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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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츠
작품등록일 :
2023.09.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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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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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010601 새 기숙사와 급식

DUMMY

6/1


이틀이 지난 후, 우리들은 드디어 비싼데 시설은 내 여관방보다 훨씬 구린 이 여관을 떠나 학교 기숙사로 갔다. 오늘이 드디어, 드디어 기숙사에 들어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에르제의 마법 가방 덕분에 무거운 짐을 들 필요 없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갔다. 아.. 상쾌해! 6월의 바깥 바람은 너무나 상쾌했다. 이제부터 안톤이랑 같이 지낼 수 있다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다른 일반적인 고등학교와는 달리 안톤의 모교는 기숙학교였기 때문에, 아침인데도 학교 정문은 상당히 조용했다. 그래서 막히는 것 없이 빠르게 지나가다가, 하지만 하필이면 그 시간에 교장 선생님이 정문을 지나고 있었다. 우리들의 인생의 3배를 사신 분인 데다가 너무 깐깐한 한 분이라 몇번을 봤는데도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들한테 기숙사를 거의 공짜로 쓰게 해주신 분이잖아? 그래서 너무 감사해서 지나가며 아주 밝은 얼굴로 인사를 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또 뭐가 불만인지 우리들을 내리게 한 후,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네들, 학교에서 그렇게 속력을 내며 자전거를 몰다가, 학생 몸에 부딪친다면 어떻게 할 건가? 한명이라도 부딪쳐서 목발을 짚게 만든다면 계약을 당장 파기하고 바로 추방해버릴테니 조심하는 게 좋을거야. 내 말 이해하겠나?]


[N 네.. 네.. 정말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 오늘이 기숙사 첫날이라 신이 나서..]


[V 에, 헤헤헤.. 앞으로 학교 주변에선 아주 천천히 몰게요, 교장 선생님..]


[Bl 쳇, 돈 없다는 녀석들이 자전거는 엄청 비싼 걸 몰고 있군. 철없는 녀석들..]


[V 아.. 이거, 선물로 받은 거에요! 교장 선생님! 저희들 돈 주고 산 거 아닌데..]


교장 선생님은 빅토르의 말에 답변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아.. 이 엄청 비싼 자전거 때문에 괜한 오해를 한번씩 받게 되네? 억울하게? 어쨌든, 교장 선생님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제발 좀 자주 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교장 선생님께 아침부터 우울하게 훈계를 듣고 난 후, 산보하듯이 아주 살살 몰며 기숙사에 도착한 우리들은, 그네에 앉아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던 안톤을 곧바로 볼 수 있었다. 자식.. 오늘 아침에 온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대강 아침이라고만 말했지 아침 늦게 10시정도에 올지도 모르는데 8시부터 기다리고 있던 거야? 우리들이 오는 게 그렇게도 기대된 거야? 참.. 얘가 원래 이렇게 외로움을 타는 애가 아니었는데.. 3달동안 엄청 외롭긴 외로웠었나 보다.


[V 어? 안톤!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A 응! 아침에 온다고 했잖아. 오자마자 짐 같이 들어주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N 안톤, 우리들 물건은 우리들이 알아서 옮길게.. 머리쓰는 일이면 모를까, 몸쓰는 일은 우리들한테 맡겨, 알겠어?]


[B 그래! 임마! 그 사탕봉같은 팔로 짐 어설프게 들다가 뼈 한 곳 부러져서 공부 못하게 되면, 그게 다 우리들 잘못이 된다구! 안 도와주는 게 도와주는 거야. 그냥 보고 있기만 해.]


[A 애들아, 나 그정도로 약하진 않아! 나도 어엿한 성인이라구! 왜 너희들은 맨날 몸쓰는 일만 있으면 날 초등학생 대하듯이 하며 다 빼게 하는 거야? 자존심 상하게? 나도 남자고 충분히 힘 쓸 수 있어!]


[N 아이고.. 우리 착하고 늠름한 안톤 군? 마음만 감사히 받을테니 우리들 짐 옮기는 거 도와줄 시간에 대학교 전공책 한줄이나 더봐! 임마! 너, 미리 말해두는데 우리들 와서 놀겠다고 공부 설렁설렁 할 생각은 꿈에도 절대 하지 마? 알겠어? 우리들 온 다음에 맨날 우리들과 놀려고 하면, 우리들 절대 같이 너랑 안놀거야! 우리랑 놀려면 하루 할당된 공부양까지 다 하고 놀아! 알겠어?]


