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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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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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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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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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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 010525 사도의 기억 3

DUMMY

하지만.. 그렇게 한번 당하자, 그 고릴라는 더욱더 악착같이 레빈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수학여행이 끝난 후, 히예르는 이제 노골적으로 그가 지나갈 때마다 그의 성기를 몇초간 잡은 후 놓아주는 식으로 그를 괴롭혔다. 주변 친구들은, 히예르만 괴롭히게 되면서 자기들은 괴롭히지 않게 되자 다행이라고 여겼는지, 그런 히예르의 행동을 무시했다. 교실안의 느낌이 이렇게까지 차갑고, 서늘하고, 무서울 수가 없었다. 담임선생님을 포함해서, 레빈의 반 모든 학생들이 저 거대한 악마의 하수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되었다. 레빈은 몇개월만에 몇년이 늙은 것 처럼 완전히 샐쭉해지고, 핏기도 없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주변엔 그를 도와주는 사람 한 명이 없었다. 여전히 그는 그 남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더이상 진지하게 공부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2학기 중간 고사 이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성적이 떨어졌냐며 추궁을 당하는 레빈의 모습을 본 나와 친구들은, 어머니한테 차마 슬퍼하는 기색도 보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은 그의 모습을 보며 너무도 마음이 아파왔다.


그리고.. 솔직한 말로 저 아이가 저 남학생을 죽인다 해도 충분히 심적으로 이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 긴 천을 들고, 의자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본 우리들은, 기겁을 하며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의자에 올라가기만 했을 뿐, 차마 천장에 천을 걸진 못한 그는 아래로 내려왔지만, 침대에 앉아 한참을 울고 있었다. 그걸 보는 내 마음도 뭔가 으스러지고 부서져 내리는 것 같았다. 아.. 세상엔 나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짊어진 사람들이 많구나.. 나도 나름 고등학교 1학년때 고통스러운 게 있긴 했지만, 레빈에 비하면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준인 것 같았다.


[V 설마.. 자살을 시도한 거야?]


[E 네, 그랬던 것 같네요.]


[V 아.. 옆에서 바라보기만 하는데도 너무 고통스러운데?]


[B 아직 어리고 예민한 중학교 3학년때, 저런 미치광이 고릴라한테 재수없게 걸려 인생이 아작이 났네, 아작이 났어! 젠장.. 저 고릴라새끼 언제 뒤지는 거야? 설마, 안 뒤지는 건 아니겠지?]


[N 에이.. 마지막 기억속에서 저 동급생만 계속 나오는 걸 보니, 저 아이가 각성의 희생양이 되는 건 분명해. 저 아이가 조만간 죽게 될 거야.]


그래.. 그렇겠지. 저 동급생은 분명히 각성의 재료가 될 게 분명했다. 이건 내 일기장이니까 솔직히 말하자. 저 악마의 영혼을 가진 고릴라 자식은 죽든 말든 나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다만.. 레빈이 자신을 외면하고 상황을 방관하는 담임선생님이나 반 친구들까지 죽이지나 않을까가 너무 염려스러웠다. 저 고릴라만큼은 아니지만 외면하는 반 선생님과 학생들도 얼마나 싫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저 사람들까지 죽인다면.. 그건 완전히 인간으로서의 선을 넘게 되는 것이었다. 제발, 저 고릴라는 죽여도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죽이지 않았으면!


[R 도대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거지? 분명 중학교 2학년때까지만 해도 미래에 대한 꿈을 꾸며 행복한 날들을 보냈는데.. 반년 전이지만.. 겨울방학때까지의 일들이 지금은 꿈만 같아. 이젠 더이상 웃으며 지내지 못할 것 같아.. 정말.. 죽고 싶어!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전 어떻게 해야 돼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레빈이 하는 말들이 나의 마음속에 아픈 가시처럼 박혔다. 그래.. 레빈. 비극이란 건 너무도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와. 너뿐만 아니라 나도 그랬거든. 내 인생에서 가장 재밌고 보람찼던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가네츠크 사립대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했을때, 나 역시 레빈처럼 나의 앞으로 멋진 미래의 레드카펫이 깔려있는 줄만 알았었는데..

