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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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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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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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20화, 불상사

DUMMY

오늘도 두만풍은 새로운 요리를 시켜놓고 전씨를 반갑게 맞았다. 품삯보다 넉넉하게 계산을 해주는 두만풍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한 전씨는 두만풍과 요리를 먹었다.


두만풍은 혼자 술을 따라 마시며 또다시 전씨의 바느질 솜씨를 칭찬했다.


요리를 한 입 먹던 전씨는 고마운 두만풍에게 술을 따라 권하는 게 호의에 보답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처음으로 술을 따랐다.


두만풍은 감히 부탁은 못했지만 정말 바라던 바라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크게 웃으며 단숨에 들이켰다.


연신 싱글싱글 웃음을 그치지 않던 두만풍이 다른 술잔을 권하며 말했다.


“부인, 기름진 음식엔 술을 한 잔 드셔야 입안이 개운합니다. 딱 한 잔만 받으시지요.”


전씨는 두만풍이 간절한 눈빛으로 권하자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어서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술잔을 받았다.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른 두만풍이 건배를 제의 했다. 전씨는 얼떨결에 술잔을 들고 부딪쳤다.


전씨는 술을 잘하지 못했다.


술이 조금 들어가자 얼굴이 복사꽃처럼 붉어졌다. 두만풍이 은근한 눈길로 쳐다보자 전씨는 부끄러워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술을 마시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넓어진다. 한 잔 한 잔 들어갈수록 담이 커지고 불가능한 일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시선(詩仙) 이백은 ‘장진주’란 시에서...


오색 꽃무늬의 좋은 말과 천금이나 가치가 있는 여우 갖옷을

(五花馬 千金裘 오화마 천금구)


아이 불러서 맛있는 술과 바꾸어

(呼兒將出換美酒 호아장출환미주),


그대와 더불어 우리 함께 만고의 시름을 녹여나 보세

(與爾同鎖萬古愁 여이동쇄만고추)라고 노래하였다.


술을 마시다보면 항상 모자란다.


평소에 아끼던 좋은 말과 비싼 옷을 팔아서까지 친구와 술을 마시자고 하였으니, 그의 호방한 기개는 술을 마심으로 더욱 떨쳐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두만풍은 기분이 좋아 술을 연거푸 따라 마셨다. 거나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전씨를 쳐다보았다.


뺨은 잘 익어 먹음직스런 복숭아처럼 싱싱했고, 살포시 내려뜬 눈은 긴 속눈썹에 가려져있었다.


초생달 같은 눈썹 밑으로 곧게 내리뻗은 오똑한 콧날과 연지를 바른 듯 붉은 입술이 이슬을 먹은 꽃처럼 요염하게 보였다.


두만풍은 자신의 가슴이 쿵쿵 뛰며 목이 탔다.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 슬그머니 전씨의 옆자리로 옮기다가 소매에 쓸려 술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놀란 전씨가 깨진 조각을 치우려고 허리를 숙여 사기조각을 집다가 술기운에 어지러워 앞으로 넘어졌다.


두만풍이 얼른 전씨의 어깨를 잡고 부축하며 일어서다가 두만풍 역시 술기운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쓰러졌다.


두만풍이 전씨의 어깨를 잡은 채로 뒤로 넘어지자 본의 아니게 전씨는 두만풍의 가슴에 안긴 꼴이 되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전씨가 몸을 일으키려 하였으나 두만풍이 힘을 주어 끌어안으며 놓아주지 않았다.


전씨가 있는 힘을 다해 뿌리치는 통에 손에 든 사기조각이 두만풍의 손에 긴 상처를 입혔다. 손등이 날카로운 사금파리에 베이어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미 술기운에 이성을 잃은 두만풍은 손의 상처쯤은 개의치 않고 전씨의 허리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전씨는 먹었던 술이 갑자기 확! 깨어 앙칼지게 소리를 지르며 두만풍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다.


