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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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츠
작품등록일 :
2023.09.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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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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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3: 010526 종결

DUMMY

[V 레빈, 너 괜찮아?]


[R 네, 괜찮아요, 형.. 근데.. 여긴 어디죠? 도대체?]


[B 뭐, 어차피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다 기억이 나게 되겠지만, 말해주자면, 너 여기서 폭탄 던지며 놀고 있었어.]


[R 네? 제가 폭탄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구요?]


뜬금없이 폭탄가지고 놀고 있었다는 말을 하니 레빈이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아무 맥락없이 그렇게만 말하면 어떡해!


[N 보리스, 말을 그렇게 이상하게 하면 어떡해?]


[B 뭐, 틀린 말도 아니잖아! 여기서 살아 움직이는 폭탄들과 몇년동안 놀고 있었던 건 100퍼센트 사실이잖아!]


[R 몇년동안이라뇨? 말도 안되요! 자고 일어났는데 어떻게 몇년이..]


아무래도 사건 당일의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기억이 나면 저렇게 얼굴이 자다 깨서 어벙벙한 얼굴이 아닐 거 아니야?


[N 아! 그러고보니, 언제 포탈로 들어갔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었네? 레빈, 너 언제 포탈로 들어간 거니?]


[R 중학교 3학년 10월 21일에 들어갔어요.]


[N 아니.. 그렇게 말고! 중학교 3학년 2학기 말에 들어간 거야 우리들도 너무 잘 알지! 몇년도에 들어갔냐구.]


[B 방금 일어난 애한테 너무 보채지 마.. 무서워 하는 거 안보이냐?]


[N 아, 미안.. 레빈.. 너무 궁금해 가지구.. 음.. 중학교 3학년이잖아, 너.]


[R 네, 중학교 3학년이에요.]


[N 지금이 몇년도지? 내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말이야..]


지금 년도로 물어보면, 사건이 일어났던 때의 년도를 말해주겠지? 나름 머리를 써서 물어본 것이었다. 그리고.. 난 레빈의 말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R 아아.. 지금 년도 말하시는 거죠? 3195년이잖아요! 지금!]


맙소사! 지금이 3201년이니까.. 6년전의 사건이구나! 와.. 그러면 우리보다 2년 나이가 많은 거잖아? 친구들 역시 깜짝 놀라며 자기보다 2살 형인 중학교 3학년짜리를 귀신바라보듯 바라보았다.


[V 뭐? 5년전에 들어간 거야? 그럼?]


[B 아니야! 지금 년도 3195년이잖아! 임마! 5년이 아니라 6년 전이야!]


[V 맙소사.. 그럼 우리들보다 2년이나 형이잖아?]


[N 6년 전이라니.. 맙소사! 신기록이네? 지금까지 가장 오래전이었던 게 (샤노브 가족의) 4년 전이었는데!]


우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겠는지 레빈은 눈을 깜박깜박 뜨며 미친 사람 보듯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V 어.. 혀, 형님..]


[R 네? 형들! 제가 왜 형이에요? 저보다 훨씬 키도 크고 늠름해 보이시는데! 어우.. 부담스럽게 그러지 마세요!]


[B 형님.. 저희들요, 3195년때 중학교 1학년이었어요! 형님처럼 3학년이 아니라!]


[R 그래요? 그럼.. 6년이 지났다는 말은.. 지금이 정말.. 3201년이라는 거에요? 형님, 누나들?]


[B 참.. 형님, 누나들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2년이나 동생이니까 편하게 말해요! 형님!]


[N 네, 오빠.. 오빠보다 덩치가 훨씬 산만하고 뼈대도 굵고, 지금 민증 나온지 몇달 된 성인이긴 하지만 오빠보다 동생들이에요, 저희들..]


[R 마.. 맙소사.. 어떻게 6년이란 세월이 지나갈 수가..]


[N 기억이 어디까지가 끝인 거에요?]


에이.. 괜히 물어봤다. 묻자마자 레빈의 안색이 순식간에 검은색이 되었다.


[R ..삶이 힘들어 자살하려다가, 도저히 용기가 안나서 그냥 잤어요. 그런데.. 깨어나자마자 보고 있는게 형과 누나들이에요.. 어떻게 된 거죠? 저?]