[B 와우.. 나틸리, 니가 있으니까 부모님이 따로 필요가 없는데?]


[A 아아.. 정말 너무해! 나틸리! 내 공부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내 공부엔 신경 좀 꺼줘, 제발!]


[V 나틸리.. 사람이 어떻게 맨날 공부만 하고 살아. 안톤도 놀때는 놀아야지.. 안그래?]


[N 참.. 너희들 하는 걸 보니까, 앞으로 내가 죄다 악역을 떠맡아야 하겠구나?]


[A 나틸리, 노는 걸로 뭐라하면 나 정말 화낼거야? 응? 3달간 맨날 공부만 했으니까 너희들이랑 있는 몇달만이라도 좀 놀래! 제발 노는 걸로 뭐라하지 마!]


안톤이 잔뜩 삐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애원을 했다. 안톤.. 대학교 들어갔으면, 여름방학까지 내내 공부만 해야 했을 애가 무슨 말이야! 그게! 안톤이 나를 좀 싫어하게 되도 상관없어. 안톤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악역을 떠맡아야 한다면 떠맡아야지! 다 내가 널 걱정해서 하는 행동인데.. 안톤도 나름 내 진심을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그나저나.. 짐 정리하러 방 안엔 들어가지도 않고 밖에서 계속 말을 하는 걸 듣던 에르제가 참지 못하고 우리들에게 말했다.


[E ···여러분, 계속 밖에서만 서 있을 생각인가요? 노는 것도 좋지만.. 짐 정리부터 빨리 하고 쉬는 게 낫지 않겠어요?]


[N 아! 미안해요! 에르제! 그래, 짐 정리를 해야지! 안톤, 우리들 방은 어때? 정리 잘 되어 있어?]


[A 응! 며칠 동안 물건들도 몇개 들어오고 낮에 청소도 열심히 해주시더라구. 들어가 보면 깜짝 놀랄걸?]


[V 오오.. 교장 선생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나보네?]


[A 응! 내 방보다 더 이뻐서 부러울 정도야!]


[N 그래? 그렇게 말하니까 너무 기대되는걸? 빨리 들어가보자!]


[A 애들아, 그런데 너희들 짐은 왜 안들고 온 거야? 잠시후에 따로 들고 올 거야?]


[V 응? 아니야, 안톤. 다 들고 왔어. 여행가방으로 10개나 가지고 왔어.]


[A 애들아, 손에 들고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무슨 말이야, 그게..]


[B 야, 일단 안에 들어가 보면, 금방 무슨 말인지 다 알게 될 거야. 일단 들어가자.]


빅토르도 지금은 안톤을 놀래키고 싶은 마음을 눈치를 챘는지 느끼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안톤 성격을 감안하면.. 생전 처음 보는 작은 가방 안에서 10배가 넘는 크기의 짐들이 쏟아져 나오면 재밌고 흥분되서 어린애처럼 깜짝 놀라겠지? 반응이 참 기대되는걸?


첫번째로 보게된 곳은 휴게실이었다. 소파를 다른 새걸로 바꿔줬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 먼지때가 잔뜩 낀 소파를 청소했는지 저번에 봤을 때보단 훨씬 깨끗해 보였지만, 이미 세월로 인해 변색된 누런 자국들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그래.. 이렇게 큰 소파가 얼마나 비싼데 고작 우리 넷 때문에 소파를 바꿔주시겠어? 염치도 없는 생각이지, 뭐..


하지만, 정작 안바꿔도 될 칠판은 완전 새거로 바뀌어져 있었고, 분필도 색깔마다 구해놓았는지 다양한 색깔의 작은 곽상자가 옆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참.. 학교에 작은 칠판과 분필은 넘치도록 많았나보다. 필요없는 우리한테도 새거로 이렇게 준 걸 보면.


직사각형의 테이블도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놓여져 있었고, 의자도 너무 감사하게도 완전히 새걸로 바뀌어져 있었다. 아마, 학교에서 여유분이 많은 물건들은 새걸로 바꿔주신 것 같았다. 다들 의자에 앉아봤는데, 대학 문턱도 넘질 못했으니 당연히 자세히는 모르지만, 막연하게나마 대학교 동아리 회의실에 앉아 있는 기분이라 왠지 이 휴게실 장소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N 오오.. 의자도 푹신푹신한 걸로 교체해 주시고, 청소도 아주 깔끔하게 잘 해주셨네?]


