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능범 때려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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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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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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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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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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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 지원(1)

DUMMY

레드가드 직원 한 명이 인원수만큼의 아이스 커피를 들고 왔다.


크레인만큼은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따뜻한 차였다.

소란스러워졌지만 크레인은 관심도 없는 듯 조용히 차를 즐겼다.


눈물을 닦으며 웃음을 멈춘 올리아나가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이며 기분을 가라앉혔다.


“많이 친해졌구나. 레이븐이 걱정됐던 것뿐이었어.”


그다음으로는 소보의 현황에 관한 대화가 석현의 보고로 진행되었다.


천희가 윅의 일당을 상대하면서 만든 거친 흔적들이 소보가 입은 피해의 상당량을 차지했다.


석현은 최상위 수준의 미르인인 윅 글라스가 주도한 조직범죄가 이 정도 피해에 그친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눈치를 살피고 있던 천희를 격려했다.


용건을 마친 다섯 명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석현이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


“바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정리된 서류를 들고 일어선 올리아나가 답변했다.


“네. 밀려있는 일도 있고, 윅 글라스의 호송을 서둘러야죠.”


“그럼. 도망친 데릭과 윅의 부하들에 관해선 계속 정보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부탁할게요.”


올리아나의 기대와 달리 소보의 정보로 데릭을 추적하긴 어려웠다.

소보로 오기 전 블루가드 정보과장 제임스에게 들었던 정보와 별로 다를 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윅의 부하들이 회복해서 다시 소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서둘러 윅 글라스를 데리고 떠나는 것이 소보의 안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크레인이 나란히 서 있는 레이븐과 천희의 앞으로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크레인은 주름진 손을 내밀었다.


레이븐은 천희의 어깨에 슬쩍 손을 올렸다.

레이븐의 신호를 알아챈 천희가 머뭇거리며 크레인과 악수했다.


크레인의 손은 무거웠다.


천희는 손을 힘껏 흔들지 못하고 그냥 맞잡고 있을 뿐이었다.


크레인이 맞잡은 손을 가볍게 한 번 들었다가 절도있게 내렸다.

천희와의 악수를 짧게 끝낸 크레인은 손을 거두지 않고 레이븐에게도 악수를 청했다.


크레인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한 레이븐이 우물쭈물하자 천희가 활짝 웃으며 레이븐의 손을 잡아끌었다.

크레인은 피식 웃으며 레이븐과의 악수도 같은 방식으로 끝내며 말했다.


“언제든지 소보로 오시면 환영해드리겠습니다.”


“다음번엔 사적인 방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레이븐의 말에 석현과 크레인이 활짝 웃었다.


*****


올리아나는 먼저 윅을 데리고 열차로 떠났고, 천희와 레이븐은 한스의 병실을 다시 찾았다.


천희가 문을 열고 한스를 불렀다.


“한스!”


“어서 오세요. 돌아가신다는 얘기 들었어요.”


한스는 여전히 붕대 속에 파묻혀있었다.


“직접 작별인사를 하러 오실 줄은 몰랐어요.”


“나 그렇게 정 없는 사람 아니야.”


“윅 글라스를 서둘러 옮기기로 했다. 윅 글라스가 없는 소보를 노려봤자 화풀이밖에 안 될 테니까.”


레이븐이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화풀이하진 않겠죠?...”


“지금 윅 대신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을 데릭이란 녀석이 어떤 녀석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땐 또 올게!”


레이븐이 확신 없이 얼버무리자, 천희가 밝게 대답했다.


레이븐의 말을 들은 한스가 데릭을 떠올렸다.

데릭은 분명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길 꺼렸었다.


한스는 그런 데릭이 윅의 신변이 위험해질 만한 일을 벌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조금은 자신감이 생긴 한스가 말했다.


“오실 때까지 소보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그래. 소보는 걱정 없겠어.”


레이븐이 피식 웃으며 답변했다.


“그럼. 쉬어 한스.”


천희가 손을 흔들며 마지막으로 인사했다.


*****


럼프로 가는 열차 안.


자기부상열차 안에는 소규모 범죄자 호송을 위해 취조실과 유사한 구조의 작은 방이 마련되어있었다.


방과 가장 가까운 좌석에 앉아있던 천희는 윅과 단둘이 있는 올리아나가 신경이 쓰여 좀이 쑤셨다.


"무슨 얘길 하는 걸까?"


