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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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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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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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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66)

DUMMY

Episode 65 - 파괴자 18



서울의 지하 - 백화람, 남궁지우 사이드.

"너......, 그게 무슨 소리야?"

화람이 일그러진 얼굴로 올로소에게 말했다.

올로소는 관자 쪽을 검지로 긁으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음? 다시 말해주어야 하나?"

비열하게 생겨먹은 얼굴의 주름이 보인다.


"환영의 문, 사로잡힌 자의 내면에 있는 모든 불안요소를 꺼내어 정신을 망가트리는 환영술이다. 그럴 일 없겠지만, 설령 사우루스를 물리쳐 그놈들이 이쪽으로 온다고 하여도 그 술법에 사로잡혀 붕괴되겠지."


들어본 적 있었다.

환영의 문.

수준 높은 주술의 힘을 가진 자만이 시전할 수 있다는 고난이도의 마법.


올로소는 이마에 손을 얹으며 측은한 얼굴을 보였다.

"아, 어쩌겠는가? 강하지 못하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세계의 법칙이거늘. 그릇된 힘을 가지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려는 자에게는 시련 또한 주어지는 법이지."


그는 미소를 지으며 환영에 고통받고 있을 정혁에 대해 생각했다.

만신창이가 된 육체로 정신적인 압박을 느끼는 그의 모습.

과연, 어떻게 망가져갈지 매우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최정혁군, 자네의 제일 큰 불안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해지는군.'


------


서울의 지하 - 최정혁 사이드.

"이렇게 먹잇감이 제 발로 들어오다니,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상황이 아니겠나?"

올로소가 혀를 낼름거리며 정혁에게 다가갔다.


정혁은 깨진 멘탈을 억지로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세한 육체의 떨림과 올로소라는 난관의 공포가 덮쳐왔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다, 다 죽인거야?"

올로소는 자신의 귀에 손을 얹으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음?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너무 작아서 들리지도 않는군."

조롱 섞인 물음에 정혁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두 사람을 어떻게 한 거냐고!!!!"

있는 힘껏,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를 내었다.

올로소는 눈을 찡그리며 귀를 막았다.

"아이고, 노인네 고막이 아주 터질 지경이구만. 그렇게까지 크게 말하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올로소가 걸음을 옮겨 쓰러져있는 지우에게로 향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정혁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렸다.

올로소는 지우의 머리를 밟았다.


콰직- 소리와 함께 혈흔이 튀어나왔다.

정혁의 멘탈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보면 알지 않는가? 어차피 어린아이도 아니고 말이야. 지금 이 둘의 상태가 어떤지는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알 것 같네만."


게이트 사건이 일어난 이후 여러 사체와 죽음을 봐왔지만 이렇게 끔찍하게 죽어있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뼈가 튀어나와 곧 있으면 형체를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모습으로 쓰러진 지우.


정혁이 고개를 푹 떨궜다.

"......, 지마."

"응? 뭐라고 했나?"

"하......!"


정혁이 고개를 들어 올로소에게 소리쳤다.

"하지마아아아아!!!!!"

그는 두 손을 모아 노란빛의 계수포를 발사했다.

올로소에게 정면으로 쏘아진 계수포가 그의 몸에 닿자 폭발했다.


콰과과광!!!

폭렬이 터지며 거대한 버섯구름이 만들어졌다.

정혁이 폭주했다.

붕괴된 그의 정신은 이미 앞뒤 분간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려졌다.


올로소가 회색의 연기를 손으로 치우며 등장했다.

그는 코를 막으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어우, 이 먼지 좀 보게. 너무하지 않는가? 갑자기 냅다 계수포를 쏘다니."


"으아아아아아!!!"

흰자만 남겨진 채 정혁의 목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그는 앞으로 치고 달려나가며 장검을 생성했다.

크게 한번 휘두른다.

잔상처럼 남아있는 하얀색의 계수가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올로소에게는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으아, 으아아아아!!!"

정혁은 아무런 전술없이 올로소의 육체에 공격을 시전했다.

휘두르고, 찌르기를 수십 번 반복했지만 재빠른 조각 방어술 때문에 유효타는 커녕 그의 옷깃에 검이 닿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혁은 하염없이 올로소에게 공격을 감행했다.

시간이 지나 계수 덩어리가 조금씩 떨어져 나가더니 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콰직!!

부러진 검의 파편이 공중으로 흩어지며 소멸했다.

올로소는 씨익 웃으며 머리채를 잡았다.

"이제 끝났나?"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정혁의 귀에 울려퍼졌다.


마치 귀신의 소리 같았다.

정혁은 올로소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먹에 계수를 실어 복부를 가격했다.

"간지럽구만."

역시나 통할 리가 만무했다.


올로소는 흥미로운 놀잇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금 아플거다."

빡-!

계수를 응축시킨 정권이 정혁의 배에 닿자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커헉!!"

하지만 주먹질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 그럼."

흐릿한 정혁의 초점에 올로소의 광기섞인 미소가 들어왔다.


"두 대."

뻑-!!

더욱 강력한 주먹이 복부에 가격됨과 함께 장이 뒤흔들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세 대, 네 대, 다섯 대."


마치 샌드백을 치는 남성처럼 거침없이 주먹을 휘두른다.

코인 없는 샌드백이란 이런 느낌이라는 것을 알아챈 순간이었다.

올로소는 그렇게 몇 번 더 정혁의 복부에 일격을 가한 후 피가 묻은 손을 털었다.


"후, 때리는 것도 이젠 지치는구만."

올로소가 상체를 숙여 정혁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미 반쯤 정신을 놓은 듯 혼미한 표정이었다.


"칭찬해주지, 사우루스를 쓰러트리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니. 그 점은 아주 대단해. 하지만, 무턱대고 이 곳에 발을 들인 대가는 치뤄야겠지?"