[E 그러게요. 이런 휴게실까지 우리들한테 주셔서 참 고맙네요.]


[B 우리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라도 하신 게 있나? 어떻게 이렇게 작전을 짤 수 있게 칠판까지 주실 수 있지?]


모르지.. 눈치를 채셨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여기에 칠판이 있는 김에 그것까지 바꿔주신 건지도 모르고.. 어쨌든, 수리된 휴게실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 다음, 안톤의 방이야 원래 있던 방 옆 침대가 이층침대로 바뀐 게 다였으니 넘어가고, 에르제가 쓰게 될 독방으로 가봤는데 원래 있던 책상과 침대에 작은 책장과 커튼도 바뀌어져 있었다. 혼자 책보고 공부하기 딱 좋은 방이잖아? 여러모로 상당히 아늑하고 괜찮은 방이긴 했지만.. 북향이라 아침인데도 뭔가 되게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방까지 작다보니 더더욱 여긴.. 음.. 좋게 말하면 조용하고 개인적으로 쓸 수 있기 딱 좋은 방처럼 보였고, 나쁘게 말하면 뭔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 쓰면 우울증 걸리기 딱 좋은 방처럼 보였다. 휴.. 에르제한테는 참 미안한 말이지만.. 이 방, 내가 안 써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름 책 읽기 좋아하는 나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하물며 외향적이고 활발한 빅토르는 더욱더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루종일 움직여도 에너지를 다 쓰질 못하는 저 덩치가 저렇게 작은 방에서 혼자 몇달간 지내는 건 대형견을 작은 우리 속에 가둬놓고 키우는 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N 어때요? 에르제, 괜.. 찮겠어요? 이 방을 써도?]


[E 네, 아주 아늑하고 좋아보이네요. 수리하기 전에도 괜찮아 보였는데, 수리하고 나선 더더욱 괜찮아 보여요. 제 성격에 딱 맞는 방인 것 같아요.]


[V 휴.. 다행이네요.]


에르제가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고.. 이 작은 방을 자기가 안써도 되서 다행이라는 의미, 둘 다를 내포하는 말인 것 같았다.


나를 의식해서 겉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만족하긴 한 모양인지 곧바로 마법가방을 꺼낸 후 자기 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작은 핸드백같은 가방 속에서, 10배가 넘는 큰 짐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자, 안톤은 떡이 빠질 것처럼 입을 벌리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역시나.. 내 예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반응이라니까?


[A 와! 이 가방, 마법가방이었구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와.. 신기하다, 정말!]


[B 그래, 안톤. 이제 왜 우리가 짐들을 따로 챙겨오지 않았는지 잘 알겠지?]


[A 응. 와.. 이런 가방 있으면 여행할때 엄청 편하겠다! 마법사님, 이 가방은 대체 어떤 원리로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넣을 수 있는 거에요? 이 작은 가방으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건, 크기는 물론이고 무게까지 잔뜩 축소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똘똘하고 지적인 과학소년의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눈빛이 내가 봐도 참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한번 답하면 뿌리 끝까지 물어볼 기세였는데, 중학교 때 과학 선생님들을 늘 귀찮게 만들었던 걸 생각하면 분명히 그럴 것 같았다. 눈치빠른 에르제가 진지하게 답해주기 시작하면 한도끝도 없이 받아줘야 할 거라는 걸 직감하고는, 아주 간단히 말하고 넘어가 버렸다.


[E 저도 자세한 원리는 전혀 몰라요. 그저.. 마법으로 다른 차원의 저장소에 물건을 넣어둔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에요.]


[A 아아.. 축소해서 넣는 게 아니라, 이 가방 안에 별개의 다른 공간이 있나 보네요? 그럼, 가방 안에 작은 차원 이동의 포탈같은 게 만들어져 있는 거에요?]


[E 글쎄요.. 포탈이라고 하면 포탈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A 아.. 다른 공간으로 손이 이동하는 거라면.. 그런 곳에 함부로 손을 넣었다가 잘못해서 공간이 닫히게 되면, 손이 잘릴 수도 있겠네요?]


[E 잘 모르겠어요, 안톤 군. 저도 우연히 얻게 된 물건이라 원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구요.]


[A 그래요? 이 신기한 가방은 어디서 어떤 경로로 구하게 되신 거에요?]


[E 이 물건이 제 소유의 물건이라고, 물어보는 걸 제가 다 말해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어떤 일을 겪게 된 후 저절로 얻게 된 거에요. 그러니 이 가방에 대해선 더 이상 물어보지 말아줄래요? 아무리 물어봐도 답해줄 수 없는 게 있으니까요.]


