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능범 때려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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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w
작품등록일 :
2023.05.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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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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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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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4)

DUMMY

한스를 불러왔던 중년 여성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데릭에게 겨우 다가왔다. 초조한 기색의 그녀는 데릭을 닦달했다.


“한스 님을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죠? 얼른 줘요!”


데릭은 두둑한 흰 봉투를 그녀에게 건넸고, 내용물을 확인한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달아났다. 곧바로 데릭은 근처에 서 있던 지저분한 남성에게 턱짓했다.


가슴털이 인상적인 그 남자는 상체를 훤히 드러낸 채로 얼핏 보면 커다란 트렁크 팬티로 보이는 바지 하나만을 입고 있었다.


데릭의 턱짓에 신경질적으로 주변을 밀치고 자리를 비운 그는 곧바로 돌아왔다.


돌아온 그의 손은 피범벅이었고 손에서 번진 것처럼 보이는 피가 묻은 두둑한 흰 봉투가 그 손에 들려있었다. 그는 데릭에게 피가 묻은 흰 봉투를 건넸다.


봉투의 안쪽을 살핀 데릭이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그의 턱을 강하게 잡자, 그는 약한 신음을 내며 바지 주머니에서 구겨진 몇 장의 돈을 꺼냈다.


“아아악! 잠깐만. 여기. 여기!”


데릭은 그를 놔주고 그가 건넨 구겨진 돈을 낚아챘다.


그는 데릭의 눈치를 살피며 양손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턱을 소중하게 감쌌다.


한스는 시선의 중압감에 얼어붙어 일어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조심히 살피며 숨죽인 채로 고개를 들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데릭은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하고 있던 한스에게 말했다.


“소보 방위 한스. 윅 씨가 만나고 싶어 하신다.”


윅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굉장히 위험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제야 천천히 일어섰던 한스는 데릭을 포함한 주변의 사람들이 미르인들일 수도 있다는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레이븐이 말했던 레이텐건의 다른 목적과 명백하게 관련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다행인 건 이들이 자신을 해칠 의사가 없어 보였다는 것이었다. 당장 목숨의 위협은 없다고 생각했던 한스는 간신히 용기를 내 소리쳤다.


“윅이 대체 누군데?! 레이텐건의 패거리냐?!”


“...레이텐건이 누구지?”


데릭이 머리를 기울이며 의문을 표했다. 잠깐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던 데릭이 말을 이었다.


“질문은 윅 씨에게 하고, 따라와라.”


데릭이 등을 돌렸고, 한스는 조용히 뒤를 따랐다.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데릭과 한스에게 길을 열어줬다. 데릭과 한스가 떠난 자리는 시끌벅적한 술집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어둡고 조용한 도시 외곽으로 향하는 길.


특수능력 고등학교에 다니게 된 잠깐을 제외하면 줄곧 소보에서 지냈던 한스조차도 낯선 분위기를 느꼈다.


데릭의 등을 응시하며, 한스는 도망칠 궁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도망을 친다면, 데릭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데릭과 윅이라는 사람이 레이텐건을 필두로 하는 패거리라면, 아슬아슬하게 B급 판정을 받은 레이텐건보다 신체 강화 수준이 절대 높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고작 신체 강화 수준 하위 10%에 불과한 자신이 데릭보다 우위에 있을 리 없었다.


자신보다 조금 높은 C급 수준이라면 따돌릴 자신은 있었다. 한스는 눈알을 굴려 서둘러 주변을 살폈다.


갑자기 묵묵히 길을 걷던 데릭이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 꼴사납게 됐군. 실속은 없지만, 방위라고 해서 저항이 심할 걸 예상했다만...


이런 녀석이 무서워서 이놈 저놈 끌고 온 거처럼 보였잖아. 확실하게 하려던 것뿐인데.”


발걸음을 툭 하고 멈춘 데릭은 다시 등을 돌려 한스를 향했다.


