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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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츠
작품등록일 :
2023.09.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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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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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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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9: 010528 총경님과 만남 B

DUMMY

[M 하하하하!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네. 자네가 엘븐리쉬에서 왔다는 거. 출입국 기록을 다 조사해봤거든. 자네, 마이더리스행 기선을 타고 ?월??날 여기로 도착한 거, 맞지?]


[E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 여권은 마이더리스 여권일 텐데요.]


[M 마이더리스 영주권은 그 지역에서 10년간 거주하면 주어지니까, 복수여권을 가지고 있는 게 이상할 일은 아니지. 특히 엘븐리쉬 이주민은 아주 쉽게 영주권이 주어지지. 그런데 자네는, 대지의 마법사 출신 아닌가? 게다가 외모마저도.. 요정같은 외모를 가진 엘븐리쉬 북부인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말이지.. 마이더리스의 꺾다리 마법사들은 자네같은 고전적인 외모를 가진 경우가 참 드물거든.]


와.. 짬밥이란 걸 절대 무시할 수 없고, 특히나 총경직까지 올라간 사람의 안목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마이더리스 여권인데도 거기에서 엘븐리쉬출신인 것까지 추리한 총경님을, 추리소설을 많이 봐온 나와 보리스는 감탄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추리소설 경감님들은 하나같이 멍청해서 사립탐정이 수사하는 걸 그대로 받아먹기만 잘하던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네?


[V 어.. 그런데요.. 총경님. 그렇게 잘 알고 계신데 왜 그렇게 무섭게 물어보시는 거에요.. 에르제가 무서워서 얼굴이 너무 굳어버렸잖아요..]


[M 하하하! 미안하네. 잘 알고 있긴 하지만, 당사자의 입에서 솔직하게 듣길 원했거든. 이제 우리들은 한 배를 탔으니, 서로 감추는 게 없이 완전한 신뢰관계가 생기는 게 아무래도 좋지 않겠나? 이 음모의 중심에 있는지도 모르는, 톨트림 군부의 위협 속에서 내가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자네들을 지켜주게 됐는데, 자네들도 나한테 솔직해지는 게 맞지 않겠나?]


[B 구, 군부요? 그게 무슨..]


[V 응? 우린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군부라뇨?]


에이씨! 친구들한텐 아직 말 안해준 부분인데! 총경님은 친구들이 이정도까지 다 아는 걸로 생각하셨나 보다. 총경님이 이해할 수가 없는지 눈을 깜빡이다가 당황해서 눈빛으로 빔을 쏘는 날 잠시 쳐다보곤 그제서야 눈치를 채고 헛기침을 한 후 말했다.


[M 크, 크흠! 이런 무시무시한 일은, 정부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내 도움이 없이는 큰일이 나지 않겠는가?]


[V 음.. 그렇긴 하겠죠.]


[B 에이.. 설마요. 설마 이 일에 우리나라 정부가 개입되진 않았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 일은 함부로 외부에 밝혀지면 안될 일이긴 한 것 같습니다. 우리들이 이 음모를 해결하고 있다는 게 이 음모를 계획한 거대한 집단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곧바로 저희들은 목을 씻고 기다려야 될 판이니까요.]


[M 그래. 이공간에서의 위협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자네들은 점점 큰 위협에 노출되기 시작할 걸세. 그 위협을 제거하는 일을 모두 내가 해주겠다는 거야.]


[B 아아.. 그렇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총경님!]


[V 신께서 총경님이란 선물을 저희들에게 내리신 것만 같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총경님!]


신의 선물이라니.. 아부를 해도 어쩜 저런 말을 할까? 하지만 저런 거짓말은 절대 하지 못하는 빅토르 입장에서는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진심이 통했는지 저 닭살 돋는 말에도 총경님은 꽤나 기뻐하며 웃었다. 참.. 저런 때를 보면 눈치가 없는 것 같진 않단 말이야?


[M 하하하! 신의 선물이라, 내가 정말 신의 선물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군. 그래.. 내가 이정도로 진심으로 자네들을 도울 생각이니, 자네들도 날 어려워 하지 말고 편하게 대하도록 하게. 모스토크에 있는 동안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게 있다면, 언제든 알리치를 통해서 나한테 요청을 하란 말이야. 잘 알겠나?]


[N 네, 잘 알겠습니다. 총경님.]


[M 이제 이런 딱딱한 이야기는 이쯤 하도록 하지. 에르제 양, 편하게 대화하러 온 자리에서 자네를 취조하듯이 압박하고 협박해서 미안하네. 내 사과를 받아주겠나?]


[E 전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총경님. 제 정체가 충분히 의심스러울만하니, 이정도 질문을 할 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차가운 말투가 내용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에, 총경님은 좀 삐졌구나 싶었는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급히 만만한 친구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M 난 진작에 자네들을 만나고 싶었네. 특히 자네 둘! 이 아가씨가 눈알을 붉히며 자네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부터 너무 보고 싶었어.]