지금까지의 사도들 중, 가장 나와 처지가 비슷한 아이였기에 몰입이 가고 공감이 갔다. 레빈 말고도.. 세상에 이렇게 나와 비슷한 과거를 가진 사람이.. 아마 수십, 수백, 수천명은 더 있겠지?


솔직히 말해서.. 저 무고한 아이에게 반년만에 끔찍한 비극을 선사해준 저 히예르란 학생이 조각상에 의해 처형을 당하는 장면을, 나는 점점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일기를 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혹은 친구들아. 내가 사악해 보여? 그렇게 보인다면, 나도 할말은 없다. 난 어쩌면 그렇게까지 선한 사람은 아닌가 보다.


[R 내가 도대체 왜 저 새끼한테 고통을 받아야 하지? 저 악마한테 남은 1학기 내내 고통을 당하라고? 전학을 갈까? 아니야.. 전학을 가기엔 이미 3학년 2학기고.. 너무 늦었어. 이제 남은 방법은 자퇴하는 것 밖엔 없어.. 그리고, 난 중학교 졸업도 하지 못했으니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하겠지. 그리고 내 인생은.. 내 꿈은.. 내 엄마는..]


그 말을 한 후, 갑자기 레빈의 눈빛이 달라졌다. 맹렬한 불길이 그 맑은 눈을 순식간에 물들였다.


[R 난 참지 않을거야. 또 다시 그놈이 나를 괴롭힌다면.. 나도 더이상은 참지 않을거야. 내 인생을 계속 파괴하려 든다면, 나도 저놈의 인생을 파괴시켜 버릴거야!]


[B 으으.. 갑자기 눈빛이 섬뜩해지는데? 뭔가 결말도 레빈의 저 눈빛처럼 엄청 잔인할 것 같애! 애들아, 그렇지 않아?]


[V 응.. 왠지 조각상한테 최대한 잔인하게 죽여달라고 했을 것 같아.]


[N 기억의 빛무리가 이걸로 끝인걸 보니, 이제 마지막 날인 것 같아. 마음의 준비를 하자, 애들아.]


우리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기억의 마지막 날이자, 사도로서 각성한 그날의 기억으로 들어갔다.


자살 시도를 하고 나서 다음날인 것 같았다. 그날 역시 히예르는 아침부터 레빈의 성기를 장난감 잡듯이 가지고 놀았다. 하지만 오늘은 히예르의 반응이 너무나도 달랐다. 영혼없는 눈빛으로 무력하게 그 더러운 손길에 몸을 내주던 그는, 갑자기 어제 밤처럼 눈빛이 날카로워 지더니 역으로 히예르의 그곳을 꽉 잡아 비틀기 시작했다.


[H 으, 으아악!]


[B 하하하! 고릴라랑 돼지랑 교배해서 만들어진 놈처럼 생겨서 그런지 비명을 지를때 돼지랑 고릴라 소리가 동시에 나는데? 하하하하하!]


[N 참.. 저 장면이 뭐가 그렇게 웃겨?]


[B 저런 쓰레기같은 놈한테 한참 당하기만 하다가 드디어 제대로 반격을 하니 통쾌해서 그런다! 아! 내가 속이 다 시원하네! 진작에 저랬어야 했다니까?]


[V 드디어 용기를 냈구나.]


2학기에 들어서서 드디어 처음으로 한, 제대로 된 반항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혹독했다. 히예르는 곧바로 레빈의 뺨을 쎄게 때린 후, 그를 축구공처럼 걷어차버렸다.


[H 이 ○발놈아, 방과후에 창고로 내려와라. 내려오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패죽여버릴거니까 죽기 싫으면 알아서 창고로 내려와야 할 거야.]


[R 좋아, 이 돼지랑 고릴라의 추접스런 교배종 새끼야.]


[H 이 ○발놈이!]


