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포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2,058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09.23 21:00
조회
29
추천
1
글자
11쪽

레퀴엠(75)

DUMMY

Episode 74 - 헨젤과 그레텔 7



"자, 그럼."

정혁은 올로소의 시체를 바라보다가 걸음을 떼어 장소를 벗어났다.

"나도 여기서 나가볼까."

그는 어깨에 다시 화람을 메고 앞으로 전진했다.

"걱정 마세요, 지휘부대장님. 제가 안전하게 밖으로 데려다 드릴게요."


정혁의 각오에도 화람은 잔잔히 잠을 청하고 있었다.


------


지우는 민호를 업은 채로 통로를 계속해서 뛰었다.

정혁과 떨어진 지 몇 분 정도가 되었을 텐데도 아직 암흑의 통로는 끝없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뭐야, 이 길이 원래 이렇게 멀었었나?"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챈 지우가 자리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봐도 외관은 이상할 게 없었다.

아까까지 계속 봐왔던 흙벽과 천장.


'기분이 이상해......'

점점 낯선 물질이 주변을 채우려는 듯 위화감이 들었다.

지우는 민호를 한번 들썩이며 달렸다.

"서둘러야 해."


그렇게 몇 분을 더 뛰었을까.

지우는 처음 그들이 내려왔던 홀 앞에 섰다.

"일단 여기까지 도달은 했는데, 윤 설씨가 신전에 있다고 했지?"

이제 남은 것은 정혁과 윤 설이 처음 이동했던 왼쪽의 통로.


"저쪽에 있겠구만."

지우가 발을 옮기려던 찰나.

"으으으으....."

"음?"

등에서 약간의 꿈틀거림과 함께 곡소리가 들렸다.


"아, 설마?!"

지우는 등에 업고 있던 민호를 내려 천천히 벽 쪽으로 기대게 했다.

민호는 실눈을 뜬 상태로 초점 없는 시야를 지우에게 맞추고 있었다.

"여, 여긴......"


비몽사몽인 상태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민호.

지우는 그의 턱에 손을 얹어 자신에게 시선을 맞출 수 있게 했다.

"정신이 드십니까, 도민호 지휘관님."

귀에 들려오는 남성의 목소리에 민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누, 누구십니까?"

민호의 물음에 지우가 답했다.

"예, 적호학사관의 1지휘대 지휘관인 남궁지우라고 합니다."

"저, 적호학사관이요? 적호학사관이 여기에 어떻게....."


민호는 그 말을 떼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지우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그의 어깨를 잡아 내렸다.

"어어, 안됩니다. 지금은 움직이시지 말고 앉아 계세요."

민호는 천천히 자리에 착석하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올로소에게 당했던 고문 과정.

그리고 검은 무언가가 자신을 덮쳤던 모습.

꼭두각시가 되어 지우와 싸웠던 장면까지 모든 것을 다 기억했다.

그는 이빨을 깨물며 자신의 행동에 경멸을 느꼈다.


"크윽, 내가.....!"

민호는 손에 힘을 꽉 쥐며 질책했다.

지우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도민호 지휘관님. 당신은 잘 견뎌주었습니다."


민호는 몸을 웅크린 채로 얼굴을 파묻었다.

지금은 그 어떠한 위로를 받아도 진정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지우는 왼쪽 통로를 바라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난처하네, 윤 설씨도 데리러 가야 하는데. 이대로 이곳에 놔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혹여나 부상당한 도민호를 혼자 두었다가 위험한 일이라도 생긴다면 낭패 중에 낭패.

지우는 선택의 딜레마에 빠졌다.


탁탁탁탁탁-.

그 때, 왼쪽 통로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지우는 본능적으로 전투 자세를 취했다.

'젠장, 적인가?'

긴장감이 전신을 스치고 지나간다.


큰 전투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타이밍에 또 다시 불청객이 찾아오다니.

정말이지 쉴 틈이 없다고 생각했다.

'발소리를 들어보니 총 2명이다, 도민호 지휘관은 지금 전투 불능 상태이니 내가 해야 해!'


그렇게 발걸음 소리가 거의 다다랐을 때쯤.

지우가 먼저 달려들었다.

그는 청록색의 계수를 뭉쳐 검을 생성해냈다.

"으랴아아아아앗!"


그렇게 불청객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아아악!!"

"어, 엇?!"

