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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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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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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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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84)

DUMMY

Episode 83 - 멘붕



- 너 누군데 나한테 말을 걸어?!

순간 민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장난인가?

몰래카메라인가?

속는 척이라도 해줘야 하는 건가?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을 수는 없으니 그런 추론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몰래카메라라고 하기에는.....'

다른 이들의 표정마저도 가관이었다.

정말 어떻게 된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진명의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함이 담겨 있었다.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민호를 향해 하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야, 너 뭐냐고."

장난기 없는 순수 분노에 찬 목소리였다.

알 수 있었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날벼락이 머리에 꽂히는 기분이었다.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민호의 멱살을 잡았다.

이미 그녀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야, 대답 안해?"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무언가 한 마디라도 잘못 내뱉는다면 버로 공격할 것 같은 얼굴.


곧 하나의 몸에서 대량의 계수가 방출되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으로 갈 것만 같았다.

그 때, 정혁이 난입했다.

"자, 잠깐, 잠깐!! 잠깐만요!!"


그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하나를 말렸다.

그러자 그녀는 더욱 경계하는 눈빛으로 정혁을 밀었다.

"뭐야, 넌! 저리 안 비켜?!"

팍-!


하나가 있는 힘껏 정혁을 밀자 그는 치료실의 문에 허리를 박았다.

"크윽!"

통증이 몰려왔다.

하나는 보라색의 오라를 뿜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는 오늘 나한테 다 죽을 준비해라."

각오 섞인 말투였다.

눈앞에 있는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상황인 듯 보였다.


일촉즉발의 상황.

하나가 정혁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이리 와!!!"

그녀는 주먹을 뻗어 다시 한번 정혁의 뺨을 가격하려 했다.

퍽-!!


......, 어?

하나가 날아가고 있다.

"야."

또 다른 사람의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윤 설이었다.

그녀는 주먹에 힘을 꽉 쥔 채 하나를 향해 풀파워로 휘둘러 버렸다.


쿠당탕.

하나가 구석에 처박혔다.

서랍 안에 들어있던 약재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바닥에 흩뿌려졌다.

윤 설은 일그러진 얼굴을 들이밀며 하나를 향해 욕을 뱉었다.

"누구한테 주먹질을 하는 거야, X발."


어?

정혁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저래도 되나?'

제아무리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지만 조하나는 그들의 상관이었다.

'나중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닌가?'


하지만 윤 설은 멈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녀는 손을 모아 관절을 으스러트리며 걸어갔다.

"경고하는데......"

이번에는 하나의 멱살을 잡아 강제로 들어올렸다.

정말이지 미친 행동이었다.

"한 번만 더 그 손 놀리면 내 손에 죽어."


진담이었다.

짧지만 24시간을 거의 그녀와 함께 보내는 정혁은 알 수 있었다.

'그냥 위협으로 하는 말이 아니야, 진짜다.'

이러다가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싸움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나 또한 윤 설의 멱살을 잡았다.

"야, 너가 죽을래?"


조하나와 윤 설의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었다.

'어어, 위험한데?'

정혁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 순간.

팍!

진명이 손날을 이용해 하나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커, 커헉!"

검은자가 사라짐과 동시에 조하나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후우."

윤 설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긴장을 풀었다.

"와, 식겁했네. 하마터면 진짜로 싸울 뻔 했어."


정혁이 입을 벌리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싸울만큼 싸운 거 아닌가요?'

긴장감이 고도된 상황이기는 했다.

설마 윤 설이 먼저 상관인 하나에게 주먹을 날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진명은 한 쪽 무릎을 꿇어 하나의 상태를 살폈다.

"일단, 이게 최선이었던 것 같다. 어차피 지금의 상태로는 하나를 설득시키지 못했을 거야."

그는 하나의 목덜미와 허리 부분에 손을 얹어 천천히 그녀를 들어올렸다.


"일단 하나는 내가 빈 생활관에 격리시켜 놓을 테니, 너희는 내가 부를 때까지 대기할 수 있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진명이 치료실을 나갔다.

최정혁은 윤 설을 힐끔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

소름끼치는 웃음 소리가 들려오자 윤 설이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정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 뭐야? 왜 갑자기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데?"


"그렇게까지 싫었어요?"

윤 설이 갸우뚱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을 좀.....!"

순간, 그녀의 머리 뒤로 스파크가 튀었다.

'아, X발.'


큰일났다는 직감이 들었다.

정혁이 윤 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주먹을 뻗어 허공에 휘두르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비장하게 말한다.

"건.드.리.지.마.라.X.발.아."


정혁의 말도 안되는 성대모사를 듣자마자 윤 설의 얼굴에 홍조빛이 불타올랐다.

순간 기억이 떠오르며 자신의 흑역사가 적립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혁은 윤 설의 앞에서 계속해서 성대모사를 시전했다.


그는 그녀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검지로 볼을 찔렀다.

쿡쿡-.

살을 파고드는 촉감에 장난기가 더욱 발동된다.

"아이고, 그렇게 내가 걱정되셨어요."

순간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콰직!!

그녀의 주먹이 정혁의 정수리를 가격했다.

