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능범 때려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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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w
작품등록일 :
2023.05.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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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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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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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7)

DUMMY

튀어나온 남자들과 동시에 크게 당황한 뷔드가 어설프게 사격명령을 내렸다.


“사격개시!!!”


컨테이너 근처를 둘러싸고 있던 붉은 슈트를 입은 직원들이 열심히 총을 쏴보지만, 레드가드 직원들의 총구는 정신없이 움직이며 다가오는 남자들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선두에 있던 데릭은 눈 깜짝할 새 붉은 슈트 앞까지 다가왔다.

총구를 농락하던 데릭은 슈트 옆을 빙 돌았고 데릭을 겨누던 직원이 힘겹게 움직임을 쫓았다.


하지만 둔중한 슈트의 몸을 돌리는 속도는 데릭의 움직임을 쫓기엔 너무나도 느렸다.

데릭은 붉은 슈트의 옆구리를 너클을 낀 오른손으로 가격했다.


그 붉은 슈트는 데릭이 달려오기 시작했던 3층으로 쌓인 컨테이너로 날아가 부딪혔다.


그 충격으로 가장 위층의 컨테이너가 날아갔던 붉은 슈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뷔드가 슈트에 장착되어 있던 무전기를 통해 걱정스럽게 말했다.


“디르고! 괜찮나?”


“예! 그런데 움직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데릭을 제외한 지저분한 차림의 남자들이 하나둘 붉은 슈트 앞에 멀쩡히 도착했고, 일부는 무시하고 데릭을 따라 소보 방면으로 달려나갔다.


컨테이너 뒤쪽을 경계하고 있어서 여태 보이지 않았던 붉은 슈트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둔한 움직임으로 남자들을 쫓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때, 뷔드에게도 남자 하나가 도달했다.


코앞까지 다가온 남자는 순간 풀쩍 뛰어 뷔드를 덮쳤지만, 뷔드의 둔한 총구는 갑자기 높게 뛰어오른 남자를 쫓지 못했다.


다행히도 옆에 있던 레이븐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들고 있던 권총으로 남자의 다리를 쐈다.


남자는 공중에서 떨어져 다리를 부여잡았다. 당황했던 뷔드가 레이븐에게 말했다.


“헉... 헉... 레이븐. 고맙습니다.”


레이븐은 뷔드와 남자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전장, 그리고 레이븐과 천희를 향해 씩 쪼개고 있는 윅을 보았다.


윅 또한 마찬가지로 상황을 살피면서도 천희와 레이븐을 시야에 담고 있었다.


아무리 레이븐과 천희라고 하더라도 총탄 속으로 뛰어들 순 없는 노릇이었기에, 레드가드의 대처를 잠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마 레이븐과 천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윅 또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 시끄러운 총소리와는 명백하게 다른 큰 소리가 났다.


-퍽!!!... 터-억!...


가슴털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던 남자가 천희가 휘두른 곤봉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소리였다.


붉은 슈트나 소보 방면을 향해 달렸던 다른 남자들과 달리 그는 처음부터 천희를 보고 미친 듯이 달려왔었다.


그리고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남자는 시퍼런 피멍이 들어있는 흉부를 드러내놓고 입가로 게거품과 피를 침처럼 질질 흘리고 있었다.


이질적인 큰 소리에 데릭을 따라 소보로 전진하던 남자들이 뒤를 돌아봤다.


주변의 시선을 한 번에 빼앗은 천희가 불평하기 시작했다.


“옷은 왜 벗고 있는 거야?!... 더러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겨움이 차올랐던 천희는 힘 조절을 깜빡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 생각에 이어서 A급 건은 현장사살이 용인될 수 있다는 레이븐의 말을 바로 떠올렸다.


천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레이븐의 눈치를 살폈다.


“휴... 레이븐... 이건... 그... 정당방위죠? A급 건부터는 괜찮다고 그랬잖아요.”


“살인에 거부감 같은 게 아니라 그런 걱정을 하는 거야?”


“어... 저런 건 사람처럼 안 보이니까... 괜찮아요!”


레이븐은 처음 맡게 된 B급 건에서 미숙하게 제압하려다 살인하게 되었을 때를 떠올렸다.


