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능범 때려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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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w
작품등록일 :
2023.05.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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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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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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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2)

DUMMY

레이븐은 천희가 지금 원탁에 앉아있는 심각한 사람들을 웃겨주기 위해 농담을 던진 것으로 생각했다. 전혀 웃기지 않았지만, 덕분에 레이텐건의 특징이 확실하게 잡혔다.


갑자기 어색해진 분위기를 살린 것은 역시나 한스였다.


“하. 하. 하. 맞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 닭대가리 녀석을 어떻게 잡을까요?”


한스도 레이븐과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아무리 한스라도 조금 전의 인위적인 웃음은 너무 티가 났다.


감정을 전혀 숨기지 못하는 천희의 얼굴에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한스의 억지스러운 비위 맞추기를 비꼬는 것으로 듣고 불쾌하게 여길 줄 알았건만 웃기려는 욕심 없이 그냥 해본 말이었던 것 같다.


*****


고요한 한밤중의 도심과는 반대로 도시의 외곽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3층으로 쌓여있는 붉고 푸른 낡은 컨테이너들이 그곳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컨테이너의 틈 사이로 여러 가지 색깔의 불빛이 교대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틈새의 상단과는 반대로 하단에는 검은색 전선이 내부로 이어져 있었다.


그곳의 내부에서는 바닥의 미러볼들이 컨테이너에 사선으로 형형색색의 빛을 비추고 있었다.


군데군데 잡초가 무성한 바닥 위를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남녀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서로 뒤엉켜있는 남녀, 술병을 들고 망나니처럼 춤을 추고 있는 사람, 술에 취해 주먹다짐을 벌이고 있는 남자들과 그걸 보고 낄낄대고 있는 사람들.


혼란스러운 공간에서 심하게 해진 붉은 소파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남성이 있었다. 초록색 닭 볏 같은 머리를 한 그 남자는 음악의 리듬에 맞춰 발을 구르고 있었다.


레이텐건은 정신없는 공간을 한 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1층의 컨테이너 위에 있었는데, 양쪽 구석의 커다란 스피커가 레이텐건을 호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레이텐건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채로 붉은색 조끼 하나만을 걸치고 복근을 중심으로 한 남자다운 구릿빛 근육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파격적인 상체와는 반대로 회색 펑퍼짐한 바지에 맨발로 슬리퍼를 신고 있는 하체는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레이텐건의 옆에 전체적으로 레이텐건을 흉내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젊은 남성이 서 있었다.


그 남자는 검은색 선글라스 대신에 검은색 배경에 붉은 글씨로 ‘D’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힌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를 쓴 남자가 레이텐건에게 말을 걸었다. 남자는 시끄러운 공간 때문에 레이텐건의 귀를 향해 조금 허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윅 씨. 레드가드가 외부인과 접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상한 거랑 다르게 두 명이랍니다. 이제 어쩔까요?”


“시발... 데릭. ‘두 명이었지만, 한 명은 미리 처리해뒀습니다.’ 같은 기가 막힌 보고는 없는 거냐?”


“죄송합니다.”


“이런 발정 난 개자식들이 미덥지 않았겠지. 충분히 이해해. 어떤 녀석들인지 브리핑해봐.”


“시꺼먼 옷차림의 남자와 먹음직스럽게 생긴 여자랍니다.”


“시발!!! 발정 난 개새끼들, X도 도움 안 되네.”


“죄송합니다.”


“어린 여자란 얘기겠지? 신입이라도 들어왔나. 시발... 5년간 없다가 왜 하필 올해는 있는 건데? 당연히 올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얼른 낙원을 만들고 싶은 바람에 너무 급했어. 한 달은 더 접었어야 했는데!!!”


“한 명 더 있는 게 그렇게 문제가 됩니까?”


“이런 시발! 데릭. 블루가드를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마. 그래. 쉽게 한 명 한 명이 나라고 생각해.”


“그런 소름 끼치는 조직이 실존하다니...”


“하... 어쩔까. 발정만 난 허접한 녀석들로는 얼마큼 센지 제대로 떠보기도 어렵고...


아하! 허접한 수준의 방위가 하나 있긴 했지.”


“데려올까요?”


“그래. 일단 데려와 봐. 살살 구슬려보자고.”


*****


레이븐과 천희는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야 겨우 숙소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레이텐건을 끌어낼 방법을 중심으로 긴 회의를 진행했지만, 아무런 진척도 없었다.


레이텐건이 정확하게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건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도둑질. 그냥 그것으로 끝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됐다.


애당초 미르인들은 도둑질을 해야 할 정도로 궁핍할 수가 없었다.


미르인들과 맺어지길 원하는 부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에, 미르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다친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원한이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미치광이인 건가?”


회의가 끝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마자 레이븐이 의문을 표했다.


한스가 레이븐과 천희를 6층의 숙소로 안내하고 있었다. 레이븐의 말에 한스가 반응했다.


“골치 아파진 거죠?”


“뭐 그렇지...”


“갑자기 세상이 미워져서 화풀이를 한 건 아닐까요?”


“고작 그따위 이유로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해치려 했다는 말인가? 정말 어이가 없군.”


처지는 분위기를 천희가 의견을 제시하며 조금 밝은 분위기로 덮었다.


레이븐의 시큰둥한 반응이 아쉬웠던 천희가 조금 더 생각을 보탰다.


“아니 왜요. 오늘따라 괜히 기분이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할 때가 있잖아요.”


“학교에서나 볼법한 애들 싸움이라 생각하지 마.”


“네에...”


레이븐의 말에 천희는 불쾌한 듯 건성으로 대답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한스가 레이븐과 천희를 각자 방으로 안내했다.