“그렇게 신경 쓰이면 들어가 봐.”


“그래도 돼요?”


“안 될 것 없지. 나라면 사양하겠지만...”


“그럼. 저도 그냥 참아야겠어요. 팀장님이 아니라 레이븐이었다면, 이런 고민 안 했을 텐데.”


“...”


조금 떨어진 옆자리에 있는 레이븐은 달리할 것도 없었기에 눈을 감았다.


윅의 말재간으로 봐선 어지간한 꾐으로는 정보를 알아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리아나는 충분한 정보만 있다면 사람의 머릿속을 흔드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조용히 올리아나와 눈싸움을 이어나가는 것이 질렸는지 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멋진 누님이 상대라니 이 빌어먹을 수갑만 없었더라면!”


“재밌는 얘기를 해주면 수갑도 풀어주고 서비스도 해줄 수 있는데?”


“오호... 가냘픈 몸매랑 다르게 통이 크시네.”


“어때? 재밌는 얘기는 준비됐어?”


“전 벌써 재밌는데요? 킥킥킥. 재미없으십니까? 누님.”


올리아나의 푸른 눈동자가 녹색을 띠기 시작했다.

올리아나의 변화를 알아차린 윅이 긴장감을 품고 중얼거렸다.


“무슨 수작을...”


[레이. 넌 특별한 사람이야.]


올리아나의 입에서 올리아나가 아닌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윅이 올리아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누님. 재미없는데.”


“그래? 난 이제 재밌어지려는데?”


[레이. 네가 알고 있는 걸 전부 알려주지 않을래?]


올리아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같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진짜 개 X 같은 능력이네. 시발.”


윅이 어이가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열심히 해봐. 누님. 난 잠이나 잘란다.”


“쉽지 않은 남자였네?”


올리아나가 조소를 머금고 말했다.

윅은 그대로 의자에서 일어나 양손으로 뒷머리를 바치며 딱딱한 바닥에 누웠다.


*****


오랜만에 돌아온 블루가드의 상황실.


가장 먼저 도착한 레이븐이 탁자에 놓인 작은 컴퓨터를 만져 화면의 커다란 붉은 점을 지웠다.


화면에는 남은 3개의 푸른 점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곧이어 천희가 피곤한 기색을 숨김없이 내비치며 나타났다.


“후아아... 레이븐. 안 피곤해요? 잠을 너무 많이 자니까 오히려 더 피곤하네요.”


커다란 화면을 구경하던 천희가 레이븐에게 물었다.


“이 점들은 다 뭔가요?”


“현장직원들이 파견 중인 곳을 표시해놓은 거야.”


“보통 한 명씩 파견 간다고 했잖아요?”


천희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을 이었다.


“에게겍... 그럼, 저 포함해도 6명뿐인 거에요? 10명 정도는 된다고 그랬는데 사기당한 기분이에요.”


“예전에는 많았다고 들었어...”


“하긴 가뜩이나 인기도 없는데 요구하는 건 많으니...”


“위험하고 상위 수준이라고 다 전투광은 아니니까.”


“잠깐만요! 레이븐! 제가 전투광이라는 얘긴가요?”


레이븐은 천희의 항의에 입꼬리를 슬쩍 올리는 것으로 대신 대답했다.


레이븐과 천희가 가볍게 티격태격하는 사이 올리아나와 노트북을 들고 있는 제임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침부터 기운차네. 바로 다음 건 맡아도 문제없겠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천희는 올리아나의 말에 위기감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상황실이 차분해지자 올리아나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토벌대 지원에 관해선 어제 얘기했었지?”


“네... 설마 벌써.”


천희가 불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설마가 맞아. 그런데 이번엔 그렇게 멀지는 않아.”


“어딥니까?”


레이븐이 물었다.


“코르틴젤. 열차 타고 2시간이면 될 거야. 그리고 코르틴젤에서 산을 하나 넘어가면 작은 규모의 마을이 하나 있어. 이름은 어...”


“신더레이크입니다. 경치가 참 좋다고 들었습니다.”


정보과장 제임스가 사족을 붙이며 올리아나의 설명을 도왔다.


“맞아요. 신더레이크. 고마워요. 거기서 B급 건까지 들어와 있어.”


“끄응... 저흰 열차가 집인가요...”


올리아나는 천희의 앓는 소리에도 멈추지 않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번에도 둘이 같이 갔다 와. 소보는 이래저래 참고할 만한 사례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신더레이크에는 열차가 없어.”