수십 명을 죽인 살인마였지만, 적어도 그날만큼은 무척이나 꺼림칙하고 불면증에 시달렸었다.


천희는 블루가드에 지원하기 전에 힘 조절이 미숙해서 실수한 경험이 있는 걸까?


레이븐은 천희를 향한 미묘하게 두려운 감정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덕분에 기세 좋게 달려가던 남자들의 전의를 크게 꺾었다.


남자들의 당황스러운 표정만 보아도 죽은 것으로 보이는 변태 같은 남자의 신체 강화 수준이 그들 사이에서 높은 축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천희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레이븐이 천희에게 지시했다.


“루스... 내가 레이텐건을 상대하고 있을 테니 소보로 뛰어간 남자들을 부탁한다. 인질을 못 잡게 해.”


“네! 헤헤.”


레이븐은 무심코 천희가 싫어하는 호칭을 말할 뻔했지만,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남자의 부담스러운 안색 덕분에 의식할 수 있었다.


천희는 무뚝뚝해 보였던 레이븐이 자신을 신경 쓰는 모습에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사람을 해치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천희의 모습은 꽤 섬뜩했다.


그리고 그 섬뜩한 여자가 붉은 손잡이가 인상적인 곤봉을 들고 남자들을 향해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윅은 곧바로 부탄가스가 장착된 토치를 켜 불을 자기 오른손바닥 앞에 두고 천희와 레이븐을 향했다. 용이 불을 뿜는 것처럼 사나운 불길이 천희와 레이븐을 덮쳤다.


불길의 기세에 천희와 레이븐이 주춤했고, 불길은 남자들에게로 향하려는 천희의 움직임을 막아서듯이 벽처럼 섰다.


하지만 천희는 망설이는 기색 없이 정면으로 뛰어들었고, 바로 바닥에 굴렀다.


말끔했던 옷이 바닥의 흙 때문에 순식간에 더러워졌지만, 천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천희는 다시 소보를 위협하는 남자들을 향해 내달렸다.


레이븐은 불길을 뚫는 천희에게 잠깐 시선이 뺏겼던 윅을 향해 권총을 쏴봤지만, 윅은 레이븐의 낌새를 진작에 알아채고 있었다.


윅은 레이븐의 총격을 여유롭게 피하며, 같은 방식으로 오른손바닥 앞에 토치의 불꽃을 두고 사방에 불을 질렀다.


주변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레이븐이 등에 메고 있는 검을 뽑으려 손을 올리자, 윅이 고개를 숙이면 머리가 부딪칠 정도로 가깝게 달라붙어 왔다.


자신들을 농락하던 남자들이 떨어져 나가 겨우 여유가 생긴 레드가드 직원들은 태세를 정비하고 곧바로 남자들과 천희의 뒤를 쫓았다.


남아있던 뷔드와 현장직원 두 명이 불길을 뚫고 레이븐을 도우려 했지만, 레이븐이 이를 말렸다.


“레이븐 씨! 저희가 돕겠습니다!”


“레이텐건은 저한테 맡기세요! 현장과장님도 남자들을 쫓아가세요!”


애당초 미르인 범죄자의 제압은 레이븐의 일이었다.


레드가드의 일은 범죄자의 유도를 돕는 것까지였다. 게다가 조금 전 현장직원들의 전투는 아무런 연계가 없었다.


레이븐은 뷔드가 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시간을 끌었거나 수월한 대응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했다. 뷔드가 없는 현장직원들은 똑같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게 뻔했다.


“뷔드 씨!!! 이번엔 연계하셔야 합니다!”


레이븐은 머뭇거리며 등을 돌리던 뷔드에게 마지막으로 고함쳤다. 뷔드는 힘차게 소리치며, 서둘렀다.


“예!!!”


*****


기세가 꺾였던 남자들이 다시 도심을 향해 열심히 뛰기 시작했지만, 신체 강화 수준이 떨어져 뒤처지는 남자들이 금세 천희에게 따라잡혔다.


따라잡힌 남자들은 천희의 곤봉을 맞고 나가떨어진 남자와 같은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전력으로 달리는 천희와 남자들은 이미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와 높은 건물들 사이로 진입한 상태였다.


