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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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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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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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8화, 황룡지미 신웅비

DUMMY

황인교는 키가 컸으며 다부진 몸매, 대머리에 눈은 위로 찢어져 번득였고 광대뼈가 튀어나와 아주 억센 인상이었다.


“하하하, 사형! 어쩐 일로 기별도 없이 갑자기 오셨습니까? 내가 찾아뵈어야 하는데 워낙 바빠서....”


내공이 실린 목소리는 우렁차서 말을 하자 식당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황인교는 사형의 회갑잔치에 참석하지 못하고 부하들에게 선물만 전달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나 구백청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껄껄껄 웃으며 황인교의 손을 잡았다.


“사제, 보내준 선물은 잘 받았네. 내가 오늘 온 것은 자네와 긴히 상의할 일이 있어서라네, 오랜만에 만났으니 우선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조용한 곳으로 가세.”


“사형, 알겠습니다.”


두 제자와 마호는 황인교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황인교는 거만한 표정으로 솥뚜껑만한 커다란 손을 들어 사질들의 어깨를 툭툭 치고 털썩 자리에 앉았다.


마호는 얼른 잔에 술을 따르고 아첨을 했다.


“사숙의 명성은 경덕진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사숙 덕분에 저도 어깨를 펴고 산답니다. 자, 한 잔 올리겠습니다.”


아첨인 줄 알아도 기분이 나쁜 사람은 없다. 황인교 역시 목에 힘을 주고 술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키며 말했다.


“내가 이곳에서 큰소릴 치는 것은 내가 잘난 것도 있지만, 모두 사형이 뒤에서 도와주시기 때문이지.”


황인교는 거만하게 자신을 내세우면서도 구백청을 높여 주였기에 구백청 역시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며 연신 수염을 쓰다듬었다.


황인교는 구백청에게 부하들을 소개하고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였다.


구백청과 황인교가 웃고 떠들며 식사를 마치자 눈치가 빠른 마호가 얼른 계산을 하였다.


황인교는 그런 마호가 마음에 드는지 마호의 어깨를 툭 치고 밖으로 나갔다.


황인교는 구백청과 사질들을 데리고 자신의 근거지인 수채(水寨)로 왔다.


호숫가에 지은 수채는 커다란 창고가 딸린 목조건물로 선착장이 딸려있었다. 선착장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닻을 내리고 정박 중이었고 일꾼들이 짐을 부리고 있었다.


황인교는 표면적으로는 이 일대의 물건을 운송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밤만 되면 해적으로 변해 다른 배들의 물건을 약탈하거나 타지에서 오는 상인들의 물건을 노략질하였다.


사무실로 들어가자 우락부락한 부하들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다가 황인교와 구백청이 들어가자 인사를 하고 모두 밖으로 나갔다.


황인교는 사질들을 사무실에 남겨두고 구백청과 둘이만 밀실로 들어가 나직이 물었다.


“사형, 긴히 할 말씀이 있다고 하셨는데···”


구백청은 의자에 앉으며 근심스럽게 물었다.


“지난번에 관염생이 다녀가지 않았나?”


“음, 반년 전인가? 긴밀한 일로 낙양에 간다며 잠깐 들른 적이 있었지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관염생이 죽었다네.”


“네엣? 멀쩡하던 사형이 죽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구백청은 회갑 날 용호표국에서 보내온 상자 이야기를 하였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로, 어떤 놈이 관 사형을 죽였단 말입니까? 자초지종을 자세히 말해 주십시오.”


황인교는 얼굴색이 시퍼렇게 변해 구백청을 다그쳤다.


구백청은 난감한 표정으로 황인교를 보다가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사실은 일이 어느 정도 진척된 뒤에 자네와 의논하려 했는데, 이 지경이 되었네.


이 년 전에 황산에서 큰 상처를 입고 쓰러져있는 노인을 하나 구해줬는데, 노인의 품에서 아이 주먹만 한 황금덩이와 아주 오래된 고풍스런 열쇠가 나왔지.


열쇠는 복잡하게 생겼지만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네.”


구백청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황인교가 눈빛을 번득이며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열쇠라면, 분명히 보통물건이 아닐 텐데..., 호 혹시 그 열쇠 때문에 사형이 죽었단 말인가요?”


구백청은 황인교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었다.


“노인은 깨어나자마자 열쇠가 없어진 걸 알고 열쇠부터 찾았지. 난 모른척하고 금덩이와 열쇠를 노인에게 주고, 곁눈질로 살며시 살펴보았다네.”


갑갑해 죽겠다는 듯 황인교는 참지 못하고 또 끼어들었다.


“아, 그 열쇠가 무슨 열쇠인데요?”


“그 열쇠가 무슨 열쇠인지 낸들 알겠나. 하지만 노인이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지.


그래서 난 무슨 열쇠인지 슬쩍 물어보았지.


노인은 잠시 당황하더니 낙양에서 장사를 하는데, 가게의 창고열쇠라고 얼버무리기에 난 더 묻지 않았지.


몸조리를 잘하라고 말하고 방을 나오는데 노인이 생명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황금덩이를 주더군, 난 한사코 거절했지만 노인이 자꾸 권하기에 못이기는 척하고 받아두었다네.”


구백청은 목이 마르는지 찻물을 따라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난 사람들을 시켜 노인을 감시하였네. 노인의 상처가 깊었지만 내가 치료를 극진히 해준 덕에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자 노인이 작별을 고하더군.


난 아직 이르니 며칠 더 치료하고 가라고 억지로 붙잡았네. 노인은 마지못해 눌러앉았지만 결코 고마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네.


