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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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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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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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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64)

DUMMY

Episode 63 - 파괴자 16



"건들지마, 씨발련아."

악에 잠식된 듯 거센 기를 표출하고 있는 윤 설은 마치 지옥의 군주같은 모습으로 정혁에게 비춰졌다.

"누, 누나......?"


정혁은 눈을 의심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던 윤 설의 모습이 아니다.

뭘까, 지금 그의 앞에 존재하는 이는.


백조전대의 여전사?

전 국대 선출 출신의 갓 스무살?

헥토마 펑션의 잠재력을 지닌 재능충?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그저 분노에 찌들어 눈앞의 적을 사살하려는 악의 자재.

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윤 설은 잠식된 계수를 모두 육체 밖으로 빼내어 신전을 붕괴시키고 있었다.


계수 덩어리가 멀리 퍼져나가 천장과 바닥에 총돌한다.

"누, 나.....?"

정혁이 윤 설에게 말을 건네자 그녀는 곁눈질로 정혁을 응시했다.

"그냥 내가 할게."


짧고 간결한 대답이었다.

원래였다면 악을 쓰고 말렸을 터인데.

왜인지, 지금만큼은 그녀를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혁은 아무 말 없이 윤 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사우루스가 자신의 몸에 묻은 석상 조각들을 털어내며 달려왔다.

놈은 분노한 듯 전신의 근육을 모두 표출하고 있었다.

빠르게 달려온 사우루스가 주먹을 휘둘렀다.

"야......"


윤 설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사우루스의 몸이 뒤짚어졌다.

"이제 다 보여."

팔을 잡아 돌려 상대의 중심을 흐트리는 기술.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본능.


사우루스가 당황한 듯 눈알을 굴리자 윤 설은 싸늘한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워를 실은 정권.

- 금강.


퍼어엉---!!!!!

윤 설의 주먹이 사우루스의 복부에 닿음과 동시에 세 번의 충격파가 발현되었다.

그르르르르르르르르!!!!

사우루스는 고통의 신음을 내뱉으며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윤 설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뭐지, 이 가벼움은?'

일반적으로 신체 능력이 향상된 것은 아닌 듯 보였다.

그저 분노에 사로잡혔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각성이 쉽게만 이뤄지는 것 같다.

'아예 그냥 깃털이라도 된 기분이야.'

윤 설은 낮게 점프하며 육체의 무게를 느꼈다.

작디 작은 생명체일수록 중력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법칙이 생각났다.


코끼리가 받는 중력의 힘과 개미가 받아내는 중력의 힘이 다른 것처럼.

윤 설도 그런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

'그렇지만 나는, 몸집이 작아진 것도 아니고 몸무게가 줄어든 것도 아닌데.'


그 짧은 시간 내에 사람의 몸에 굉장한 변화가 생겼을 리는 없다.

깊은 생각에도 도출되지 않는 답에 윤 설이 머리를 쥐었다.

"에이, 모르겠다."


이제는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

사우루스가 일어섰다.

쉬이이- 쉬이이- 쉬이이-.

녀셕은 거친 숨을 내쉬며 윤 설에게 가격당한 복부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


윤 설이 입꼬리를 올렸다.

"많이 아프냐?"

자신감이 생겼다.

아까까지만 해도 높은 벽처럼 보였던 녀석이 이렇게나 힘겨워 하다니.


그녀는 손을 모아 관절을 으스러트리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난 이제 너한테 질 것 같지가 않다."

사우루스는 주춤거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누가봐도 겁을 먹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입도 없고, 코도 없고, 귀도 없는 외눈 괴물이라도 무서운 건 아나 보네."

"저도 도울까요?"

정혁이 먼지를 털고 일어나 합세했다.

윤 설은 그의 가슴팍에 손을 얹으며 말렸다.


"아니야, 괜찮아. 내가 할게. 솔직히 조금은 궁금하거든."