[B 아아.. 당일 날 기억은 전혀 안나나보네? 바로 기억이 나면 되게 충격적일테니까 뭐.. 다행이네! 에잇, 젠장. 우리들은 이 형 때문에 그렇게 싸워놓고도 밥이 별로 안땡길정도로 눈 테러를 오지게 당했는데! 좀 억울한데?]


[N 휴.. 당장은 기억이 안난다니까 좀 다행이네요.. 뭐 천천히 기억은 나시겠지만..]


나 역시, 보리스처럼 고추가 터지는 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려서 죽을 맛이었다. 정말.. 오늘은 고기요리는 안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새우 샌드위치나 한 개 사먹고 말아야지..


[N 그나저나, 6년 전이면 꽤 오래전이잖아?]


[V 그러게? 6년전이면 지금 세상과 꽤 많이 다를 텐데..]


[N 그러면, 몇년 전에 발명된 전화기도 모르실 테고, 놀이공원, 라디오, 비행기 같은 것도 하나도 모르시겠네요?]


[R 전화기요? 전보는 아는데.. 그게 뭐에요?]


[B 아주 먼 거리에서 사는 친구의 목소리를 기계 하나로 들을 수 있는 거에요. ○나 비싸서 우리들도 몇번 해보진 못했지만, 되게 신기하더라구요. 그거.. 와.. 전화기를 모르시네? 하하하! 밖에 나가면 아주 재밌어 하시겠는데?]


[N 하하하하! 그러게! 밖에 나가면 신기한 것 투성이시겠는데요? 한동안 아주 재밌게 지낼 수 있으시겠어요?]


우리들의 말에도 어리둥절해하던 레빈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우리들에게 다급한 표정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설마.. 그날의 일이 기억이 난 거야?


[R 아까전에 한 말.. 제가 잘못 들은 거에요?]


[B 어우.. 갑자기 왜 얼굴이 똥마려운 얼굴인 거에요? 형? 설마.. 기억이.. ]


[R 비행기가 뭐에요? 여러분? 설마.. 하늘을 날 수 있는 동력 기계 말하는 거에요?]


[B 에이.. 아니었잖아?]


[N 네! 2년전에 마이더리스에서 개발됐다구 하더라구요. 우리나라도 기술을 좀 훔쳐왔는지 지금 만들고 있는 중이구요. 근데 왜요?]


R 와! 기대된다! 6년 전에도 비행기가 만들어지고 있단 소식을 들었거든요! 성인이 되면 꼭 비행기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 게 꿈이었거든요! 너무 기대된다!]


휴.. 참 다행이었다. 일어나서 비행기 이야기를 하자마자 어린 아이처럼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기대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성격이 나쁘게 변한 것 같진 않았다.


[N 그래요.. 이제 다시 현실로 나가게 되면, 중학교 3학년때의 그 나쁜 기억들은 싹 다 잊고 성인이 되서 가족들이랑 여행도 하며 멋진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참.. 저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구해준 보람이 있다니까? 그렇지? 애들아?]


[B 그래요, 형. 인생에 아무짝에도 쓸모도 없는 그 돼지랑 고릴라 교배종같은 새끼는 기억의 저편으로 날려버리시고, 이제부터 재밌고 열심히 인생을 사세요, 아셨죠?]


보리스가 그 말을 하자마자, 드디어 그 고릴라에 대한 기억과 마지막 날에 대한 기억이 났는지 급격하게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R 어.. 엄마! 나.. 이제야 기억이 나요! 저.. 사람을 죽인 거 맞죠? 히예르라는 동급생을 제가 죽인 거에요! 어떡해요? 저?]


휴.. 그 장면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거나 통쾌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라.. 두려워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 오빠.. 이 사건으로 영혼에 영구적으로 악마가 들어가지 않은 게 분명했다. 저러면 바깥세상에 나와도 문제없이 잘 살 것 같았다.


[N 레빈, 오빠께서 직접 죽이신 게 아니잖아요. 그저 바랬을 뿐이잖아요? 바란 것 정도야.. 뭐.. 그 상황에선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요, 뭘.. 그리구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아이를 죽인 건 오빠가 아니라 그 악한 조각상이에요. 그러니 약간의 죄책감은 가져도 되겠지만 크게 가질 필요는 없어요.]