“헉! 그럼 걸어가요?”


“코르틴젤에서 도와줄 거야. 열차가 없는 작은 도시는 가장 가까운 대도시 레드가드의 관할로 치니까.”


올리아나의 답변을 들은 천희가 안도했다.

신체 강화 수준이 높은 천희에게 체력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장거리를 걸어야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부담이었다.


“마수는 곰 형태라고 합니다. 코르틴젤에서 다른 연락은 더 없었습니다.”


노트북을 두드리던 제임스가 추가로 설명했다.


“알겠습니다. 가자.”


“다녀와. 무리하지 말고.”


“네에...”


천희가 불만을 꾹 참고 문을 나서는 레이븐의 뒤를 따랐다.


팔짱을 낀 올리아나가 탁자에 기대며 말했다.


“화이트 건은 어떻게 됐나요?”


“A급으로 격상됐습니다.”


제임스가 마우스를 딸깍거리자 커다란 화면의 푸른 점 하나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그 뒤로 노란 점 하나와 푸른 점 하나가 순서대로 피어올랐다.


*****


천희와 레이븐이 럼프의 기차역에서 다시 만났다.


천희는 흰색 캐리어를 끌고 레이븐과 만나자마자 질문 공세를 펼쳤다.


“레이븐. 신더레이크의 B급 건이랑 토벌대 지원 건 중에 어디부터 가요?”


“토벌대.”


“신더레이크는 그동안 방치되어있는 거죠?...”


“그래서 신더레이크로 가면서 토벌대 일을 끝낼 생각이야.”


“신더레이크부터 가는 건 별론가요?”


“무차별로 공격하는 마수가 도시로 들어가는 게 더 위험해.”


“토벌대가 붙잡아두고 있을 순 없나요?”


천희와 레이븐은 선반 위에 짐을 올리고 착석했다.


“우선은 코르틴젤에서 토벌대를 만나보자.”


“네. 헤헤.”


일반적이라면 천희의 의견이 타당했다.


하지만 한스처럼 최하위 수준이 아니고서야 미르인들이 비능력자의 형편을 살펴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토벌대가 과연 비능력자 몇 명을 위해 본인들을 희생하려 할까?


게다가 신더레이크의 범죄자를 빨리 잡기 위해선 코르틴젤의 협력이 필요했다.

현재 코르틴젤의 실질적인 위협은 신더레이크의 범죄자보다 마수였다.


인명을 소중히 여겼던 크레인 같은 사람이 코르틴젤의 지부장이라면, 천희의 의견에 동의해 줄 것이다.


블루가드가 만약 예전만큼의 위상이 살아있었더라면, 레이븐 역시 천희의 의견을 밀어붙였을 것이다.


“아니면... 제가 마수 토벌을 돕고 레이븐은 신더레이크로 가는 것도...”


천희가 조심스럽게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이번에도 천희가 블루가드의 일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마수의 규모는 부딪쳐보기 전까진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천희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엔 코르틴젤의 레드가드가 비협조적이어서 천희와 충돌하게 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을 떠올렸지만, 레이븐은 그저 천희에게 모든 일을 맡기는 것이 걱정되었다.


“아니... 전부 맡기는 건 아직 불안해.”


“... 알겠어요.”


천희도 내심 혼자 떠안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의견이 기각되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


사방에 크고 작은 쓰레기가 난무하는 폐공터.


얼굴이 널리 알려진 데릭은 전처럼 섣불리 나설 수 없게 되었다.

윅이 없는 지금 이인자나 다름없는 발더가 예전 데릭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데릭은 버려진 타이어를 의자로 삼고 있었다.

천희에게 맞은 상처가 다 낫지 않았는지 군데군데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발더가 어떤 커다란 술집의 주인을 데릭 앞으로 잡아 왔다.


데릭의 얼굴을 본 술집 주인인 남자는 바로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기 시작했다.


“가게 좀 빌리겠다.”


“히익!!! 마음대로 쓰십쇼!...”


데릭이 손을 까딱하자, 발더가 술집 남성을 일으켜 얼굴을 후려쳤다.


발더는 기절한 남성의 찢어진 입술 사이로 흐르는 피를 남자의 엄지손가락에 묻혔다.

그리고 부하가 들고 온 흰 종이의 하단에 남자의 지장을 찍었다.


데릭이 쓸쓸하게 말했다.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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