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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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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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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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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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비극의 서막

DUMMY

혜 포두의 말이 떨어지자 새우 눈과 두 친구는 얼굴이 벌개져서 손을 저으며 다급하게 변명을 했다.


“나 나리, 우리 같은 조무래기가 어떻게 감히 그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저 정말 억울합니다요.”


세상사라는 것이 꼭 힘이 센 놈만 먹고살라는 법은 없다. 호랑이는 아주 작은 짐승은 잡아먹지 않는다. 자신의 덩치와 힘에 따라서 항상 잡아먹는 짐승들이 나누어지는 것이다.


호랑이가 먹고 나면 그 밑의 짐승이 뜯어 먹고 다시 그보다 작은 짐승들이 먹고 산다.


심지어 뼈다귀만 남아도 그 뼛속을 갉아먹고 사는 벌레들이 있다.


조열지와 같은 좀도둑은 큰 도둑질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기껏해야 힘없는 아녀자나 길을 왕래하는 소상인들과 여행자들의 물건을 훔쳐서 낄낄대며 그날그날을 보낼 뿐이다.


이런 이치를 잘 아는 혜 포두는 큰 도둑이나 작은 도둑이나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작은 도둑을 다그쳐서 큰 도둑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사람 맘속은 알 수 없다는 말처럼 자네들이 결백하다면 어떤 놈이 도둑질을 했는지 내일까지 알아내야 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응?”


그러자 조열지가 손을 비비며 말했다.


“지 지금 생각해보니까 조금 수상한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 어디 자세히 말해보게......”


“며 며칠 전에 화려한 마차가 나타났습니다. 뭐 뭔가 떡고물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 유심히 살펴보았죠. 헤헤헤!


마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두 여인이었는데 매 매우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지요, 무 물론 마부도 옷을 잘 입었고요.


그중 한 여인은 얼굴을 검은 망사로 가리고 있어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옷으로 보아 무 무척이나 귀한 집 부인 같았죠. 다 다른 여인은 십팔구 세 정도인데 행동으로 보아 시녀로 보였지요.


그 그들은 이곳에서 제일 큰 영빈객잔에서 묵었지요.”


혜 포두가 한 잔 마시며 새우 눈을 보고 말했다.


“자네도 목이 마를 텐데 한잔 들고 하지 그래?”


“네 네, 고 고맙습니다요.”


새우 눈과 두 친구는 술을 한잔씩 들이켰다. 손등으로 입을 닦은 새우 눈이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그 그래서 그곳 점소이한테 그들이 누군지 슬쩍 알아보라고 시켰지요. 그 여 여인은 고관대작의 부인인데 며 명승고적지를 유람하며 바람을 쐬러 나왔다고 하더랍니다.


노 높은 벼슬아치의 부인이란 말에 우린 그들에게 손을 대지 않았지요.


괘 괜히 잘못되면 우리가 이곳에 발도 붙이지 못할 텐데, 어 어떻게 경계만동 하겠습니까?”


혜 포두는 조열지가 함부로 행동한다는 ‘경거망동(輕擧妄動)’을 ‘경계만동’이라고 말해서 웃음이 나왔지만 웃음을 삼키고 나직이 말했다.


“다른 작자들을 보지 못하고 오직 그 여인들만 봤다면 뭔가 냄새가 나는군, 오늘밤 그들을 잘 지켜보고 내일 나한테 알려줄 수 있겠지? 그럼 난 믿고 가보겠네, 어흠!”


혜 포두가 거드름을 피우고 나가자 세 사람은 한숨을 쉬고 발등에 불을 끄려고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였다.



두만풍은 그동안 전씨를 품에 안으려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나름대로 공을 많이 들였는데 이 지경이 되자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점원들에게 방을 치우게 하고 침대에 누웠다.


어떻게 하면 전씨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까하고 이 생각 저 생각 온갖 방법을 다 궁리하였지만, 당장 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 그렇지, 전씨 집에는 애들만 있겠구나. 그렇담 그 애들을 이용해서..., 후후후! 그래, 그거야.)


오랜 궁리 끝에 좋은 생각이 떠오르자 손에 두른 수건을 풀어 팽개치고 점포를 나왔다.


두만풍은 시장 뒷골목으로 들어가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한 허름한 주막의 문으로 들어갔다.


이 주막은 돼지 껍데기나 삶은 오리알 등 싸구려 안주와 질이 낮은 술을 파는 술집이었다. 이곳을 매일 찾는 사람들은 시장의 노동자나 행상 등 하층민이 대부분이었다.


두만풍이 들어가자 주인이 반색을 하고 맞는다.


“대인, 어서 오십시오. 어쩐 일로 저희 집을 다 찾아주셨는지요. 자자,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주인은 기름때가 번질번질한 앞치마로 의자를 닦으며 자리를 권했다. 두만풍은 점잖게 앉으며 말했다.


“술 좀 내오고, 팽(彭)가를 불러주게.”

“네, 네. 잠시 기다리십시오.”


잠시 후, 안쪽 골방에서 노름을 하던 팽가가 황급히 걸어왔다.


“헤헤, 나리. 어쩐 일이십니까?”


팽가는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두 손을 맞잡고 굽실거렸다.


“자, 앉게.”