하지만 때마침, 쉬는 시간이 끝남을 알리는 종이 쳤고, 곧이어 선생님이 들어왔다. 레빈, 히예르 두 사람 다 분노와 증오로 얼굴이 벌개진 상태로 저마다의 자리에 앉았다. 방과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게 분명해 보였다.


[N 방과후에 사건이 일어난 모양이네.]


[E 그런 것 같네요.]


[N 야, 근데 보리스.. 예지능력이라도 있어?]


[V 그래! 보리스, 어떻게 예상한 거야? 니가 말한 그대로 레빈이 말하는데?]


[B 하하하하하! 야, 딱 봐도 저놈이 그렇게 생겼잖아. 저 고릴라같은 덩치부터 100킬로는 넘어보이는 덩치까지 참 외모부터 혐오 그 자체인 놈이다! 어우.. 빨리 뒈지는 꼴을 좀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보리스의 소망대로, 이제 정말 마지막 장면에 다다랗다. 빠르게 장면이 전환되더니 어느새 우리들은 아무도 없고 운동기구들이 쌓여있는 방 안에 레빈과 히예르가 서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V 운동부 창고구나, 여기.]


[H 하하하! 이 또라이같은 새끼가, 갑자기 나한테 반항하는 거냐?]


[R 그래, 반항하는 거야! 이 개새끼야!]


[H 지금까지 조용히 있다가, 왜 갑자기 반항하는 거야? 내 손길을 한동안 받아들인 걸 보면, 너도 슬슬 날 좋아하던 게 아니었어?]


[R 미쳤어? 난 학기초부터 늘 너를 뿌리깊이 증오해 왔고, 죽여버리고 싶었어. 그저 가족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 참고 있었을 뿐이야. 하지만, 이젠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더이상 참고 지내기엔.. 이젠 버틸만큼 버텼다구. 너때문에 내 인생이 더이상 파괴되는 걸 참을 수가 없어! 널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이 개새끼야!]


그렇게 말한 후, 레빈은 몰래 숨겨두었던 작은 칼을 꺼냈다. 하지만.. 하지만 레빈은 차마 그 칼을 휘두르지 못했다. 떨리는 손끝에서.. 막상 결심을 했지만, 차마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착하면서도 나약한 레빈의 마음이 나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N 휴.. 다행이야. 다행히.. 다행히 선을 넘진 않았구나.]


[H 하하하, 이 자식이 제대로 미쳤네? 베어봐, 베어봐라구! 이 버러지같은 놈아!]


팔짱을 낀 히예르가 가소롭다는 듯이 그를 아래로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레빈은 칼을 주머니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의자를 갑자기 들어서 히예르에게 던진 후, 곧바로 주먹으로 히예르의 얼굴을 때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짧고 작은 주먹은 히예르의 얼굴에 차마 다가가지도 못하고 저지되었다.


히예르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레빈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단 한번에 입술이 터지고, 잇몸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히예르는 다행히 한번 더 그의 얼굴을 가격하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아마 이빨이 터져나가고, 의식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대신, 쓰러진 레빈의 몸통을 그 굵은 다리로 거세게 두번 찬 후, 또 그 기분나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악마나 다름없었다. 살면서 저런 인간이 주변에 없는 게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다.


[H 넌 내거야.. 알겠어? 이 자식아? 아무리 반항해봐도 소용없어.. 난 니가 마음에 들거든.. 특히, 너의 이 쫀득쫀득한 이 물건이 너무 마음에 든다구.]


[N 하.. 진짜, 더러워 죽겠네! 진짜! 이 악마고릴라, 도대체 언제 뒤지는 거야? 도대체가!]


[B 하하하! 나틸리, 너도 결국엔 못 참겠지?]