윤 설이 발을 떼어 앞으로 걸었다.

"체감이 얼마나 다른지."

사우루스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흰자가 혈흔으로 덮혀 있는 충격적인 모습이 연출되자 윤 설이 인상을 찡그렸다.


"으, 뭐야 저거? 눈깔이 왜 저래?"

사우루스가 전신의 힘을 다해 윤 설에게 돌진했다.

크르르르르르르르!!!

놈은 사나운 울음소리와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윤 설의 눈에는 0.5배속의 속도로 날아오는 공격에 불과했다.

'보여, 전부 다.'

그녀는 몸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키며 사우루스의 주먹을 모두 피했다.


'이때까지는 녀석이 어떤 공격을 내지르던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 보여! 속도와 힘도 예측이 되고, 주먹을 내지를 때 휘날리는 깃털까지도 섬세하게 보여!'


그녀는 변화를 빠르게 체감했다.

사우루스의 공격은 이제 윤 설에게 스치지조차 못했다.

윤 설은 여유롭게 사우루스를 도발했다.

"뭐야, 겨우 이 정도였어? 지금까진 어떻게 그렇게 빨라 보였던 거야?!"


잔뜩 신이 난 그녀는 공격따위 시도하지 않고 회피만을 반복했다.

정혁은 감탄했다.

"뭐야, 갑자기 왜 다른 사람이 됐어......?"

그 역시 갑작스러운 윤 설의 변화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사우루스의 주먹에 날아가 석상에 몸을 부딪히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녀석의 주먹이 닿지도 못하고 있다.

"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거에요?"


"와하하하, 기분 진짜 째진다!"

윤 설의 붉은 눈동자가 화려하게 빛난다.

수백 번의 정권을 모조리 피한 그녀는 드디어 반격했다.

두 번의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안으로 파고들어 파동을 날렸다.


"뻥!!!"

파아아앙!!

크르르르르!!! 크르르!!! 크르르르르르!!!!!

사우루스의 충혈된 눈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놈은 머리를 자신의 손으로 쥐어뜯으며 바닥에 엎드렸다.

크르르르르.... 크르르르르르....!

사우루스가 분노했는지 눈에서 붉은 빛이 발산되었다.

윤 설은 팔을 돌리며 말했다.


"재밌네, 진짜 재밌어. 그래 이래야 싸움이지."

'아니, 그건 그냥 폭행이라고 하는 거에요.'

얼빠진 표정으로 윤 설과 사우루스의 전투를 바라보는 정혁.


그녀는 검지와 중지를 펼쳐 까닥거렸다.

"뭐해, 어서 들어와 봐. 이렇게 재미없게 할거야?"

사우루스가 충혈된 눈에서 피를 흘리며 으르렁거린다.

크르르르르르.....!


점점 연기가 육체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자 윤 설이 흥미로운 듯 웃었다.

"뭐야, 열을 아주 잔뜩 받은 것 같은데? 몸에서 수증기가 절로 나오시네."


크르르르르!

사우루스가 윤 설에게 돌진했다.

"그래,그렇게 나와야지!"

윤 설의 광기 섞인 얼굴이 보인다.


둘의 형체가 동시에 사라졌다.

'너무 빨라서 보이지가 않아.'

아직 이머젼시 토탈 단계에 돌입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정혁의 눈에는 아무런 형상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끔씩 터져 나오는 충격파와 소음 뿐.

펑- 펑- 펑- 펑-!

신전 내부에 군데군데 스크래치와 땅 내려앉음 현상이 발생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눈 앞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니 답답함이 차오를 수 밖에 없었다.


"와하하하, 너도 각성이라도 한 거냐?!!"

윤 설은 흥분한 눈빛으로 사우루스와 합을 겨루었다.

두 주먹 사이에서 퍼져 너오는 거대한 힘의 파동이 신전을 가득 감쌌다.