[B 네, 살면서 그딴 인간쓰레기같은 놈들 찢어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형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느끼는 생각이에요. 아무리 착한 사제님이라도 그딴 인간쓰레기는 용서하지 못하실 걸요? 그저 생각만 한것 가지고 뭘.. 아무 상관 없어요, 형..]


[V 형님.. 앞으로 아무리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무기로 누굴 죽이지 않으실 거죠?]


[B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임마! 저 형이 그럴 사람처럼 보여?]


[V 한번 사람을 죽인 사람은.. 그 다음에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으니까 물어보는 거야. 형, 아무리 화나더라도, 절대 죽이진 않을 거죠? 참고 그냥 경찰서에 신고할 거죠?]


참.. 엉뚱하다니까. 그러면서도, 틀린 말은 아니라서 레빈의 다음 답을 기다렸다.


[R 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어요. 아니, 애초에 그 조각상이 아니었다면, 전 절대 그 아이를 죽이지 못했을 거에요. 맹세할 수 있어요.]


[N 다행이네! 그러면 됐어요, 오빠. 이제 저희들이 되도록 빨리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내 드릴게요. 저희들이 오빠가 수십개나 던진 폭탄에 온몸이 터뜨려지는데도 다 참아가며 간신히 구한 거니까, 그 구한 노력에 걸맞게 앞으로 쭉 행복하게 사셔야 되요, 아셨죠?]


[R 네.. 고마워요.. 언니!]


그렇게 말하며 레빈이 나의 품에 안겼다. 참.. 나보다 2살 많은데, 외모는 6년 전 중학생때 그대로인 레빈을 안는 게 뭔가 기분이 기묘했다. 얘를 오빠라고 생각해야되.. 동생으로 생각해야돼? 뭐.. 오빠라고 생각하면 좀 징그러워서 동생으로 생각하기로 했고, 딱한 마음에 머리도 좀 쓰다듬어 주었다.


[V 음.. 형, 나틸리가 좀 좋으신가봐요?]


[B 어우.. 가슴에 얼굴을 아주 푹 파묻고 계신데?]


[R 아, 미안해요! 누나!]


[N 누나라고 좀 하지 말아주시면 안될까요? 오빠? 저 오빠보다 2살이나 어리거든요?]


[R 어, 동생.. 알겠어요.]


[V 아.. 여자애들처럼 너무 여리여리하세요! 형! 아무리 공부만 한다고 해도, 운동도 좀 하시는 게 어떨까요?]


[B 그래요, 형. 고등학교때도 그 고릴라만큼 또라이는 없겠지만, 그래도 또 누가 건들수도 있잖아요. 좀 운동좀 해봐요, 형.. 내 친구(안톤)보다 어째 더 말라보이냐?]


[N 중학교 3학년 내내 마음고생을 해서 이런 거겠지! 그렇다 해도, 오빠.. 고등학교 올라가면 우리들처럼 운동좀 열심히 해서 덩치를 좀 키워봐요. 알겠죠?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잖아요.]


[B 형. 쟤좀 봐봐요. 저런 덩치니까요.. 살면서 아무도 건드리는 사람이 없잖아요.]


[R 형.. 진짜 몸 멋져요! 형처럼 몸이 이렇게 근육질로 튼튼해지려면 어떤 운동부에 들어가야 될까요?]


[V 어.. 형.. 이건 운동부가 아니라, 우리 아빠가 만들어준 몸이라서.. 어떤 운동부를 추천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B 에이.. 뭐, 레슬링이나 그런 힘좀 쓰는 아무 운동부에 들어가봐요, 형.]


[V 복싱부는 어때요? 형? 저 고등학교때 잠시 복싱부였는데..]


[N 오우.. 이 오빠 몸에 복싱부 들어가면 골병들 것 같은데? 복싱부말고, 좀 더 안전해 보이는 운동부 들어가 보세요, 오빠. 알겠죠?]


[R 아.. 근데.. 생각해 보니까, 저 중학교 3학년도 졸업 못한 거죠? 중학교 3학년 마치지도 못하고 6년이나 지난 거니까요..]


