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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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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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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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무정나찰(無情羅刹)

DUMMY

동송신의 검에 가슴부위를 찔린 장무위는 있는 힘을 다해 울창한 숲속으로 도망쳤다.


낮에도 햇볕이 잘 들어오자 않아 어두컴컴한 숲속에 앉아, 옷을 찢어 상처를 싸매고 응급처리를 한 후 대자로 누워있었다.


당분간은 동송신도 움직일 수 없으리라. 그러나 바퀴벌레처럼 끈질긴 놈이 또 언제 나타날지 몰라 불안했다.


한참을 숨어서 운기조식을 하며 한 숨 돌린 장무위는 동송신의 추격을 피하려고 도로를 피하고 샛길을 택해 은밀하게 움직였다.


상처가 제대로 아물기도 전에 무리하게 움직였고, 노숙을 하며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꼼짝하기도 힘들었지만 이대로 이름 모를 곳에서 죽을 순 없었다.


오직 살기 위해 초인적인 의지로 걷고 또 걷고, 나무 열매나 시냇물을 마시며 움직였다.


한밤중, 장무위가 아무도 모르게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산송장, 거의 반죽음 상태였다.


손목과 가슴의 상처는 덧나서 고름이 흘렀고, 피골이 상접해서 부인도 장무위를 못 알아볼 정도였다.


임설매가 용한 의원을 불러 진료하고, 상처에 좋다는 약은 다 썼다. 정성스레 극진히 간호했지만, 곪을 대로 곪은 살이 썩어 들어가 결국 한을 품은 채 눈을 감았다.


죽음을 눈앞에 두면 사람은 착해진다고 한다. 죽기 전에 차분한 마음으로 삶을 되돌아 본 장무위는 환관 동송신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재물에 욕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라의 미래를 위해 보물을 숨긴 충신이 아니었을까?


황궁에서 굴러먹은 교활한 늙은이가 정말로 사람을 죽이려든다면, 손쉽게 독을 쓰던가 해서 힘들이지 않고 죽이는 방법은 많았다.


그런데 그는 자신들에게 미리 준비한 작은 주머니를 주었다. 그리고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보물을 담으라고 하였고,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지 않았는가?


오히려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를 의심하듯, 자신들이 의심하고 재물에 눈이 멀어 그런 충신을 죽이려 했으니.


역사의 죄인은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자책하였다.


장무위는 죽기 전에 임설매에게 동송신이 몽고에 빼앗긴 나라를 위해 동굴에 보물을 숨긴 일과 열쇠에 대해 말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동송신을 찾아 자신의 잘못을 빌고, 동송신의 뜻대로 그 보물을 뜻있는 충렬지사에게 넘겨 나라를 다시 일으켜주기를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장무위는 황궁에 있을 때 동송신을 잘 따랐기에 동송신의 조카가 낙양금수전이란 비단가게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송신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뒤를 쫓고 있다는 것과 반드시 조카네 가게에 들를 것이라고 말했다.


임설매는 남편의 유언을 실행하기 위해 남편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바로 길을 떠나 낙양으로 왔다.


임설매는 낙양에서 은밀하게 동송신을 기다리며 객점에 묵었다. 암암리에 밤낮으로 낙양금수전의 주위를 살피고 있다가 관염생이 나타나 가게주인에게 이것저것 묻는 것을 들었다.


임설매는 관염생과 위천표가 묵는 객점에 방을 얻어 그들의 거동을 살폈다.


어느 날 저녁, 관염생과 위천표가 술을 먹고 열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창가에 숨어서 엿들었다.


단단히 각오를 한 임설매는 길거리에서 일부러 관염생에게 시비를 걸었다.


관염생은 자신의 무공에 자부심이 있었기에 임설매를 여자라고 깔보다가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다. 같이 다니던 사제 위천표가 그를 도와 함께 싸웠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체면을 무릅쓰고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았다. 그러나 임설매는 귀신같은 신법으로 끝까지 뒤를 쫓아왔다.


