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능범 때려잡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KSHw
작품등록일 :
2023.05.22 21:54
최근연재일 :
2023.06.05 10: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86
추천수 :
0
글자수 :
104,917

작성
23.05.22 23:55
조회
14
추천
0
글자
12쪽

소보(1)

DUMMY

천희는 기지개를 켜며 자기부상열차에서 내렸다.


다행히 새것처럼 반짝거리던 검은색 보디슈트는 창고로 들어갔는지 이번에는 평범하게 흰 긴 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레이븐은 전과 같은 검은 옷차림이었지만, 핏자국이 만들어 낸 보기 싫은 얼룩이 지워져 있었다.


아마 레이븐은 똑같은 옷을 여러 벌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소풍이라도 온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천희는 특유의 밝은 억양으로 레이븐에게 물었다.


“레이븐! 이제 어디 가요?”


“우선 레드로 간다. B급은 제압하는 게 어렵진 않지만, 도망을 잘 치거든. 레드와 B급을 몰아넣을 방법을 찾을 거야.”


“레드가 레드가드죠?”


“그래. 소보엔 최근에 들어온 도시방위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는 사람이야?”


“음... 아뇨... 아마 모르는 사람이에요.”


*****


흰 배경의 붉은 선이 그어진 레드가드의 건물은 블루가드와 비교해 볼 필요도 없이 확실히 컸다. 7층 규모였고 지하엔 층을 나눈 커다란 주차장도 있었다.


블루가드에도 지하에 적당한 크기의 주차장이 있었지만, 주차된 차가 거의 없는 텅 빈 곳이나 다름없었다.


블루가드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대륙거점 도시인 럼프에 있었기 때문에, 블루가드의 현장직원들은 물론이고 신체 강화수준 하위가 대부분인 정보과의 사람들조차 차가 있어도 걸어 다녔다.


그래서 블루가드엔 주차장이 큰 쓸모가 없었다.


럼프의 다른 비능력자들이 사람이 빼곡한 전철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모습을 떠올린 천희는 새삼 비능력자와 미르인 사이의 격차를 실감했다.


“비능력자들은 미르인들을 거의 못 잡겠네요.”


“슈트가 있으면 시늉이라도 해볼 순 있겠지.”


레이븐의 말은 비아냥이 아니었다. 비능력자 경찰조직인 레드가드에는 미르인을 대비하기 위해 강화 슈트가 있었지만, 슈트는 어디까지나 미르인을 상대로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마저도 슈트 착용자 여러 명의 연계가 있어야만 했다.


민첩함보다는 착용자의 안전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크고 단단하지만 무겁고 둔했다.


슈트 설계자인 사카 툰은 미르라고 불리는 능력자들을 의식해서 슬레이어 슈트라고 명명했지만, 사람들은 메탈 골램이라고 불렀다.


지금의 슈트는 대체로 행사의 안전 퍼포먼스 정도로 활용되고 있었지만, 한때는 비능력자와 미르인의 갈등에서 미르인들의 압도적인 승리에 절망하던 비능력자들을 구원했던 적도 있었다.


이런 슈트를 착용한다면 미르인을 상대한다는 기분만큼은 낼 수 있을 것이다.


레이븐과 천희가 레드가드 건물에 들어서자 블루가드와 정반대의 분주해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레드가드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남녀 다를 것 없이 똑같은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인 제복을 입고 있었다.


레이븐은 주변을 멀뚱거리고 있던 천희에게 레드가드가 정신없이 바쁜 이유를 설명했다.


“급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미르인이 범죄를 저지른 도시의 레드가드는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그냥 도둑질이라도요?”


“기본적으로 미르인들은 비능력자들에게서 도망칠 생각을 안 해. 정확히는 안 하기 시작했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3년 전쯤이었나? 레드가드에서 미르인의 범죄를 비능력자의 단순한 사건으로 묻어버린 적이 있었다. 악의를 가진 미르인의 존재를 믿고 싶지 않아서인지, 그냥 바빠지는 상황이 싫었던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그 사건 이후 범죄의 은폐에 신경 쓰는 녀석들이 거의 없어졌어. 지금은 사형당했지만, 범행과정에서 마주친 모든 비능력자를 죽인 미치광이도 있었지. 이젠 C급 건이라고 해도 피해자가 두 자릿수가 기본이 됐다. 조금만 지체되어도 많은 사람이 죽을 거야. 우리는 올루크 대륙의 모든 특수능력 범죄자가 사라져야만 편히 쉴 수 있어.”


