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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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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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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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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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청룡검객 황인교

DUMMY

앞장선 마호는 거들먹거리며 구백청을 안내하였다.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서천문의 문주를 모시고 만객함영으로 가는 중이라고 떠들며 으스대었다.


사람들은 풍채가 좋은 구백청을 존경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기분이 좋아진 구백청이 점잔을 빼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배를 내밀고 마호의 뒤를 쫒았다.


사부의 뒤를 졸졸 쫒아가는 두 제자 역시 허리에 찬 검을 잡고 거드름을 피우며 갈 지자 걸음으로 걸었다.


해는 뉘엿뉘엿 서산마루로 지는 때라 시장에 상점들은 하나둘 밝은 등을 내걸었다.


시장의 남쪽 만객함영이 있는 번화한 거리에는 이미 휘황찬란한 등불을 밝혀놓고 오가는 풍류객들을 맞았다.


만객함영이란 금빛 현판이 등불을 받아 번쩍거리는 주루 앞에 마호가 나타나자 점소이가 나오며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이층에 자리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서천문의 문주님께서 오셨으니 알아서 모셔야한다. 어흠!”


마호는 거드름을 피우고 점소이에게 몇 푼 집어주었다. 점소이는 굽실거리며 일행을 이층으로 안내했다.


초저녁이라 아직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이들이 이층으로 올라가자 미리와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구백청에게 인사를 하였다.


“전 제갈풍으로 이곳에서 도자기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철기표국(鐵騎鏢局)을 운영하고 있는 진봉수입니다. 앞으로 많이 지도해 주십시오.”


“괜찮은 오락장을 가지고 먹고사는 주백금이유, 잘 부탁해유.”


“경덕전당포의 전세택입니다. 문주님을 직접 뵈니 삼생의 영광입니다.”


구백청이 일일이 답례를 하자 마호가 예약된 방으로 안내했다.


미리와 기다리고 있던 네 사람은 이곳에선 제법 거들먹거리는 자들로 마호가 갖은 말로 꾀고 설득해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구백청이 네 사람을 보니 별로 탐탁하지 않은 자도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기다린 것을 생각하고 웃으며 앉아있었다.


두 제자는 감히 다른 사람들과 앉지 못 하고 구백청 뒤에 서 있었다.


요리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자 젊고 예쁜 아가씨 둘이 방문을 살짝 열고 들어와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취국(翠菊)과 백란(白蘭)이 대인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마호가 일어나 취국과 백란을 구백청 좌우에 앉히며 말했다.


“서천문의 문주님이시다. 너희들이 잘 모신다면 큰 상을 내릴 터이니 위엄을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라.”


“대인, 염려 마십시오. 문주님께서 소녀들을 마다하지 않으신다면 저흰 무슨 분부라도 황송하게 따르겠습니다.”


싱싱하고 아리따운 두 젊은 여인이 좌우에서 장문인의 손을 잡고 아양을 떨자 구백청은 기분이 좋아서 눈이 찢어져라하고 웃고만 있었다.


마호는 구백청 뒤에 우두커니 서있는 유한철과 주청기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선 내가 사부님을 모실 테니 사형들은 대청으로 나가 요기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러자 구백청이 그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두 제자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눈치가 빠른 마호는 제자들이 뒤에 목석처럼 서있으면 사부가 마음 놓고 아가씨들과 술을 먹을 수 없음을 알고 미리 내보낸 것이다.


구백청은 자신의 심중을 아는 마호가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마호를 보고 빙긋 웃음을 지었다.


아가씨들이 갖은 교태를 부리며 술을 따라 권하자 구백청은 물론 모두들 신이 나서 잔을 들었다.


먼저 와 있던 제갈풍과 진봉수와 주백금과 전세택은 마호의 말대로, 서천문의 문주와 안면을 트면 앞으로 시비에 휘말렸을 때 커다란 도움이 될 걸 알았다. 연신 아부를 하며 술을 마시고 잔을 권했다.


구백청 역시 나긋나긋한 아가씨들이 안겨오고 기대며 몸의 구석구석을 주물러 주자 기분이 나른해져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앞에 있는 자들이 모두 아부하며 입에 발린 말만 하자 술맛 또한 일품이었다.


