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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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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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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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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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위기

DUMMY

임설매는 혹시라도 귀찮은 일이 생길지 몰라 옷을 입은 채로 검을 배에 올려놓고 누웠다.


홍마를 훔치려던 패거리들은 이 일대에서 온갖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들이었다.


이들의 두목은 묘두옹(猫頭翁)이라고 불리는 자로 삼십여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다.


이들은 시장에서 좌판을 벌여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장사치들에게 자릿세를 걷거나 장에 온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었다.


어수룩하게 보이는 자들을 꾀어 사기도박을 벌이거나, 장에 구경 온 젊은 여인들을 납치해 술집에 팔아넘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또 부유한 나그네나 이곳을 지나는 장사꾼들의 짐을 훔치고, 선량한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어 죽도록 패는 일을 낙으로 삼는 망나니들이었다.


이들의 두목인 묘두옹은 오십 대로 체구는 작았고, 작은 머리에 눈이 유난히 컸는데 코와 입은 작아서 교활한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인물이었다.


묘두옹은 어릴 때부터 시장판에서 굴러먹어 약삭빠르고 눈치가 보통이 넘었다.


무공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심계가 깊고 무림인들이 꺼려하는 미혼약과 독사의 독을 잘 다뤘다.


부하들에게는 매우 냉혹해 그의 앞에서는 모두 고양이 앞의 쥐처럼 설설 기었다. 묘두옹은 관아의 포두에게 매달 돈을 상납해서 웬만한 일은 눈을 감아줬다.


시장 근처의 허름한 판잣집이 그들의 소굴이었는데, 임설매에게 얻어맞은 놈들이 죽은 동료를 메고 와서 묘두옹에게 울며불며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두목님, 우리들이 홍마를 구경하는데 그 육시랄 년이 다짜고짜 손을 써서 이 친구를 죽였습니다. 부디 원수를 갚아주세요.”


“이런 병신 같은 놈들아! 여러 놈이 그까짓 계집년한테 당하고 도망 왔단 말이냐? 그동안 밥값이 아깝다, 이 제미랄 놈들아!”


묘두옹은 부하가 죽은 거야 별거 아니었지만, 자신의 체면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자 부아가 치밀어 올라 부하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다른 놈들은 동료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러자 묘두옹이 손을 들어 그들의 말을 막고 말했다.


“손을 안 쓰면 모를까 손을 댔다하면 흔적도 남기지 않고 해치워야 하는 거야. 그년이 대단하다고 하니 자정이 지나 해치우기로 하자. 모두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다리도록 해라.”


말을 마친 묘두옹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누렇게 빛나는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궁리를 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 하늘엔 훤하게 빛나는 달이 고요히 잠든 대지를 비추고 있었고, 이따금 어미를 찾는 강아지의 끙끙거리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왔다.


임설매는 침대에 누워있긴 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쥐새끼에게 발가락을 물린 것 같아 분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검을 배 위에 올려놓고 눈만 감고 있었는데 무기가 가볍게 부딪치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숨을 죽이고 가만히 들어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사방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방문과 창문, 양쪽으로 포위를 하는 중이었다.


임설매는 이를 지그시 악물고 살며시 일어나 식탁에 놓아두었던 강침을 집어들었다. 방문을 소리가 나도록 활짝 열어젖히며 둘둘 말은 이불을 바깥쪽으로 힘차게 던졌다.


순간, 비표(飛鏢:표창), 나한전(羅漢錢:동전), 탄궁(彈弓: 일종의 새총), 비황석(飛蝗石: 던지기 편하게 다듬은 돌멩이), 비도(飛刀), 비침(飛針) 등의 각종 암기가 사방에서 빗발치듯 날아와 이불에 꽂혔다.


이불을 던지는 동시에 반대편으로 신형을 날린 임설매는 숨어 있는 적들을 향해 강침을 날렸다.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적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객방에 있는 손님들은 깜짝 놀라 모두 이불은 물론, 요까지 뒤집어쓰고 부들부들 떨었다.