나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살다살다 이런 악마같은 놈도 다 있구나.. 와.. 고등학교때 그 애도 정말 명함을 못 내밀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만큼은 조각상 목소리가 좀 빨리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굳이 이후에 한 더러운 말을 옮겨적진 않겠다. 저열하고 추접스러운 말을 몇마디 더 한 후, 히예르는 그 크고 더러운 털이 숭숭 난 손으로 레빈의 그곳을.. 또다시 무력하게 레빈은 그 수치와 모욕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한 말에, 레빈은 다시 격렬한 분노를 토해내며 히예르에게 죽일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H 다음 고등학교도, 니가 가는 곳을 따라가야겠어.. 가서, 3년간 아주 재밌게 즐겨줄게.. 하하하! 내 어두운 쾌락의 노예로서, 앞으로도 나한테 즐거운 쾌락을 선사해줘, 알겠지? 내 사랑스러운 노예야?]


[R 이 개새끼야!]


광기어린 눈으로 눈을 찌르기 위해 손을 뻗은 레빈이었지만, 히예르의 큰 손은 쉽게 레빈의 작은 손을 꺾어버렸고, 그의 배를 주먹으로 때려 쉽게 눕혀버렸다. 이윽고.. 하.. 진짜! 수학여행 마지막날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그것을 히예르가 시도하기 시작했다. 레빈의 바지, 그리고 속옷이.. 아.. 아무리 일기지만 나도 한계가 있으니, 자세히 적진 않겠다. 그리고.. 그리고 드디어, 그제서야 조각상의 목소리가 레빈의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아.. 이렇게 목소리를 기다린 적은 또 처음이었다.


[? 명민하고 강인하고 따뜻한 영혼을 가진 아이여.. 이 아이에 대한 강렬한 살의와 분노가 뜨겁게 느껴지는 구나. 영혼의 아이여.. 진심으로 이 아이를 없애고 싶은가?]


[R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없애주세요! 제발 이 악마를 제 인생에서 영원히 없애주세요! 뭐든지 할테니 제발요!]


[? 계약은 성립되었다.. 나의 자식이여. 너의 소원대로, 이 자에게 받았던 고통을 내가 그대로 이 자에게 돌려주겠노라.]


[B 자! 이제 어떻게 죽는지 한번 볼까?]


우리들은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히예르의 최후를 기다렸다. 갑자기, 두 사람은 운동부 창고에서 지하 하수도의 파이프관이 있는 방, 우리가 포탈을 탄 바로 그 방으로 이동했다. 그 곳의 구석에, 날개를 가진 작은 천사 조각상이 밝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크게 당황한 히예르를 향해, 조각상이 갑자기 4개의 쇠사슬을 날려보내, 그의 두 손과, 두 발을 단단히 벽에 묶어두었다.


[H 이, 이새끼야!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레빈은 말이 없었다. 잔인한 살의의 눈빛도, 미소도 짓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침착하게 무력화된 히예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탁구공만한 작고 검은 구체가 포탈을 통해 느린 속도로 둥둥 떠다니며 히예르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V 저게 도대체 뭘까? 애들아?]


[B 폭탄처럼 생겼는데?]


[N 폭탄 맞나봐! 사도일때도 폭탄광이었잖아! 얘!]


[B 오우.. 몸에 폭탄을 터뜨려 죽일 생각인가 본데? 좀 잔인하겠는걸?]


보리스는 빈정대는 말투로 말했다. 나도 솔직히 말하지만, 딱히 죽는 모습이 불쌍할 것 같진 않았다.


아직 죽는 장면을 보진 못했지만, 우리들의 예상대로 갈 것 같았다. 폭탄이 몸을 파괴시키겠지. 하지만.. 그정도도 충분히 잔인할 텐데, 그 예상치마저도 아득히 초월하는 일이 벌어졌다. 천천히 날아오던 폭탄은, 바로 히예르의 급소에 닿은 채로 멈췄기 때문이다!


[H 으악! 이.. 이게 뭐야! 도대체! 사, 사, 살려줘! 제발!]


기억에서 처음으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불쌍한 표정을 짓는 레빈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검은 폭탄에서 갑자기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파앙!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해버렸다! 그리고, 폭발이 사그라들자 우리들은 피로 범벅이 되어 걸레짝이 된 급소 부위와, 끔찍한 고통으로 본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일그러진 히예르의 표정, 그리고 생전 처음들어보는 끔찍한 비명소리에 차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야 했다. 와.. 지금까지 본 처형장면 중 압도적으로 잔인한 방식이었다.