그리고 기습적으로 한스의 안면을 주먹으로 강타했다.


한스는 날벼락 같은 주먹을 맞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한스는 곧바로 벌떡 일어났지만 처음 겪어보는 거센 타격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어느새 한스의 앞에 다가온 데릭은 이번엔 한스의 배를 걷어찼다.


드문드문 잡초가 자라있는 흙바닥으로 나가떨어진 한스는 끓어오르는 헛구역질을 토해내며, 엉거주춤하게 일어섰다.


고개를 든 한스의 눈앞엔 조금씩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도시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스는 마치 도시에서 쫓겨난 것만 같았다.


소보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흘렀다.


깔끔했던 한스의 옷은 흙먼지투성이가 되었고, 바닥에 긁혀 찢어진 곳도 있었다.


멈추지 않는 눈물과 이에 호응하는 콧물, 볼에 묻어있는 모래 사이로 붉게 빛나는 긁힌 상처, 터진 입가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구역질의 흔적, 그리고 입술에서 나는 피가 침을 타고 턱까지 번져있었다.


만신창이나 다름없었던 한스를 보고도 망설이는 기색 하나 없이 다가오는 데릭은 소보의 저승사자 같았다.


다가오는 공포감에 몸을 떨며 어설프게 뒤로 움직인 한스는 자기 발에 걸려 우스꽝스럽게 넘어졌다.


기절할 때까지 일방적인 구타를 당한 한스는 물을 맞으며 깨어났다. 빈 양동이를 내던진 데릭은 고압적으로 말했다.


“일어서라!”


깜짝 놀란 한스는 몸을 떨며 차렷 자세로 일어섰다. 데릭은 한스의 멱살을 잡고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똑바로 서서 따라와라.”


도망칠 수 없다.


힘의 격차를 느낀 한스가 결론을 내렸다.


소보의 문제는 자기 손을 떠나 아득히 멀어져 있었다. 데릭이 말했던 윅이라는 사람을 만난다면, 자신도 금세 술집 뒤편으로 안내했던 중년 여성처럼 될 게 뻔했다.


시발. 멍청한 년.


한스는 데릭에게 속아 자신을 안내한 여자가 원망스러웠다.


미르인들의 생태계를 전혀 모르는 비능력자인 그 여성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웠다.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을 것이지만, 그런데도 상당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속으로 여성을 욕하며 한스는 고개를 떨궈 데릭의 발뒤꿈치에 시선을 옮겼다.


*****


데릭이 한스를 데려온 곳은 소보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뒷산의 한 언덕이었다.


언덕의 끝은 낭떠러지를 연상케 할 만큼 가팔랐다.


그리고 그 언덕 끝에서 녹색 닭 볏 같은 머리를 한 남자가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데릭과 형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데릭이 깍듯하게 말했다.


“윅 씨. 소보 방위 한스. 데려왔습니다.”


데릭이 말한 윅이라는 인물이 레이텐건이었다.


윅은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쓰며 뒤돌았다.


한스를 확인한 윅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윅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자, 한스는 결국 참지 못하고 외쳤다.


“레이텐건!?”


“흠... 그래... 그렇게 등록되어있겠지.”


윅의 말에 한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미등록이라는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적으로 움직여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신체 강화뿐인 일반 미르인들은 처음부터 범죄행각을 벌일 생각이 없다면, 미등록에 큰 매리트가 없었기 때문에 레이텐건은 높은 확률로 미등록 특수능력 보유자가 틀림없었다.


그리고 다수의 미르인들을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최소 A급 이상의 안건이었다.


만약에 윅이 우두머리가 아니고 간부라면 의심할 여지 없이 블루가드 총력 대응이 필요한 안건이었다.


한스보다 키가 훨씬 컸던 윅은 조금 고개를 숙여 한스의 턱을 들어 올렸다.