[A ...네, 알겠어요. 에르제.]


말은 완곡한 표현이긴 했지만, 표정과 말투가 너무 차갑다보니 내가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죽여버릴거야?> 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게 느껴졌다. 안톤이 곧바로 꼬리를 내려버렸다. 내가 봐도 안톤이 갈고리 공격으로 귀찮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두달 넘게 보게 될 사이인데 좀 따뜻하게 말해주면 안돼? 저런 모습을 보다 보니 더더욱 빅토르랑 같은 방을 쓰게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해지는 거야, 피아체 가서 친해지지, 뭐! 지금 당장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성격이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았다.


그다음에 우리들은 마지막 방인, 나와 빅토르의 방을 보았는데.. 와.. 에르제 방처럼 먼지투성이였던 커튼을 다 교체해 주셨고, 침대 매트도 싹 새거로 교체해주신 것도 모자라 화장대에 탁자까지 새걸로 다 놓아주셔서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와.. 여자 방으로 쓰겠지라고 생각을 하셨는지 진짜 이쁘게 잘 꾸며놓으셨다! 성격이 좀 깐깐해서 문제시지, 속정도 되게 깊으시고 도와주실 땐 제대로 도와주시는 분이시다! 조금 우리들한테 쓴 소리 해도 늘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해야겠다. 너무 좋은 분이셔! 정말!


에르제와는 정반대쪽에 있어서 남향이라 햇빛이 잘 드는 데다가, 방도 에르제 방보다 2배 이상은 더 커서 쾌적하고 밝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햇빛이 많이 드는 게 꼭 장점은 아닌 게, 그만큼 여름엔 덥다는 의미였다. 한 7월 말부턴 엄청 덥겠지만.. 어차피 우리들 다 8월 초 쯤에 나갈건데, 뭐! 마지막 1,2주일 좀 더운 것 정도야 이 많은 장점에 비하면 단점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빅토르도 마음에 엄청 드는지 침대에 누워서 앞뒤로 뒹굴거리기 시작했다.


[V 야, 나틸리, 너도 누워봐! 진짜 폭신폭신해!]


[N 그래? 나도 한번 누워볼까? ···오호! 이 매트 되게 탄성이 좋은데? 나름 비싼 매트를 깔아 주셨나봐!]


그렇게 말하며 웃으면서 옆에 있는 빅토르를 바라봤는데.. 어우! 부담스러워! 침대가 따로 있는데다가 2M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데도, 바로 옆에 고개를 돌리면 저 덩치덩어리인 빅토르가 빙긋 웃으면서 날 바라보니까 되게 부담스럽긴 했다. 웃기기도 하고.. 아.. 아무리 가족같은 친구라지만, 엄연히 성별이 다른데 두달간이나 같은 방을.. 잘 쓸 수 있을까? 써도 안톤이나 보리스같은 비실비실한 애면 몰라, 저 우락부락한 덩치의 빅토르가 옆에 있는 건 좀 부담스러운데! 뭐.. 덩치 빼곤 너무 착하고 만만한 애니까.. 생각해보니 적응만 좀 되면 나름 재밌을 것 같긴 했다.


그래..어차피 몇달 후엔 빅토르 얼굴 몇년 넘게 볼 수가 없잖아... 완전히 다른 대륙으로 갈라지게 될텐데! 떠나기 전, 같은 방에서 놀고 먹고 자며 빅토르와의 마지막 우정이야기를 열심히 써보자! 저렇게 마냥 싱글벙글해대는 빅토르를 보니, 빅토르는 전혀 불편한 게 없어보이는데 내가 왜 불편함을 가져? 불편함 가지지 말고 편하게 지내자구!


***


에르제의 여행가방 2개, 나의 여행가방 5개, 보리스의 여행가방 2개, 빅토르의 여행가방 1개.. 에르제의 가방 2개도 모자라, 자그마치 8개의 가방이 더 나오는 걸 보고, 안톤이 가방의 정체가 궁금해 돌아버릴 것 같은 표정이 되었지만, 아까전 에르제한테 제대로 퇴짜를 맞고 나선 차마 질문을 하지 못하고 아쉽고 슬픈 표정으로 가방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저 안톤의 호기심.. 나름 병이라면 병이야, 정말! 결국 보다못한 보리스가 에르제에게 가방을 만져보게 해달라고 말했다.