[V 으으.. 살면서 고환이 폭파되는 걸 내 눈으로 두번이나 보게 될 줄이야!]


[E 엄연히 말하면, 저번엔 폭발된 게 아니라 잘린 거니까 오늘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죠.]


[B 그게 그거죠, 뭐! 아이씨.. 모스토크에 오자마자 보게 된 게 고환이 폭파당하는 거라니! 년초에 고환이 폭발되서 죽는 장면을 두번이나 될 줄이야! 이 자식들아, 너희들 때문에 참 좋은 구경 또 한다, 응? 에이씨.. 젠장.. 며칠 좀 놀다가 올걸! 그랬으면 이 장면 안보고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아우! 정말!]


[N 으윽.. 저 장면때문에 오늘 밥은 다 먹었다, 정말..]


[V 응? 나틸리, 난 배고픈데..]


[N 그럼 너 혼자 먹어! 어쩜 저런 장면을 보고도 밥 먹을 생각을 할 수가 있어? 넌?]


[V 잔인한 장면 보는 거랑 밥먹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다구 그래.. 밥에 시체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보리스와 나, 심지어는 에르제까지 저 식충이인 빅토르의 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쟨 이런 장면이 아니라 진짜 시체를 봐도 절대 끼니를 거르지 않을 것 같았다.


참.. 살면서 말이야.. 누구 고환 잘리고 폭파당하는 꼴을 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리고 난 이번 년도 초에만 벌써 두번이나 보게 된 셈이었다. 뭐, 한번은 내가 직접 한 거긴 하지만.. 제발 이렇게 고환이 폭발되는 잔인한 장면까진 제발 좀 안봤으면 좋겠다.. 아.. 얼마나 충격이 심했으면, 아직도 그 비명소리와 일그러진 얼굴, 그 상처부위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질 정도다.


이후는 다들 예상하는 대로 사건이 전개되었다. 히예르가 하체가 피범벅이 되어 죽은 모습을 충격속에 바라보던 레빈은 포탈에 순식간에 빨려들어갔고, 그것이 레빈의 기억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B 뭐.. 지금까지 본 처형장면 중 압도적으로 잔인하게 죽긴 했지만, 그렇다고 저 고릴라새끼한테 동정심이 드냐면, 그건 전혀 아니야.]


[N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래.]


[B 저딴 놈은 살아봐야 죽을때까지 계속 남에게 고통만 줄 쓰레기같은 놈이라고 생각하거든. 저 인간쓰레기한테 고통받게 될 잠재적 피해자들이 레빈 덕에 완전히 사라진 거라 치면 저건 해피엔딩이야.]


[N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해피엔딩은!]


[B 애들아, 내가 그렇게까지 착하진 않나보다. 저딴 쓰레기같은 놈들은 죽든 말든 아무 동정심도 안 들어.]


[V 나도 동정심은 들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게 맞다고 생각하진 않아. 어쨌든, 레빈은 사람을 죽인 셈이야.]


[B 빅토르, 선생님 안 죽이고 저놈만 죽인것만 봐도 충분히 착한 거야. 그리고, 저놈도 레빈이 직접 죽인 게 아니잖아? 그저 죽이고 싶다는 마음만 가졌을 뿐인 거야. 저놈을 죽인 건 엄연히 말해서 조각상이지, 레빈이 아니라구! 저정도로 당하면 아무리 본성적으로 착한 사람이라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을걸?]


[N 맞아. 내가 봐도, 담임 선생님까지 안 죽인 걸 보면 충분히 착한 것 같애.]


[V 애들아, 난 히예르가 아니라 레빈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로슈아 형이..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 아무리 원래는 착했어도 본성이 바뀌게 된대. 어쩌면 레빈은, 현실의 모습으로 돌아와도 이전의 착한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할 지도 몰라.]


[N 아니, 빅토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레빈의 본성이 여전히 선하다고 믿고 있어. 아마 정신을 차리게 되면, 복수한 데 대한 쾌감보다는 죄책감을 느끼며 조각상과 계약을 맺은 자신을 참회할 거야.]