파양호로 가서 사제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였지만 끈질기게 뒤를 쫓아오는 임설매를 피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두려움에 정신없이 도망을 치다보니 파양호의 황인교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결국 파양호쪽으로 가지 못하고 우회하여 용호산까지 오게 되었다.


관염생과 위천표는 용호산에 숨어 있다가 결국 임설매에게 뒤를 밟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싸웠으나 임설매의 검에 목이 달아났다.


임설매는 열쇠를 얻었지만 황산에 있는 동굴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남편 장무위가 동굴이 황산에 있다고만 했지 위치를 자세하게 알지 못해 제대로 말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임설매는 반드시 동송신을 만나야 했다.


동송신이 구백청에게 잡혀있다는 것을 관염생을 통해서 눈치를 챘지만 확실하지도 않았고, 혼자선 감히 서천문에 쳐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관염생의 목을 보내 문주 구백청을 밖으로 끌어낸 것이다.


이제 파양현 파요에 자리 잡은 황인교의 지하 감옥에 동송신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까짓 해적무리들은 조금도 겁날 것이 없었다.


낙양을 떠난 임설매는 며칠 만에 정주에 도착했다. 정주는 예로부터 교통이 발달했고 군사요지로도 중요시 됐다. 정주시 서남쪽에는 중국의 중악(中岳)인 숭산(嵩山)이 있고, 유명한 소림사가 있다.


소림사라는 명칭은 소실산(少室山) 아래의 무성한 숲속(林)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소림사(少林寺)’라고 불리게 되었다.


임설매는 성안으로 말을 타고 들어갔다.


번잡한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시비에 엮이는 게 싫었기에 좀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청풍소거(淸風小居)라는 작은 객잔에 멈췄다.


객점 주위에는 더위에 웃통을 벗어부친 장정들이 술을 먹으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임설매가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조용히 말에서 내리자 어린 점원이 잽싸게 뛰어나왔다. 임설매는 점원에게 나직이 말했다.


“하룻밤 묵고 갈 테니 말에게 콩을 삶아 먹이 거라.”


말고삐를 잡고 마구간으로 향한 어린 점원은 임설매가 객점 안으로 들어가자 어느새 뛰어와 방으로 안내하였다. 어린애가 무척이나 행동이 재서 손님들의 비위를 잘 맞췄다.


방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잠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홍마가 우는 소리였다.


임설매는 급하게 문을 열고 뛰어나가다 마당에 꽂혀있는 강침에 발바닥을 찔려 앞으로 넘어졌다.


뾰족한 강침이 신발을 뚫고 발등 위에까지 올라와 피가 배어있었다. 얼른 강침을 뽑아 던지고 일어섰으나 발바닥이 욱신거려 제대로 설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구간으로 몸을 날렸다. 서너 명의 괴한들이 홍마의 고삐를 끌어당기며 힘을 쓰고 있었다.


아까 문 옆에서 떠들던 놈들이었다.


영특한 홍마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네 발로 버티다가 장한들이 가까이 오면 마구 뒷발질을 하였다. 이미 한 놈이 뒷발에 채여 나뒹굴고 있었다.


임설매가 소리를 지르며 놈들에게 다가가자 웃통을 벗어부쳐 가슴에 털이 흉흉한 장한이 임설매를 향해 커다란 주먹을 날렸다.


임설매는 비록 강침에 찔려 발을 절고 있었지만 왼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여 놈의 주먹을 피하고, 냉큼 놈의 팔목을 움켜쥐며 비틀었다.


순간 우두득! 하고 팔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장한이 일 장을 날아가 바닥에 거꾸러졌다.


남은 두 놈은 말고삐를 놓고 칼을 빼어들었다. 임설매는 검을 방에 두고 나왔으나 이런 하류잡배에겐 검을 쓸 필요도 없었다.


한 놈이 등이 휜 만도를 휘둘러 임설매의 어깨를 쪼개려하였고, 다른 놈은 무릎을 구부리며 칼을 휘둘러 임설매의 다리를 공격하였다.