두만풍이 말하자 팽가는 연신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팽가의 이름은 염(塩)으로 소금이 아주 귀할 때 태어나서 이름을 소금 ‘염’으로 지었다.


팽염의 나이는 삼십 대로 작은 눈은 찢어져 눈꼬리가 올라갔고, 개 코에 하관은 빨았으며, 몸은 호리호리하고 행동이 민첩했다.


팽염은 주로 다른 곳에서 온 처녀를 유흥가에 팔아먹거나 예쁘장한 애들을 납치해 아이가 없는 집에 팔아먹었다.


또 일자리를 구하는 시골 젊은이들을 노예선에 팔아먹는 등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지 마다하지 않는, 양심이란 애초부터 없는 인간이었다.


두만풍은 그동안 팽염을 시켜 귀찮은 일을 처리하였기에 오늘 다시 찾은 것이다.


두만풍은 팽염에게 전씨의 아이들을 납치해 이곳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붙잡아 두면 얼마 뒤에 애들을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두만풍이 묵직한 돈주머니를 슬그머니 쥐어주자 팽염은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져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팽염은 돈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곳의 냄새를 잘 맡아 별명이 ‘개코’였다.


“절대 아무도 모르게 해야 되네, 알겠지? 일이 잘 되면 따로 수고비를 더 줄 테니. 그리고 애들은 절대로 다치게 해선 안 되네.”


“헤헤헤, 걱정 마십시오. 내일 아무도 모르게 애들을 데려가겠습니다. 헤헤헤.”


두만풍이 주막을 나가자 개코 팽염은 뜻밖의 횡재에 신이 나서 노름을 하려고 부리나케 골방으로 달려갔다.



********



장중표와 동송신은 도망치다가 무성한 덤불 속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감옥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뼈만 남은 앙상한 몸이 동손신을 등에 지고 길이 없는 험한 산길을 누볐으니 온몸이 쑤시고 아파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누워있던 장중표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졌다. 얼마나 잤는지 몸이 떨리고 으슬으슬 추워서 잠이 깨었다.


사방은 이미 어두워졌고 풀벌레 소리만 처량하게 들렸다.


동송신도 기력이 떨어졌는지 곯아떨어져 새근새근 숨소리만 겨우 들렸다.


헝클어진 덤불 사이로 사방을 살펴보니 인적은 끊겼고 하늘엔 별이 총총했다.


게다가 잠에서 깨고 나니 지금 이곳이 어딘지 감이 잡히지도 않았다. 갑자기 배가 몹시 고팠다. 하기야 도망치는데 바빠서 음식을 먹은 지가 하루도 넘은 것 같았다.


장중표는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여 칼을 지팡이삼아서 짚고 간신히 일어났다. 자신은 물론 병약한 아버지를 위해 음식을 구해야만 했다.


있는 힘을 다해 다리를 절룩이며 한 발 한 발 걸었다.


걷기 시작하자 몸이 따듯해지며 조금씩 기운이 솟아났다.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자 그쪽으로 조심조심 걸어갔다.


물을 두 손으로 떠서 입속에 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원한 물이 목구멍을 통해 위에 도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중표는 배고픔을 면하려고 계속해서 물을 들이켰다.


어느 쪽으로 갈까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북쪽 산등성이에 작은 불빛이 얼핏 보였다.


장중표는 돌아와 아버지를 깨워 등에지고 무작정 불빛이 난 곳으로 향했다. 숲속은 어두워 길을 찾을 수 없었다.


나뭇가지를 잡고 바위를 잡으며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불빛을 찾아갔다.


산비탈에 다 쓰러져가는 통나무집이 보였다. 아마도 사냥꾼들이 임시로 거쳐하는 움막 같았다. 그 안에 누가 있는지 몰라 장중표는 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다가갔다.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들창아래 몸을 숨기고 귀를 기울였다. 방안에선 여인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장중표는 남은 음식이라도 있으면 구걸하려고 방문 쪽으로 가는데 갑자기 문이 덜컥 열리며 여인이 뛰어나왔다.


“웬 놈이기에 감히 우리를 염탐하고 있었느냐? 바른대로 대지 않으면 흥!”


여인은 검을 장중표의 목에 지그시 누르고 독사 같은 눈을 번득였다. 장중표의 목에서는 핏방울이 방울방울 흘러나왔다.


놀란 장중표가 쳐다보니 얼굴이 벙그러진 꽃봉오리처럼 화사하고 살결이 고우며 통통한 여인이었는데, 급하게 나오느라 속옷만 입은 상태였다.


굴곡진 몸매가 적나라하게 들어났으나 여인은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이 장중표를 노려보았다.


“너는 무슨 목적으로 여기에 왔느냐?”


장중표는 속옷 사이로 드러나 여인의 비밀스런 곳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리고 더듬거렸다.


“난 장중표라고 합니다. 늙으신 아버지와 약초를 캐다가 산비탈에서 굴러 겨우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며칠을 굶어서 혹시 밥이라도 얻어먹으려고 불빛을 찾아 온 것입니다.”


여인은 장중표와 등에 업힌 동손신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장중표는 여인의 굴곡지며 풍만한 몸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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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1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7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5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6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9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4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51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5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3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4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3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3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4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30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8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9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5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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