아아.. 맞아. 중학교 3학년을 졸업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실종이 된 거니까.. 졸업을 못했구나? 그러고 보니까. 이 오빠.. 다른 친구들은 대학교 다닐 때에, 자기만 혼자 중학교 3학년을 다시 보내야 되겠네? 그럼? 뭐.. 어쨌든간에, 지금이나마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온 게 어디야? 비록 23살에 중학교 3학년을 2번이나 보내게 되긴 하겠지만, 그 거지같은 3학년 대신 훨씬 재밌고 알찬 3학년을 다시 보낼 수 있게 될테니 나쁘지 않은 게 아닐까?


[V 가족들은.. 근데, 잘 있으실까?]


[B 재수없는 소리 하지마, 임마. 뭐.. 잘 살고 계시겠지!]


[E 6년이란 시간이 결코 짧다고 볼 순 없는 거니까요..]


[R 다들.. 살아 계시겠죠? 설마?]


6년이면 에르제 말처럼 짧기는 커녕 너무 긴 시간이긴 했다. 어머니랑 쌍둥이 동생은 그렇다 쳐도, 조부모님은.. 난 제발 조부모님이 살아계신 채로 레빈과 만날 수 있길 신께 기도하며,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긍정적으로 말했다.


[N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구요. 요즘 마법과 과학이 엄청 발전해서, 어지간하면 70살은 기본으로 사는 시대잖아요? 분명 지금까지 살아계실 거에요. 아! 오빠, 집 주소 기억하고 계세요?]


[R ..아니요. 주소가 잘 기억이 안나요.]


[E 어쩔 수 없죠. 일단 여관에서 재운 다음, 알리치 오빠한테 데려가죠.]


[B 하긴.. 우리보단 경찰이 집을 잘 찾아주겠지!]


[R 겨, 경찰이라구요? 절 경찰소로 데려가시는 거에요?]


[N 하하하! 설마 히예르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걱정 마요, 오빠.. 오빠가 죽였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처벌을 하겠어요. 그냥 간단한 조사 후 바로 집으로 돌려보낼 거에요.]


[R 진짜요?]


[N 그럼요!]


사도들도 엄연한 피해자인데, 이들을 처벌해주지 말아달라고 말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총경님이 자기 손으로 죽인 게 아니라 증거도 전혀 없는데다가, 함부로 처벌하기 위해 법정에 올려놓게 되면 이 일에 외부에 드러나게 되서 우리들까지 위험해질 거라고 말했던 게 기억났다. 총경님은 거짓말을 하는 분이 아니신 것 같으니, 사람을 물어뜯은 죄 빼곤 어떤 처벌도 당하지 않은 샤노브처럼 레빈도 별 문제없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 주변인들 중에 경찰이 한명 있는게 참 도움이 많이 되긴 하네? 오우.. 총경님이 오빨 잘 데려오긴 했네? 그래서 일단 오늘은 여관에서 재우고, 내일 알리치 오빠한테 데려가기로 했다. 또 우리들 때문에 알리치 오빠가 고생하겠구나.. 되게 미안하네?


[N 자.. 이제 다들 나가자.]


[B 에이, 젠장! 또 그 찌릉내를 40분간 맡아가며 돌아가야 돼? 제기랄! 온몸이 아파 죽겠는데, 냄새까지 그 ○같은 걸 맡아가며 가라는 거야?]


[V 으으.. 애들아, 나도 지금 몸상태론 하수구 냄새 버티질 못할 것 같은데, 그냥 근처에 있는 아무 하수도 뚜껑 열고 나가면 안될까?]


[N 그럼 들키잖아! 임마! 나도 그러고 싶어서 한참 하수구 길을 돌아서 가는 줄 아니? 저번처럼 또 경찰한테 들키라구?]


[V 음.. 저번처럼 총경님이 알아서 잘 처리해 주시지 않을까?]


나도 하수구 똥냄새를 또 40분간 맡고 싶지 않아서, 평소라면 절대 안 그랬을 텐데 오늘만큼은 빅토르의 제안에 응해버렸다.


[N 에이, 몰라! 그러자! 그럼!]