"까불고 있긴."

만화에서 보던 커다란 혹이 정말 생겨버린 것 같았다.

"으으으으.....!"

정혁은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통증을 호소했다.


"어?"

정혁의 눈에 바닥에 힘없이 앉아있는 민호가 보였다.

그는 마치 세상을 잃어버린 듯 초점 없는 눈을 보이고 있었다.

축 늘어진 어깨가 거의 시체를 연상케 했다.


윤 설은 무릎을 굽혀 민호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지휘관님......"

안쓰러워 보였다.

최소 몇 년 이상은 같은 공간에서 보냈을 사람이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앞에 마주했다.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윤 설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슨 위로를 건네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민호의 팔 부분을 잡았다.

"지, 지휘관님. 믿기 힘드시겠지만 지금은 여기에서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니에요."


위로의 말은 건넬 수가 없었다.

어차피 그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

정혁 역시 일어나 윤 설을 도왔다.

서로가 각기 다른 팔을 잡아 일으키려 노력했다.


"지휘관님 이러는 게 본인답지 않은 거 아시죠?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요!"

윤 설의 말에 민호의 초점이 돌아왔다.

그는 눈알을 굴리며 잠시 상황을 파악하더니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의 팔을 뿌리쳤다.


"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좀 놀란 것뿐이라, 괜찮아."

전혀 그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윤 설이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기 위해 그를 부축하려 했다.

"제가 잡아드릴....."

"아니야."


하지만 그런 그녀의 선의에도 민호는 거절하며 제 갈길을 가기 바빴다.

"두 사람은 어서 생활관으로 돌아가서 쉬어, 나도 가서 좀 쉬어야겠다. 하암!"

누가 봐도 억지 하품이었지만 정혁과 윤 설은 그를 잡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치료실을 나서는 민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뭔가 처절해 보였다.

정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찰나, 윤 설이 그의 손을 잡았다.

"가지마."


"왜요, 지금 저 상태로 놔두면 도민호 지휘관님......"

"지금은 차라리 혼자 있으시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정혁은 이해가지 않았지만 고심 끝에 윤 설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마음 정리하시게 해줘, 지금은."

윤 설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민호를 뒤에서 지켜봐 주었다.


------


두 번째 지구 - 아펠리온.

파스티비아 가문의 성역 - 보랏빛 은하.


"하아아아암!!! 그럼!!"

제인은 비눗방울처럼 생성된 콧방울을 터트리며 하품했다.

언제 봐도 피곤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의 앞에는 4명의 방주들이 한데 모여 다과회 테이블을 즐기고 있었다.


각종 초코 쿠키와 머핀, 바게트와 홍차.

그리고 특제 케이크까지.

달달한 간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모인 이들의 코를 즐겁게 만들고 있었다.


4명의 방주가 차례차례 얼굴을 돌리며 제인을 바라본다.

동쪽 방주 - 카이젠 파스티비아.

서쪽 방주 - 로하룬 파스티비아.

남쪽 방주 - 셰리 파스티비아.

북쪽 방주 - 자야칸 파스티비아.


모두 가지각색의 얼굴을 지닌 각 방의 방주들이었다.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넘쳤다.

제인은 붉게 물든 옥좌에서 일어나 다과회 테이블을 바라보며 양팔을 벌렸다.

흐뭇한 표정이었다.


"자, 그럼! 나의 초대에 응해 이곳까지 와준 너희들을 환영해!!"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방주들이 있는 힘껏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많은 이들(?)의 환호성에 제인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렇게나 내 다과회를 환영해주다니 너무 기뻐, 물론 나뿐만 아니라 여기 모여있는 너희들도 마찬가지겠지?! 우선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여기 있는 과자부터 실컷 먹고 시작하자고!!"


제인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손가락 스냅으로 따악- 소리를 냈다.

마치 해X포터 영화에서 본 것과 같이 허공에서 불빛이 솟아나와 테이블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색 병에서 저절로 음료가 따라졌다.


오렌지 주스, 사과 주스, 초코 우유, 딸기 우유 등등.

어린아이들의 입맛을 저격하는 메뉴들로 온통 구성되어 있었다.

방주들은 아무런 말 없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자신들의 눈앞에 놓여있는 과자들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다.

이미 테이블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가주가 직접 개최한 다과회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

제인은 자신의 접시 위에 놓여 있는 별 모양의 비스킷을 씹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과다를 내려놓으며 잠시 다과회를 멈췄다.

"짝짝짝, 자 다들 주목!"

모든 이들의 시선이 제인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모든 방주들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오늘 이렇게 모인 건 이런 조촐한 다과회를 위한 것만은 아니야, 모두 예상했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어."

로하룬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엇입니까?"

제인이 그의 질문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빨을 보였다.


"짜잔!!"

손을 허공에서 휘두르자 계수 결정으로 이어진 사람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오오오오!!""

몇몇 방주들은 제인이 만들어낸 사람 형상을 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제인이 말했다.

"이게 이번에 뽑힌 학방 착출 리스트의 최종본이야. 나는 이걸 들고 지구에 내려가서......"


- 통치자를 만나고 올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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