두만풍은 더욱 세게 전씨의 허리를 잡아당기며 입술을 들이대었다. 놀란 전씨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두 손에 힘을 주어 두만풍의 가슴을 힘껏 밀어버렸다.


술이 취한 두만풍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나뒹굴다가 침대 모서리에 머리를 찧었다.


두만풍은 전씨를 품에 안으려다가 머리를 다쳤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자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이년이 사람 죽이네. 아이고, 게 누구 없느냐! 빨리 이년을 잡아라!”


두만풍이 돼지 멱따는 소리로 고함을 지르자 점원들이 달려왔다.


전씨는 사금파리를 손에 든 채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고, 두만풍은 손등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점원들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두만풍이 엉금엉금 일어나 점원들에게 명령했다.


“이 못된 년이 날 죽이려 했으니 빨리 아문에 가서 혜 포두를 모셔오너라.”


점원 한 명이 밖으로 뛰어나가고 남은 놈은 수건으로 두만풍의 손의 피를 닦고 싸매주었다. 두만풍은 전씨를 노려보며 욕을 퍼부었다.


“이 배은망덕한 년아! 네 처지가 불쌍해서 일감을 주고 요리까지 대접했는데, 돈을 더 내놓으라고 위협하고 죽이려하다니.... 세상에 저런 못된 년은 빨리 뒈져야 해, 퇫!”


놀라고 기가 막힌 전씨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떨고만 있었다.


이때, 밖으로 나갔던 점원이 혜 포두와 함께들어왔다. 두풍만은 포두에게 다가가 되지도 않는 말로 전씨를 모함했다.


혜포두는 평소에 두풍만과 친분이 있었다. 혜포두는 두풍만이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드는 소리를 들으면서 방안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상에는 먹다 남은 요리가 있었고 바닥에는 깨진 술병이 핏자국과 함께 널려있었다. 두만풍은 손을 수건으로 싸맸지만 진포두가 보기엔 별로 대수로운 건 아니었다.


한쪽엔 피 묻은 사금파리를 들고 고개를 숙인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오랜 수사경험으로 볼 때, 두 사람이 술을 먹다가 두만풍이 강제로 범하려하자 여인이 저항해서 일어난 일임을 눈치 챘다.


요사이 이 지방에선 이름난 부잣집만을 골라 도둑질하는 신출귀몰한 도둑이 갑자기 나타났다.


도둑은 어떻게 알았는지 부자들이 애지중지하는 귀중한 골동품만을 훔쳐갔다.


부자들이 신고하자 관아의 현감이 노발대발해서 혜 포두에게 빨리 범인을 잡아오라고 성화를 부리며 불호령을 내렸다.


그래서 혜 포두는 지금 이런 시시한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두만풍과 친분이 있었기에 내색을 하지 않고 두만풍을 달랬다.


“두 대인, 고정하시지요. 이런 연약한 여인에게 다쳤다는 소문이 나면 대인의 체면이 뭐가 되겠습니까?


상처는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으나 그래도 빨리 치료하십시오. 이 여인을 데려가 혼쭐을 내줄 테니 그만 화를 참으시지요.”


혜 포두가 점잖게 말하자 두만풍은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혜 포두는 그때까지도 떨고 있는 전씨를 데리고 점포를 나와 아문(衙門)으로 향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으나 두만풍의 체면을 봐서 일단 옥에 가뒀다가 슬그머니 풀어줄 생각이었다.


혜 포두는 부하들에게 전씨를 당분간 옥에 가둬놓으라고 명령을 하고 신출귀몰한 도둑을 수소문하기 위해 옥화루(玉花樓)로 향했다.


옥화루는 이곳에서 거들먹거리는 부잣집 자제들과 어두운 곳에서 활동하는 부랑배들이 자주 모이는 곳이었다.


옥화루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혜 포두가 나타나자 손님을 맞이하는 점원이 헤픈 웃음을 흘리며 인사를 했다.


“포두 나리, 어서 오십시오. 헤헤헤! 매향이를 부를까요, 수선이를 부를까요?”


