로 그 미르인을 비롯한 미르인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순간 입이 바짝 말라붙어버렸던 천희는 포크를 들고 스파게티를 감던 손을 멈추고 식탁에 놓인 물컵을 들어 물을 크게 들이켰다.


식사 중에 할 얘기는 아니었지만, 석현은 레이븐과 천희가 오늘 오전을 기점으로 레드가드와 협력하지 않게 될 것만 같았다.


타지의 레드가드에서 근무했었던 석현은 미르인 범죄를 겪어본 경험이 있었다. 그때 블루가드에서의 지원군은 덩치 큰 검은 피부의 남성이었다.


건물의 경미한 파손은 있었지만, 두 자릿수의 사망자를 내고 있었던 B급 범죄자를 단 이틀 만에 체포할 수 있었다.


작전지점의 민간인을 대피시키고, 인원을 활용한 사격을 통해 범죄자를 유도하고, 덩치 큰 남성이 결정타를 날렸었다.


현재 소보의 레드가드와 블루가드의 분위기가 그때와는 정반대인 것을 실감하고 있었던 석현은 레이븐처럼 이번 사건에서 불안감을 크게 느꼈다.


뒤늦게 자신의 경솔한 행동으로 불쾌감을 느끼게 한 사실을 깨닫고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식사 중에 이런 말을...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서...”


“이해합니다.”


레이븐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


다시 간이회의실로 돌아왔지만, 크레인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었다. 처음보다 더 어색한 분위기에 한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오전에 절반 정도 돌아봤는데요. 저항하지 않았는데도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렇습니까? 하나같이 건장한 남성이라서 그런지 주변에서 다툰 거라고 봤나 봅니다.”


“피해자의 아내분을 만났는데 자기 가게도 아닌데 절대 나설 사람이 아니래요.”


한스가 오전에서 알아낸 정보를 석현에게 전했다. 이어서 레이븐이 자기 생각을 밝혔다.


“제 생각입니다만 레이텐건은 사망자를 낼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의도적으로 범죄행각을 보인 것 같습니다.”


“도시에 소란을 피우는 게 목적이었을까요? 블루가드에서 올 게 뻔한데 다른 목적이 더 있다고 생각해야겠군요.”


“저희를 소보로 유도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저희 쪽 정보과장님과 연락해봤습니다만 다른 도시에서 대형사고가 터졌거나 낌새가 있는 곳은 현재로선 없다고 합니다.”


“팀장님이 C급 현장에 갔다면서요.”


레이븐과 석현의 대화에 천희가 끼어들었다. 천희는 진지한 얘기를 나누는데 자신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부턴 한스처럼 먼저 입을 열고 간단한 보고라도 하겠다고 다짐했다. 천희의 말에 레이븐의 대답이 돌아왔다.


“팀장님과도 연락을 해봤다. 미리 그쪽 레드가드에서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우발적 사고라고 했다고 들었다. 벌써 작전 날짜까지 잡은 모양이야.”


“와... X나 빨라...”


천희는 무심코 습관적인 비속어를 쓰며 감탄했다.


천희는 슬며시 석현과 레이븐의 눈치를 봤지만,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다음부턴 조심하자고 생각했다. 일 처리가 빠른 타지의 소식에 괜히 머쓱했던 석현은 헛기침하고 물을 들이켰다.


레이븐이 다시 말을 이었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곳이라든지 소보에서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예. 사건 터지고 오실 때까진 오히려 쥐 죽은 듯 조용했었습니다. 지금은 하루도 안 지났는데, 대체 어디서 블루가드에서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점점 활기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석현의 대답에 한스가 뜨끔했다. 한스는 조용히 자세를 정비했다. 레이븐이 피곤한 듯 말했다.


“장기전이 될 것 같습니다...”


*****


레이븐과 천희는 오후에도 마찬가지로 한스의 안내를 받아서 오전에 돌아보지 못한 현장을 찾았다.


전부 돌아봤지만 아쉽게도 새로 알아낸 정보는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을 땐, 이미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진 상태였다.


시간상 한스는 현장에서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한스는 이대로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빨리 사건이 종료되길 바랐기 때문에 레이븐의 장기전이 될 거 같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도시에 블루가드의 소문이 퍼진 이유는 아마 자신에게 있었다. 만약 소문이 퍼지지 않았다면, 진즉에 방심한 범죄자의 꼬투리를 잡았을지도 몰랐다.


사건의 장기화에 자신의 책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리던 한스의 앞에 어제저녁 걱정스러운 중년 여성에게 블루가드의 소식을 알렸던 횡단보도가 나타났다.


마치 데자뷔처럼 중년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어제 그 걱정스러운 아줌마가 아니었다.


“한스 님. 저기 술집 뒤에서 술 먹고 싸움 났는데 좀 말려주세요! 옆에 빈 술병이 쌓여있어서 누구 하나 잘못되겠어요!”


“안내해주세요!”


“이쪽으로!”


한스는 먼저 뛰어가는 중년 여성을 뒤따랐다. 여성이 안내한 곳은 술집 뒤편의 주차장이었다.


주차장엔 차가 한 대도 없었고, 수십 명의 남녀가 가운데를 둘러싸고 있었다.


한스는 이렇게나 싸움 구경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말리는 사람이 없어서 자신을 불렀다는 사실이 굉장히 꺼림칙했다.


벽처럼 빙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한스에게 길을 터주었다.


그때였다.


미르인이었던 한스도 버티기 어려운 힘이 한스의 등에 가해졌다.


비능력자들에게 자신이 밀쳐질 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한스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중심을 향해 우스꽝스럽게 넘어졌다.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비웃음이 뒤를 이었다.


한스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붉은색으로 ‘D’라고 적힌 검은 모자를 쓰고 있는 데릭이 한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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