[N 눈알을 붉히다뇨.. 총경님.. 전 전혀 기억이 안나는데요?]


[V 오오.. 나틸리,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울려고 그런 거야?]


[N 넌 몰라도 돼!]


[B 근데요.. 저야 최근까지 바다 위에 떠다니고 있었으니 그렇다 쳐도, 빅토르는 바르크바에서 나틸리를 취조하실 때 같이 볼 수 있으셨을 텐데요? 그때 왜 나틸리만 보고 떠나셨어요?]


[M 그게 말이지. 이 친구가 친구들은 취조실의 삭막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을 거라며, 이 공포와 압박감은 자기만 느껴도 충분할 거라며 자기만 심문하고 모스토크로 돌아가라고 해서 자네들은 못보고 떠난 거라네.]


[V 응? 난 괜찮은데? 오히려 재밌었을 것 같은데 왜 그런 말을 한거야, 나틸리.]


재밌기는! 하나도 재미없었거든? 내가 너 생각해서 나만 그 혹독한 정신적 고생을 하고 넘어간 건데, 서운하네, 정말?


[E 저도 차라리 그날 가서 심문을 받는 게 나았을 것 같네요. 오늘 이 자리에서 갑자기 심문받는 것보단, 심적 대비가 되어 있어서 그날이 훨씬 편했을 것 같거든요.]


뒤끝하고는! 아무리 그래도 총경님인데 하나도 무서운 게 없는지, 에르제는 우리 셋과는 달리 비굴함이나 낮추는 거 하나 없이 평소의 차분함과 차가움을 일관적으로 유지했다. 이 언니가 진짜, 총경님이 갑자기 마음이 확 바뀌어서 언니만 경찰서로 데려가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M 크흠, 흠! 에르제 양, 미안하네, 정말. 내가 잘못하긴 했지. 오늘은 편하게 대화하러 온 자리인데 뜬금없이 취조를 했으니..]


[B 에이.. 에르제, 왜 그래요.. 그런 마음이 없이 편하게 왔다가 정작 여기에 오니까 의심스러운 부분을 참을 수가 없으셨나 보죠.]


[V 그래요, 에르제.. 이해해 주세요. 네?]


[E 참.. 전 괜찮다니까요? 그냥 솔직히 제 마음을 말한 것일 뿐이에요. 총경님께서 편하게 말씀하라고 하셔서 말이죠.]


편해도 너무 편하게 말하네요, 언니! 그런 류로 편하게 말하라는 뜻은 아니었을 텐데.. 어쨌든, 총경님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다급하게 아이스크림을 한입 크게 집어넣으셨다. 이젠 총경님이 좀 불쌍해 지는 걸?


[M 크, 크흠! 그래! 편하게 말하는 게 좋지! 앞으로도 쭉 나한테 편하게 대하도록 하게. 어우.. 엘븐리쉬에서 왔다면, 오는 길 내내 고생을 많이 했겠군? 가족들과도 몇천킬로 이상 떨어져 있는 상태로 여기까지 와 있다는 게 아닌가?]


[E 전 가족이 없습니다, 총경님.]


[M 크흠, 크, 흐흐흠! 미안하네. 음.. 그래도, 여기 와서 가족같이 지낼 수 있는 친구들을 금방 사귀게 된 건 참 다행인 것 같군! 이 세 사람, 다 착하고 정의롭고 살가운 친구들 같은데, 그렇지 않나?]


[E 불행 중 다행이긴 하죠. 차마 자세한 말은 절대 못하겠지만, 전 인생에서 불행이 참 많았거든요. 시작하자마자 이런 착한 동료들과 시작한 건 큰 행운이긴 합니다.]


[M 그럼! 큰 행운이지! 나도 그런 큰 행운적 요소가 되었으면 참 좋겠군! 에르제 양, 저 멀리 엘븐리쉬에서 몇천킬로 떨어진 데다가 아무 외교적 친분도 없는 나라인 우리나라의 국민들을 구해줘서 참으로 고맙게 생각하네. 내가 나이차가 많으니 오빠행세는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삼촌같은 역할은 할 수 있을 거네. 친해지면 언제든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고, 어리광도 부려도 상관없다네. 하하하! 참 귀엽고 이쁘게 생겨서 어리광을 피우면 내가 차마 저항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야.]


어리광은 무슨.. 눈꼽만큼도 기대하지 마세요, 총경님. 아시겠죠? 무슨 나보다 고작 두살 높은 주제에 행동은 인생 다산 할머니처럼 행동하거든요. 가뜩이나 오늘 첫만남에 무서운 취조를 한 바람에 더더욱 그럴 일은 없을 거에요.


[E 네, 감사합니다, 총경님.]


[V 헤헤헤, 총경님. 에르제 진짜 이쁘죠?]


[M 음, 그렇긴 하지. 미스 톨트림 뺨치는 외모로군. 하하하! 이번 년도 미스 톨트림에 외국인 자격으로 나가보는 건 어떻겠나? 하하하!]


