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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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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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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91)

DUMMY

Episode 90 - 두 부류의 적 3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정혁과 윤 설은 태훈의 조언에 따라 외곽부터 차근차근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맞나? 강서 지역을 설마 이렇게 한 바퀴 다 돌겠다고? 너무 효율성이 떨어지는데.'


답답했는지 정혁이 먼저 앞장 섰다.

"태훈씨, 저기."

그의 끼어듬에 태훈이 물음표를 던졌다.

"음? 왜 그래요?"

"아, 다른 건 아니고요. 그냥 혹시나 여쭤보는 건데 이렇게 한 바퀴를 무작정 도는 게 맞는 방법인가 싶어서요."


태훈은 정혁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리고 두 사람의 시선을 피했다.

정혁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서, 설마 이 사람....."

- 루트를 어떻게 짜야 하는지 모르는 거 아니야?


그 말이 정답이라는 듯 태훈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크, 크흠."

윤 설은 어이가 없는 듯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나 참, 이런 걸 안 해봤으면 안 해봤다고 얘기를 해줘야 할 거 아니에요!"


그녀는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태훈의 스카우터를 잡았다.

"뭐, 뭐해요?"

정혁의 당황스러운 눈빛에도 윤 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묵묵히 실행했다.


"있어봐, 일단 다른 인원들이 어디를 수색하고 있는지 위치는 알아야할 거 아니야. 분명 구조 요청 신호도 있었으니 위치 파악 기능도 있겠지."

버튼을 몇 번 조작하자 여러 화면이 떴다.

"아, 뭔가 이런 거 조금 눌러보면 나올 거 같은데....."


띵!

"떴다, 이거 봐."

윤 설은 스카우터를 내밀어 태훈과 정혁에게 보여주었다.

"어, 진짜네. 포인트로 표시가 되어있네요."

"참, 구조 신호만 알려주면 어떡해. 이런 기능을 제일 먼저 알려줘야지."


그녀가 불만을 토로하자 태훈이 말했다.

"이거 이번에 새로 보급품으로 나온 신형이에요, 그러니 지휘대장님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윤 설이 태훈에게 스카우터를 건넸다.

"여기요, 이러면 좀 더 효율적으로 조사할 수 있겠죠?"


태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 설은 손뼉을 치며 맞받아쳤다.

"좋아, 그럼 이제 제대로 시작해볼......!"

크워어어어어어!!


괴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등장하셨나 보네."

윤 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쿵- 쿵- 쿵- 쿵-!

저 멀리서 거대한 육체를 뽐내고 걸어오는 괴수가 보였다.


"참, 언제봐도 적응 안되는 놈들이네요."

정혁의 말에 윤 설이 손가락 핑거 스냅을 선보였다.

"맞는 말이야."

"잠시만요."

태훈이 둘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제가 할게요."


"에, 왜요? 숫자도 얼마 안되는 것 같은데 다같이 잡는 편이 더 빠르지 않을까요?"

"숫자가 얼마 안되니까 제가 하는 겁니다. 혹시 모르니 뒤에서 보조나 해주세요."

"에이, 그래도 다같이......"


텁.

윤 설이 정혁의 소매를 잡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눈치를 주더니 정혁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일단 한번 보자, 우리도 저 사람 실력은 봐야지."

"하, 하는 수 없죠. 이번 한 번만 보자고요."

정혁은 결국 윤 설의 제안에 못이겨 뒤로 몇 걸음 빠졌다.


태훈은 앞으로 걸어가며 몸을 풀었다.

'크기를 보니 중형 이상급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근육이 엄청나게 내포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수준을 보아하니 하급 괴수들인가? 그럼 뭐 간단하지.'


그의 판단으로는 하급 괴수에 불과했다.

괴수들은 초록색의 분비물을 계속 대지에 흘리며 일행을 향해 무거운 발을 옮겼다.

"빨리 끝내자, 세 마리 정도야 뭐."

태훈이 오라를 뿜었다.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일명 기백.

푸른색으로 펼쳐지는 계수의 흐름이 폭발하며 괴수들에게 폭풍처럼 돌진했다.

콰아아아아아-!

윤 설은 태훈의 오라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호오, 그래도 제법?"

분명 헥토마 펑션을 지닌 둘이 아니었다면 일반 대원들이 보기에는 태훈의 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괴수들은 태훈의 기백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크르르르르!!


그들은 눈앞의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태훈은 오른 주먹을 들어 불꽃을 생성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꽃 형태로 위장한 계수 덩어리였지만.

'뭐지? 주먹에 계수를 입혀? 체술 특화인가?'


윤 설이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 때, 괴수 무리가 태훈에게 달려들었다.

이렇게 시간을 끌어봤자 소용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일까.

땅이 울리며 괴수들의 포효가 들렸다.

크워어어어어어!!


태훈이 펼친 손을 접어 주먹을 쥐었다.

치직-!

그 순간 괴수들의 바로 옆에서 스파크가 튀기더니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강한 폭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크와아아아아아!!

괴수들의 비명소리가 연기 너머로 전해졌다.

한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은 태훈에게 달려들어 육중한 주먹을 뻗었다.

파지직-!


태훈의 눈이 노랗게 빛났다.

본 적 있었다.

동공에 계수를 흘려 동체시력을 강화시키는 간단한 활용술.

'느려!'

그의 눈에 들어온 괴수의 주먹이 0.25배속처럼 보여졌다.


날아온 주먹을 가뿐히 피하며 태훈이 괴수의 복부쪽으로 파고들었다.

지이이잉-!

작은 마법진이 그의 손끝에서 생성되었다.

그리고 발사되는 노란 계수의 창.


촤악!