[B 그래! 게다가, 지금 나가면 아마 밤이나 새벽이라 운좋으면 들킬 일 없을 걸? 게다가, 저 형.. 딱 봐도 비위가 좋지 않아 보이는데 40분간 하수구 똥내 맡으며 걸어갈 수 있겠어? 형, 비위 별로 안좋죠? 똥냄새 40분간 참을 비위가 안되죠?]


[R 아니에요.. 여러분. 저 충분히 참을 수 있어요.]


[B 참을 수 있긴요.. 맡기 시작하자마자 헛구역질을 할 게 분명해 보이구만, 뭘..]


[E 일단 포탈을 타죠. 타고 나서, 레빈의 상태를 보고 안되겠다 싶으면 근처의 뚜껑을 열고 올라가도록 하죠.]


[N 네, 그럴게요. 자, 오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도록 해요? 자그마치 6년만의 현실세계니까? 참.. 현실세계로 나가서 보여주는 게 하수구라니 좀 미안해지긴 하지만..]


나는 빙긋 웃으며 포탈을 열었다. 아.. 포탈을 타고, 곧바로 이 오빠에게 과학적으로 멋지게 변한 모스토크의 전경을 보여주고 싶은데, 똥내나는 하수구 길만 40분동안 보여줘야 되다니.. 난 괜히 저 오빠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


[B 참.. 그럴 줄 알았어요, 형. 이 꾸릉내가 상상을 초월하죠?]


[V 하하하! 빈 속이라 다행히 헛구역질만 해서 다행이네요, 형.]


아니나 다를까.. 파이프 관 철문을 열고 하수도 냄새를 맡자마자 이 오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참을 만 하다더니, 어쩜 나오자마자 저러냐? 6년동안 사도여서 빈속이라 토해내고 싶어도 토해낼 게 없어서 토를 하지 않은 거지, 뭐라도 먹었으면 당연히 당장 모든 물건들을 다 게워냈을 것이다.


[E 나틸리, 가까운 뚜껑을 열고 나가야겠어요. 레빈의 상태를 보니 아무래도 안 되겠네요.]


[N 그래요.. 나도 이 똥내 도저히 계속 맡고 싶지 않아요.. 어윽.. 진짜! 보자보자..]


[B 빨리 찾아봐! 임마! 어윽! ○같네! 진짜!]


[N 보채지 마! 에르제, 빛 좀 더 키워봐요.. 음.. 뚜껑을 열고 들어갈 데가.. 어디있을까.. 어? 안톤 학교 안에도 하수구 뚜껑이 두개나 있네?]


[V 어? 그러면, 일단 밤이니까 안톤 기숙사에서 몰래 잠시 쉬다가 알리치 형 한테 갈까?]


[B 에휴.. 그럴까? 어차피 자전거도 탈 수 없어서 다른 하수구 뚜껑 따고 나가도 한참 걸어서 가야 되잖아. 힘들어 죽겠는데 또 한참 걷기 싫어. 그냥 아침까지 기숙사에 쉬고 있다가 아침에 자전거 태워서 알리치 형 한테 보내자.]


[N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야. 아으, 이 똥내를 맡고 있는데도 배가 고프네? 안톤한테 돌아가서 간식이나 얻어먹자!]


[V 헤헤, 좋은 생각이야, 나틸리.]


친구들 뿐만 아니라 나도 너무 지치고 귀찮아서, 그냥 가까이에 있는 과학고 근처 하수구 뚜껑을 열기로 했다. 5분동안 빨리 걸어서 안톤 기숙사 근처 뚜껑으로 추정되는 뚜껑을 열었다. 와.. 알리치 오빠, 너무 고마워, 진짜! 하수구 지도가 정말 큰 도움이 되네? 뚜껑을 여니 학교 뒤편 급식소 근처의 뚜껑이었다. 우리들은 한명씩 올라온 다음, 하수구 뚜껑을 다시 닫고는 슬그머니 안톤의 기숙사로 걸어갔다.


벌써 밤 10시였다. 아아.. 교장 선생님이, 밤 8시 이후엔 절대 여기에 있지 말랬는데! 뭐.. 안 들키면 되니까! 설마, 이런 늦은 밤에 교장 선생님을 만나기라도 하.. 이런 젠장! 진짜!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도대체!


