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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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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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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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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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탐욕

DUMMY

사룡검(四龍劍)


용의 해(辰年), 용의 달(辰月), 용의 날(辰日), 용의 시간(辰時)에만 제작 하는데

용의 기운을 품고 있어서

사악한 기운을 베어낸다는 전설적인 검.







남송이 원나라에 멸망할 때, 당시 막강한 권세를 휘두르고 있던 환관 동송신(董宋臣)은 양양성이 함락될 즈음, 자신을 따르는 대내시위들과 함께 궁중의 보물을 훔쳐 쥐도 새도 모르게 궁을 빠져나갔다.


안팎으로 어지러운 시기라 이들이 막대한 보물을 훔쳐 달아났어도 누구하나 눈치를 채지 못했다.


양양성을 함락시킨 몽고의 대군이 성을 포위하고 압박하자 사직과 황제의 목숨이 풍전등화(風前燈火)였기에 다른 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니 어찌 동송신을 추격할 생각이나 했겠는가. 결국 동송신과 대내시위들은 혼란한 틈에 감쪽같이 숨어버릴 수 있었다.


환관 동송신은 황궁의 보물을 철궤에 넣고 겉을 가마니로 싸서 두 대의 마차에 싣고 밤길을 재촉해서 임안성을 빠져나왔다.


임안성을 빠져나오자 동송신과 대내시위 다섯 명은 모두 옷을 바꿔 입고 평범한 장사치와 호위무사로 변장을 하였다.


이들은 관도를 피해 산길로 들어가 낮에는 숲에서 쉬고 밤에만 마차를 몰았다.

난리통이라 피난을 가는 백성들이 많았기에 이들의 행적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십여 일이 지난 후에는 황산(黃山)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계곡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인적이 끊어진 곳에 이르자 동손신은 마차를 메어놓고 궤짝들을 꺼내도록 시켰다. 궤짝은 모두 다섯 개였다.


시위 다섯 명이 궤짝을 하나씩 짊어지고 동송신을 따라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갔다. 앞을 가로막는 넝쿨과 무성한 나뭇가지를 쳐내고 길을 만들어 가면서 산 위로 올라갔다.


호리호리한 몸매의 동손신은 육십이 넘은 나이 탓인지 산길을 오르는데 힘에 부쳐서 연신 기침을 하며 땀을 뻘뻘 흘렸다.


그러나 동송신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악착같이 올라갔다. 일행은 곧 쓰러질 것 같은 동송신 때문에 자주 쉬면서 천천히 산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물을 마시며 반나절쯤 올라가자 칡넝쿨이 무성한 절벽이 나타났다. 동송신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지 칡넝쿨 앞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대내시위총관인 장무위(張武威)가 궤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대인, 힘드시죠. 목적지가 아직도 멀었으면 잠시 쉬면서 요기라도 할까요?”


동송신이 땀을 닦다가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아니, 다 왔네. 몸이 늙으니 죽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군.. 이만한 일도 견디지 못하다니..”


동송신이 힘겹게 일어나서 주렁주렁 늘어진 칡넝쿨을 젖히자 어른 키만 한 둥그런 바위가 나타났다.


“이 바위를 밀면 굴이 나타나네, 어서들 바위를 밀게.”


시위 세 명이 힘을 다해 바위를 옆으로 밀자 작은 굴이 나타났다. 동송신이 말을 안했으면 이런 곳에 굴이 있다고 생각할 사람이 없었다.


동송신이 미리 준비한 횃불을 들고 굴 안으로 들어가자 시위들도 짐을 지고 뒤를 따랐다.


굴은 그다지 넓지 않았으나 한 사람이 짐을 지고 들어갈 정도는 되었다. 구불구불한 동굴을 차 한 잔 마실 시간정도 들어가자 오래된 철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육중한 철문은 오래되어 녹이 많이 나있었고 검푸른 이끼가 끼어있었다. 짙은 곰팡이 냄새 때문인지 동송신이 연신 기침을 해댔다.


기침 때문에 안색이 창백해진 동송신이 손가락만큼이나 굵은 열쇠를 품에서 꺼냈다.

열쇠를 철문의 열쇠구명에 간신히 끼워 넣고 두 손으로 힘겹게 돌리자 덜그럭! 하고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에 있던 시위들은 황궁에만 있던 동송신이 어떻게 이런 동굴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누구하나 물어보지 않았다.


모두들 동굴 안에 뭐가 있을지 잔뜩 긴장해서 침을 삼키며 문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열쇠를 빼서 손에 든 동송신이 뒤를 돌아보며 혼잣말처럼 중얼 거렸다.


“이곳은 원래 황제의 비밀 금고인데, 십여 년 전에 황제의 명으로 이곳에서 물건을 갖고 간 적이 있었지..


뭣들 하는가? 어서들 이 문을 열게.”


동송신의 말에 시위총관 장무위가 다가와 힘을 주어 문을 미니 육중한 철문이 괴이한 소리를 내며 조금씩 열렸다. 안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동송신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 기둥에 걸린 등에 불을 밝혔다.


등불로 안이 밝아지자 주변의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는데 사방 스무 자 정도의 넓이로 된 한 칸의 석실이었다.


바닥에는 여러 개의 철궤가 놓여 있었고 벽에 있는 서가(書架)에는 오래된 책들과 귀중한 골동품들과 몇 자루의 고색창연한 검들이 걸려있었다.


시위들은 지고 온 궤짝을 한쪽에 내려놓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철궤 속에 들어있는 물건들이 무엇일까 궁금했으나 감히 뚜껑을 열어볼 수도 없었고, 물어볼 수도 없어서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동송신은 그들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이 가볍게 웃으며 그 중 한 궤짝의 뚜껑을 열었다.


