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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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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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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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붉은 말을 탄 괴인

DUMMY

신웅비는 아직 장가를 들지 않았다. 부모 없이 고아로 자란 신웅비는 노력하여 용케도 포졸이 되었다.


다른 일에는 일체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맡은 일에만 충실하였기에 결국 포두가 될 수 있었다.


범인들을 잡으려고 백방으로 뛰어야하는 신웅비는 나이가 들어도 장가갈 생각을 못하였다.


가슴에 안겨 가냘픈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 젖은 눈으로 애타게 쳐다보는 초운이의 모습이 매우 안쓰러웠으나, 한편으론 그렇게 귀엽고 예쁠 수가 없었다.


신웅비는 자신도 모르게 와락 초운이를 으스러져라 껴안았다.


초운이는 희열에 젖어 두 손으로 신웅비의 목을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여인의 뜨거운 숨결과 향긋한 체취가 술을 먹어 마음이 부풀어 오른 신웅비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신웅비는 앞뒤 생각할 것 없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바탕 강렬하고 누르기 힘든 격정의 소용돌이가 지나갔다. 초운이가 일어나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머리를 뒤로 쓸어 올리며 배시시 웃었다.


가뭄에 단비를 맞은 듯, 촉촉하게 젖은 초운이의 얼굴은 더욱 화사하고 따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때 아래층에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쿵쾅거리며 이층으로 올라오는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신 포두가 왔다던데 어디 있지? 신 포두!”


신웅비가 옷매무새를 고치고 방문을 열자 옛 동료였던 포두들이 이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신웅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시게, 올 줄 알고 술상을 봐놓고 기다리고 있었네.”


진 포두, 양 포두, 전 포두가 신웅비를 보자 서로 얼싸안으며 반겼다.


옛 동료들은 신웅비가 뒷배가 없어서 혼자 책임을 떠안고 억울하게 쫓겨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신웅비는 부하나 동료들의 어려움을 보면 결코 모른 체하고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의리나 인성이나 실력에 있어서나 모두가 인정하는 멋진 사나이였다.


초운이가 인사를 하고 술과 안주를 더 가지러 나가자 진 포두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초운이가 그동안 자네를 오매불망 마냥 그리워하더니 오늘은 원을 풀었겠군, 축하하네.”


신웅비는 쑥스러워 말을 못하는데 동료들이 어깨들 두드리며 껄껄껄 웃었다.


초운이가 술과 안주를 준비해서 들어오자 포두들은 모두 놀려대었다. 초운이는 환하게 웃으며 술을 따랐다.


“그동안 어떻게들 지냈나? 별 일은 없었지?”


신웅비의 말에 양 포두가 초운이를 보고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요 예쁜 초운이가 자네를 보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일 외엔 별일은 없었다네.


하지만 굳이 큰일을 말하자면 사오 개월 전이었던가?


확실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림에서 내로라하던 대력신수 관염생과 처음 보는 괴인과의 싸움이 벌어졌다네.


검은 경장차림의 괴인은 망사로 얼굴을 가리고 붉은 말을 타고 있었지.


나이도 많지는 않은 것 같았고, 몸도 호리호리하여 모두들 관염생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여겼네.


하지만 십여 수가 지나자 관염생이 밀리기 시작하여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네. 그러자 같이 있던 태행염라(太行閻羅) 위천표가 싸움을 거들었네.


그러나 괴인의 신법과 무공이 워낙 뛰어나 관염생과 위천표는 자신들의 위신을 돌보지 않고 꼬랑지를 말고 줄행랑을 쳤지.


괴인은 지체하지 않고 그들의 뒤를 쫓아갔는데, 그 뒤론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니 어떻게 됐는지는 우리도 모른다네.”


신웅비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넌지시 물었다.


“그 붉은 말을 탄 괴인은 도대체 어느 문파의 사람인데 그렇게 무공이 절륜할까?”


그러자 제일 나이가 많은 진 표두가 말을 받았다.


“저녁때라 저잣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누구하나 그 괴인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네.


나도 그 괴인의 진정한 수법을 알아보지 못했지.


내 생각이지만 괴인은 일부러 여러 문파의 수법을 써서 자신의 진정한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은 것 같았네.”


그러자 신웅비가 감탄을 한 듯 말했다.


“관염생과 위천표를 물리칠 정도라면 분명히 고인의 제자거나, 혹 무림세가의 출신이 분명할 텐데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쉽군.”


세 포두와 신웅비는 오랜만에 흉금을 털어놓고 술잔을 나눴다.


밤이 늦어서 술자리가 끝나자 세 포두는 먼저 돌아가고 뒤에 남은 신웅비는 제법 많은 돈을 내놨지만 초운이는 한사코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신웅비가 화를 내며 엄포를 놓았다.


“이 돈을 안 받는다면 앞으로 절대로 오지 않을 테다.”


초운이는 마지못해 돈을 받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나리, 적어도 낙양에 계신 동안은 매일 찾아주셔야 해요. 그럼 난 더 바라지 않겠어요.”


“그래, 내 약속하마.”


신웅비는 붙잡는 초운이를 간신히 떼어놓고 객점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도중에 아무리 생각해도 젊고 예쁜 초운이가 자기처럼 재산도 없고, 잘생기지도 못하고, 나이도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포두로 잔뼈가 굵은 신웅비는 범인들을 색출해서 체포하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었지만, 여인에 대해선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하는 숙맥(菽麥)이었다.


사내의 얼굴만보고 반하는 여인들이 많았지만, 사내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여자도 있었다.


사실 얼굴보다도 행동거지가 남자다워야 진실로 여인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비굴할 정도로 굽실대는 남자, 자신의 이익만을 따져서 이리 붙고 저리 붙는 쓸개가 없는 남자.