[B 그래.. 히예르를 조각상의 힘을 빌려 죽인 건 난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보고, 나름 정당행위로까지도 보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도 레빈이 정신을 차린 후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통쾌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아. 조금이라도 죄책감에 착잡해하며 번민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저 고릴라새끼 때문에 원래의 착하고 맑았던 영혼까지 영원히 악에 물들게 되는 모습은.. 나도 보고 싶지 않거든. 게다가 나이도 아직 중학생인데!]


[E 그래요.. 일어나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중학교 3학년 이전에 보여졌던 그 여전히 선하고 맑은 원래의 레빈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네요. 자, 이제 깨우도록 할까요?]


[N 네.. 그래야겠죠. ]


난 레빈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말도 못할 끔찍한 고통과 모욕을 겪어서 그런지, 레빈보다 키가 작은 안톤보다도 훨씬 수척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나처럼 어둡고 비참했던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멋지고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레빈에게 말을 걸었다.


[N 레빈.. 나도 너처럼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동급생한테 큰 수모와 고통을 겪었던 적이 있어. 하지만.. 고작 그런 악마같은 놈 하나 때문에, 너의 밝은 미래와 인생 전부를 망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너도 나처럼 과거의 악마를 기억에서 던져버리고 멋진 미래에 대한 꿈도 꾸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레빈, 남은 인생동안 너에게 멋진 추억과 미래를 선물해줄 가족들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어. 우리들이 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널 데려가줄 테니.. 이제 눈을 뜨고 나와 함께 밖으로 걸어가자, 응?]


그정도 말이면 충분했다. 슬픈 꿈이라도 꾸는 건지 서글프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우리들은 침묵속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눈물이 그치자마자 레빈은 스르르 천천히 눈을 떴다. 눈빛에서 느껴지는 애잔하지만 맑고 연약한 눈빛은, 우리가 두려워했던 복수심으로 완전히 선을 넘어 뒤틀려진 모습이 아닌, 원래의 맑은 영혼을 가진 레빈의 모습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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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11: 010601 알리치 집 24.09.07 4 0 23쪽
111 1-110: 010601 석궁 시험/교장실 24.09.05 6 0 31쪽
110 1-109: 010601 석궁 소동 24.09.04 6 0 24쪽
109 1-108: 010601 안톤의 데모 24.09.04 6 0 28쪽
108 1-107: 010601 알리치 집들이 2 24.09.01 7 0 31쪽
107 1-106: 010601 알리치 집들이 24.08.28 6 0 27쪽
106 1-105: 010601 새 기숙사와 급식 24.08.28 7 0 29쪽
105 1-104: 010530 네스터 모드니노프 24.08.28 7 0 16쪽
104 1-103: 010529 사도와의 전투 24.08.22 7 0 26쪽
103 1-102: 010529 하수구 던전 B 24.08.22 7 0 22쪽
102 1-101: 010529 하수구 던전 A 24.08.22 6 0 21쪽
101 1-100: 010529 모드니노프 가 24.08.21 7 0 25쪽
100 1-099: 010528 총경님과 만남 B 24.08.20 8 0 34쪽
99 1-098: 010528 총경님과 만남 A 24.08.20 7 0 24쪽
98 1-097: 010528 격려 24.08.13 10 0 26쪽
97 1-096: 010528 교장 선생님과 협상 24.08.13 8 0 21쪽
96 1-095: 010527 안톤의 억지 24.08.09 7 0 20쪽
95 1-094: 010527 방 배정 24.08.09 8 0 20쪽
94 1-093: 010526 종결 24.08.09 6 0 27쪽
» 1-092: 010525 사도의 기억 3 24.08.06 10 0 21쪽
92 1-091: 010525 사도의 기억 2 24.07.27 8 0 21쪽
91 1-090: 010525 사도의 기억 1 24.07.27 8 0 20쪽
90 1-089: 010525 엉망진창 추격전 24.07.17 11 0 18쪽
89 1-088: 010525 사도와의 전투 24.07.17 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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