[E 미안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농담도 이렇게 재미없고 차갑게 받아놓으니 총경님은 이내 포기하고 우리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갑자기 나한테 가볍게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만만한 게 나지?


[M 그나저나 나틸리 안보렌. 모스토크에 오자마자 나한테 오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왜 오지 않은 건가? 응?]


[N 에.. 저, 집을 구하느라 정신이 너무 없었어요. 일주일 내내 부동산만 가느라 시간을 다 보냈거든요.]


[M 집? 집을 구하는 거면 당연히 먼저 나한테 왔어야지!]


[N 네? 그게 무슨 의미신지 잘..]


[M 이 건물이 내 소유라는 건 잘 알고 있겠지?]


[N 네? 이 카페요? 총경님, 저희들이 카페에서 먹고 자며 지낼 순 없잖아요.]


[M 참.. 말을 더 들어봐! 난 분명 카페가 내 소유가 아니라 건물이 내 소유라고 했어. 이 카페 옆에도 붙여져 있는 건물이 하나 있지 않던가?]


[N 네, 일반 빌라같은 건물이 하나 붙어있던데.. 설마, 그것도 총경님 소유 건물이에요?]


[M 그래! 그 빌라에 빈 방이 많아서 충분히 자네들에게 방을 내 줄수 있는데, 어째서 지금까지 나한테 오지 않은 거야! 답답하긴!]


와.. 카페 옆에 붙어있던 3층짜리 건물도 총경님 소유였구나? 이 상업 지구에 3층건물 2채를 소유하고 있단 말이야? 그럼? 총경님이 왜 이렇게 돈이 많은 거야? 도대체? 경감님이랑 총경님이랑 봉급 차이가 엄청 많이 나나? 아무리 총경님이 높은 직위긴 해도 그럴 것 같진 않은데?


어쨌든, 오자마자 총경님한테 갔으면 집 구한다고 그 개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며 깊은 후회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만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보리스와 에르제가 왜 총경님한테 바로 가지 않은 거냐며 눈빛으로 나한테 욕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빅토르만 혼자 아무 생각이 없는지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긁어먹고 있었다.


[N 아, 그렇군요.. 아휴! 제가 괜한 생고생을 했네요, 그럼! 그럴 줄 알았으면 바로 총경님을 만나봤을 텐데.. 어휴.. 이 바보 멍청이!]


[M 바보같기는.. 전혀 아닐세! 그래도 아직 온 지 일주일밖에 안됐지 않은가. 이제 사실을 알게 됐으니, 곧바로 내 건물 안에 들어오면 되겠군. 편할 거야.. 아주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 곧바로 짐을 싸서 들어오게.]


[N 아니요.. 총경님, 이미 방은 구해서 들어갈 수가 없어요..]


[M 벌써 말인가? 도대체 어딜?]


[N 모스토크과학고등학교 기숙사에 하나 구해놨거든요.]


[M 응? 자네들은 학생도 아닌데 어떻게 교내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건가?]


내가 간단히 그 기숙사에 살게 된 스토리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총경님이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저으며 당장 자기 건물에 들어오라고 말했다.


[M 뭐? 지진이 일어나면 무너질 수가 있는 건물이라고?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지진이 나면 무너져 죽을 수도 있는 그런 폐건물같은 곳에서 몇달간이나 지내겠다는 건가?]


[N 에이, 괜찮아요, 총경님.. 건물 무너질 정도의 지진이 그렇게 자주 일어나나요? 10년에 한번 정도 일어나는데요, 뭘. 아무 문제 없을 거에요.]


[M 아니야. 문제가 없다고 쳐도 그런 곳에서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자네들 임무 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걸세. 몇달간 지내는 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에서 자고 쉬어야 그만큼 사도도 잘 잡을 수 있는 거라고!]


[N 총경님, 거기도 나름 편해요. 월세도 없다시피하고 급식도 아주 싼 값에 먹을 수 있고 주변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쉬기도 얼마나 좋다구요! ]


[M 그래도.. 좋은 건물 안에 빈방이 두개나 있는데 굳이 그런 낡고 위험한 건물에서 지내려 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군.]


[N 무엇보다도, 학교 기숙사를 쓰면 친구와 함께 지낼 수 있잖아요. 총경님의 건물을 쓰면, 아무래도 안톤은 자주 보기 힘들잖아요? 여기랑 과학고등학교랑 자전거를 타도 20분 넘게 가야 되더라구요.]


[B 아.. 그러고 보니까 그렇네? 여기서 살게 되면, 안톤을 자주 못 보게 되잖아?]


[V 아아.. 맞네! 여기랑 학교랑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안돼! 총경님, 제안은 정말 감사한데요.. 저희들은 기숙사를 쓰는 게 훨씬 재밌고 좋아요. 거기에 제 친구가 살고 있거든요.]