주거니 받거니 수작(酬酌)하며 밤이 깊도록 먹었다.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오자 마호가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내 술값과 여자들에게 줄 돈을 거뒀다. 돈을 충분히 거둔 마호가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너희들은 오늘밤 문주님을 잘 모시도록 해라.”


마호는 슬그머니 두 여인에게 충분한 돈을 쥐어주고 술이 취해 의자에 기대있는 구백청에게 말했다.


“사부님, 그럼 저희들은 이만 물러갑니다.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구백청은 술이 많이 취했는지 말도 못하고 겨우 손을 들어 작별인사를 했다.


마호는 네 사람을 보내고 아직 식탁에서 기다리고 있는 유한철과 주청기의 자리에 합석했다.


유한철과 주청기는 구백청의 정식 제자였지만 마호는 명목상의 제자였다. 그래서 서열을 제대로 따질 수가 없어서 서로 사형이라고 불렀다.


“사부님은 취해서 주무시러 가셨으니 사형들께선 이제 술을 드셔도 됩니다.


오늘은 내가 한턱낼 테니 두 분 사형께선 마음 놓고 드십시오. 하하하.”


마호가 거들먹거리며 술과 요리를 시키자 잠시 후 김이 무럭무럭 나는 요리와 술이 나왔다.


“사형께선 이 아우들에게 말씀을 놓으십시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유한철과 주청기는 마호를 자주 보지 않아서 잘 몰랐다. 오늘의 씀씀이를 봐서 경덕진에서는 내로라하는 사람인줄 알았다.


그래서 황송한 듯 굽신거려 가며 술을 들었다. 앞서 마호는 구백청의 눈치를 보느라 술을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네 사람에게 음식 값은 물론 여인들에게 줄 돈을 두 배 이상 뜯어냈기에 기분이 좋아져서 두 사람과 어울려 즐겁게 술을 마셨다.


술이 취해서 비틀거리며 취국과 백란의 허리를 잡고 방으로 들어간 구백청은 취국이 따라준 차를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나이는 어리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여인들은 응큼한 노인이 일부러 취한척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충분한 돈을 받았으므로 모른척하고 배시시 웃었다.


“어머머, 대인께선 조금 전까지 만해도 많이 취하셨는데 이렇게 금방 회복하시다니, 정력이 대단하신가 봐요. 아이고, 우린 오늘 잠은 다 잤네.”


그러자 구백청은 느글느글한 눈빛으로 두 여인의 개미처럼 가는 허리를 잡고 침대위로 쓰러졌다.


다음날 아침, 두 명의 젊은 여인과 밤을 지센 구백청이 흐뭇한 얼굴로 방을 나서자 마호와 두 제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만객함영을 나오자 제갈풍을 비롯한 네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간밤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네 사람이 인사를 하자 구백청이 능청을 떨며 대답했다.


“어제 네 분 덕택에 기분 좋게 술을 많이 마셨더니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나 봅니다. 깨어보니 어느새 아침이더군요.


참, 앞으로 내 힘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만 하십시오.”


그러자 네 사람은 신이 나서 구백청의 손을 잡고 절을 했다.


“문주님께서 저희들의 얼굴만 기억해주셔도 감지덕지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구백청이 네 사람과 작별을 하고 제자들과 길을 재촉했다.


마호는 뒤쳐져서 네 사람으로부터 떠나는 사람을 위로하는 뜻으로 주는, 전별금을 받아 챙기고 헐레벌떡 뛰어오며 말했다.


“사부님, 앞으로 제가 쭉 모실 테니 같이 가시죠.”


구백청은 어젯밤의 일로해서 눈치가 빠르고 대접을 잘하는 마호가 싫지 않았다.


유한철과 주청기 또한 돈을 잘 쓰는 마호가 맘에 들었다. 객지에 나오면 먹고 자는 것이 큰일인데 마호의 수단이 보통이 아니었다.


말은 안했지만 은근히 같이 갔으면 하던 중이었다. 또한 마호의 입담이 좋아 남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마호는 마호대로 구백청을 팔아 돈을 챙기는 재미가 쏠쏠하여 이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구백청은 파양호 일대에서 명성을 떨치는 사제 청룡검객(靑龍劍客) 황인교를 만나 대력신수 관염생의 죽음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구백청의 사제인 황인교는 수중에서의 재주가 비상하여 파양호 일대를 주름잡는 삼대 세력 가운데 하나였다.