궤짝 속에는 반짝이는 금덩이들이 가득했다. 궤짝에 가득한 황금덩이가 불빛에 번쩍이자 놀란 시위들의 몸이 잠시 굳어버렸다.


시위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숨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을 본 공송신이 다른 궤짝을 열자 그 속에는 옥, 마노, 루비, 야광주, 진주 등등 현란하게 빛을 뿌리는 영롱한 보석들이 가득 차 있었다.


시위들은 생전 처음 보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해 마치 바보가 된 것처럼 침을 질질 흘렸다.


동송신은 그들을 바라보며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검은 자루를 꺼내들었다.


“여기에 있는 것들은 모두 우리 송나라의 보물인데, 나라가 몽고 오랑캐들에게 넘어가면 이것들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기에 일단 여기에 숨겨두기로 했네.


어느 날인가 왕손(王孫)이나 충신의 후예(後裔)가 일어나 오랑캐의 손에서 나라를 되찾으려 할 때 군자금으로 쓸 것이라네.


그러니 자네들은 결코 이일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굳게 입을 다물고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게. 알겠는가?”


동송신은 눈물을 글썽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쳐다봤다. 동손신의 비통하지만 결연한 말에 모두 울먹이면서 말했다.


“우리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로 이 비밀을 한 마디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를 합니다.”


다섯 시위들의 맹세가 끝나자 공손신은 손에 들고 있던 검정 주머니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검은 주머니는 폭이 한 뼘, 길이가 두 뼘 정도의 크기였다.


“오랑캐들이 나라를 빼앗고 황궁의 창고를 열어본다면, 귀중한 보물들이 없어진 것을 알고 끝까지 우리를 추격할 것이네.


앞으로 자네들이 뿔뿔이 흩어져 행적을 감추고 조용히 살려면 돈이 필요할 것이야.


내가 지금 나눠준 주머니에 자네들이 담고 싶은 것을 가득 담게.


이 보석과 금들을 그 자루에 가득 담는다면 한평생 편안히 살 수 있을 것이니 충분하다고 생각하네.


한 사람에게 오직 한 자루씩이니 나라를 위해 절대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것이네.”


동송신은 말을 마치자 힘이 드는지 기침을 하며 검이 걸려있는 서가 앞의 궤짝으로가 그 위에 걸터앉았다.


다섯 명의 시위들은 한동안 서로를 쳐다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궤짝으로 달려가 서로 좋은 것을 차지하려고 밀고 당기며 옥신각신했다.


동손신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그들의 모습을 말없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시위들은 처음에 무작정 보석을 주머니에 넣다가 더 좋은 것을 보면 모두 쏟아버리고 다시 주워 담기 시작했다.


그들이 서로 밀치며 각자의 주머니에 보석과 금덩이를 가득 담았지만, 궤짝에 남아 있는 보석과 금덩이는 아직도 많아 그들의 탐욕을 유혹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자루의 보석만 있으면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수 있어서 자신들을 선택해준 동송신에게 감지덕지(感之德之)하며 고마워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보물을 보자 자신들이 가진 보석과 금덩이가 너무나 적다고 느껴졌다.


한 자루만 더 갖고 갈 수 있다면 자손대대로 커다란 저택에서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시위들은 자신들이 들고 있는 작은 주머니와 남아 있는 보물들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모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동송신은 보석과 황금에는 관심이 없는지 아니면 이들의 심정을 모르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 움직일 줄을 몰랐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좋은 물건을 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이들 다섯 시위들은 석실 안에 놓여있는 이십여 개나 되는 궤짝을 쳐다보자 자신들이 들고 있는 작은 주머니가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기 것도 아니면서 겨우 한 자루만 허락한 동송신이 갑자기 야속하고 미워지기 시작했다.


황궁에 있을 땐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동송신의 그림자만 봐도 위축이 되어 설설 기었지만, 지금 궤짝에 앉아있는 동송신은 그저 병들어 나약한 늙은이에 지나지 않았다.


저 늙은이만 없다면 적어도 궤짝을 하나씩 짊어지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자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작가의말

많이 사랑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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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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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비극의 서막 23.06.15 737 10 10쪽
20 제20화, 불상사 23.06.15 759 11 10쪽
19 제19화, 탈출 +1 23.06.14 779 13 10쪽
18 제18화, 탈출 23.06.14 749 12 10쪽
17 제17화, 위기 23.06.13 776 14 10쪽
16 제16화, 무정나찰(無情羅刹) 23.06.13 809 12 10쪽
15 제15회, 일격필살의 각오 23.06.12 833 12 10쪽
14 제14화, 시련(試鍊) 23.06.12 854 13 10쪽
13 제13화, 구백청의 말로 23.06.11 841 15 10쪽
12 제12화, 노련한 구백청 23.06.11 838 13 10쪽
11 제11화, 붉은 말을 탄 괴인 23.06.10 877 14 10쪽
10 제10화, 늦게 핀 첫사랑 23.06.10 907 14 9쪽
9 제9화, 하오문 두령 왕준상 +1 23.06.09 950 14 10쪽
8 제8화, 황룡지미 신웅비 23.06.09 994 15 9쪽
7 제7화, 청룡검객 황인교 +2 23.06.08 1,149 14 11쪽
6 제6화, 비상식량 육포(肉脯) 23.06.08 1,110 14 10쪽
5 제5화, 어둠속의 괴인 +1 23.06.07 1,185 15 10쪽
4 제4화, 잔인한 선물 23.06.07 1,261 12 9쪽
3 제3화, 철마단창 장중표 23.06.07 1,456 12 9쪽
2 제2화, 본색 +1 23.06.06 1,474 12 10쪽
» 제1화, 탐욕 +1 23.06.06 2,111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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