지우는 동공을 크게 키우며 생성한 검을 소멸시켰다.

나타난 것은 윤 설과 하진명이었다.


"지, 지휘대장님? 윤 설씨?"

지우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윤 설은 두 손을 교차시켜 얼굴을 막고 있었다.

"느, 느닷 없이 공격해오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


지우는 눈알을 굴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통로 안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길래 적인줄 알고 그만.....!"

"후, 피아식별은 진행하고 공격을 했어야지. 갑자기 달려들어서 나도 적인줄 알았잖아."


진명의 충고에 지우는 고개를 더욱 아래로 내렸다.

"아, 그나저나......"

지우는 윤 설에게 시선을 맞췄다.

"설이 씨는 괜찮으신가요? 분명 정혁씨에게 듣기로는 엄청 강한 괴수와 싸우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

윤 설이 진명을 가리켰다.

"조금 위험했었는데, 지휘대장님이 늦지 않게 도와주러 오셔서 물리칠 수 있었어요."

"단 1초라도 더 늦었으면 분명히 큰 사고가 났을 거야."


지우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다행이네요."

"정혁이는요?"

윤 설이 물었다.


지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최정혁씨는 지금 올로소와 싸우고 있습니다."

"네?"

윤 설의 눈이 부릅 떠졌다.

"혼자요?"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리자 지우가 움찔했다.

"아, 말이 싸우는 거지 사실상 최정혁씨가 학살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학살이라니....."

윤 설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우는 최대한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최정혁씨는 절대 지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그걸 확신하실 수 있어요, 만일 정혁이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윤 설의 떨리는 목소리에 지우가 말을 끊었다.


"윤 설씨, 그 분을 믿으세요."

머리가 울렸다.

자신이 정혁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이번 한 번만 나 좀 믿어주면 안될까?

그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윤 설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믿을게요."

"쿨럭, 쿨럭."

민호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진명과 윤 설이 시선을 돌려 민호에게 맞췄다.

"거, 그 사람 말고 저를 좀 걱정해 주시면 안됩니까?"

진명이 빠르게 다가가 민호를 맞이했다.

"도민호, 괜찮나? 몸은 좀 어때?"


질문 공세에 민호가 억지 미소를 지었다.

"보시면 아시잖습니까, 존나 아파 죽겠어요."

그의 말투에 진명이 안도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구나."


"아니, 안 괜찮다니까요. 그러니까 저 빨리 치료 좀 해주세요."

진명이 오른손을 펼쳐 회복의 계수를 생성시켰다.

조금씩 민호의 몸으로 스며 들어가는 하얀색의 계수가 굳어있던 혈흔을 소멸시켰다.


"어때, 좀 낫냐?"

진명이 물었다.

민호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까보다는 훨씬 괜찮네요."


"자, 일단."

지우가 손뼉을 치며 주위를 집중시켰다.

"감동의 재회는 이쯤에서 멈추도록 하고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갑시다."

그의 말에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좋겠어. 이런 음침한 곳에 더 오래 있어 봤자 좋을 게 없으니."

다들 동의했지만 윤 설이 나지막하게 손을 들어 말했다.

"저,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곳에서 기다릴 수는 없나요?"


모두의 시선이 윤 설에게로 향했다.

정적이 약간 흐름과 동시에 진명이 그녀에게 물었다.

"최정혁 때문인가?"

"네....., 모두가 가신다고 하셔도 전 혼자 여기에 남겠습니다."


윤 설의 단호한 발언에 모두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민호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고집 하나는 확고한 아가씨구만."

그러고는 호쾌한 웃음 소리를 내뱉었다.


"그럼 뭐 나도 남아있어 볼까?"

민호의 선언에 지우가 덩달아 의견을 붙였다.

그는 황당한 표정으로 민호에게 말했다.

"도민호 지휘관님, 당신까지 이러시면 안됩니다."


"뭐가 말씀입니까? 아직 남아있는 부대원들이 있는 것 또한 맞는 말이지 않습니까?"

지우가 목소리를 높였다.

"도민호 지휘관님, 그게 무슨......!"


"위기에 처한 대원들을 버리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저희 백조전대의 원칙입니다만."

지우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 어쩔 수 없네요."


지우가 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의 행동에 민호가 씨익 웃어보였다.

진명 역시 소풍이라도 온 시민 마냥 자리에 착석했다.