그의 활동무대는 파양호 동부 수역으로, 세력범위는 서쪽 도창(都昌)으로부터 동쪽 요주부에 이르고 있었다.


호수에 금을 그어놓고 영업하는 처지가 아니므로, 파양호에서 활동하는 해적들 세 패거리 간에는 항상 이해가 엇갈려 충돌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그러나 어느 패거리고 간에 함부로 경거망동을 할 수 없어서 언제나 서로를 견제하였다.


중국 5대 담수호의 하나인 파양호의 기슭에는 석종산(石鍾山)과 대고산(大孤山), 남산(南山) 등 산이 둘러서 있어서 그림 같은 수려한 경치를 자랑했다.


이 중 대고산은 산 모양이 신발 같다고 해서 속칭 ‘신발산’이라고도 한다.


삼 면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인 대고산의 서북쪽에는 동굴이 있어서 배가 정박할 수 있으며 하나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


먼 옛날, 젊은 어부가 고기를 잡으며 살았는데 파양호에서 주은 진주를 하늘의 선녀에게 돌려준 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이 사랑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하늘의 옥황상제가 그 사연을 알고 선녀를 잡아오라고 천병(天兵)을 내려 보냈다.


한편, 인간세상에서는 선녀에게 눈독을 들인 한 악당이 어부를 죽이려고 하였다.


천병에 의해 억지로 하늘로 돌아가던 선녀는 그 광경을 보고 급한 김에 신발을 던졌는데, 그 신발이 산으로 변해 악당을 호수바닥에 눌러죽이고 어부를 구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이 신발산인데 이 대고산에 오르면 눈앞이 모두 파란 물이요, 흰 돛단배가 푸른 하늘아래 점점이 떠있어 그 아름다움과 수려함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구백청과 제자들은 파양호에 도착해서 물가에 있는 파양제일루에 자리를 잡았다.


이 식당은 파양호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들로 만든 생선요리가 일품이었다.


마호는 제갈풍 등 네 명에게 받은 돈이 두둑했으므로 으스대며 요리와 술을 주문하였다. 잠시 후 점원이 요리와 술을 가지고 오자 마호는 점원에게 돈을 쥐어주고 점잔을 떨며 말했다.


“이보게 황인교 두령의 사형이 오셨으니 빨리 사람을 보내 기별을 보내게.”


황인교는 파양호 일대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거물인지라 점원은 잽싸게 달려가 주인에게 알렸다. 주인은 황급히 사람을 보냈다.


이들이 술을 몇 잔 마시지도 않아서 황인교가 부하들을 데리고 파양제일루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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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화, 탈출 23.06.14 749 12 10쪽
17 제17화, 위기 23.06.13 775 14 10쪽
16 제16화, 무정나찰(無情羅刹) 23.06.13 808 12 10쪽
15 제15회, 일격필살의 각오 23.06.12 833 12 10쪽
14 제14화, 시련(試鍊) 23.06.12 853 13 10쪽
13 제13화, 구백청의 말로 23.06.11 841 15 10쪽
12 제12화, 노련한 구백청 23.06.11 838 13 10쪽
11 제11화, 붉은 말을 탄 괴인 23.06.10 876 14 10쪽
10 제10화, 늦게 핀 첫사랑 23.06.10 907 14 9쪽
9 제9화, 하오문 두령 왕준상 +1 23.06.09 950 14 10쪽
8 제8화, 황룡지미 신웅비 23.06.09 993 15 9쪽
» 제7화, 청룡검객 황인교 +2 23.06.08 1,148 14 11쪽
6 제6화, 비상식량 육포(肉脯) 23.06.08 1,110 14 10쪽
5 제5화, 어둠속의 괴인 +1 23.06.07 1,185 15 10쪽
4 제4화, 잔인한 선물 23.06.07 1,261 12 9쪽
3 제3화, 철마단창 장중표 23.06.07 1,456 12 9쪽
2 제2화, 본색 +1 23.06.06 1,474 12 10쪽
1 제1화, 탐욕 +1 23.06.06 2,110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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