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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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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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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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어둠속의 괴인

DUMMY

정춘생의 검과 장중표의 창이 부딪치자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정춘생은 손목이 얼얼하였으나 독사가 날렵하게 굴속을 빠져나오듯 독사출동(毒蛇出洞)의 초식으로 장중표의 가슴을 찔렀다.


장중표는 창끝으로 검을 튕기며 반대쪽 창으로 정춘생의 배를 찔렀다.


그러나 정춘생은 들어오는 창을 발로 차며 역벽개산(力劈開山)의 수법으로 싸늘한 광채를 뿌리며 장중표의 어깨를 쪼갤듯 힘껏 내려쳤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벌어졌지만 정춘생의 검은 날카로웠고 위력이 있었다.


처음에는 장중표가 그런대로 막아냈지만 정춘생의 실력이 훨씬 뛰어나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옆에서 여러 사람이 공격하자 결국 손발이 흐트러져 팔목과 넓적다리에 검을 맞았다.


육백의 무술도 그리 신통하지 않아 허리에 칼을 맞고 등을 창에 찔려 피를 흘리며 나뒹굴었다.


결국 장중표는 꼼짝달싹 못하고 오라에 묶였고 육백은 가슴을 창에 찔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러자 정춘생이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이놈을 끌고 갈 테니 죽은 놈은 땅을 파고 묻어줘라!”


장중표의 다리에선 피가 흘러나와 바지를 뻘겋게 물들였으나 정춘생은 개의치 않고 개 끌고 가듯 장중표를 끌고 갔다.


서천문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하나둘 돌아갔고 가까운 사람들만 대청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구백청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얼굴색이 창백했고 한편으론 노기를 이기지 못해 의자에 앉아 씨근덕거렸다.


정춘생은 장중표를 바닥에 팽개치며 말했다.


“사부님! 이놈들이 끝까지 반항해서 결국 한 놈은 죽었고, 이놈만 잡아왔습니다.”


구백청은 피가 낭자해서 쓰러져있는 장중표에게 상자를 보여주고 이를 갈며 말했다.


“네 이놈! 상자 안에 사람의 머리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바른대로 대지 않으면 결코 곱게 죽이지 않겠다.”


장중표는 느닷없는 질문에 상자를 보고 놀랐지만, 고개를 저으며 완강하게 말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상자를 맡긴 여인은 젓갈이 들어있다고만 했고, 상자가 밀폐돼 있으니 절대로 열어보지 말라고 해서 우린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사람의 머리가 들어있는 줄 알았다면 어찌 그런 걸 배달하겠습니까?”


장중표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지만 죽은 사제의 머리를 본 후, 놀라고 화가 치민 구백청의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시끄럽다, 이놈아! 너희들이 작당해서 내 사제를 죽인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사실을 조사해서 만약 조금이라도 용호표국과 관련이 있다면, 쥐새끼 한 마리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때까지 우선 저놈을 지하 감옥에 가둬놓아라!”


아무리 변명했지만, 장중표는 죽은 사람의 머리를 배달한 죄로 꼼짝없이 지하 감옥으로 끌려갔다.


서천문의 북쪽에 있는 지하 감옥은 돌로 견고하게 만들어졌는데, 지하로 난 계단을 내려가자 녹슨 철문이 있었다. 제자 하나가 철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출입이 없었는지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무엇인가 썩는 냄새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어두컴컴한 낭하를 열 발자국 정도 걸어 들어가자 철책이 가로막고 있었다. 철책에 붙은 작은 철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서천문의 제자가 자물쇠를 열고 장중표를 발로 차서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안은 매우 컴컴하여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바닥에는 지푸라기가 깔려 있어서 지푸라기 썩은 냄새가 진동하였다.


장중표는 피를 많이 흘려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정신도 가물가물했다. 풀썩! 짚에 쓰러져서 그냥 정신을 잃고 말았다.


장문인 구백청은 손님들을 모두 보낸 후, 제자들을 데리고 밀실에서 은밀하게 이야기했다.


“알다시피 너희들의 사숙 관염생은 환관 동송신이 갖고 있던 열쇠에 대해서 은밀하게 조사하려고 개봉으로 떠난 지 두 달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죽어서 돌아왔으니..., 지니고 갔던 열쇠가 누군 손에 들어갔는지,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구나.


그렇다고 외부에 발설할 수도 없고, 이 일은 매우 중대하니 내가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난 내일 용호표국에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알아보고 개봉으로 갈 테니 이곳은 첫째인 춘생이가 꾸려나가도록 해라.”


구백청의 말이 끝나자 제자들은 서로 사부를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구백청은 일곱째 유한철과 열두째 주청기(周淸基)만 데리고 갈 테니 나머지는 큰 제자 정춘생의 지시에 잘 따르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유한철과 주청기는 둘 다 언변이 좋고 임기응변에 능했다. 그리고 행동이 민첩했으며 무공도 다른 제자들보다 뛰어난 편이었다.


다음날 아침, 구백청은 행장을 꾸려 제자 두 명과 함께 길을 떠났다.


감옥을 지키는 유학선이 다 식어빠진 주먹밥을 두 덩이 철장 안으로 넣어주었지만 장중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쓰러진 채로 꼼짝을 안했다.


유학선은 뒈지려면 빨리 뒈져야 자신이 편하다고 투덜대었다. 유학선이 신발을 질질 끌면서 철문을 닫고 빠져나가자 그나마 희미하게 들어오던 빛도 사라져버렸다.