"그럼 뭐, 정해진 거구만."


윤 설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모두를 향해 90도 인사를 건넸다.

"감사드립니다."


------


"으으으......"

정혁은 화람을 등에 맨 채로 어두운 통로를 계속해서 걸었다.

벌써 몇 분은 걸은 것 같은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체감상으로는 서울에서 부산을 세 번정도 왕복한 것 같네."


공간의 음침한 기운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이미 축 늘어진 화람의 무게는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 같았다.

숨이 가빠졌다.

"하아, 빨리 벗어나야겠어. 가슴이 너무 답답해, 숨 쉬기가 힘들어."


그렇게 조금을 더 걸은 후, 그에게 마지막 난관이 찾아왔다.

"......, 어?"

일곱 갈래로 갈라진 통로가 등장했다.

정혁은 당황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고개를 저었다.


"뭐야, 오는 길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 끝까지 사람 귀찮게 하네. 정말."

분명히 이곳으로 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하나밖에 없던 길이었는데 갑자기 일곱 개의 통로로 바뀌었다.


그 말은 즉슨, 다른 여섯 개는 가짜라는 것.

'분명히 진짜가 아닌 다른 통로로 가게 되면 패널티가 따를 거야, 신중하게 잘 생각해야 해.'

올로소의 변장 이후 또 다시 이런 사태에 직면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올로소 이 개새끼가 끝까지......!"

겉보기에는 똑같이 생긴 일곱 개의 통로.

차이점을 찾기에는 너무 복잡해보였다.

정혁은 계수를 발현시켜 자신의 눈에 집어넣었다.


노랗게 빛나기 시작하는 그의 동공이 시력을 높여주었다.

"으,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어떡하지."

서둘러야 했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이 환영이 발현되었다면 남궁지우 지휘관님도 이 상황을 겪었겠지?'


약간 걱정이 되었다.

과연 이 상황을 파훼할 방법이 어디 있을까?

그 때, 정혁의 머리에서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헨젤과 그레텔.

나무꾼 부부에게 버림 받은 남매가 과자의 집에서 마녀를 만났던 과거 동화.

"그렇지, 그 방법을 활용하면....."

정혁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시력을 강화시켰다.


그렇게 일반적인 눈의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서 노란빛의 계수 오라가 발산되었다.

"와......"

정혁이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 찾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 포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3 레퀴엠(93) 23.10.12 30 1 11쪽
92 레퀴엠(92) 23.10.10 25 1 11쪽
91 레퀴엠(91) 23.10.09 34 1 11쪽
90 레퀴엠(90) 23.10.08 26 1 12쪽
89 레퀴엠(89) 23.10.07 29 1 11쪽
88 레퀴엠(88) 23.10.06 24 1 11쪽
87 레퀴엠(87) 23.10.05 25 1 12쪽
86 레퀴엠(86) 23.10.04 28 1 12쪽
85 레퀴엠(85) 23.10.03 27 1 11쪽
84 레퀴엠(84) 23.10.02 30 1 11쪽
83 레퀴엠(83) 23.10.01 28 1 11쪽
82 레퀴엠(82) 23.09.30 30 1 12쪽
81 레퀴엠(81) 23.09.29 26 1 11쪽
80 레퀴엠(80) 23.09.28 30 1 12쪽
79 레퀴엠(79) 23.09.27 29 1 12쪽
78 레퀴엠 (78) 23.09.26 29 1 11쪽
77 레퀴엠(77) 23.09.25 27 1 12쪽
76 레퀴엠(76) 23.09.24 28 1 12쪽
» 레퀴엠(75) 23.09.23 30 1 11쪽
74 레퀴엠(74) 23.09.22 30 1 12쪽
73 레퀴엠(73) 23.09.21 27 1 12쪽
72 레퀴엠(72) 23.09.20 31 1 12쪽
71 레퀴엠(71) 23.09.19 30 1 11쪽
70 레퀴엠(70) 23.09.18 33 1 11쪽
69 레퀴엠(69) 23.09.17 31 1 12쪽
68 레퀴엠(68) 23.09.16 31 1 13쪽
67 레퀴엠(67) 23.09.15 31 1 11쪽
66 레퀴엠(66) 23.09.14 31 1 12쪽
65 레퀴엠(65) 23.09.13 33 1 12쪽
64 레퀴엠(64) 23.09.12 33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