솔직히 윤 설 본인조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무의식적인 감각에 의존하여 주먹과 다리를 내뻗고 있었다.


그야말로 광분.

강한 상대를 만날수록 더욱 고조되는 감정이 광전사의 특징이었으니, 윤 설의 두근거림은 지금 거의 맥스치에 달해 있을 것이다.


'그래,이거야! 내가 알고 있는 싸움!!'

SF나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싸움을 지금 자신이 하고 있다.

사우루스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소음이 달팽이관을 타고 넘어간다.

"아오, 시끄러워! 너희 괴수들은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냐?!!!"

주체되지 못하는 두근거림에 윤 설의 힘이 더욱 실렸다.


그렇게 조금 더 합을 맞추고 난 후 둘은 바닥으로 착지했다.

"후우......"

윤 설은 가볍게 숨을 고른 후 만족스러운 상대를 만났다는 것에 감격하고 있었다.


사우루스는 이제 섣불리 덤비지 않았다.

윤 설이 가진 힘을 알아차렸기 때문일까.

어찌됐든 생명체라고 가정한다면 조금의 지식과 지혜는 겸비하고 있을 테니 알 수 밖에 없을 것이 분명했다.


"정혁아."

윤 설이 사우루스를 노려보는 상태로 정혁에게 말했다.

"네?"

"너 먼저 가."


뜬금없는 대답에 정혁이 되물었다.

"네? 어디로요?"

"어디긴 어디야, 백화람 대장님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저 놈은 나 혼자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안 돼요, 그러다가 진짜 위험한 상황 발생하면 어떡하려고. 도움이 되던, 안되던 제가 옆에 있을게요."

정혁의 대답에 윤 설이 고개를 돌려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정혁아, 이번 한번만 나 믿어주면 안돼?"


정혁의 눈이 크게 뜨였다.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는 눈빛이었다.

몇 초 고민한 끝에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알았어요. 대신 아시죠? 이거."


정혁은 안주머니에 있는 레이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윤 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빨리 가."

"알았어요, 몸 조심해요!"


그는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발을 옮겼다.

사우루스가 달려나가는 정혁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크르르르르르!!!!

거친 울부짖음이 정혁의 귀에 들려왔다.


"이런 씨.....!"

그는 날아오는 사우루스의 공격을 막기 위해 방어태세를 취했다.

쾅!!!

윤 설이 사우루스의 앞을 가로막아 발차기를 날렸다.


"야, 넌 어디가?"

목 부근에 손을 올리며 그녀는 사우루스에게 기백을 발산했다.

"너는 나랑 놀아야지!"

사우루스는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윤 설에게 돌격했다.


화려함 가득한 그녀의 몸이 한 바퀴 돌아 사우루스의 전신을 가격했다.

빠르고도 움직임을 최소화시킨 효율성 높은 공격이었다.

폭음과도 같은 타격감이 귀에 울려퍼졌다.


"야, 뭘 가만히 있는 거야?! 빨리 가라는 말 안들려?!!"

"아, 알겠어요!"

정혁은 윤 설의 호통에 정신을 차리며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의 군화 소리가 멀어지자 윤 설이 이제서야 안심한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이제 제대로 싸워보자. 선수끼리."

윤 설은 몸 밖으로 방출된 계수들을 모았다.

천천히 원형으로 뭉쳐진 계수 덩어리가 조금씩 형태를 잡아나갔다.

윤 설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


"아오, 이거 왜 이렇게 다듬기가 어려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붉은색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양날의 도끼가 완성되었다.

"으휴, 이 귀찮은 거. 그래도 얼추 잘 완성된 것 같은데?"


윤 설의 손에 들려있는 거대한 양날 도끼가 휘황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사우루스는 외눈을 번쩍 뜬 채로 자신의 무기를 바라보았다.


윤 설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무언가 생각이라도 난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래, 이건 이렇게 지으면 되겠다."


- 조커(J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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