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능범 때려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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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w
작품등록일 :
2023.05.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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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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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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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10)

DUMMY

윅을 날려버린 천희는 손바닥으로 두드려 머리카락과 옷에 붙은 불을 껐다.

천희의 검은 눈동자가 녹색으로 빛나며 손상된 머리카락이 윤기 있는 갈색빛을 되찾았다.


천희는 곤봉을 치켜들고 무서운 기세로 윅에게 달려갔다.


천희에게 맞은 입꼬리 옆이 빨갛게 달아오른 윅이 두 손을 올리며 투항했다.


“항복!!!”


그렇게 말하고는 바닥에 침을 뱉는 모양새가 불량스러워 보였다.

천희는 치켜들었던 손을 내리며 얄미운 윅을 노려봤다.


천희는 윅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윅을 살폈다.


“그런데 주변에 아무도 없잖아.”


“...뭐?”


갑자기 천희는 윅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윅은 뷔드 옆에 떨어졌다.


-콱!!!


깜짝 놀란 뷔드의 시선이 윅에게 향했다.

윅은 함몰된 바닥의 균열 위에 뻗어있었다.


헛구역질하며 힘겹게 일어선 윅은 자신을 향해 부리나케 뛰어오고 있는 천희를 보고 다시 한번 외쳤다.


“항복!!!!!!”


“쳇”


윅의 외침을 들은 천희가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


윅의 구속으로 소보의 상황은 일단락이 되었다. 취기와 피곤함이 겹쳐 기절했던 레이븐은 다행히도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레이븐이 천희와 함께 레드가드의 취조실에서 윅을 마주하고 있었다.


윅은 레드가드의 붉은 슈트와 같은 재질로 보이는 묵직한 수갑을 차고, 목에 딱 붙어있는 특수한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있던 천희가 윅에 날이 선 태도로 질문했다.


“윅 글라스! 목적이 대체 뭐야!”


“아. 몇 번을 말해? 간섭 없는 진짜 자유의 도시를 가지고 싶었다니까?

야. 니들은 어때? 특히 레이븐. 내가 만든 도시에서 떵떵거리면서 살고 싶지 않냐?”


질렸다는 듯 한숨을 쉰 레이븐이 답변했다.


“쓸데없는 짓이다.”


“나 같은 병신한테 처맞고 블루가드 개처럼 사는 게 좋냐? 너 그러다 나 말고 다른 병신 만나면 죽어.”


“데릭이란 녀석과 부하들을 어디로 숨겼나?”


“병신. 그놈들이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아도 말해줄 것 같냐?”


“이게!!!”


천희가 갑자기 일어서서 화를 내며 주먹을 들었다. 윅은 깐족거리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오호라... 어디 한번 때려봐. 때려봐. 때려봐! 맞으면 아주 추잡하게 울어야지. 이런 병신한테 얻어터진 블루가드는 더 병신이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지!”


레이븐의 눈치를 살핀 천희는 화를 삼키며 얌전히 앉았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뷔드와 크레인, 그리고 석현이 까만 창문 너머로 보고 있었다.


크레인은 전부 잡아들일 수 있었던 윅의 부하들을 놓친 것이 굉장히 아쉬웠다.

윅에게서 아무것도 얻어낼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오히려 윅의 말재간에 블루가드의 직원들이 넘어간다면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크레인은 아쉬운 눈빛으로 창 너머를 바라보며 석현에게 물었다.


“정보과장. 윅 글라스 정리됐나?”


“예. 34세. 신체 강화 수준 상위 8%. 데릭과 마찬가지로 칼비노스 남서부 지역 토벌대 소속이고, 특수능력 고등학교에서는 레이텐건으로 졸업했습니다.”


“칼비노스 남서부... 토벌대라...”


석현의 브리핑을 들은 크레인이 중얼거리며 자기 턱을 만지작거렸다.

석현은 칼비노스 남서부에 관해 뷔드와 떠들기 시작했다.


“칼비노스 남서부면, 최근 지도부가 물갈이된 곳 아니야?”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됐나?”


