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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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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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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61)

DUMMY

Episode 60 - 파괴자 13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콰직-!

충돌하는 느낌을 받았다.

"......, 어?"

같은 제복과 함께 긴 머리칼이 보였다.


"아오 씨!"

익숙한 목소리.

"왜 갑자기 달려들고 난리야?!"

윤 설이었다.


"에, 에??! 아니 분명히......!"

정혁은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의 손이 허공에서 방황했다.

윤 설은 한숨을 쉬며 정혁의 팔을 잡고 걸었다.


"이리 와봐."

"어, 어?"

윤 설의 손아귀 힘에 의해 정혁은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진짜 어떻게 된 거에요? 분명히 누나는 오른쪽 통로로 갔었는데."


"따라오기나 해, 이 끝에 정답이 있으니까."

정혁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채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일 분 쯤 걸었을까.

두 사람의 앞에 거대한 철문이 등장했다.


"뭐야, 이게?"

아무런 치장도 되어 있지 않은 단조로운 철문.

4미터의 높이와 3미터 가량의 폭.

마치 무언가를 가로막고 있는 듯 보였다.


"이것뿐만이 아니야, 저길 봐."

윤 설이 오른쪽을 가리켰다.

암흑이 가득 채워진 통로가 보였다.

"저긴, 아까......"


정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더듬자 윤 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내가 아까 걸어왔던 오른쪽 통로야."

"그렇다면 애초에 저희가 걸어온 두 갈래의 길은 모두, 한 곳을 향해 가고 있던 거에요?"


"그런 것 같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굳이 왜 그렇게 통로를 만들었을까.

한 종착점을 향해 동선을 제한하고 싶었다면 그저 하나의 통로만 만들어도 되지 않았을까?


"어째서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활용했는지 잘 이해는 되지 않네요."

"나도 마찬가지야, 통로의 끝에 너보다 먼저 도달했을 때 이 철문과 함께 왼쪽 길이 하나 더 보였어. 그래서 혹여나 걸어와 봤는데 내 예상이 맞았네."


"흠."

통로의 설계의도는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것.

거대한 철문.


"일단, 이 문을 좀 파악할 필요가 있겠네요."

"그러게, 일단 힘으로 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정혁은 윤 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아까 제가 오기 전에 뭐라도 시도해 보신 게 있어요?"


그의 질문에 윤 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없어. 혼자서 하다가 또 괴상한 일이 벌어지면 낭패니까, 너와 같이 부딪혀 보려고 했지."

"그렇구나."


정혁은 일단 높이 솟아난 부분부터 시작하여 전체적인 디자인을 훑어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문을 돌릴 때 사용하는 손잡이도, 약간의 무늬나 치장조차도.

이 정도면 거의 벽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정혁은 유심히 전체를 살펴본 후 입을 열었다.

"이거 근데 문이 맞긴 맞아요?"

윤 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했다.

"애매해. 문이라고 보기에도 그렇고, 벽이라고 하기에도 이질감이 느껴져."


"무언가 특수한 장치가 되어있을 수도 있잖아요."

정혁이 철문에 손을 얹었다.

샤라락-!

"음?!"


그는 눈을 치켜 뜨며 촉감을 느꼈다.

"이건......, 헤에."

손을 떼어 웃어보였다.

"그런 거였구나?"


"뭔데, 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

윤 설이 묻자 정혁이 손을 펼쳐 철문에 갖다 댔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손을 갖다 댄 부분이 가느다란 결정으로 변질되어 공중에 흩날리고 있었다.


"이거 철 재질로 만들어진 문이 아닌 것 같은데?"

"맞아요, 이건."

곧, 가루로 바뀐 계수 결정들이 공중에서 위로 솟아 내부가 드러났다.

윤 설과 정혁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

그녀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화려한 석상들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중세 시대의 분위기와 함께 고풍스러운 장식품들이 외곽을 채우고 있는 모습.

천장에는 옛 화가 풍의 천장화가 그려져 있었다.


"이런 곳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요."

정혁은 입을 벌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흡사 신전의 모습이었다.

석상들은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서양의 기사와 이집트의 파라오.

한 나라의 국왕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는 석상들이 줄줄이 즐비어 신전 안을 꾸미고 있다.

"아름다워."


윤 설은 넋이 나간 듯 신전의 내부를 눈에 담았다.

마치 서양으로 해외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신전의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외곽 부분을 돌았다.

"누가 보면 정말 관람이라도 하러 온 줄 알겠어요."


하지만, 부정할 수는 없다.

눈에 보이는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바르셀로나에 존재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정도라고나 할까.


윤 설은 정혁을 노려보며 말했다.

"야, 이럴 때라도 이런 곳 구경이나 한번 해봐야지.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 난 말이야, 서양풍을 엄청 좋아해서 이런 건축물을 보면 못 참는다고."

"네네, 아무렴요."


정혁은 혀를 차며 윤 설의 말을 받아쳤다.

'그나저나, 이렇게 깊숙한 지하 안에 어떻게 이런 신전을 지어둔 거지? 그리고, 대체 어떤 목적으로 지어진 거야?'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신전으로 오는 길목은 허름한 흙벽을 깎아 만든 동굴.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문은 계수 결정으로 이루어진 벽.

그리고 화려하게 내부를 꾸며낸 신전까지.

"음?"


정혁이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발견했다.

"뭐야, 이건?"

신전의 중심부에 놓여있는 커다란 관이 보였다.

과거, 높은 직위에 위치한 이가 죽었을 때 사용할 것 같은 장인의 관.


'그렇구나, 여긴.'