[E 그리고 총경님, 총경님 건물 안에 저희들이 지내게 되고, 자연스럽게 총경님을 자주 만나게 되면, 주변 사람이든 군인이든 경찰 동료든 간에, 누군가의 의심을 받게 되지 않겠어요? 저희들보단 총경님을 위해서라도, 저희들은 여기보단 기숙사에서 지내는 게 아무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에르제가 상당히 핵심을 꿰뚫는 말을 했다. 그래.. 총경님과 너무 깊이 연관되면 총경님이나 우리나 좋을 게 전혀 없어! 주변 사람의 의심을 사기에 딱 좋다는 에르제의 그 말에 총경님은 곧바로 느끼는 게 있는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이 건물에서 지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M 흐음.. 조만간 옆방에 너희들이 들어올 거라고 말하니 알리치가 다행이라며 술친구 생겼다고 참 좋아했는데.. 내가 이 사실을 말해주면 참 서운해 하겠군. 그래도 괜찮겠나?]


알리치 오빠, 미안.. 근데, 오빠는 어차피 주말에 모스토크 노는 곳에 가서 여자 꼬셔서 재밌게 시간 보낼 수 있잖아. 하지만 안톤은 우리들 없으면 진짜 처량하게 구석 낡아빠진 기숙사 안에서 여름방학 내내 책만 읽다가 대학교로 복학하게 될 거라구. 그래.. 다른 게 아니라 안톤을 위해서라도 기숙사에 남아있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안톤.. 우리들한테 내색이야 잘 안하지 은근히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속에 꽉 차 있을 거야! 나랑 친구들이 멘탈 케어를 반드시 해줘야 된다구!


[N 괜찮을 거에요, 총경님. 어차피 그 오빠, 주말에 저희들 만나는 것보다 여자들 만나는 걸 훨씬 좋아할 성격이거든요!]


[B 하하! 맞아! 그 형, 여자 진짜 좋아해서요, 이쁜 여자 몇명 소개시켜 주면 알아서 재밌게 잘 지낼 거에요.]


[V 총경님, 모스토크 여자들 중에 이쁜 여자들 많아요?]


[M 당연히 많지! 내가 여자들과 노는 곳이 어디 있는지 몇군데 잘 아니까, 그 놈에게 몇 곳 소개시켜 주면 되겠군. 알겠네! 자네들의 생각이 그렇다면야. 참.. 보면 볼수록 멋지고 착한 친구들이군! 친구 하나때문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그런 기숙사에 머물 생각을 하다니.]


아니, 총경님의 제안이 있기 전까지는 그 기숙사가 최고의 선택지였어요. 굳이 안톤이 아니더라도. 뭐, 그래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게 인상을 좋게 남기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서 굳이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아.. 안톤이랑 친한 우리 셋은 몰라도, 에르제는 이 광장 주변 방에서 지내는 게 도서관도 가깝고 여러모로 편할 텐데.. 내가 괜히 눈치가 보여 에르제를 살짝 쳐다봤는데, 다행히 에르제는 은은한 미소를 띠며 홍차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총경님이 이미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바닥을 긁고 있는 빅토르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시켜주셨다. 아흐.. 쪽팔려! 진짜! 여기서 이정도만 먹고 바깥에 나가서 나한테 좀 사달라고 하면 될 것을! 어린애도 아니고! 정말!


[M 이 친구, 아이스크림을 더 먹고 싶은 것 같은데. 하나 더 시키는 게 어떻겠나?]


[V 아, 아니, 괜찮습니다! 총경님!]


[M 얼굴을 보니 전혀 괜찮은 얼굴이 아닌데? 잠시만 기다려 보게. 내가 율리안에게 하나 더 가지고 오라고 할 테니.]


[N 너.. 그렇게 많이 먹으면 내일 배아플텐데? 그만 좀 먹어!]


[B 야, 얘 배는 내장도 근육으로 되어있는지 저렇게 먹어도 아무 탈도 없어. 그냥 맛있게 먹게 냅둬. 어차피 총경님 카페에서 먹는 건데 뭔 상관이야?]


[M 하하하! 저번에 심문했을 때부터도 그랬고, 오늘 친구들을 대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지.. 이 임무의 수행자는 저 마법사 아가씨인 게 분명해 보이는데, 왠지 리더 행새를 하는 사람은 이 아가씨 처럼 보이는군.]


[E 어떤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으시는 건가요?]


[N 뭔가 책임감을 보이고 앞장서는 모습이, 자네는 거의 없지 않나. 하지만 이 친구는 그런 모습이 확연히 보이거든.]


[E 후훗, 내, 맞습니다. 이 팀의 리더는 제가 아니라 나틸리 안보렌 양이죠.]


[V 음.. 그러고보니까, 언젠가부터 나틸리 니가 리더인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네? 우리.]


[B 그래. 그러고 보니까, 아무도 투표를 연 적도, 동의한 적도 없는데, 언젠가부터 쟤가 뻔뻔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리더 행세를 하고 있잖아?]