“타 대륙이라 더 뒤적거리기도 어려워. 토벌대는 윅 글라스가 진짜 이름으로 활동해서 그나마 찾았지.”


“그럼, 토벌대에서 사람을 모았나 보네.”


“그렇겠지.”


창 너머에선 천희가 결국 참지 못하고 윅의 얼굴에 침을 뱉고 있었다.


*****


레이븐과 천희는 석현에게서 한스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


한스는 하나의 붕대 덩어리가 되어 침대에 묶여있었다.

TV를 보고 있던 한스의 푸른 두 눈동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레이븐과 천희에게 향했다.


“한스. 괜찮아?”


천희가 천천히 다가와 침대 옆에 놓여있는 작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예. 지부장님 덕분에...”


다친 한스의 호송에 따라왔던 사람이 지부장이었던 크레인이었기 때문에, 미르인의 치료에 관한 여러 절차를 무시할 수 있었다.



- 한스가 수술실에 들어간 직후.


“지부장님께서 자리를 비우셔도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습니다.”


크레인은 한스의 소식을 들은 부모가 와서야 레드가드로 돌아갔다.



“지부장님이? 의외네요. 그쵸. 레이븐?”


천희가 맞장구쳐 주길 바라는 눈빛을 레이븐에게 보냈다.


“사람을 잃어본 사람이니까.”


“아.”


레이븐의 말에 머쓱해진 천희가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분위기를 살폈다.

한스가 레이븐과 천희를 추켜세우며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역시 블루가드는 아무나 할 수 없군요. 전 도망치는 것도 제대로 못 했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크흠.”


천희는 레이븐을 슬쩍 쳐다봤다.


“나는 아무것도 못 했다...”


천희는 레이븐의 뻔뻔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기대와는 반대로 레이븐은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레이븐은 정신을 차렸을 때부터 줄곧 천희와 석현을 비롯한 레드가드의 직원들을 보기가 민망했다.


윅이 블루가드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음에도 단순하게 맞서면 된다는 안일한 마음가짐을 탓했다.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상대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몸을 날리며 피하는 데에만 급급했던 자기 모습을 상상하며 무력감을 뼈저리게 느꼈다.


완전히 능력빨로 일을 해왔던 게 아닌가?


윅의 말대로, 상대가 윅이 아니었다면 레이븐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레이븐은 조용히 무릎 위에 있던 주먹을 꽉 쥐었다.


레이븐의 어두워진 안색을 느낀 천희가 억지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하... 완전히 레이븐을 노린 함정이었어. 걱정 마. 내 정보는 전혀 없었는지. 내가 겁나 두들겨 패고 침까지 뱉어줬으니까.”


“함정... 이었습니까...”


한스는 자신이 레이븐을 함정에 빠트린 셈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한스가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자, 천희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윅 글라스 그 깡패 자식이 애초에 불리한 장소에서 진을 치고 있었어! 정말이야.”


천희의 노력에도 분위기는 밝아지지 않았다.

천희는 이럴 때마다 분위기를 이끌어줬던 한스가 대단해 보였다.


초상집 같은 축 처진 분위기 때문에 혼자 떠들고 있던 TV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올루크 대륙 소보에서 미르인들이 단체로 조직범죄를 일으켰다는 소식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종료됐으며, 다소 거리의 파손은 있었지만, 다행히도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스는 자신을 안내했던 중년 여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화면에는 윅과 데릭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있었다.


윅과 데릭의 얼굴을 보며 잠시 멍해졌던 한스는 현지 인터뷰라는 음성에 귀를 쫑긋 기울였다.


[한스 님덕분에 빨리 대처할 수 있었다고 들었어요. 많이 다치셨다는데, 괜찮다고 들어서 마음이 좀 놓이네요. 고맙습니다.]


건널목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스에게 말을 걸었던 그 중년 여성이었다.

천희의 활약을 두 눈으로 지켜보지 못한 소보의 시민들은 한스와 지부장인 크레인에게 감사를 전했다.


“한스. 소보를 지켰구나.”


천희의 말을 들은 한스는 쑥스러워졌다. 자신의 활약이 조명받게 될 줄 몰랐던 한스는 조금 울컥했다.