“새우 눈(鰕目하목) 조열지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게.”


조열지란 위인은 흔한 좀도둑이었다. 비쩍 마르고 눈이 새우처럼 작아서 별명이 새우 눈이었다.


“네, 네, 네! 이리 오시지요.”


점원이 굽실거리며 혜 포두를 구석진 방으로 안내했다. 혜 포두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열지가 두 명의 사내와 머리를 맞대고 숙덕대다가 놀란 얼굴로 쳐다봤다.


혜 포두는 빈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요새 장사가 잘된다고 들었는데..., 어흠!”


“나리, 무 무슨 말씀이세요? 우린 요새 꼼짝 않고 이곳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아 안 그런가?”


새우 눈이 옆에 있는 사나이들을 보고 말했다. 그러자 두 사나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나리. 정말입니다요.”


혜 포두는 두 사나이를 예리한 눈으로 살펴봤다.


“자네들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응?”


새우 눈이 비굴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이 치 친구들은 죽마고우로 며칠 전에 남창에서 왔지요. 그 그래서 이 친구들과 노느라 꼼짝하지 않았죠, 헤헤헤!”


“그렇다면 내가 쓸데없이 방해했다는 말이로군..., 그런가?”


“무 무슨 말씀을..., 저 정말 잘 오셨습니다. 우선 목부터 축이시지요, 헤헤헤!”


조열지는 얼른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 혜 포두에게 공손하게 바쳤다. 혜 포두는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 안주를 집어먹었다.


새우 눈이 다시 한 잔을 올리며 포두의 눈치를 살폈다.


“나 나리! 호 혹시 저한테 뭐 시키실 일이 있나요?”


“흠..., 자네 요즈음 신출귀몰한 도둑이 나타났다는 소리, 물론 들었겠지?”


“네 네, 우리도 지금 그 도둑 얘기를 하던 중입니다. 어 어떤 놈이기에 나리가 계신 이곳에서 감히 도둑질을 하는지, 가 간도 큰 놈입니다요.”


새우 눈 조열지가 호들갑을 떨며 말하자 혜 포두가 새우 눈과 두 사나이를 노려보았다.


“자네 죽마고우들이 나타난 때와 도둑이 나타난 때가 거의 같더군, 어떻게 설명할 건가? 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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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비극의 서막 23.06.15 736 10 10쪽
» 제20화, 불상사 23.06.15 758 11 10쪽
19 제19화, 탈출 +1 23.06.14 779 13 10쪽
18 제18화, 탈출 23.06.14 749 12 10쪽
17 제17화, 위기 23.06.13 775 14 10쪽
16 제16화, 무정나찰(無情羅刹) 23.06.13 808 12 10쪽
15 제15회, 일격필살의 각오 23.06.12 833 12 10쪽
14 제14화, 시련(試鍊) 23.06.12 853 13 10쪽
13 제13화, 구백청의 말로 23.06.11 841 15 10쪽
12 제12화, 노련한 구백청 23.06.11 838 13 10쪽
11 제11화, 붉은 말을 탄 괴인 23.06.10 876 14 10쪽
10 제10화, 늦게 핀 첫사랑 23.06.10 907 14 9쪽
9 제9화, 하오문 두령 왕준상 +1 23.06.09 950 14 10쪽
8 제8화, 황룡지미 신웅비 23.06.09 993 15 9쪽
7 제7화, 청룡검객 황인교 +2 23.06.08 1,147 14 11쪽
6 제6화, 비상식량 육포(肉脯) 23.06.08 1,110 14 10쪽
5 제5화, 어둠속의 괴인 +1 23.06.07 1,185 15 10쪽
4 제4화, 잔인한 선물 23.06.07 1,261 12 9쪽
3 제3화, 철마단창 장중표 23.06.07 1,456 12 9쪽
2 제2화, 본색 +1 23.06.06 1,474 12 10쪽
1 제1화, 탐욕 +1 23.06.06 2,110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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