[N 왜? 불만이니? 그럼 니가 리더할래? 니가 돈 관리부터 온갖 잡다한 일 다 할래? 하고 싶으면 제발 좀 가져가!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니까!]


[B 아니? 그 귀찮은 짓을 내가 왜해? 그냥 계속 니가 하고 지내. 리더란 거.. 귀찮고 짜증나는 직업이지. 난 절대 하고 싶은 생각 없어.]


[V 으음.. 난 좀 생각 있는데, 나한테 리더 자리 줄래? 나틸리?]


[B 야, 임마, 넌 여름방학 이후로 사라질 거잖아!]


[V 헤헤, 농담이야, 농담.. 나도 돈관리하고 이것저것 혼자서 다 해야 하는 리더 일 관심 없어. 특히나 나틸리 정도면 믿을 만 하니까.]


[M 아아.. 전반적인 여행 계획이나 관리를 이 아가씨가 다 하고 있는 건가?]


[V 네. 저희들은 나틸리 덕분에 그런 거 전혀 신경 안쓰고 살아요.]


[B 게다가요.. 얘가 발언권이 쎌 수밖에 없는 게, 지금 100퍼센트 나틸리가 모아둔 돈으로만 여행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투자지분이 100퍼센트인 사장님에게 땡전한푼 못보태는 고용인들인 우리들이 무슨 발언권이 있겠어요? 알아서 기어야죠!]


[M 하하하! 아르세비치 군, 자네 참 말을 재밌게 잘 하는군!]


[B 그, 그런가요? 음.. 제가 책을 많이 읽어서 좀 재치가 넘치긴 하죠! 하하하!]


어쭈, 분위기가 참 좋아? 오늘 처음 만난 것 치고는 분위기가 너무도 좋았다. 특히 사람에 대한 의심이 나보다 훨씬 많은 보리스조차 총경님을 불신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사람 첫 인상이 참 중요해.. 저 우스꽝스러운 두겹의 턱으로 이빨을 드러내며 웃으며 다가왔을때의 인상이 마냥 편한 동네 아저씨처럼 느껴진 것 같았다.


[M 오늘 처음 보는 거긴 하지만, 이미 안보렌 양에게 자네들에 대해서 들은 것도 좀 있는데다가, 오늘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좀 해보니.. 자네들이 몇달 넘게 본 사이처럼 편하고 정말 마음에 드는군.]


[V 헤헤헤, 총경님. 저희들도 똑같은 마음입니다.]


[E 아무 일면식도 없는 저희들을 이렇게까지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아마 하늘에 있는 마이더리스님도 저희들을 도와주시는 총경님의 정의로운 마음을 높게 평가하실 겁니다.]


[M 하하하! 그렇다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야.. 자네들을 물심양면 돕는다면, 죽어서 마이더리스님의 법정의 말석에 서는 영광을 누릴수도 있을지도 모르겠군.]


[E 그 마음 변치 않으신다면, 아마 충분히 그럴 자격을 갖게 되실 거에요.]


자기보다 새파랗게 젊은 여자애가 하는 말이라 오만하고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겠지만.. 저 말은 에르제의 칭찬같은 말이 아니라.. 총경님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진짜 그렇게 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총경님은 그 말을 그저 비유적 의미로 인식하신 게 분명했다. 당연하지만..


[M 하하, 자네 말처럼 정말로 그렇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군. 자.. 내가 하고 싶은 질문들은 다 한 것 같은데, 자네들은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뭐 없나?]


[E 있습니다, 총경님.]


[M 오, 그게 뭔가?]


[E 이번에 저희들이 알리치 순경을 통해 넘긴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M 아아.. 그 아이 말하는 건가? 어느정도의 조사가 이루어진 후, 곧바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낼 거네.]


[E 정말 그걸로 끝인가요?]


[M 그게 무슨 말인가?]


[E 6년 전, 그 곳에 급소가 큰 손상을 당해 죽은 학생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었나요?]


[M 그렇다네. 그 당시엔 내가 모스토크에 없었지만, 사건 조사 기록을 보니 확실히 남아 있더군. 히예르 과트로브스키란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갑자기 난데없이 하수도 파이프관이 지나는 방 안에서, 성기와 하복부 부위가 완전히 뜯겨나간 채로 처참하게 발견되었다더군. 시체를 찍어놓은 사진까지 몇개 있었는데.. 어릴적부터 많은 사건을 경험해봤는데도 너무 잔인해서 오래 볼 수 없을 정도더군.]


총경님.. 총경님은 그래도 흐린 흑백사진으로 본 거잖아요. 우리들은 풀컬러로 된 영상으로 봤다구요! 난 아직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밥맛이 싹 사라질 지경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잔인한 장면을 자주 보게 되겠지? 사도랑 싸우는 건 좋지만.. 그런 잔인한 장면을 보는 건 전혀 좋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다.


[E 어떻게 보면 레빈이라는 아이가 그렇게 만든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처벌을 하실 생각이 없으신 건가요?]