에르제의 마법봉의 빛을 통해, 저편에서 정면으로 우리들에게 걸어오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퇴근 안하세요? 도대체? 왜 아직까지 학교에 있으시는 건데.. 아, 맞다. 여긴 고등학교지? 중학교가 아니라! 고등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을 하니 당연히 교직원 일부가 학교에 남아있다는 걸, 뒤늦게나마 깨달은 나는 멍청하게 고등학교로 올라올 생각을 한 내 결정을 크게 후회했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Bl 너희들, 저녁 이후로는 절대 학교에 들어오지 말랬지? 응? 내 말을 개똥으로 듣는건가? 응? 말게 보게! 빨리!]


[R 어? 선생님!]


[Bl 오오.. 신이시여, 귀신인가? 내가 귀신을 보고 있는 거야? 레빈! 너, 설마.. 레빈인 거냐?]


[Bl 네! 블레턴 선생님! 흑흑흑.. 다시 봐서 정말 반가워요!]


갑자기 대뜸 두 사람이 아는 척을 하더니, 서로 달려가서 감격의 껴안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나 친구들이나 완전히 영혼이 나간 것 같은 표정으로, 그 감격어리면서도 황당한 재회를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Bl 말도 안돼.. 8년전 그 모습 그대로구나! 내가 귀신을 보는 건가? 어떻게 나와 세상은 이렇게 변했는데 너는 8년전 모습 그대로인 거냐!]


[R 멈춘 세상 속에서 6년간을 갇혀 있었으니까요.. 선생님.]


이후에 알고 보니.. 저 교장 선생님, 중학교 1학년때까지 레빈 학교의 담임 선생님이셨다. 다음 해 교감이 되서 다른 학교로 가버리는 바람에 중학교 3학년때 기억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아서 우리도 전혀 몰랐던 것이었다. 참.. 우연도 어쩜 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


저 꼬장꼬장한 교장 선생님이, 그래도 속정은 되게 깊은 사람이긴 한 것 같았다. 휴학한 안톤에게 공짜로 기숙사방을 주고, 레빈도 보자마자 울먹이며 반갑게 껴안는걸 보면.. 휴.. 그나저나 참 다행인걸? 이러면, 교장 선생님이 우릴 봐주시지 않겠어? 영구 출입 금지를 시키진 않으시겠구나..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가 무섭게, 따뜻한 눈빛으로 레빈을 바라보던 교장 선생님이 갑자기 표정을 싹 바꾸시더니 우리들을 먹잇감을 쳐다보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참 나..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계신가 본데요, 저희들은 아끼는 제자를 구해 온 천사들이나 다름 없다구요! 교장 선생님! 게다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구요! 아끼는 제자님한테 하루동일 얼마나 얻어터졌는지 아세요?


[Bl 자네들.. 도대체 왜 이 아이와 함께 있는 건가! 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N 어.. 그게.. 말이죠.. 교장 선생님.. 우연히 밤에 바깥을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이 학생이 저희들한테 다가와서 도움을 구해서 데려온 거에요! 맞지? 보리스?]


[B 으, 응, 맞아! 그랬었지! 완전 거지꼴로 돌아다니고 있길래 도와줄수밖에 없었지, 그럼, 그럼.]


[Bl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나? 이 아이가 6년 전에 갑자기 실종된 데다가, 그 시기에 공교롭게도 이 아이를 잔인하게 괴롭혔다던 한 아이가 참혹하게 살해되었다는 것까지 내가 다 알고 있네. 허튼 수작하지 말고, 사실을 말하게, 친구들.]


아.. 아끼는 제자셨구나.. 그래서 어떤 일로 실종됐는지도 잘 알고 계셨다. 아.. 이걸 어떻게 말해야 돼? 우리들 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던 차에, 레빈이 갑자기 말했다.


[R 선생님.. 이 형과 누나들은 아무 죄가 없어요. 이 분들은 절 구해주신 천사같은 분들이세요. 정말이에요.]


교장 선생님이 레빈의 따뜻한 표정을 잠시 바라본 후, 우리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참 이상하게도, 교장 선생님은 의혹이 산더미 같을 텐데도 우리들에게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


[Bl 내 제자를 도와줘서 참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군.]


[N 음.. 교장 선생님, 이제 레빈이란 이 학생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Bl 가족들에게 돌려보내기 전에 잠시 내 집에서 머무르게 할 생각이다.]