단지 잘생겼거나 돈이 많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여자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남자다운 행동을 보고 진정으로 좋아하는 여자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초운이는 비록 신웅비가 나이가 많고 얼굴은 잘 생기지 못했으나 사나이 중에 사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힘들고 어려울 때 자신의 처지를 동정하고 따듯하게 대해준 신웅비를 마음속에 품고 지금까지 일편단심으로 그리워했던 것이다.


웅비가 객잔으로 돌아오자 구백청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옛 동료들을 만나 잘 놀다왔는가? 왕준상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검은 경장을 한 여인을 발견했다네.


그래서 왕준상의 부하들이 은밀히 그 뒤를 쫓고 있다고 하더군. 내일이면 또 무슨 소식이 있겠지.”


그러자 신웅비가 포두에게 들은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들은 구백청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자세한 것은 검은 경장의 여인을 만나야 알겠군, 수고 많았네, 오늘은 늦었으니 가서 쉬고 내일 다시 얘기하세.”


신웅비는 구백청의 말에 무언가 이해 못할 부분이 있었지만 묻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경험으로 보아 비단가게를 한다는 노인의 죽음은 물론이고, 흑의 여인이 관염생과 싸웠다는 것을 들었을 때 구백청의 말에는 여러 가지 이해하지 못할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노련한 신웅비는 모른 체하고 더 지켜보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고나자 왕준상이 찾아왔다.


“문주님, 낙양금전은 못 찾았지만 낙양금수전을 찾았는데, 초상화를 보여주어도 그런 사람은 모른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왕 대협, 정말 고맙소. 앞으로 왕 대협의 일이라면 우리 서천문에서도 힘을 아끼지 않겠소.”


구백청의 말에 왕준상이 깊이 고개 숙여 절하며 말했다.


“장문인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구백청이 답례를 하며 왕준상에게 말했다.


“왕 대협께선 그동안 수고가 많았소. 이젠 내가 직접 그 가게에 가서 물어봐야겠소,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여기서 끝내야겠지요. 혹시 검은 경장의 괴인이 있는 곳을 알아내면 알려주시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나보고 노인과 관계가 없다면 난 다시 황산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초상화를 돌려준 왕준상이 돌아가자 구백청은 일행들에게 왕준상의 소식을 기다리라고 하고 혼자서 은밀히 객잔을 빠져나왔다.


구백청은 일단 번화한 저잣거리로 가서 이곳저곳을 구경하였다.


화려한 비단가게가 몇 군데 있었지만 상호에 ‘낙양’이란 글자가 들어간 곳은 없었다.


왕준상이 일러준 대로 뒷골목으로 들어가자 점포들은 모두 허름하고 작았는데 한쪽 구석에 있는 낙양금수전을 발견하였다.


풍상에 젖은 간판은 칠이 다 벗겨지고 낡아서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도 장사가 시원치 않아 손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가게 문짝도 허름하였고 물건들도 많지 않았다.


구백청은 손님인 것처럼 가게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가게 안을 살폈다.


이따금 손님이 기웃거리다 안으로 들어가면 주인인 듯한 사람이 하품을 하며 손님을 맞았다.


여자 손님이 이것저것 묻다가 나가자 구백청이 안으로 들어가 차곡차곡 쌓여있는 비단을 구경하였다.


주인인 듯한 사나이는 사십 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기름진 얼굴에 몸은 좀 뚱뚱한 편이었다.


구백청이 말없이 이것저것 눈여겨보자 사나이가 웃으며 다가왔다.


“손님, 혹 찾는 물건이 있으신지요?”


“아, 네. 옷을 한 서너 벌 지어 입으려는데 어떤 걸로 해야 할지 자꾸 망설여지는 구려....”


그러자 주인은 구백청의 아래위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대인께선 위엄도 있으시고 풍채도 좋으셔서 이런 흰 비단이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


주인이 질이 좋은 비단 한 필을 꺼내 구백청의 몸에 대어보며 웃었다. 구백청도 빙그레 웃으며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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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비극의 서막 23.06.15 737 10 10쪽
20 제20화, 불상사 23.06.15 758 11 10쪽
19 제19화, 탈출 +1 23.06.14 779 13 10쪽
18 제18화, 탈출 23.06.14 749 12 10쪽
17 제17화, 위기 23.06.13 775 14 10쪽
16 제16화, 무정나찰(無情羅刹) 23.06.13 809 12 10쪽
15 제15회, 일격필살의 각오 23.06.12 833 12 10쪽
14 제14화, 시련(試鍊) 23.06.12 853 13 10쪽
13 제13화, 구백청의 말로 23.06.11 841 15 10쪽
12 제12화, 노련한 구백청 23.06.11 838 13 10쪽
» 제11화, 붉은 말을 탄 괴인 23.06.10 877 14 10쪽
10 제10화, 늦게 핀 첫사랑 23.06.10 907 14 9쪽
9 제9화, 하오문 두령 왕준상 +1 23.06.09 950 14 10쪽
8 제8화, 황룡지미 신웅비 23.06.09 994 15 9쪽
7 제7화, 청룡검객 황인교 +2 23.06.08 1,148 14 11쪽
6 제6화, 비상식량 육포(肉脯) 23.06.08 1,110 14 10쪽
5 제5화, 어둠속의 괴인 +1 23.06.07 1,185 15 10쪽
4 제4화, 잔인한 선물 23.06.07 1,261 12 9쪽
3 제3화, 철마단창 장중표 23.06.07 1,456 12 9쪽
2 제2화, 본색 +1 23.06.06 1,474 12 10쪽
1 제1화, 탐욕 +1 23.06.06 2,110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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