뭐야? 이 언니가? 마치 레빈이 처벌당하는 걸 원하듯이 말하고 있잖아? 나나 친구들이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잠시 에르제를 쳐다보았다. 총경님은 손에 깍지를 끼고, 우리들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의견을 구했다.


[M 음.. 자네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V 전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총경님. 히예르라는 애는.. 레빈이 죽인 게 아니라 조각상이 죽인 거잖아요. 레빈은 자기 손으로는 절대 그 아이를 해칠 수 없었을 겁니다.]


[B 네, 빅토르의 말대로 저도 레빈이 가해자라고는 전혀 생각치 않습니다. 죽은 히예르라는 아이는 1년동안 계속 레빈을 성추행하고 성폭행한 악마나 다름없는 놈이었어요. 저런 쓰레기같은 놈 때문에 사도로 각성하고, 6년간 가족과도 생이별한 레빈이 불쌍하지도 않으신가요? 게다가 말이죠.. 레빈이 히예르를 죽인 증거가 있기라도 한가요? 아마 직접적인 증거는 물론이고 간접적인 증거도 없을 텐데요? 레빈이 직접 칼로 그놈 거시기를 찌른 것도 아니고 말이죠. 처벌하고 싶어도 처벌할 방법도 없지 않나요?]


[M 음.. 맞는 말이군. 하지만.. 그 증거야.. 심증이 확실하다면 심문을 통해 자백이라는 형식으로 받아내면 그만이니까, 증거가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장애물은 아니네.]


아아.. 온갖 고문을 동반하고 협박까지 하면 그깟 자백 받아내는 거야 참 쉬울 테지! 빅토르 외의 우리 셋 모두, 심문을 통한 자백이란 말에 얼굴빛이 살짝 창백해졌다. 에이씨.. 에르제, 갑자기 무슨 쓸데없는 소릴 해서 레빈을 위기로 내몰려는 거에요? 원래 그냥 가족품에 돌려보낼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왜 굳이 그런 말을 하는 거에요? 도대체!


[M 안보렌 양,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N 전 처벌을 원치 않습니다. 살면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지만 나쁜 사람들도 원치 않게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나쁜 사람들에게 마냥 당하고 참으며 지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요? 아무 죄도 없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에게 충분히 증오하고, 분노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바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동안 자기의 인생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그 히예르라는 아이에게 깊은 증오심을 가지게 된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게다가 그 아이는 자기 손으로 그 아이를 해친 것도 아니잖아요? 그 조각상이 히예르라는 아이를 죽인 거지, 레빈이 죽인 건 아니라고 전 생각합니다. 게다가 레빈은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에 큰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해도 절대 앞으로 누군가를 해치고 죽일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 히예르라는 악마같은 동급생에게 1년간 괴롭힘 당한 것도 모자라 6년간이나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레빈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총경님, 인생에서 빨간 줄 한번 그인다는 게 사람의 미래에서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경찰이시니까 너무 잘 알고 계시잖아요? 중학교 3학년으로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하는 새싹과도 같은 아이에게, 시작부터 빨간줄이라는 족쇄를 채워 꿈을 꾸지 못하고 좌절속에서 시작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B 맞아요, 총경님! 그깟 쓰레기같은 놈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잠시 가지는 게 뭐가 그리 큰 죄에요? 그런 마음을 가진다 해도, 진짜 죽이지만 않으면 그만이죠. 친구들이 말했다시피, 그 놈은 레빈이 죽인 게 아니에요. 그 조각상이 죽인 거지.]


[M 하지만.. 이 아가씨는 생각이 좀 다른 것 같던데? 마치 처벌을 원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길래.. 자네들 역시 그런 생각인가 싶어서 물어본 거라네. 에르제 양, 자네는 처벌을 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자세한 이유가 뭔가? 참 궁금하군.]


에르제, 너때문에 처벌받게 되면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가만 안둘거야? 난 근래 들어 처음으로 에르제를 상당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봤고, 보리스도 냉소적인 눈빛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 언니가 정말? 우리가 생각했던 답변을 하지 않았다.


[E 저도 처벌을 전혀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이 바뀌어서 처벌을 하실 수도 있으니, 확실한 답을 듣길 원했을 뿐이에요. 총경님, 지금까지 저희들이 구해낸 사도들은 다 강한 영혼의 힘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 쉽게 죽어선 안되는 사람들이에요.. 지금은 이해하실 수 없겠지만.. 이 사람들은 미래에 어쩌면 자신이 죽인 몇명의 사람들 그 이상의, 수백배의 사람들을 구해낼 자들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악의 길로 빠뜨리지 않게 관리해주며 인생을 밝고 옳은 길로 이끌어줘야 합니다. 제가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 사도들도 조금.. 보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에르제의 말을 다 들은 보리스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미래에 수백명 이상의 사람들을 구할지도 모른다고? 저 언니가 나한테 해주지 않은 이야기가 또 많이 있나 보구나? 뭐, 이젠 놀랍지도 않다. 구해준 사도를 이용해서 뭔가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보지, 뭐.