[N 아주 잘됐네요! 저희들처럼 일면식 없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한테서 보살핌 받는 게 훨씬 나을 거에요.]


[Bl 그렇겠지.. 가족들한테 가기 전까지 내가 잘 보살펴 주겠네.]


[N 교장 선생님, 레빈의 가족이 어디 있는지 모르시잖아요, 그렇죠?]


[Bl 그렇긴 하지.]


[N 게다가 갑자기 실종된 지 6년이나 되어서, 경찰 조사도 좀 받아야 되지 않겠어요?]


[Bl 맞는 말이야.]


[N 저희들과 아주 친하고 성격도 좋은 오빠 한명이 경찰이거든요. 이 경찰한테 조사 맡은 다음, 그 경찰이 알려준 주소로 바로 집으로 가게 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가급적이면 빨리 가족들 품에 돌려보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Bl 아무래도 그렇겠지.]


[N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이틀 후에 제가 경찰서로 직접 레빈을 데려갈테니 교장 선생님 집 주소 좀 알려주시겠어요?]


[Bl 개인 정보는 함부로 알려주고 싶지 않군.]


참 나.. 우리들이 주소를 알면 물건이라도 털어갈까봐 그러시는 거에요? 혹시라도 무례하게 방문해서 간식이라도 얻어먹을까봐 그러시는 거에요? 어림도 없지! 불편하기 짝이 없을 꼬장꼬장한 50대 아저씨 집에 놀러 갈 일 절대 없으니까 빨리 주소나 좀 주세요! ..라고 쏘아붙이듯이 말하고 싶었지만 당연히 참아야 했다.


[N 아.. 그러시구나.. 그럼.. 이틀 후 아침에요.. 기숙사 쪽으로 레빈을 데려오시겠어요? 그럼 제가 자전거 태우고 경찰소로 데리고 갈 게요.]


[Bl 좋다. 그러는 편이 낫겠군.]


그렇게 말한 후, 우리들은 교장선생님과 나란히 서 있는 레빈에게 밝게 웃으며 손인사를 한 후, 학교를 나갔다. 어휴.. 새벽부터 경찰과 달리기 대회하고, 경찰서로 불려가고, 1시간 반동안 똥냄새 맡고, 살아움직이는 폭탄때문에 온몸이 너덜너덜 해졌지만, 이렇게 깔끔히 마무리 한 후 집으로 돌아갈때의 이 보람찬 마음이 이 모든 고생을 보상해 주는 것만 같았다. 참.. 대도시는 공기가 안좋아서 별빛이 상대적으로 적게 보인다는데, 오늘은 참 많이 떠 있었다. 그 별빛과 활기찬 모스토크의 광장 주변의 분위기를 감상하며, 난 아주 개운한 마음으로 여관으로 돌아갔다. 모스토크에서의 첫번째 임무, 이렇게 성공!


***


10:36 여관


[A 애들아! 애들아! 완전 희소식이야!]


에휴.. 이게, 진짜! 여관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누워 시체처럼 자고 있는데, 갑자기 아침 10시에 찾아와서는 문 바깥에서 저런 소리를 내고 있었다. 피곤해 죽겠는데! 난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문을 확 연 후, 피로에 찌든 살벌한 표정으로 안톤을 바라봤다.


[N 야.. 왜 이렇게 아침 일찍 온거야, 응?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내일 개고생할거라 하루종일 자야 되서 이틀 후에나 보자고 했잖아.. 응?]


[A 아, 미, 미안.. 근데, 어제 진짜 싸웠어?]


[N 그래! 우리 어제 온몸이 터지도록 싸워서 피곤해 뒤질 것 같애! 응? 야.. 아직 많이 자야되니까 입닫고 가버려! 꺼지라고! 이 자식아아아아!]


[A 미, 미안.. 나틸리. 빨리 말하고 갈게. 아.. 정말.. 교장 선생님이 왜 이렇게 갑자기 생각을 바꾼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


[N 왜.. 교장 선생님이 도대체 뭘 했는데!]


[A 교장 선생님이 아침에 나한테 와서는 1층 방 2개랑 휴게실을 청소해서 내줄 테니, 너희들에게 대신 말해달라고 하셨어. 그래서 지금 온 거야.]