다 썩어가는 지푸라기 위에 뎅그러니 놓여 있는 차디찬 주먹밥 옆으로 어디서 나타났는지 서너 마리의 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누어있는 걸 알고 처음에는 조심하던 쥐들이 사람이 꼼짝을 안하자 무시하고 주먹밥을 뜯어먹으려고 하였다.


순간, 쥐들이 찍!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어오르더니 그대로 바닥에 뒹굴었다. 떨어져서 꼼짝을 않는 걸 보면 모두 죽은 것이다.


주먹밥에 독이 있는 것인가?


잠시 후에 부스럭대고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둠속에서 한 괴인이 엉금엉금 기어와 주먹밥을 집어 들고 우적우적 먹기 시작했다.


철책 안에는 장중표 외에도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머리를 산발한 괴인이 주먹밥 한 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남은 주먹밥을 먹으려다 도로 내려놓았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한동안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손을 내밀어 장중표의 심장에 손을 대고 있었다.


장중표의 심장이 약하게 뛰는 것을 안 괴인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장중표의 혈도를 짚어나갔다. 잠시 후에 장중표가 가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괴인은 죽은 쥐들을 주섬주섬 집어 들고 다시 기어서 자신이 있던 어둠속으로 돌아갔다.


캄캄한 감방 안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오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장중표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 물...”


그 소리를 들은 괴인이 깨진 사발을 들고 엉금엉금 기어와 사발 밑바닥에 깔린 물을 장중표의 입에 흘려 넣었다.


물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장중표는 간신히 기력을 회복하고 힘겹게 눈을 떴다.


어두웠지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괴인을 보고 장중표가 억지로 일어나려고 하였으나 힘에 부쳤는지 다시 누웠다.


그러자 괴인이 나직이 말했다.


“억지로 일어나지 말고 그대로 누워있게, 살고 싶다면 아직 말도 해선 안 되고 조금이라도 힘을 아끼게.”


괴인의 목소리는 여자처럼 가늘고 뾰족하였다. 장중표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심신을 안정시키고 몸속에 있는 기(氣)를 조금씩 운용시켰다.


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장중표는 젊었고 튼튼했기에 검에 벤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갔고 정신도 맑아졌다.


정신을 차리자 갑자기 배가 고팠다. 장중표는 있는 힘을 다하여 일어나 앉았다. 옆에 식은 주먹밥이 놓여있었다. 주먹밥을 집어 들고 먹으려는데 구석에 있던 괴인이 말했다.


“배가 고프겠지만 갑자기 밥을 먹으면 체할지 모르니 물로 목을 축이게, 내가 갖다 줄 테니 움직이지 말게.”


괴인은 깨진 사발을 들고 엉금엉금 기어왔다. 깨진 사발 안에는 한모금도 안 되는 물이 담겨있었다.


장중표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단숨에 들이켰다. 목을 축이고 주먹밥을 억지로 씹어 삼키자 조금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장중표가 괴인을 보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전 장중표라고 합니다. 선배님 덕분에 목숨을 구했으니 죽어서라도 크나큰 은혜를 꼭 갚겠습니다.”


장중표의 간곡한 말에 괴인은 나직이 웃더니 입을 떼었다.


“사람이 죽고 나면 그만인데 무슨 은혜를 갚는다고 하는가, 죽지 않고 이곳에서 살아나가는 것이 우선이네. 그런데, 자네는 나이도 젊은 것 같은데 어쩌다가 이곳에 갇혔는가?”


장중표는 억울해서 한숨을 내쉬고 자초지종을 천천히 말했다.


말을 다 듣고 난 괴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한참 후에야 괴인이 입을 열었다.


“앞으로 서로 얘기할 날이 많으니 오늘은 이만 쉬고, 할 수 있는 한 빨리 몸을 추스르게.”


말을 마친 괴인은 깨진 사발을 보물단지처럼 들고, 엉금엉금 기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괴인이 구석으로 돌아가자 장중표는 갑자기 물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해졌다.


이 냄새나는 감방엔 먹을 물이 나올 데가 없었다. 그때 천장에서 물이 한 방울 떨어져 머리에 부딪쳤다.


그때서야 장중표는 이 감방이 매우 습한 것은 천장에서 가끔씩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기 때문임을 알았다.


괴인이 깨진 사발을 보물단지처럼 아끼는 것도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기 위함이었다.


장중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복식호흡을 시작했다. 장중표가 운기조식을 하는 모습을 괴인은 머리를 끄덕이며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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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8 목로
    작성일
    23.06.07 17:55
    No. 1

    공모작은 하루에
    두 편까지만 올릴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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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14화, 시련(試鍊) 23.06.12 853 13 10쪽
13 제13화, 구백청의 말로 23.06.11 841 15 10쪽
12 제12화, 노련한 구백청 23.06.11 838 13 10쪽
11 제11화, 붉은 말을 탄 괴인 23.06.10 876 14 10쪽
10 제10화, 늦게 핀 첫사랑 23.06.10 907 14 9쪽
9 제9화, 하오문 두령 왕준상 +1 23.06.09 950 14 10쪽
8 제8화, 황룡지미 신웅비 23.06.09 993 15 9쪽
7 제7화, 청룡검객 황인교 +2 23.06.08 1,147 14 11쪽
6 제6화, 비상식량 육포(肉脯) 23.06.08 1,110 14 10쪽
» 제5화, 어둠속의 괴인 +1 23.06.07 1,185 15 10쪽
4 제4화, 잔인한 선물 23.06.07 1,261 12 9쪽
3 제3화, 철마단창 장중표 23.06.07 1,456 12 9쪽
2 제2화, 본색 +1 23.06.06 1,474 12 10쪽
1 제1화, 탐욕 +1 23.06.06 2,110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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