[B 에르제, 얘 가방 만지고 싶어서 미쳐버리려는 것 같은데 좀 만져보게 해줘요. 만지는 것 정도야 괜찮지 않겠어요?]


[E 물어보는 건 안되지만, 만져보는 것 정도는 괜찮아요.]


[A 저.. 정말 만져봐도 되요?]


[E 하하하.. 네.. 아까전부터 계속 부담스럽게 제 가방만 뚫어지게 바라보는걸 보니, 계속 무시하다간 저마저 미워하게 될 것 같네요. 만져도 좋아요.]


[A 아니에요, 에르제! 고작 이런 걸로 마법사님을 미워할리가 있겠어요?]


[E 후훗, 농담이에요. 한번 만져봐요.]


[V 에르제, 이거 잘못 만지다가 손 잘리는 거 아니에요?]


[E 전혀요. 이 가방을 얻은 후로 손이 다친 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어떻게 험하게 만지더라도 절대 팔이 잘릴 일은 없으니 안심해도 좋아요. 아, 그렇다고 험하게 만지라는 뜻은 아니에요, 제 개인 물건이니까 조심히 다뤄주세요.]


[A 물론이죠! 마법사님!]


안톤이 조심스레 똑딱이로 된 가방 문을 연 후, 조심스레 손을 안으로 집어넣었다. 총기넘치고 호기심과 기쁨이 가득한 눈빛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뭔가가 잡히는지 잔뜩 신기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며 우리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저럴 때 보면 초등학생 같다니까?


[A 오오! 우와! 애들아, 애들아! 이 작은 가방 안에 손을 다 집어넣었는데도 손에 닿이는 게 아무것도 없어! 하하하하하! 야, 이거 되게 신기하다.. 와.. 이거 도대체 어떤 원리지? 말도 안돼!]


[B 조그만 가방 하나 가지고 참 재밌게도 노네!]


[A 보리스, 너도 신기하지 않아?]


[B 글쎄다.. 세상에 별의별 괴상한 마법물품들이 지천에 널리고 널렸는데, 이런 것도 충분히 있을 법한 물건 아니냐?]


[A 아니야, 보리스. 이런 물건은 책에도 거의 보지 못했어. 이건 고대 시절에나 있었을 아주 희귀한 물건이야! 신화시절에는 엄청 강력한 마법 무구들이 많았었잖아! 이거.. 아무래도 신화 시절 물건인지도 몰라!]


[B 야, 귀찮게 에르제한테 또 물어보는 거야?]


[A 아, 아니야! 그냥 이건 다 내 추측이지.. 와.. 신화 시절 물건을 어떻게 구하신 걸까?]


[N 야, 됐어! 더 들고 있다간 에르제한테 진짜 물어보겠네. 그정도 만졌으면 이제 에르제한테 돌려줘.]


[A 마법사님, 이 물건, 제가 며칠만 들고 있으면서 조금 연구해 보면 안되..]


[E 안 되요. 돌려주세요.]


[A 히잉.. 알겠어요.]


불쌍한 척 애교를 부려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에르제가 차갑게 자기의 마법가방을 낚아챘다. 그나저나.. 신화 시절 마법 무구같다고? 정말? 나도 좀 궁금해지는데? 도서관에 가서 한번 알아봐야겠다.


옆에서 세 사람이 마법 가방에 대해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도, 그런 건 뭐가 됐든 아무 신경도 안쓰는 빅토르가 배를 부여잡으며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V 아으으.. 애들아, 밥먹자. 나 너무 배고파!]


[N 아, 그러고보니 여기 급식소 밥을 먹는다고 여관에서 아침을 안 먹고 왔었지?]


[B 그래. 거기 여관 음식 비싸기만 ○나 비싸고 더럽게 맛대가리가 없어서 아침 학교 급식 먹어보려고 일부러 일찍 온 거였는데, 안톤 니가 계속 가방에 집착하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바람에 시간이 한참 지나가버렸잖아!]


[A 나 가방에 집착까진 안했어. 가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구. 그냥 궁금한 게 많아서..]


[N 그 호기심도 집착이야, 안톤! 야, 이 이상한 마법 가방 이야긴 이제 제발 그만 하자, 응?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가자!]


[B 시간이 몇시지? 지금? 설마, 아침 식사시간 다 지나간 건 아니겠지?}


[A 아닐거야. 아침 식사시간이 9시까지나 되거든.]