정혁이 윤 설을 불렀다.

"누나, 누나!"

"응, 왜 그래?"

윤 설이 상체를 돌리자 다가오라는 손짓을 보내는 정혁이 보였다.


그들은 관 앞에 섰다.

꽃 문양의 무늬와 함께 영어 필기체로 무언가가 쓰여 있었다.

"뭐라고 적혀있는 거야?"

윤 설이 눈을 가늘게 뜨며 영어를 읽었다.


"......, 루, 난.....?"

"루난이라고요?"

정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응, 여기 그렇게 쓰여 있는데? 영어를 못 읽는 편은 아니라서 이 정도 읽기는 가능하지."


"그런데."

한 가지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거 너무 크지 않아요?"

관의 전체적인 크기가 너무 컸기 때문에 들춰야 하는 뚜껑의 크기도 거대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정혁이 조심스레 관뚜껑에 손을 올리려 하자 윤 설이 소리쳤다.

"설마, 너 이거 들추려고 하는 거야?"

"네? 당연한 거 아니에요? 조사를 하려면 어떻게든 들춰내야죠."


윤 설이 정혁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퍽- 쳤다.

"야, 이 미친놈아. 이거 관이야, 관! 죽은 사람을 놓은 관이라고! 편히 쉬고 있을 사람을 갑자기 건드리면 되겠어?"

그녀의 말에 정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어쩔 수 없잖아요, 조사는 해야지.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이 뭐에요? 올로소라는 사람을 잡으려는 것도 있지만 신 에너지에 관해 알아봐야 할 것 아니에요?"


"그건 그렇긴 한데......"

"괜찮아요, 책임은 제가 질게요. 그러니까....."

툭.

"음?"

관이 계수 결정으로 변질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혁은 당황한 듯 몸을 뒤로 뺐다.

"뭐야, 이것도 계수라고?"

그는 조금씩 뒷걸음질치며 계수가 완전히 소멸하기를 기다렸다.

안에 존재하던 것은 사람의 시체가 아니었다.


에너지의 근원도 아니었다.

그저, 털복숭이였다.

원형으로 뭉쳐진 하얀 털을 가진 생명체가 나타났다.

윤 설은 자신의 눈이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확인하려 눈을 비볐다.


"뭐야, 이거? 동물이야?"

- 그르르르?

괴생명체가 울음소리를 내며 눈을 드러냈다.

지름 30센치미터의 거대한 외눈이 정혁과 윤 설을 응시했다.


"잠깐, 이거 약간 기운이 묘한데?"

윤 설이 긴장감을 느꼈다.

정혁이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를 냈다.

"저희, 이상한 걸 깨운 것 같은데요.....?"


괴수가 원형의 몸을 원래대로 돌리며 거대한 육체를 보였다.

전신과 얼굴 부분 역시 하얀 털이 덥수룩하게 덮혀 있는 외눈의 괴물.

몸집은 일반적인 괴수와 비슷한 3 - 4미터 가량으로 측정되었다.


흡사 동양풍 괴물인 예티를 보는 것 같다.

위압감은 실제 예티를 만났을 때보다 두 배?

아니 세 배?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외눈의 괴물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정혁에게로 시선을 맞췄다.

- 그르르르.

물이 끓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정혁의 몸이 저 멀리 날아갔다.


부웅- 소리를 내며 바람을 가르는 파동이 윤 설의 몸을 덮쳤다.

"으으윽!!!"

정혁의 육체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석상에 부딪혔다.

"크학!!!"


눈이 크게 뜨여질 정도의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바닥으로 추락한 그의 육체에서 욱신거림이 전해졌다.

"으아아아아악!!!"

윤 설이 정혁에게로 달려가기 무섭게 외눈의 괴물이 두 번째 공격을 해왔다.


공중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는 주먹에 윤 설이 반응도 하지 못한 채 가격당했다.

대지가 갈라지는 충격이 고스란히 그녀의 몸을 감쌌다.

"커헉!!!"

알 수 있었다.


힘도 스피드도 반사신경도.

절대로 따라갈 수가 없는 괴물 중의 괴물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


서울의 지하 - 백화람, 남궁지우 사이드.

"걱정이라고? 웃기는 소리. 적어도 그 둘은 어디서 쉽게 당할 인재들은 아니......!"

쾅-!


올로소가 바티칸을 휘두르자 화람의 육체가 뒤로 밀려났다.

"정말 뭣 모르는 하루살이들이 입만 살았군."

그는 바티칸을 어깨 위에 올리며 화람에게 다가갔다.

"신전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이치와 지혜를 담은 에너지의 근원을 담은 책. 루난을 보호하고 있는 신전이."


"루난이라고?"

올로소가 바티칸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너희에게는 어떤 명칭으로 불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루난이라 불리우고 있다. 최근 상부에서 전해 내려온 신 에너지를 당연히 알고 있겠지?"


"설마......"

화람의 두 눈이 커지자 올로소가 씨익 웃었다.

"그래, 그 에너지를 방출하는 물질이 바로 마도서 - 루난이다. 나 역시도 발견한지 조금 되었지만 특별한 이유 때문에 회수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잘 됐군."


"특별한 이유?"

"괴물이 있다."

올로소가 짧게 대답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괴물이 아닌 정말 극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괴물. 힘, 스피드, 그 어떤 것 하나 빈틈이 없는 완벽에 가까운 괴수가 있다는 말이다."


화람의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그 신전에 있다는 건가?"

불안감이 덮쳐왔다.

올로소는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고개를 약간 숙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곳에 있다. 유물 루난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심어놓은 괴물......"


- 사우루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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