붉게 달아오른 턱을 부여잡으며 고통을 호소했던 남자를 떠올린 한스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벌벌 떨었지만, 한스의 생각과 반대로 윅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한스의 안색을 살핀 윅은 갑자기 옆에 있던 데릭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모자가 벗겨져 검은색의 짧은 머리가 드러난 데릭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차악!!!


“데릭···. 이 시발놈아!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우리 귀한 소보 방위 한스 님을 이런 꼴로 만들어!?”


“죄송합니다...”


데릭은 모자를 주워 일어서며 말했다.


붉게 달아오른 데릭의 뺨에 점점 멍이 들어갔다. 데릭은 표정 변화 없이 주운 모자를 다시 머리에 썼다.


데릭의 기분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지 윅은 천진난만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우리 씩씩한 소보 방위 한스 님. 안녕하세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소보 외곽에서 작은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윅 글라스라고 합니다. 얼굴은 괜찮으세요?”


한스는 생김새와 이질적인 분위기의 자기소개에 할 말을 잃었다. 멍해 보이는 한스를 확인한 윅이 데릭을 노려보며 말했다.


“데릭... 이 시발놈이!!!”


“괜찮아요! 전 괜찮습니다.”


“그런가요? 다행입니다. 킥킥킥.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바로 본론만 말해도 될까요?”


윅의 태도는 말만 보면 정중했지만, 꼭 한스를 놀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스는 시종일관 윅의 기세에 눌렸다.


“예... 말씀하세요.”


“제가 블루가드의 열혈 팬이라서, 저희 클럽에 한 분만 모시고 싶거든요. 어떻게 안 될까요?”


“그게...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러자 일시적이었지만 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모습을 본 데릭이 끈질기게 유지하고 있던 무표정을 포기하고 피식 웃었다. 윅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에 천천히 주저앉았다.


“어이 한스. 너 이런 생각 한 적 없냐? ‘미르인인 내가 왜 비능력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지?’ 난 미르인이 되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없...는데요...”


“...뭐 좋아. 욕심이 없는 타입이구만. 소보 방위로 일하기 시작할 때 적어도 소보 내에선 연예인처럼 살았잖아? 그지? 그런데 지금은 어때. 블루가드 녀석들이 우리를 처리하고 도시를 떠나면 그 생활이 돌아올까? 비능력자들은 지금이 네가 충분히 활약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게 뻔해. 레드가드 등신들이 너한테 레이텐건을 처리할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를 생각해봐. 그때 레드가드 녀석들 표정이 어땠어? 너는 어떤 기분이었지? 레이텐건보다 훨씬 약한 녀석도 장담하기 어려운 네가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턱이 없었잖아.”


한스는 잊기 어려운 그때를 떠올렸다.


내색은 없었지만,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석현과 자신의 무력함이 알려지며 퍼져가는 어두운 분위기.


윅의 말에 한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스의 표정을 본 윅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헛기침하며 다시 진지한 분위기를 다잡았다.


“네가 못한 걸 블루가드 녀석들이 하고 떠나면 넌 어떻게 될까? 비능력자 녀석들은 참새처럼 짹짹대기 바쁠 거다. ‘소보 방위인 한스는 아무것도 못 했는데’라고. 데릭 같은 개자식한테 피떡이 되도록 X나 처맞고, 레드가드랑 블루가드 사이에 껴서 기 싸움하는데 눈치 보고, 사소한 다툼도 무시하지 않고 달려가서 말렸잖아. 넌 너 나름 노력했는데 말이야.”


한스는 자신의 노력이 전혀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보상은커녕 미르인이라고 제대로 대우받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윅의 말은 한스의 위치를 실감 나게 했다.


한스는 투명인간처럼 살아가게 될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비능력자도 아닌 미르인들을 부리고 있는 윅을 보고 있으니 똑같이 미르인으로 선택받은 자신은 비능력자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하지만 한스. 이제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해라. 내가 너처럼 애매한 미르인들의 낙원을 만들어줄게. 킥킥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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