그 말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내방 화장대 앞에 놓인 탁상시계를 바라보았다. 9시..2분! 아! 안톤 이 자식아! 쓸데없는 가방이야기 한참 하다가 아침식사 놓쳐버렸잖아! 나도 배가 고파서 짜증이 났지만, 티를 내면 안톤이 너무 미안해할 것 같아서 화를 내진 않았다. 보리스와 에르제는 애초에 아침밥을 잘 안먹는 데다가 식탐이 없는 애들이다보니 그럼 점심때 잔뜩 먹지, 뭐! 라는 생각에 무난히 넘어갔다. 하지만.. 이 식충이가 넘어갈 리가.. 그럴 리가 없잖아?


[A 헉.. 미안해! 애들아! 어떻게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갈 수 있지? 너희들이랑 놀다 보니 재밌어서 너무 시간이 너무 잘가!]


[N 으이구.. 으이구! 내 이럴 줄 알았어! 왠지 모르게 불안하더라니! 점심밥이나 잔뜩 먹어야겠다!]


[B 그래, 쉬고 있다가 점심밥이나 먹자.]


[V 아! 나 아침밥 일부러 안먹고 왔는데! 아! 배고파 현기증 날 것 같애! 나 아침부터 운동해서 힘 없단 말이야!]


[B 아침 좀 못먹는다고 죽냐? 임마? 좀 참아! 점심 먹기 전에 자면 되지!]


[V 아.. 운동을 안했으면 몰라, 운동해서 진짜 배가 고파서 내장이 쪼그라들것 같애!]


[N 참.. 그러게 내가 넌 여관에서 혼자 좀 먹고 나오랬잖아!]


[V 아니.. 혼자 먹으면 심심하잖아.. 아.. 힘없어!]


[A 정말 미안, 빅토르.. 점심시간은 11시니까 좀 빠른 편이거든? 조금만 참으면 돼.]


[V 아.. 그래? 11시면 버틸 것 같다. 아.. 좀 자야겠어. 나 너무 힘이 없어..]


[N 자긴 무슨! 짐 정리 안할 거야? 나 혼자 이 짐을 다 정리하라고?]


[V 아.. 내 짐은 하나밖에 없어, 나틸리. 그리고 밥 먹고 해도 되잖아!]


[N 됐어! 점심 먹기 전에 일하고 먹으면 꿀맛이니까 빨리 짐정리나 도와! 짐이 산더미인 거 니 눈에도 보이잖아!]


[V 아.. 여기 중에 내 짐은 딱 한개밖에 안되는데.. 억울해! 정말!]


[B 하하하! 야, 빅토르, 고생해라? 안톤. 우리도 방 정리 하러 가자.]


[A 으, 응! 알겠어!]


그렇게 빅토르는 6개의 짐을 나와 함께 열심히 열어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 혼자 5개라 짐이 많아 보이긴 하겠지만.. 내 개인적 짐은 2개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3개는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함께 쓰는 물건들이었다. 그래서 자기들은 짐이 적다고 자기들 물건만 정리하려던 두 친구들을 억지로 데려와서 같이 짐 정리를 돕게 했다. 에르제는? 어우.. 힘도 나보다 약한데다가 차갑고 무서운 여자애한테 짐 정리하자고 말을 하기가.. 나도 좀 무섭더라구! 어휴.. 저 언니랑 어떻게 친해져야 될까? 설마 피아체 가서도 지금과 별 다른 게 없지 않을까? 그게 난 너무나 걱정이 된다.


***


그렇게 짐을 열심히 정리한 후, 우리들은 탁상시계의 긴 바늘이 0을 가리키기 2분 전인 10시 58분에 급식소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휴! 사람이 한명도 없군. 하긴.. 수업시간이 12시까지인데 이렇게나 일찍 급식소로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급식소 문을 열자마자 생전 처음보는 덩치가 산만한 남녀 4사람이 허겁지겁 들어와 거지가 무료급식소 밥 퍼담는 것처럼 잔뜩 음식을 퍼기 시작하자, 급식소 아주머니들이 우리들을 상당히 수상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 저기요, 여러분들.]


[B 네.. 네? 왜요?]


[? 여러분들, 이 학교 학생들 맞아요?]


[V 아니요?]


[N 말을 그렇 하면 어떡해! 빅토르! 아.. 저희들이 학생은 아닌데요.. 그게.. 어떻게 말해야 되지?]


[A 아! 어머님, 안녕하세요?]


[? 아, 안톤이구나? 안녕?]