임설매는 지붕을 타려고 훌쩍 뛰어올랐다. 평소 같으면 이보다 더 높은 곳도 쉽게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한쪽 발에 힘을 줄 수 없어서 지붕 위로 뛰어오르다가 땅으로 떨어졌다.


임설매가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자, 적들은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소리를 지르며 칼과 창을 들고 달려왔다.


임설매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땅바닥에 데굴데굴 여러 번 몸을 굴려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검을 휘둘렀다.


발을 다쳐 몸이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손을 쓰는 일은 예전과 다름없었다.


순간 달빛을 받아 번쩍이는 검이 어둠을 가르며 주위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불을 보고 부나방처럼 달려들던 놈들의 창과 다리가 싹둑 잘라져서 땅바닥에 너부러졌다.


그들의 다리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사방에 튀였고 내지르는 비명소리는 귀신의 곡성처럼 끔찍했다.


임설매는 적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마구간으로 달렸다. 창문 쪽에 있다가 달려온 묘두옹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소리쳤다.


“당황하지 말고 면승투색(綿繩套索)을 던져라.”


면승투색이란 던져서 적을 포박하는 밧줄을 말한다. 놈들은 무공이 고강한 적들에게 밧줄을 던져 꼼짝 못하게 옭아매고 창으로 찔러서 죽인 적이 있었기에 묘두옹이 일깨워 준 것이다.


발을 다쳐 신형이 자유롭지 못한 임설매를 향해 사방에서 밧줄을 던졌다. 밧줄 끝에는 작은 쇠갈고리가 달려 있어서 몸을 휘감아 돌아 갈고리에 찍히게 된다.


임설매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날아오는 밧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밧줄은 강철을 섞어서 꼰 것이라 한 번에 잘라지지 않았다.


순간 임설매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비쳤으나 임설매는 밧줄을 한 손으로 잡아당겨 팽팽하게 만들면서 칼로 내리쳤다. 그러자 밧줄이 끊어졌다.


이렇게 되자 당황한 쪽은 묘두옹이었다. 임설매가 몸에 감긴 밧줄을 하나씩 잡아당기며 칼로 끊어나가자 묘두옹이 침을 튀기며 다급하게 말했다.


“암기를 날리고 창으로 찔러라!”


그러나 임설매는 하나 남은 밧줄을 잡아당기며 몸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밧줄을 잡은 놈은 자신의 몸이 공중에 떠오르자 밧줄을 놓칠 새라 꽉 잡고 손을 놓지 않았다.


밧줄을 잡은 놈의 몸이 공중에 떠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위의 적들이 그와 부딪치지 않으려고 허둥거렸다.


임설매는 놈을 빙빙 돌리며 마구간 근처로 가서 잡고 있던 줄을 놓아버렸다. 밧줄을 잡고 있던 놈은 실 끊어진 연처럼 한동안 날아가다 객점의 벽에 부딪쳐 즉사하였다.


임설매가 홍마의 고삐를 잡고 날쌔게 올라타려는데, 땅바닥을 굴러온 묘두옹이 일어서자마자 임설매를 향해 하얀 봉지를 던졌다.


임설매는 말 등에 올라탔을 때 하얀 물체가 날아오자 암기로 알고 검을 휘둘렀다. 하얀 봉지가 검에 반으로 갈라지며 속에 있던 흰 가루가 허공에 날렸다.


임설매는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숨을 참았으나 가루가 눈에 들어가 갑자기 눈이 따가웠다.


우물쭈물할 틈도 없이 냅다 말의 옆구리를 차자 말은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묘두옹과 부하들이 소리를 지르며 뒤를 쫓았지만 홍마는 말발굽소리만 남긴 채 이미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임설매는 하얀 가루가 생석회라는 것을 알았다. 생석회 가루가 물에 젖으면 지글지글 끓게 된다.


눈에 조금 들어갔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양이 많아도 눈알이 타들어가서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눈이 따갑다고 눈을 비빈다면 눈이 멀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억지로 참으며 관도를 벗어나 산으로 말을 몰았다.