“겁주는 건가요? 해보지도 않고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어요.”


레이븐도 올리아나와 마찬가지로 천희가 가벼운 마음으로 블루가드에 지원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런 천희가 하찮은 이유로 블루가드를 관둘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신체 강화수준이 자신보다 월등하게 높은 천희의 존재가 든든했다.


레이븐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레이븐의 말을 끝으로 듬직한 체격의 남성이 허겁지겁 뛰어왔다. 그 남성은 고개를 잠시 숙일 정도로 힘겹게 숨을 골랐다.


“헤엑 헥... 왜... 왔으면 왔다고 말씀을 안 해주시고... 헥...”


“아... 미안하게 됐습니다.”


“레이븐은 의외로 허당이네요.”


레이븐은 천희와의 대화 때문에 레드가드에 말해야 할 것을 까먹어버렸었다.


천희에게서 ‘허당’이라는 말을 들은 레이븐은 기분이 굉장히 언짢았다.


적어도 천희가 보는 앞에서는 이런 실수를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드디어 편안하게 숨을 쉬기 시작한 남성은 간단히 자신을 소개했다.


“전 레드가드 소보지부 정보과장 석현입니다. 레이븐 씨와 루스터 씨 맞으시죠?”


“루스터 아니에요!”


“예...?”


“천...”


레이븐이 다급하게 천희의 입을 막았다. 천희는 여전히 코드네임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당황한 석현에게 레이븐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불쾌한 감정을 느낀 천희는 입을 삐죽 내밀고 팔짱을 꼈다.


석현은 천희의 상태가 신경 쓰였기 때문에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둘을 안내했다.


레드가드는 블루가드와는 다르게 5층 전체가 상황실이었다.


벽 쪽의 4개로 분할된 커다란 화면을 세 방향에서 감싸는 형태로 큰 직각 탁자가 놓여있었다.


각 방향의 직각 탁자는 2층의 계단형태로 2개씩 설치되어 있었으며, 탁자 위에 노트북이 없었다면 자리 구분도 어려울 정도로 너저분했다.


상황실의 모습을 본 천희가 견학을 나온 아이처럼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와아... 레드가드는 전부 이런가요?”


“아뇨. 소보가 꽤 큰 도시라서. 그리고 지금은 위험사태라서 2층 탁자는 저희가 잠시 옮긴 겁니다. 호들갑 떠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미르인이 엮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석현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들떠있던 천희가 석현의 낌새를 느끼고 기분을 가라앉혔다.


석현은 좀 더 안쪽으로 안내했다.


바로 보이지 않던 안쪽에는 5~6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크기의 둥근 탁자가 있었다.


둥근 탁자에는 캐주얼한 사복을 입은 젊은 남성 한 명과 레드가드의 제복을 입은 거의 노년의 남성이 앉아있었다.


중간에 있던 석현이 앉아있는 사람들을 소개했다.


“이쪽은 레드가드 소보지부장님이신 크레인 지부장님이랑 소보 방위 한스 님입니다.”


“지부장인 크레인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레이븐입니다. 열차 덕분에 편안하게 왔습니다.”


이제는 노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로 보이는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신을 크레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천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한스가 크레인을 따라 일어서며 기쁜 듯이 말했다.


“설마설마했는데, 블루가드에서 와준 사람이 18기 졸업생 최강이었을 줄이야... 한스입니다. 영광이에요!!!”


보통이라면 이런 자리에서 최강이라는 오글거리는 단어를 입에 담기 쉬울 리가 없었다.


분명 그런 말을 듣는 사람조차도 쑥스러워서 어쩔 줄 모를 것이다.


하지만 한스도 천희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에헴.”


자신을 루스터라고 소개하기 싫었던 천희는 자신을 대신 소개해 준 것이나 다름없는 한스의 아부에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희는 자기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가슴을 부각하는 자신만만한 자세를 취했다. 흰 긴 팔 티셔츠에 가려 조금 부푼 정도밖에 보이지 않던 가슴의 윤곽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천희가 한스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자세를 취하자, 한스는 푸른 눈을 반짝거리며 입이 마르도록 천희를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신체 강화 수준 상위 0.1%! 높은 수준과 궁합 좋은 환상적인 특수능력! 영웅이라 불렸던 사람들을 제외하면, 호적수가 없는 신시대의 슈퍼스타!”