방으로 가는 길엔 음료수 자판기와 커피자판기, 쓰레기통이 나란히 있었고 그 옆으로 밤하늘을 구경할 수 있는 작은 발코니가 있었다.


소보 방위였던 한스는 집에서 출퇴근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엘리베이터로 발길을 돌렸다.


깔끔했지만 화장실과 샤워실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데다, 잠잘 곳 정도만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온 레이븐은 간단히 샤워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온종일 입고 있었던 검은 재킷을 벗고 레이븐의 다부진 육체가 드러났다.


레이븐은 사망자도 없고 확실한 목적도 모르겠는 특이한 범죄자의 행적과 적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서는 것은 두려워하고 있는 레드가드에게서 이번 건은 확실하게 위험한 안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레이븐은 천희가 반대로 사건을 가볍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천희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면, 천희는 직장에 오자마자 먼 거리의 출장에 무엇하나 제대로 알려준 것도 없었지만 불평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쓸데없는 부분에 불평이 있었다.


레이븐은 피식 웃으며 물을 잠갔다.


다시 옷을 입은 레이븐은 갈증을 크게 느끼고 조금 전에 봐두었던 자판기로 향했다.


시원한 물을 크게 들이키고 한숨을 돌릴 무렵, 숙소 방향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븐!”


간단하게 표현된 토끼캐릭터가 패턴을 이루고 있는 분홍색 잠옷을 입은 천희가 레이븐을 불렀다. 여유가 있는 잠옷도 천희의 골반을 완전히 숨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고무줄이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잠옷의 바짓단이 천희의 발목에 딱 붙어있었다.


금방 다가온 천희는 레이븐의 옆에 있던 커피자판기를 이용했다.


“이 시간에 왜 커피를···.”


레이븐의 물음에 답하듯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발코니를 향해 도도하게 걸었다. 그리고 한쪽 난간에 기대서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며 말했다.


“느낌 있잖아요.”


천희가 정장 차림이었다면 몰랐겠지만, 캐릭터 무늬가 들어간 잠옷을 입고 있는 복장이 천희의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


마치 어른인 척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천희가 올리아나와의 면담을 통해서 환상에서 깨어났다고 믿었던 레이븐은 어안이 벙벙했다.


“...늦잠으로 회의를 땡땡이칠 생각이야?”


“농담이에요... 그냥 좀 싱숭생숭해서요.”


천희는 웃어줄 거로 생각했던 레이븐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자신을 변호하듯 말했다.


천희의 머쓱한 답변에 레이븐은 천희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떠올렸다. 미안한 감정이 조금 일렁였던 레이븐은 페트병의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잠이 안 와도 제대로 체력을 지켜두도록 해. 언제 상황이 터질지 모르니까.”


“네에. 그런데 레이븐. 잘 때도 재킷 안 벗고 자요?”


“재킷은 벗지만, 주로 밤에 일이 터지거든.”


“미리 말해줬으면 잠옷 안 챙겼을 텐데!”


*****


레드가드의 건물을 나온 한스는 드문드문 몇 대의 적은 차가 돌아다니는 도로의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신호등을 기다리던 한스에게 근심이 가득한 얼굴의 중년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한스 님. B급 범죄자는 좀 어떤가요? 진척이 있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막 블루가드에서 지원군이 왔습니다.”


“오! 그렇군요. 조금 안심이 되네요. 고마워요.”


한스는 뒤늦게 블루가드가 왔다는 말을 함부로 해도 되었던 것인지 걱정이었다. 분명 도시에 크게 소문이 날 게 뻔했다.


하지만 한스는 그 말 대신에 중년 여성을 안심시킬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신체 강화 수준 하위 10%인 한스는 자신이 미르인들중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경쟁률이 높은 토벌대는 감히 지원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비능력자와 미르인들사이에서 어중간한 입장인데도 정작 한스에겐 어느 쪽과도 잘 어울릴 자신이 없었다.


결국, 부모님들에게 등을 떠밀리듯 소보의 방위를 선택했다.


그래도 레드가드의 일을 도우면서, 도시 안전의 마스코트 같은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 무난한 삶을 살고 있던 한스에게 B급 추정 범죄의 소식은 청천벽력 같았다.


레드가드의 석현에게서 대응할 수 있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한스는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신이 미르인들 중에서 정확히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전부 까발려졌을 때, 기대감에서 곤혹과 실망감으로 번져가는 주변의 시선이 견디기 어려웠다.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은 한스를 구원해 준 것은 재학 당시 명성을 떨쳤던 천희였다.


지금의 한스에겐 천희의 강렬한 인상에 묻혀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전처럼 다시 도시의 기대를 받는 생활을 어렵겠지만 적어도 상황이 더 나빠질 리는 없었다.


기다리는 이 없는 조용한 집에 도착한 한스는 소파에 털썩 앉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후우... 다행이다.”


*****


레드가드의 상황실 한쪽에 둥근 원탁으로 마련된 간이회의실에 먼저 도착해있는 것은 천희였다.


천희는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아서 휴대전화를 보며, 자기 눈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나요?”


“어서 와. 잠이 안 와서... 아직도 피곤한 느낌이야.”


“커피를 마신 게 원인이야. 다음부턴 물이나 마셔”


레이븐이 자리에 앉으며 나무라듯 말했다. 뒤따라서 석현이 차를 들고 왔다.


레이븐과 천희가 빈자리와 석현을 살피자 석현이 내키지 않는 듯 설명했다.


“아. 지부장님은 따로 비능력자들 불러서 대책 회의해 보시겠다고...”


미르인 범죄안건에서 비능력자들끼리 논의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미르인들의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저흰 오늘부터 현장을 돌아보겠습니다.”


“아. 그러시겠습니까...?”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레이븐과 천희는 한스의 안내를 받아 현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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