얼마 달리지 않아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임설매는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급하게 말을 몰았다.


눈은 쓰리고 점점 아파왔지만 간신히 눈을 뜨고 살펴보니 흐릿한 가운데도 저만치 앞에 개울물이 보였다.


임설매는 말에서 내리자마자 개울로 달려가 흐르는 물에 얼굴을 담그고 눈을 커다랗게 뜨고 껌벅거렸다.


눈 속에 들어간 석회가 흐르는 물에 씻겨 내려가자 조금씩 통증이 가셨다. 한동안 흐르는 물에 눈을 맡기던 임설매가 얼굴을 들고 손수건으로 살며시 눈을 닦았다.


눈에 상처가 났는지 쓰라리긴 했지만 그래도 앞이 조금씩 보였다.


임설매는 놈들의 파렴치한 행동에 울화통이 터졌지만, 개울가에 앉아서 화를 삭이며 혹시 뒤쫓아 오는 놈들이 없나하고 귀를 기우렸다.


주위는 온통 어둠에 덮여 있었고 풀벌레 소리만 흐르는 물소리에 화답하고 있었다.


*********


황산 서천문의 지하 감옥에 갇혀있는 장중표와 괴인은 하루 한 끼의 주먹밥을 먹으며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처음엔 머지않아 자신을 풀어줄 걸로 기대했던 장중표도 이제는 단념했다. 괴인의 말처럼 무공을 제대로 배워야 이 지긋지긋한 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식구들을 생각할 때마다 보고 싶어서 가슴이 메고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특히 두성이와 철부지 취영이의 모습이 눈앞에서 가물거려 마음을 안정시킬 수 없었다.


그때마다 옆에 있던 괴인이 따듯하게 위로해주어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


장중표는 잠을 자는 시간을 빼곤 일심으로 괴인의 무공을 배우는데 전력을 다했다.


경공술은 물론 주먹을 쓰는 법이며 칼을 쓰는 법과 암기를 날리는 수법까지 배웠다.




밖은 이미 한여름이 되어 태양은 작열하고 더운 바람에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날씨였지만, 지하 감옥은 시원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괴인의 자상하고 끈질긴 가르침으로 장중표도 이제는 가벼운 지푸라기로 가끔 나타나는 쥐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괴인이 심하게 기침을 하다가 피를 토했다. 장중표가 놀라 부축을 하자 괴인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난 틀린 것 같네, 그동안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더..., 더 이상 버티기 힘드네......”


괴인은 말을 하기도 힘이 드는지 가슴을 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괴인을 부축하고 있던 장중표가 울상을 하고 눈물을 흘렸다.


“사부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이제 죽기 살기로 이 감옥을 빠져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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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6화, 무정나찰(無情羅刹) 23.06.13 809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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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14화, 시련(試鍊) 23.06.12 854 13 10쪽
13 제13화, 구백청의 말로 23.06.11 841 15 10쪽
12 제12화, 노련한 구백청 23.06.11 838 13 10쪽
11 제11화, 붉은 말을 탄 괴인 23.06.10 877 14 10쪽
10 제10화, 늦게 핀 첫사랑 23.06.10 907 14 9쪽
9 제9화, 하오문 두령 왕준상 +1 23.06.09 950 14 10쪽
8 제8화, 황룡지미 신웅비 23.06.09 994 15 9쪽
7 제7화, 청룡검객 황인교 +2 23.06.08 1,148 14 11쪽
6 제6화, 비상식량 육포(肉脯) 23.06.08 1,110 14 10쪽
5 제5화, 어둠속의 괴인 +1 23.06.07 1,185 15 10쪽
4 제4화, 잔인한 선물 23.06.07 1,261 12 9쪽
3 제3화, 철마단창 장중표 23.06.07 1,456 12 9쪽
2 제2화, 본색 +1 23.06.06 1,474 12 10쪽
1 제1화, 탐욕 +1 23.06.06 2,110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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