생성시킨 창이 괴수의 복부를 찔러 반대편에서 드러났다.

초록색의 혈흔이 터져나오며 괴수의 숨이 멎었다.

크워어어어어!!

놈은 바닥에 엎어짐과 동시에 몸을 축 늘어트렸다.


이윽고 연기에 가려진 나머지 두 괴수가 등장했다.

놈들은 이미 상처 가득한 몸뚱아리를 이끌며 태훈에게로 달려들고 있었다.

"아, 까먹을 뻔했네."

그는 두 손에 마법진을 생성해 흐르는 계수의 기운을 확인했다.


"완벽하고."

이윽고 괴수들의 연타가 시작되었다.

바람을 가를 정도로 빠르게 뻗어지는 네 개의 주먹.

'한 대라도 맞으면 꽤 아프겠는데? 조심해야겠어.'

태훈은 여유롭게 놈들의 주먹을 피해갔다.


동체시력을 강화한 덕분에 주먹이 느리게 보이니 피하기가 쉬웠다.

자세를 낮추고, 약간 뛰며 파고든다.

곧이어 두 손에 발현시킨 마법진으로 계수 덩어리를 날렸다.

짧고도 강렬하게.

그의 손에서 쏘아진 계수포는 한 방 한 방이 놈들에게 치명타였다.


퍼억, 퍼엉!

피가 터지고 살이 떨어져나간다.

마치 발레를 하는 듯 물 흐르는 움직임과 더불어 저런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다니, 확실히 전투 센스에 있어서 태훈은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윤 설과 정혁은 그저 편안하게 서서 그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어떻게 생각해?"

그녀가 먼저 물었다.

"아, 좋은데요? 제 주제에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엄청 정교해요. 마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듯한....."


윤 설이 동의하듯 끄덕였다.

"확실히 다르긴 하네."

지금까지 많은 베테랑들의 전투 모습을 봐왔지만 태훈처럼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 강력했던 올로소나 백화람마저도.


하지만 정혁은 그 판단을 곧장 집어넣었다.

'아, 아니야. 섣붙리 생각하지 말자. 상대는 그래봤자 일반 하급 괴수에 불과해. 강자를 만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원래 인간은 눈으로 보이는 것에 가장 빠르게 현혹되는 법.

어느 정도 믿음은 줄지 언정 백프로의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곧 두 괴수의 팔과 다리가 대지에 떨어졌다.

"이제 끝났네."

나머지 두 마리가 바닥에 몸을 쳐박고 꿈틀거렸다.

태훈은 확인사살을 위해 창을 발현시켜 괴수의 목 부분을 찔렀다.

푸욱-!


쑤욱 들어가는 감촉과 함께 괴수의 눈초점이 사라졌다.

그르르르르.....

놈은 조금 움찔거리며 태훈을 향해 시선을 맞추더니 이윽고 숨을 거뒀다.

초록색 혈흔이 대지를 뒤덮기 시작했다.


"후, 끝났구만."

태훈은 그렇게 말하고는 정혁과 윤 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치 칭찬이라도 해달라는 어린아이처럼.

두 사람이 박수를 치자 이내 쑥스러운 듯 부리나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윤 설은 코앞에 다다른 태훈에게 엄지를 들었다.

"엄청 좋은데요? 저 같은 초짜가 이런 말씀 드리기는 건방지겠지만 엄청 여유로워보이는 움직임이었어요."

"뭐, 상대가 너무 약하다보니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죠."

괜한 겸손이었다.


이정도라면 어느 정도의 강자 수준까지는 도달할 정도.

물론 지휘관의 레벨까지는 부족하겠지만 조금 더 수련한다면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거라 확신할 정도였다.

"저희도 뭔가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은데."

정혁이 윤 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훈이 손을 저었다.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실력이야 뭐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런 실력자가 그런 말을 해주니 기분이 꽤나 좋아졌다.

원래 사람은 칭찬 한 마디에 자극받는 법.


"헤에, 그래도 나중에 꼭 보여드릴게요."

윤 설의 눈빛이 약간 이상했다.

뭔가 꼭 보여주고 싶다는 듯 표정을 기괴하게 지었다.

"아, 아 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그나저나.....'


정혁이 태훈을 곁눈질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아까의 그 대담한 말투는 어디로 가신 거지? 엄청 정중하신데.'

그저 컨셉이겠거니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태훈은 레이더의 버튼을 누르며 주변 대원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어디보자, 일단은 이 안쪽으로 이동해보죠."


그는 사거리의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혁과 윤 설은 소리 없이 동의했다.

일행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날은 어두워진지 오래.

시야가 불완전한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스카우터밖에 없었다.


윤 설은 괜히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 두 사람은 확실히 사람이니까 믿을 수 있지.'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소름끼치는 기분에 열 감지기로 체크를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등 뒤로 오싹한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으, 으!!"


그녀는 뒤를 돌아 레이더를 아무도 없는 거리에 비췄다.

"뭐, 뭐야? 누가 있는거야?"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정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윤 설을 향해 물었다.

"뭐에요, 갑자기?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요?"


윤 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아니야, 갑자기 시선이 느껴져서. 내 착각인가 봐."

"음."

일행은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여기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


"크크크, 역시."

병태가 으스스한 골목길에서 정혁 일행을 훔쳐보았다.

"조태훈 저 새끼, 저 쪽에 붙을 거라고 예상은 했어."

재승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웃어보였다.

병태는 살기 가득한 눈으로 자세를 낮췄다.


"송재승, 오늘 저녁이야."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후우, 오늘 저녁에 저 두 새끼들 다 어떻게든 해야겠어."

"크크크, 그래야지."


괴수와 함께 또 다른 적이 일행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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