- 퍽! 터-억... 퍽!!! 터-억!...


점차 가까워지는 소리에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한 남자들이 젖 먹던 힘까지 짜내기 시작했다.


공포 어린 남자들의 안색을 살핀 데릭이 선두를 포기하고 천희를 향해 역주행했다.


천희는 달려오는 데릭을 향해 타이밍 좋게 곤봉을 휘둘렀다.

데릭은 태클하듯 낮은 슬라이딩으로 피하며 천희의 발목을 잡아당겼다.


빠른 속도로 뛰고 있던 천희는 시멘트로 포장된 딱딱한 바닥에 거칠게 넘어졌다.

두 번이나 공처럼 튕겼던 천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벌떡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었다.


천희는 분명 중상을 입었어야 할 정도로 거칠게 넘어졌었다.

최소한 찰과상의 흔적만큼은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그녀의 얼굴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섬뜩할 만큼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데릭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거냐?... 이 괴물 년아.”


“이젠 그런 소릴 듣는 것도 지겨워.”


천희는 제자리에서 가볍게 뜀박질을 몇 번 하고 데릭을 향해 낮게 도약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깜짝 놀란 데릭이 천희를 발로 차 걷어 내보려고 했지만, 천희는 데릭의 발차기를 오른쪽 팔뚝으로 막고 반대 손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데릭은 오른손으로 천희의 주먹을 잡았지만, 천희의 완력에 밀려 날아갔다.


균형이 무너진 채로 날아간 데릭은 뒤로 조금 뛰어 자세를 다시 잡았다.


천희가 또다시 낮게 도약해 데릭과 거리를 좁혔다. 천희는 데릭에게 쉴 틈을 줄 생각이 없었다.


가까이선 왼손 주먹과 오른손의 곤봉, 데릭이 조금 멀어지면 발차기를 섞어 데릭을 휘몰아쳤다. 싸움에 능숙했던 데릭은 비켜 맞거나 맞잡아 힘 싸움을 유도해서 공격의 기세를 꺾는 방식으로 천희의 공격에 재주 좋게 대응하고 있었다.


천희가 곤봉을 휘둘렀을 때는 두려움 때문인지 크게 물러나는 동작을 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큰 동작을 취했을 때 들어오는 천희의 발차기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그렇게 한없이 밀리며 간신히 녹다운을 피하며 버티고 있는 게 고작이었다.


데릭이 뒷발을 헛디뎌 무릎을 꿇었을 때였다.


“으아아악!!!”


갑자기 윅에게 질문을 했었던 남자가 기합을 내지르며 건물 골목 쪽에서 나타나 천희의 옆구리를 덮쳤다.

남자는 온몸을 던진 것이었지만, 천희는 넘어질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 남자는 허리가 90도로 꺾여 자신보다 훨씬 키가 작은 여자의 허리를 양팔로 감싸 안은 채로 서 있는 볼품없는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천희는 짜증 내며 비교적 자유로운 손을 써서 주먹으로 남자의 머리를 강하게 두드리기 위해 몸을 조금 비틀었다.


“뭐야?! 이 변태 새끼는!!!”


그때 천희의 한쪽 하복부가 무방비하게 드러났고,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데릭이 이를 악물고 너클을 꽉 쥐고 있는 주먹을 있는 힘껏 뻗었다.


데릭의 주먹에서 오는 강한 충격에 남자는 그만 천희를 놓쳐버렸고, 그와 동시에 천희는 낮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이번엔 곧바로 벌떡 일어나지 않는 천희를 보고 꿇었던 무릎을 펴고 일어선 데릭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해... 치웠나?”


“아! 데릭 씨!!! 그 말은 좀!!!”


천희가 헛기침을 토해내며 일어서서 침을 뱉고 소매로 입가를 쓱 닦았다.

충격은 있어 보였지만, 여전히 멀쩡한 상태였다.

하지만 천희는 맞았던 하복부를 쓰다듬으며 밝아 보였던 얼굴을 찡그렸다.


“비겁하게!!! 뒤질 줄 알아!”


천희는 앞서간 남자들을 쫓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싸움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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