난 제자들을 시켜 노인이 몰래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엄밀하게 감시하도록 했네.”


흥분한 얼굴로 듣고 있던 황인교가 참지 못하고 다시 참견했다.


“사형, 정말 잘하신 거요. 그 열쇠는 보통물건이 아님이 확실한데 그냥 보내줄 수는 없지요!”


“그날 밤은 비가 추적추적 내려 매우 어두웠네. 노인이 있던 방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와 달려가 보니, 감시하던 애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있었고 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네.


난 곧 비상경계령를 울리고 사람들을 불러 노인을 추적했지. 생각보다 노인의 무공이 뛰어나 우리 애들이 많이 죽고 다친 끝에 간신히 생포할 수 있었네.


난 화가 나서 일단 노인을 지하 감옥에 가둬버렸지.”


황인교가 침을 꿀꺽 삼키고 또 말참견을 했다.


“그 그리고 어떻게 했습니까? 아휴, 갑갑해서 속 터지네.”


그러나 구백청은 황인교의 답답한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찻물을 따라 천천히 마시고나서 입을 쓱 닦은 후 말했다.


“다음날 날이 밝자 난 직접 노인을 심문했지만, 그 열쇠는 가게의 창고열쇠라고만 우겼네. 그래서 집이 어디냐고 물었지만 도무지 입을 열지 않는 거야.


주리를 틀고,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살살 달래보기도 했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거야.


정말 지독한 놈이었지, 부아가 치민 내가 노인의 다리심줄을 하나씩 끊어버렸네.

그런대도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입을 꽉 다물고 한 마디도 안 했네.


그러나 결국 혹독한 고문을 이기지 못한 놈이 낙양에 있다는 점포의 위치를 말했네.


그래서 사제 관염생에게 열쇠를 주고 놈의 비단가계인 ‘낙양금전’을 찾아보라고 했는데, 사제는 죽어서 돌아왔단 말일세.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고 내가 직접 나섰네.”


구백청의 말이 끝나자 황인교가 눈을 부라리고 말했다.


“사형, 그런 일이라면 진작 나하고 의논을 했어야지요.


내 밑에는 과거 아문에서 포두로 있던 자들과 낙양의 유지들과 친분이 있는 자들이 많아서 놈의 가게를 찾는 것쯤이야 남의 손을 빌려 코푸는 것처럼 여반장(如反掌)이라오.


자, 그럼 지난 일은 잊고 일단 용호표국에 가서 자초지종을 알아봅시다.”


“그래서 내가 자네를 찾은 게 아니겠는가. 이 길로 용호표국을 갈 참이네.”


구백청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자 황인교가 앉아 있으라고 손짓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황인교는 몸이 날렵하고 눈초리 매서운 사십 대의 장한을 데리고 들어왔다.


“사형, 전에 아문(衙門)에서 포두로 명성을 날렸던 황룡지미(黃龍之尾) 신웅비라 하는데 수소문하여 사람을 찾는 데는 따라갈 자가 없습니다.”


소개를 받은 신웅비가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자 구백청도 답례를 하였다.


신웅비는 얼굴이 누르스름한 편이었는데 경공술이 뛰어나 황룡의 꼬리처럼 신출귀몰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 황룡지미였다.


인사가 끝나자 황인교가 구백청을 보고 말했다.


“사형, 보시다시피 이곳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지금 당장은 같이 갈 수 없으니 신웅비와 함께 가십시오.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네도 내 얼굴을 봐서 힘을 다하게.”


“황 두령, 염려 마십시오.”


밀실에서 나오자 건장한 말 다섯 필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인교는 여비로 쓰라고 마호에게 돈을 두둑하게 쥐어주었다.


마호는 또 돈을 받자 이제부터 자신의 운이 활짝 트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마호는 흥얼거리며 말에 올라타 구백청의 뒤를 따랐다.


이들은 말을 부지런히 몰아 저녁 무렵에는 남창에 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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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비극의 서막 23.06.15 736 10 10쪽
20 제20화, 불상사 23.06.15 758 11 10쪽
19 제19화, 탈출 +1 23.06.14 779 13 10쪽
18 제18화, 탈출 23.06.14 749 12 10쪽
17 제17화, 위기 23.06.13 775 14 10쪽
16 제16화, 무정나찰(無情羅刹) 23.06.13 808 12 10쪽
15 제15회, 일격필살의 각오 23.06.12 833 12 10쪽
14 제14화, 시련(試鍊) 23.06.12 853 13 10쪽
13 제13화, 구백청의 말로 23.06.11 841 15 10쪽
12 제12화, 노련한 구백청 23.06.11 838 13 10쪽
11 제11화, 붉은 말을 탄 괴인 23.06.10 876 14 10쪽
10 제10화, 늦게 핀 첫사랑 23.06.10 907 14 9쪽
9 제9화, 하오문 두령 왕준상 +1 23.06.09 950 14 10쪽
» 제8화, 황룡지미 신웅비 23.06.09 993 15 9쪽
7 제7화, 청룡검객 황인교 +2 23.06.08 1,148 14 11쪽
6 제6화, 비상식량 육포(肉脯) 23.06.08 1,110 14 10쪽
5 제5화, 어둠속의 괴인 +1 23.06.07 1,185 15 10쪽
4 제4화, 잔인한 선물 23.06.07 1,261 12 9쪽
3 제3화, 철마단창 장중표 23.06.07 1,456 12 9쪽
2 제2화, 본색 +1 23.06.06 1,474 12 10쪽
1 제1화, 탐욕 +1 23.06.06 2,110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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