뉴스에서는 이어서 요새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슈트의 활용에 중점을 두고 전문가와의 이야기가 오갔다.


[저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보는 유명했었거든요. 지부장이 슈트 수집광이다. 뭐. 너무 걱정이 많은 게 아니냐. 막말로 소보는 귀신이랑 전쟁준비라도 하는 거냐는 소리까지 나왔었어요.]


[그렇군요. 이번 사건이 소보의 그 슈트 사랑이 빛을 봤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렇죠. 뭐 저도 그렇고. 저흰 소보에서 예측하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슈트에 대한 여론이 많이 바뀔 거라는 전망이 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거점도시들을 제외하면, 소보만큼 슈트를 보유하고 있는 도시가 정말 몇 없거든요. 그 많은 도시가 갑자기 슈트를 사려고 하면...]


[품귀현상이 일어나겠군요.]


[예. 신형 슈트에 대한 투자도 탄력을 받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희에겐 너무 기쁜 소식이죠.]


“우리도 편해지겠네요.”


“...”


확실히 일부 소극적이었던 도시들이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거면 된 건가?


못마땅한 의문을 가지게 된 레이븐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레이븐과 천희는 한스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레이븐은 병원의 복도 끝을 향하며 전화를 받았다. 천희가 얌전히 그 뒤를 따랐다.


“어. 레이븐. 상황 종료됐다는 얘기 들었어.”


윅에 대한 일로 신경을 쏟고 있던 레이븐은 그만 올리아나에게 보고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젠장...


“저기 레이븐? 레이븐!”


“예...”


“루스터한테 다쳤다고 들었어. 괜찮니?”


천희가 이미 올리아나와 연락을 취했었던 모양이었다. 레이븐은 고개를 돌려 뒤따라오던 천희를 힐끗 쳐다봤다. 천희는 조용히 레이븐의 눈치를 살폈다.


“예. 괜찮습니다.”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여튼. 늦어도 내일 저녁쯤엔 거기에 도착할 거야.”


“상황 끝났는데도 소보로 오시는 겁니까?”


“그래. 급한 불은 껐지만, 도망친 녀석들을 잡아야지.”


“아... 예. 알겠습니다.”


“내가 갈 때까지 좀 쉬어. 루스터랑 데이트라도 해.”


“...”


“풉... 수고했어. 레이븐.

아. 그리고 루스터한테 코드네임 변경 거절당했다고 말해줄래?”


“...알겠습니다.”


레이븐은 올리아나가 벌을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윅에게 침을 뱉으며 화풀이하던 천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내일 봐.”


“내일 뵙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지기 무섭게 천희가 득달같이 말했다.


“팀장님이 뭐래요?”


“늦어도 내일 저녁에 오신다고 했어.”


“그리고요?”


레이븐이 깨어나기 전에 천희는 올리아나에게 코드네임에 대해 크게 따진 게 분명했다.


레이븐은 초조한 기색을 보이는 천희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코드네임변경은 거절당했다고...”


“...”


고성을 지르며 곧바로 폭발할 줄 알았지만,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무 미동도 없어진 천희가 섬뜩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한쪽 눈썹을 꿈틀거린 천희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겨우 숨통이 트인 레이븐이 천희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거야?...”


“몰라요. 싫어하다 보니 더 싫어졌어요. 하아...”


*****


주황색 조명이 인상적인 거실.


고풍스러운 소파에 앉아 맞은 편에 커다란 TV를 보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염색한 것처럼 보이는 선명한 검은색 머리에 밸런스 좋게 흰머리가 섞여 있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소파의 팔걸이엔 황갈색 정장의 재킷이 걸쳐있었고, 그는 흰 와이셔츠에 황갈색 조끼를 깔끔하게 입고 있었다.

매고 있던 붉은색 넥타이를 풀어 해치며 전화를 걸었다.


그가 보고 있던 화면에는 윅과 데릭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보리스입니다. 하늘이 우릴 돕는군요.”


보리스의 붉은 안광이 무섭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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