두 놈이 손발을 맞춰 상하로 공격하였지만 임설매는 한 발로 훌쩍 뛰어 다리를 공격하는 자의 칼 위에 몸을 싣고, 왼손을 뻗어 어깨를 내려치는 놈의 목을 검지와 중지로 찔렀다.


"케엑!"


놈이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앞으로 고꾸라지자 즉시 오른손을 갈고리처럼 구부려 다리를 공격한 놈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놈은 혼비백산해서 칼을 버리고 뒤로 떼구루루 굴러 사지에서 용케도 빠져나갔다.


놈들은 여자라고 얕봤다가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았는지 죽은 동료를 내팽개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색이 되어 도망 쳤다.


임설매는 발바닥을 찔리지만 않았다면 한 놈도 살려두지 않았겠지만 발에선 계속 피가 흐르고 발바닥이 욱신거려 도저히 놈들을 쫓아갈 수가 없었다.


놀란 홍마를 쓰다듬어 달래주고 절룩거리며 방문 앞으로 왔다.


방문 앞에는 예리한 강침을 대여섯 개나 땅에 꽂아놔 생각 없이 방에서 나오면 찔릴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자신을 상대하려고 미리 꽂아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임설매가 손가락만큼 굵은 강침을 모두 뽑아 자세히 살펴보니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걸 보아 독을 묻힌 것 같았다.


강침을 들고 방으로 들어와 식탁 한쪽에 놓았다.


임설매는 종아리의 혈도를 눌러 독이 더 퍼지는 것을 막고 대야에 찬물을 붓고 다리를 담갔다.


발등과 발바닥의 혈도를 꾹꾹 눌러 더러운 피가 빠져나오도록 하였다. 찔린 곳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와 대야를 검붉게 물들였다.


다행히 놈들이 쓴 독은 치명적인 독이 아닌 것 같았다. 백보낭(百寶囊)에서 해독제를 꺼내 먹고, 계속 혈도를 마사지하자 통증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금창약을 바르고 헝겊을 찢어 발을 싸맸지만 퉁퉁 부은 발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름도 없는 하찮은 무리에게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하니 분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방에서 저녁을 먹은 임설매는 발을 절룩이며 주위를 돌아보고 마구간에 가서 홍마를 쓰다듬어 주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죽어 나자빠져 있던 놈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놈의 패거리들이고 몰래 시신을 옮겨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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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비극의 서막 23.06.15 737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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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화, 탈출 23.06.14 749 12 10쪽
17 제17화, 위기 23.06.13 776 14 10쪽
» 제16화, 무정나찰(無情羅刹) 23.06.13 810 12 10쪽
15 제15회, 일격필살의 각오 23.06.12 833 12 10쪽
14 제14화, 시련(試鍊) 23.06.12 854 13 10쪽
13 제13화, 구백청의 말로 23.06.11 841 15 10쪽
12 제12화, 노련한 구백청 23.06.11 838 13 10쪽
11 제11화, 붉은 말을 탄 괴인 23.06.10 877 14 10쪽
10 제10화, 늦게 핀 첫사랑 23.06.10 907 14 9쪽
9 제9화, 하오문 두령 왕준상 +1 23.06.09 950 14 10쪽
8 제8화, 황룡지미 신웅비 23.06.09 994 15 9쪽
7 제7화, 청룡검객 황인교 +2 23.06.08 1,149 14 11쪽
6 제6화, 비상식량 육포(肉脯) 23.06.08 1,110 14 10쪽
5 제5화, 어둠속의 괴인 +1 23.06.07 1,185 15 10쪽
4 제4화, 잔인한 선물 23.06.07 1,261 12 9쪽
3 제3화, 철마단창 장중표 23.06.07 1,456 12 9쪽
2 제2화, 본색 +1 23.06.06 1,474 12 10쪽
1 제1화, 탐욕 +1 23.06.06 2,111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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