[A 어머님, 얘네들은 제 중학교 친구들인데요, 학교에서 특별히 허락을 맡게 되서, 몇개월동안 이 학교에서 지내게 됐어요. 급식소 이용 허락도 이미 교장 선생님께 맡아서 급식비도 냈대요.]


[? 아아.. 니 친구들이구나? 아.. 그렇구나? 오해해서 미안해요, 젊은이들?]


덩치가 우락부락하고(V) 무섭게 생겼거나(B) 공부보단 운동을 훨씬 좋아할 것 처럼 생긴(나) 우리들 모두 여리여리하고 지적인 안톤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친구처럼 보였을 것이다. 뭐 어쨌든, 안톤이 눈치있게 곧바로 정리를 해준 덕분에 우리들은 별 문제 없이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학교 신분증이 있어야 급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우리들 모습도 모습이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들의 정체를 물어본 것 같았다. 안톤이 같이 오지 않았으면 아마 점심을 먹지 못해서 빅토르가 제발 밥을 먹게 해달라고 급식소 아주머니들에게 빌어야 했을 것이다.


어쨌든, 아침을 걸러서 그런지 빅토르는 세사람은 충분히 먹을 크기로 음식들을 퍼담았다. 평소에 적게 먹는 보리스도 꽤나 많이 퍼담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많이 퍼담진 못했는데, 왜냐면 생각보다는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면.. 주 요리라고 볼 수 있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갈색의 스튜가 정말 괴상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게 색깔이며 냄새가 마치.. 똥같은 느낌을 줘서 더더욱 많이 담을 수가 없었다. 이건 뭐야? 도대체? 비주얼은 정말 똥같긴 했지만, 냄새는 그렇게까지 똥같진 않았다. 하지만 정말 특이한 냄새였고,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라 경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후에 난, 이 스튜가 카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고보니 친구들은 고등학교때 몇번 나온 적이 있어서 거부감없이 잘 먹는 것이었는데.. 이걸 보면서 난 내가 생각보다 아는 게 참 많이 부족하구나.. 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나름 음식에 대해서는 지식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완전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나.. 이번에 여행하면서 특이하고 색다른 음식들을 가리지 않고 다 먹어봐야지.. 여관 운영할때 특식으로 외국 음식 내놓으면 손님들이 많이 좋아할거야.


[V 와 여기 급식 되게 맛있다! 우리 학교 급식으로 나오던 풀맛만 나는 싱거웠던 카레보다 10배는 더 맛있고 향기롭다!]


[A 하하하! 빅토르, 내가 맨날 말했었잖아.. 우리 학교 밥 되게 잘 준다구. 이것뿐만이 아니라, 이주일에 한번씩은 특식으로 스테이크도 나오고 치킨도 나온다?]


[V 와.. 진짜? 여기 기숙사 오길 진짜 잘했어! 안톤, 너무 고마워! 나 이 학교 진짜 마음에 들어!]


[A 고맙긴. 난 별로 한것도 없는걸. 그래도 기뻐하는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 헤헤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총경님을 왜 진작에 안 만나러 간 거야? 나틸리? 아아.. 총경님 건물에 살면 총경님이 맨날 맛있는 고기 사줬을텐데!> 라고 투정부리던 빅토르 블란코프 군은 어디로 사라져버린걸까? 뭐, 어쨌든 식사가 매일마다 아주 잘 나오는 점은 참 다행이었다. 이 먹성 좋은 내 친구도 그렇지만 우리들도 훈련하고 사도랑 싸우려면 영양공급이 잘 되거든! 몇달간 편하고 쉽게 좋은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보리스는 빅토르 못지않게 음식들을 잘 먹으면서도 뭐가 불만인지 투덜대기 시작했다.


[B 국가의 귀한 인재들을 모아놓은 장소라 그런지 밥 진짜 잘나오긴 하네! 귀족 학교처럼 나오네! 귀족학교처럼!]


[N 그러게.. 귀족 학교가 부럽지 않게 잘나오네? 정말? 와.. 이 카레 진짜 맛있어!]


[B 이렇게 음식이 잘 나오는데, 여긴 학비, 급식비, 기숙사비 모두 무료잖아! 참.. 더럽게 불공평하지 않아? 나틸리? 고등학교때 식비 제값주고 먹은 우리들은 공부 좀 못한다고 공짜로 먹지도 못하는데 비린내나는 명태튀김에 똥맛나는 카레나오고 그랬는데! 어릴때부터 아주 차별이 만연한 세상이야! 젠장!]