[M 조각상의 힘으로 사람을 죽인 사도들이.. 오히려 미래엔 사람들을 살리는 사도들이 될 수도 있다는 건가?]


[E 그럴 수도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서.. 이미 사도로 한번 각성한 사람들을 처벌하지 말아주십시요. 몇몇의 사도들은 아무리 이유가 있다고 해도 너무 사악해서 처벌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사도라면, 총경님이 아니라 저희들이 먼저 처벌을 요구할 테니, 그런 특이한 부류가 아니라면, 사도들이었던 사람들을 보호해주십시요. 제가 하고 싶은 부탁은 여기까지입니다.]


[M 좋네. 어차피 지금까지 사도였던 사람들 모두, 증거가 전혀 없다보니 처벌하고 싶어도 처벌할 수가 없다네. 그러니, 그것에 대해선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거야.]


[E 감사합니다, 총경님.]


참··· 첫만남부터 진지한 이야기가 상당히 오래 오고갔고, 그 덕분에 시간이 생각보다 엄청 빠르게 지나갔다. 자명종으로 10시를 알리는 시계소리가 울렸다. 벌써 2시간이 지났구나.. 이렇게까지 빠르게 지났을 줄은 몰랐는데.


[M 내가 잠시 경찰서를 들러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자네들과는 이정도로 해야겠군. 참 반가웠네.]


[V 저희들도 너무 반가웠어요, 총경님.]


[M 자네들을 자주 만나고 싶지만, 내가 그렇게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야. 자주 만나진 못할 것 같군.]


그럼! 총경님보다 지휘가 훨씬 낮은 고향에 있는 경감님도 기관장회의에 경찰회의는 물론이고 별의별 업무에 치여 여관에 자주 오지 못하셨는데, 하물며 이런 대도시의 총경직이시면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진 않으시겠지! 총경님과 아직 심리적 거리감이 있는 나로선 참 잘됐다고 생각했다. 아마, 아무리 총경님이 나와 우리 일행들을 잘 대해줘도 처음부터 생긴 이 심리적 거리감은 완전히 사라지진 못할 것 같았다.


[V 아.. 참 아쉽네요..]


[N 비싼 음식 공짜로 자주 못 먹어서 아쉬운 건 아니고?]


[V 아니야! 나틸리!]


[M 하하하! 이 친구, 덩치를 보니까 아주 많이 먹게 생겼는데 밥을 못사주고 고작 아이스크림만 줘서 좀 미안하군]


미안하시긴요.. 저 비싼 아이스크림 5인분짜리 한통을 한시간만에 혼자 다 비웠는데! 평소엔 나름 식단관리를 하며 먹는 애가 어쩜 아이스크림만큼은 저렇게 절제하지 못하고 저렇게 잔뜩 먹는 걸까?


[B 아니요? 총경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애초에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오기도 했거든요.]


[M 이 근육들을 보니, 다음엔 고기를 많이 사줘야겠군. 다음에 사도와 싸운 후 만나게 되면 체력보양을 위해 소고기를 좀 사주도록 하겠네.]


[V 와.. 소고기요? 저 소고기 진짜 좋아하는데!]


눈치없기는! 내가 소고기를 잘 안사주는 거면 몰라, 사도랑 싸우는 시기엔 돼지고기든 소고기든 엄청 먹여주는데도 소고기라는 말에 생전 소고기 한점 먹어보지 못한 거지처럼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고기 못먹으면 죽는 귀신이라도 붙은걸까? 정말?


[N 괜찮습니다, 총경님.]


[M 아니야. 그렇게나 위험한 공간에서 사람들을 구해내는 자네들의 모습이 너무 대견스럽고 보기 좋아서 말이지.. 자네들의 밝고 용감한 얼굴들을 보니.. 젊은 시절 나와 아주 친했던 내 친구의 모습이 겹쳐져 보이거든.. 그래, 자네들을 보니 내 친구가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아.]


친구? 아.. 총경님도 나한텐 카트린같은 단짝친구가 있으셨나 보구나? 뭐.. 당연히 친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저 무서운 총경님의 친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호기심이 잔뜩 들기 시작했다.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고, 단짝친구도 총경님처럼 무섭고 무뚝뚝한 성격이지 않을까?


[V 아아.. 엄청 친한 친구가 있으신가 보군요?]


[M 그래. 중학교때부터 나와 함께 미래에 대한 같은 꿈을 키운 친구가 한 명 있었지.]


[V 아아.. 총경님처럼 경찰에 대한 꿈을 꾸셨나 보네요?]


[M 아니, 난 원래 사관학교에 들어가 군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실력이 여의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경찰이 된 거지. 하지만 내 친구는 꿈을 이뤘다. 사관학교에 들어가, 멋진 군인이 됐지. 그리고 한동안 승승장구해서 30대 후반에 대령이 되었다.