정혁은 입을 꿈뻑거렸지만, 이미 육체의 힘을 거의 소진한 상태였기에 소리를 내는 힘조차 남지 않았다.

"음? 잠깐."

올로소는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곰곰히 생각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 이 놈을 마주했을 때 그렇게 큰 치명상을 입은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손쉽게 사우루스를 꺾었다는 소리가 되는데.'

올로소가 흐릿한 눈에 초점을 맞췄다.


'나를 상대로 유효타 한번 성공하지 못하는 놈인데 사우루스를 무찌르는 것이 가능하다고?'

퍼즐 조각이 점점 맞춰져갔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올로소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윤 설이 없다.

'분명히 나는 최정혁과 윤 설이 함께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네 놈......"

올로소는 정혁의 고개를 억지로 들었다.

- 버리고 온거냐?

미치도록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푸하하, 웃기는군. 정의니 뭐니 떠들어대도 결국 자신의 목숨이 최우선이라는 건가? 역시 인간은 위선적이라는 논리가 정확히 들어 맞는군."

올로소가 쥐어 잡은 정혁의 머리채를 놓았다.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진 그의 육신이 점점 역겨워진다.

"앞 다르고, 뒤 다르고. 원래 인간은 그런 법이지. 자네도 깨닫고 있지 않나? 성악설의 논리. 지금 자네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표현일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올로소가 정혁의 머리를 밟았다.

"나약한 너를 대신해 윤 설 그년이 대신 남은 것인가? 어느 쪽이든 정말 재미있군."


올로소가 발에 힘을 주자 정혁의 머리가 흙바닥 속으로 처박혔다.

"참 불쌍한 인생이로군, 자신의 미래를 내던지고 한 생명을 살린다, 라. 이것이야말로 눈물 겨운 우정이라 볼 수 있지."

멍하게 바닥에 누워있는 정혁의 몸이 움찔했다.


"음? 뭔가. 이게 그......, 인간들의 말로 비유한다면, 굼벵이도 구르면 꿈틀한다, 라고 하는 건가?"

"......"

아무 대꾸 없는 정혁에게 점점 실증을 느낀 올로소가 한숨을 쉬며 발을 떼었다.


"하아, 그래. 정신이 없겠군. 이해는 하네, 여러 일을 겪었으니 멘탈에 큰 이슈가 있겠지."

올로소가 발을 들어 계수를 응집했다.

검은빛의 계수 덩어리가 스파크를 튀기며 거대한 오라를 발산되었다.


"안타깝지만 자네는 나를 마주했고, 나에 의해서 생을 마감하게 된거야. 어설픈 행동을 멈췄다면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리를 높이 쳐들어 바닥으로 찍었다.

조준점은 정혁의 머리.


가격당한다면 꼼짝없이 목숨이 달아날 위력임이 분명했다.

올로소가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말을 이었다.

"이건 다 자네가 자초한 걸세."


콰직--!!!


------


서울의 지하 - 백화람, 남궁지우 사이드.

올로소가 한 쪽 눈을 치켜 뜨며 말했다.

"흠, 자네의 방금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군."

화람은 비웃듯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말했잖아, 그 녀석들은 그렇게 쉽게 당할 놈이 아니라고."

"이해를 하지 못하는 모양인데 어차피 환영의 문에 사로잡히는 순간 잡졸들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정ㅅ....."

"아니!"


화람이 올로소의 말을 끊었다.

"이해를 못하는 건 너지."

그녀는 정혁의 체내에 축적된 엄청난 양의 계수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올로소의 말에 반박했다.


"어차피 그 녀석들은 여기에 올거야."

"헥토마 펑션이라도 믿는 건가? 그래봤자 발현된 지 얼마안된 풋내기에 불과하네. 잠재력이 높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 뿐이야."

화람이 눈을 부릅뜨며 올로소를 노려보았다.

"야, 너 나랑 내기할래?"


------


우우우우우우웅-.

노란빛의 계수가 강하게 발산되어 올로소를 덮쳤다.

그는 눈을 찡그리며 오른팔로 빛을 막으려 애썼다.

"크윽, 뭐냐 이건. 분명히 가격하는 느낌이 났었는데."


올로소는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는 자신의 구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느낌이 착각은 아니었다.

환영도 조작도 심지어는 주술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역겨운 힘은 대체 뭐냐!"

올로소는 당황한 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다 죽어가던 눈빛을 가진 남자였는데.

지금은 자신의 앞에 우뚝 서서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다.


'죽다 살아났다는 것인가?'

그것 말고는 따로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 없었다.

올로소의 육체가 발산되는 힘에 의해 저리기 시작했다.

정혁은 늘어진 어깨를 들고 올로소에게 눈을 맞췄다.

노란빛이 발산되는 특이한 눈빛이었다.


그는 삐걱거리는 발을 한 발자국씩 움직였다.

사람의 움직임이 아닌 듯 보였다.

터벅터벅-.

정혁은 한 걸음씩 천천히 올로소를 향해 전진했다.


- 안 죽어.

정혁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올로소는 경계심을 품은 채로 정혁에게 되물었다.

"뭐, 뭐라고 하는 거냐?"


- 안 죽는다고, 설이 누나는.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 모르고 있었어, 내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이렇게 홀가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아무것도 몰랐다고.


정혁은 홀로 남은 윤 설을 생각했다.

- 어째서 혼자 두고 왔을까.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그 괴물을 상대하기 어려울텐데, 엄청 겁이 날텐데.

그는 하소연을 하는 듯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올로소가 단호한 질문을 던졌다.

정혁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올로소를 응시하며 말했다.

- 어쩌긴 뭘 어째, 너 죽이고 설이 누나한테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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