[N 뭐어? 그게 정말이야?]


순식간에 잠이 다 깨고, 자잘한 고통도 싹 사라지게 만드는 말이었다. 왜 밤동안 갑자기 마음을 바꾸신 거래?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들이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라도 하셨나? 아니야.. 그것보단, 레빈이 같이 집안에 있는 동안 우리들에 대해 좋은 말들을 잔뜩 해줬나보다. 아이씨.. 설마, 진실을 다 말한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닐 것이다. 레빈이 똑똑하고 눈치도 충분히 있는 아이, 아니지, 오빠였으니까. 하지만.. 아마 어제 밤에 했던 식으로 은유적으로 우회해서 사실을 잔뜩 말했을 지도 모른다. 은근히 그 오빠.. 은유적으로 말하길 좋아하더라구. 뭐 어쨌든, 그 오빠 덕분에 싸게 쓸 수 있는 방이 갑자기 2개나 생긴 거잖아? 그것도 거의 공짜로? 헤헤헤, 돈 굳었다! 돈 굳었어! 아이, 기분 좋아.


하지만.. 기분 좋은 것과는 별개로 피곤하고 아파 죽을 맛인 건 변함없었으므로, 난 안톤을 쫒아낼 수밖에 없었다. 미안.. 안톤.. 평소엔 내가 얼마나 상냥한 지 잘 아니까, 안톤도 저렇게 날카로운 걸 보니 얼마나 피곤한지 이해가 가는지 곧바로 사라졌다.


[N 으으.. 안톤, 너무 좋은 소식이긴 한데..야, 나 피곤해 눈 돌아간 거 보이지? 응?]


[A 어.. 나틸리, 어제 무슨 고생을 했길래 눈에 그늘이 그렇게 잔뜩 진 거야?]


[N 야.. 몰라! 이 새끼야! 이제 용건 다 말했으면 제발 좀 꺼져! 나 잠 못자 죽게 만들기 싫으면 빨리!]


[A 헤헤헤, 알겠어.. 미안, 나틸리. 잘 자?]


안톤은 내가 짜증내는 모습이 뭐가 그리 웃긴지 킥킥대고는 문을 닫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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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11: 010601 알리치 집 24.09.07 4 0 23쪽
111 1-110: 010601 석궁 시험/교장실 24.09.05 6 0 31쪽
110 1-109: 010601 석궁 소동 24.09.04 6 0 24쪽
109 1-108: 010601 안톤의 데모 24.09.04 7 0 28쪽
108 1-107: 010601 알리치 집들이 2 24.09.01 8 0 31쪽
107 1-106: 010601 알리치 집들이 24.08.28 6 0 27쪽
106 1-105: 010601 새 기숙사와 급식 24.08.28 7 0 29쪽
105 1-104: 010530 네스터 모드니노프 24.08.28 7 0 16쪽
104 1-103: 010529 사도와의 전투 24.08.22 7 0 26쪽
103 1-102: 010529 하수구 던전 B 24.08.22 8 0 22쪽
102 1-101: 010529 하수구 던전 A 24.08.22 7 0 21쪽
101 1-100: 010529 모드니노프 가 24.08.21 8 0 25쪽
100 1-099: 010528 총경님과 만남 B 24.08.20 9 0 34쪽
99 1-098: 010528 총경님과 만남 A 24.08.20 7 0 24쪽
98 1-097: 010528 격려 24.08.13 10 0 26쪽
97 1-096: 010528 교장 선생님과 협상 24.08.13 8 0 21쪽
96 1-095: 010527 안톤의 억지 24.08.09 7 0 20쪽
95 1-094: 010527 방 배정 24.08.09 8 0 20쪽
» 1-093: 010526 종결 24.08.09 7 0 27쪽
93 1-092: 010525 사도의 기억 3 24.08.06 10 0 21쪽
92 1-091: 010525 사도의 기억 2 24.07.27 8 0 21쪽
91 1-090: 010525 사도의 기억 1 24.07.27 8 0 20쪽
90 1-089: 010525 엉망진창 추격전 24.07.17 11 0 18쪽
89 1-088: 010525 사도와의 전투 24.07.17 6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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