대령? 대령이면, 년초에 왔었던 그 멋진 대위 아저씨보다 3계급이나 위인 데다가, 한번만 진급하면 별을 달 수 있는 직위잖아? 야..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정답이야. 우리 셋처럼 시끄럽고 활동적인 애들끼리 놀듯이, 총경님도 엘리트스타일의 친구들과 어울렸던 모양이다.


[B 오오.. 대령이면, 엄청 높으신 분이시네요?]


[N 실례지만, 친구분은 여기서 가까운 군부대에 소속중이신가요?]


[M 가깝지.. 아주 가깝지. 제2남부군관구 정보사령부 출신이니까.


[E 제2남부군관구라면.. 모스토크에 있는 사단 아닌가요?]


그래! 제2남부군관구면 모스토크 북서부에 있는 사단이었다. 아주 가까운 데서 일하고 계시네? 한명은 경찰이고 한명은 군인이지만 같은 모스토크니까 자주 만날 수 있겠는걸?


[B 아아.. 모스토크에 같이 지내고 계시는군요?]


[M 그랬지.. 같이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


뭔가 총경님의 눈빛이 살짝 아련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은 아니라니? 저 말의 의미를 당장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M 아! 그나저나 자네들, 실종 사건들에 대한 경찰의 자료는 필요하지 않나?]


[N 감사하지만 필요하진 않습니다. 그런 자료가 없어도 포탈의 파장을 찾아서 들어가는 데엔 전혀 무리가 없거든요.]


[M 아, 그런가? 그래도 경찰의 자료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리치를 통해 부탁하게. 내가 언제든 내어줄테니.]


[N 네, 감사합니다, 총경님.]


보리스가 경찰 자료를 준다는데 왜 안받냐고 나한테 잠시 눈으로 말했다. 내가 아무 이유없이 그렇게 했겠니?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지! 우선, 우리들에게 자료를 주기 위해 알리치와 총경님이 자료들을 열람했다간 괜히 누군가에게 의심을 받아 크게 잘못될 수가 있었다. 어차피 사건 기록 없어도 사도랑 싸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괜한 일로 두 사람에게 위험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거절한 게 컸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사도와 싸우기도 전에 내용을 다 알아버리면 재미가 없잖아! 어차피 사도랑 싸운 후에 기억을 읽으면서 다 알게 될텐데, 굳이 사건 자료가 왜 필요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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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17: 010601 영혼 결합 24.09.19 1 0 18쪽
117 1-116: 010601 건물 내부와 이상한 가루 24.09.19 1 0 19쪽
116 1-115: 010601 휴식 24.09.18 4 0 21쪽
115 1-114: 010601 사도와의 전투 B 24.09.09 7 0 31쪽
114 1-113: 010601 사도와의 전투 A 24.09.09 6 0 30쪽
113 1-112: 010601 다시 이공간으로 24.09.07 7 0 15쪽
112 1-111: 010601 알리치 집 24.09.07 4 0 23쪽
111 1-110: 010601 석궁 시험/교장실 24.09.05 6 0 31쪽
110 1-109: 010601 석궁 소동 24.09.04 6 0 24쪽
109 1-108: 010601 안톤의 데모 24.09.04 7 0 28쪽
108 1-107: 010601 알리치 집들이 2 24.09.01 9 0 31쪽
107 1-106: 010601 알리치 집들이 24.08.28 6 0 27쪽
106 1-105: 010601 새 기숙사와 급식 24.08.28 8 0 29쪽
105 1-104: 010530 네스터 모드니노프 24.08.28 7 0 16쪽
104 1-103: 010529 사도와의 전투 24.08.22 7 0 26쪽
103 1-102: 010529 하수구 던전 B 24.08.22 8 0 22쪽
102 1-101: 010529 하수구 던전 A 24.08.22 8 0 21쪽
101 1-100: 010529 모드니노프 가 24.08.21 8 0 25쪽
» 1-099: 010528 총경님과 만남 B 24.08.20 10 0 34쪽
99 1-098: 010528 총경님과 만남 A 24.08.20 7 0 24쪽
98 1-097: 010528 격려 24.08.13 10 0 26쪽
97 1-096: 010528 교장 선생님과 협상 24.08.13 8 0 21쪽
96 1-095: 010527 안톤의 억지 24.08.09 7 0 20쪽
95 1-094: 010527 방 배정 24.08.09 8 0 20쪽
94 1-093: 010526 종결 24.08.09 7 0 27쪽
93 1-092: 010525 사도의 기억 3 24.08.06 10 0 21쪽
92 1-091: 010525 사도의 기억 2 24.07.27 8 0 21쪽
91 1-090: 010525 사도의 기억 1 24.07.27 8 0 20쪽
90 1-089: 010525 엉망진창 추격전 24.07.17 11 0 18쪽
89 1-088: 010525 사도와의 전투 24.07.17 6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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