[V 하하하! 보리스, 우리 고등학교 카레도 맛이 좀 싱거웠을 뿐이지 똥맛정도는 아니었어. 다른 요리랑 같이 먹으면 나름 먹을 만 했는데? 난?]


[B 이런 카레에 비하면 똥맛 맞지! 뭐!]


[N 야 똥먹는데 카레이야기 할래? 닥치고 밥이나 먹어! 어우, 식사 매너 같은 거 몰라?]


[A 나틸리, 반대로 말했어.]


[N 카레 먹는데 똥이야기 하지 좀 마! 밥맛 떨어지게!]


[E 휴.. 여러분.. 친구들끼리 편하게 대화하며 식사하는 건 좋은데요.. 제발 더러운 이야기는 안하면 안될까요?]


[N 아, 미안해요, 에르제.. 에이씨, 다 너희들 때문이잖아!]


[V 그래! 보리스! 왜 똥 이야기를 하고 그래!]


[B 나보다 너희 둘이 더 많이 이야기했어! 왜 나한테만 그래!]


에르제가 또다시 한숨을 내쉬는 바람에, 우리들은 눈치를 보며 조용히 먹기 시작했다. 안톤은 뭐가 그리 웃긴지 계속 쿡쿡 웃으며 밥을 먹고 있었다. 참.. 어쩜 이렇게 성격들이 하나같이 다를까! 몇달간 같이 지내면 재밌긴 할 것 같았다. 아, 에르제는 빼고! 친구들끼리 좀 저런 이야기 할 수도 있지, 왜 저렇게 눈치를 줘! 저런 걸 보면 같이 방 안쓴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단 말이야? 같이 썼으면 계속 저렇게 나한테 눈치 줬을 거 아니야! 빅토르는 나한테 눈치 한번은 커녕 화 한번 내지 않는데! 빅토르랑 같이 방을 쓰게 된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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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17: 010601 영혼 결합 NEW 11시간 전 0 0 18쪽
117 1-116: 010601 건물 내부와 이상한 가루 NEW 11시간 전 0 0 19쪽
116 1-115: 010601 휴식 NEW 21시간 전 2 0 21쪽
115 1-114: 010601 사도와의 전투 B 24.09.09 6 0 31쪽
114 1-113: 010601 사도와의 전투 A 24.09.09 5 0 30쪽
113 1-112: 010601 다시 이공간으로 24.09.07 7 0 15쪽
112 1-111: 010601 알리치 집 24.09.07 4 0 23쪽
111 1-110: 010601 석궁 시험/교장실 24.09.05 6 0 31쪽
110 1-109: 010601 석궁 소동 24.09.04 6 0 24쪽
109 1-108: 010601 안톤의 데모 24.09.04 7 0 28쪽
108 1-107: 010601 알리치 집들이 2 24.09.01 8 0 31쪽
107 1-106: 010601 알리치 집들이 24.08.28 6 0 27쪽
» 1-105: 010601 새 기숙사와 급식 24.08.28 8 0 29쪽
105 1-104: 010530 네스터 모드니노프 24.08.28 7 0 16쪽
104 1-103: 010529 사도와의 전투 24.08.22 7 0 26쪽
103 1-102: 010529 하수구 던전 B 24.08.22 8 0 22쪽
102 1-101: 010529 하수구 던전 A 24.08.22 7 0 21쪽
101 1-100: 010529 모드니노프 가 24.08.21 8 0 25쪽
100 1-099: 010528 총경님과 만남 B 24.08.20 9 0 34쪽
99 1-098: 010528 총경님과 만남 A 24.08.20 7 0 24쪽
98 1-097: 010528 격려 24.08.13 10 0 26쪽
97 1-096: 010528 교장 선생님과 협상 24.08.13 8 0 21쪽
96 1-095: 010527 안톤의 억지 24.08.09 7 0 20쪽
95 1-094: 010527 방 배정 24.08.09 8 0 20쪽
94 1-093: 010526 종결 24.08.09 7 0 27쪽
93 1-092: 010525 사도의 기억 3 24.08.06 10 0 21쪽
92 1-091: 010525 사도의 기억 2 24.07.27 8 0 21쪽
91 1-090: 010525 사도의 기억 1 24.07.27 8 0 20쪽
90 1-089: 010525 엉망진창 추격전 24.07.17 11 0 18쪽
89 1-088: 010525 사도와의 전투 24.07.17 6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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