“크흠... 들어봐 한스. 그런 나의 코드네임이 루스터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정말 말도 안 됩니다. 직접 만날 때까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한스 같은 사람이 블루가드에 있어야 했는데!”


한스와 천희는 죽이 척척 맞았다. 정확히는 한스가 천희의 비위를 환상적으로 맞춰주고 있었다.


천희는 대체 학교에서 어떤 캐릭터였을까?


한스의 솜씨는 적어도 20년의 사회생활을 겪은 베테랑 직장인의 품격을 느끼게 해주었다.


조금 전 천희가 한스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던 사실은 레이븐만의 비밀이었다.


레이븐은 그런 한스에게 미안하지만 잠시 천희의 말 상대를 맡기기로 했다.


*****


다섯 명은 작은 원탁을 중심으로 자리에 앉았고, 석현은 곧바로 시원한 커피를 다섯 잔 준비해왔다.


석현이 차를 준비하는 동안 한스와의 대화가 만족스러웠던 천희는 작은 웃음을 띠며 특유의 밝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석현이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연 것은 크레인이었다.


“지체될 만큼 되었으니, 이젠 그만 일 얘기를 했으면 좋겠군요.”


크레인의 말과 함께 천희와 한스의 시끄러운 대화가 멈추고 조용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석현은 노트북을 열어 상황을 정리했다.


“범죄자의 이름은 레이텐건. 30대 중반 남성, 신체 강화 수준 하위 47%. 특수능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이 됐고, 신체 강화뿐인 일반 미르입니다. 아슬아슬하게 B급 건입니다.


블루가드에 보고가 올라갔다는 소리라도 들은 건지 일주일 전부터 활동을 멈췄습니다.


그전까진 편의점이며 마트며 자기 물건인 것처럼 가져가고 저항하는 사람들은 전부 크게 다쳤습니다.


사망자는 아직 없습니다만, 피해자 중엔 의식불명인 사람도 있습니다.”


“슈트는 써봤습니까?”


“아시잖아요. 구형 슈트는 장식용인 거...”


레이븐이 슈트에 관해 물었지만, 크레인의 눈치를 살피던 석현에게서 자신감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슈트에 대한 질문은 형식상의 질문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답변에서 해당 도시의 레드가드가 얼마나 적극적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레이븐은 매번 슈트에 관해 물어보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소보의 레드가드는 얼핏 보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그건 전부 두려움에서 나오는 방어적인 움직임일 뿐이었다.


이런 소보의 레드가드가 신상정보를 알아냈다는 건, B급 범죄자인 레이텐건이 대놓고 얼굴을 보여줬다는 말이었다.


즉 등록된 레이텐건의 신체 강화수준과 특수능력에 대한 정보는 거짓일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아니면 그냥 능력에 취한 멍청이거나.


생각을 정리한 레이븐은 석현이 아니라 한스에게 물었다.


“레이텐건을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예. 소보에 돌아오고 얼마 안 돼서 대형마트에서 본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머리 스타일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머리 스타일이 어땠는데?”


천천히 차를 음미하고 있던 천희가 머리 스타일에 관심을 보였다.


“꼭 초록색 닭벼슬 같은 머리였어요.”


천희는 닭이라는 단어에서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러곤 나지막하게 말했다.


“닭대가리.”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특능범 때려잡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입니다. 23.06.05 10 0 -
20 스카딜(2) 23.06.05 8 0 12쪽
19 스카딜(1) 23.06.04 9 0 11쪽
18 토벌 지원(5) 23.06.03 13 0 11쪽
17 토벌 지원(4) 23.06.02 12 0 11쪽
16 토벌 지원(3) 23.06.01 11 0 12쪽
15 토벌 지원(2) 23.05.31 11 0 12쪽
14 토벌 지원(1) 23.05.30 10 0 12쪽
13 한밤의 대련 23.05.29 12 0 12쪽
12 소보(10) 23.05.28 12 0 12쪽
11 소보(9) 23.05.27 11 0 11쪽
10 소보(8) 23.05.26 9 0 11쪽
9 소보(7) 23.05.25 12 0 11쪽
8 소보(6) 23.05.24 13 0 12쪽
7 소보(5) 23.05.23 13 0 11쪽
6 소보(4) 23.05.23 11 0 12쪽
5 소보(3) 23.05.22 13 0 12쪽
4 소보(2) 23.05.22 10 0 12쪽
» 소보(1) 23.05.22 15 0 12쪽
2 신입(2) 23.05.22 17 0 12쪽
1 신입(1) 23.05.22 65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