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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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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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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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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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010529 하수구 던전 B

DUMMY

어지간한 것엔 겁을 잘 안내는 빅토르가, 뭔가 잔뜩 질린 것 같은 말투로 말하길래 순간적으로 오싹해져서 통로 너머를 바라보았다. 맙소사.. 빅토르가 겁이 나서 그런 말투로 말한 게 아니라, 징그러워서 그런 말투로 말한 거였구나! 저 너머 통로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그것은.. 대형 굼뱅이였다!


가뜩이나 어두운 하수도에서, 우유빛 피부를 가진데다가 거대한 굼뱅이는 보여도 너무 잘 보였다. 징그러워, 어우, 너무 징그러워! 진짜! 어지간한 벌레도 징그러워하지 않는 나였지만, 굼벵이를 수십배, 아니지, 저정도면 수백배야! 수백배를 확대한 모습은 징그러움을 참을 수 없었다.


빅토르는 물론이고, 특히나 이런 데 면역력이 없는 보리스는 완전 사색이 된, 진짜 울고 싶어하는 얼굴이 되서는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하하! 너무 징그러워 울것만 같은 보리스 덕분에 긴장이 좀 풀리긴 했다.


[B 으으.. 시○! 이게 뭐야! 초대형 굼벵이라니! 징그러워 미쳐버릴 것 같네! 진짜! 저거 정말 부하 맞아?]


[E 네, 별다른 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부하 사도인 것 같네요. 굼벵이가 저렇게 크니 저도 좀 징그럽긴 하네요. 하지만, 저 굼벵이를 쓰러트려야 사도한테 갈 수 있어요.]


[N 저 징그러운 꼴을 계속 보기 싫으면 징그러워도 빨리 쓰러트려야 돼!]


[V 저기요! 굼벵이 누나!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굼벵이가 어떻게 말을 해.. 사도라도 샤노브때 블라도프 부부처럼 말을 못하는 유형이 있는데다가, 입이 제대로 달려 있지 않는 굼벵이 형태라 으레 말을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난 기대도 하지 않았다. 헌데.. 말을.. 했다! 세상에, 그것도 여자 목소리로 말을 했다!


[? 너희들은 누구지?]


[B 으윽.. 저 징그럽게 생긴 굼벵이가 이쁜 여자 목소리를 내잖아! 싫다! 정말 싫어! 하나도 어울리지 않으니 목소리 바꿔서 말해! 이 더러운 굼벵아!]


[N 시작부터 쓸데없이 도발하지좀 마!]


[V 굼벵이 누님.. 저희들, 누님과 정말 싸우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제발 좀 갈 길을 비켜주시면 안될까요?]


빅토르의 말투가 상당히 간절하고 진심이 어려 있었다. 빅토르 실력에 큰 굼벵이 부하 하나 처리하는 거야 일도 아니겠지만, 우리들처럼 징그러워서 차마 검으로 베기도 싫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그 간절한 바램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 싫다면 어쩔래?]


[V ..휴... 애들아, 너무 싫은거 나도 잘 알지만 전투 준비하자..]


[B 아.. 아! 나 아까전에 물린 어깨가 아파 죽겠어! 난 쥐새끼들만 좀 처리할게..]


[N 헤헤, 그래, 빅토르. 나도 몸이 아직 아파서 니가 굼벵이 좀 처리를 해주면 안될까?]


[V 너희들 너무한다! 정말! 같이 싸우자, 응?]


에르제가 징그러워 서로가 서로한테 미루고 있는 우리 셋을 참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댁은 맨뒤에서 보조마법이나 써주니까 맘이 편하죠? 그러는 사이에, 저 징그러운 굼벵이가 슬금슬금 기어오기 시작했고, 쥐들도 빠르게 우리한테 접근했다. 아.. 아까 전 큰 쥐들보다 현실적인 크기인데도 오히려 이 쥐들이 아까전의 큰 쥐보다 더 싫었다. 수십마리의 작은 쥐들이 우리들에게 빠르게 접근할때의 그 혐오스러움은.. 당하지 않아본 사람들은 모른다. 여관에서 쥐새끼 한 마리만 나타나도 기겁을 하던 나는, 수십마리의 쥐들이 내 온몸에 붙어 올라타기 시작하자 끔찍한 혐오감과 역겨움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N 으악! 씨○놈들아! 꺼져, 꺼져! 꺼져버리라고!]


몸에서 떨어지라고 계속 온몸을 흔들며 벽으로 이동한 나는 검보단 방패로 바닥이나 방패에 달라붙어 있는 쥐들을 맞은 편 벽에 찧어서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가 이공간이라는 점, 쥐가 죽으면 연기처럼 사라진다는 점을 깨달으니 생각보다는 그렇게 혐오스럽지가 않았다. 게다가 에르제가, 쥐들이 내 얼굴을 물어뜯기 시작하려는 찰나에 동물계열 적들을 순간마비시키는 마법을 써준 덕분에 매우 쉽게 쥐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B 에이씨.. 원래도 쥐가 싫었는데 이참에 10배는 더 싫어진다! 진짜!]


마비되서 후두둑 떨어진 쥐들을 창으로 콕콕콕 찍어 없애는 보리스가 불평을 했다. 쥐들이 몇초간 마비되서 주변을 바라볼 여유가 생긴 우리 둘이 재빨리 굼벵이가 있을 만한 곳을 살펴봤을때, 빅토르가 어느새 인간화된, 뭔가 굼벵이의 피부처럼 울퉁불퉁한 전신 수영복을 입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몸매가 아까 전 사도처럼 정말 좋은 여자 사도랑 싸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빅토르는 역시 우리들의 에이스답게 침착하게 상처를 하나씩 내며 이겨가고 있었는지, 굼벵이 사도의 몸에서 연기가 이곳저곳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우리들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역시.. 둘이서도 생고생을 하며 겨우 이긴 우리가 너무 하찮게 느껴질 지경이라니까?


[B 어어, 빅토르! 내가 도와줄게!]


아니, 니가 도와주지 않아도 돼! 너는 마비가 풀린 쥐나 열심히 없애면 된다구! 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보리스가 열심히 굼벵이 사도한테 달려갔다. 아.. 저 변태자식! 아까전 굼벵이한텐 징그러워 절대 얼씬도 하지 않으려던 그 보리스 맞아? 어쨌든, 보리스가 무책임하게 굼벵이쪽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보리스한테 달라붙던 쥐까지 나한테 와서 한참을 갉아먹혀야 했다. 저 바보자식이! 굼벵이 사도가 이쁜 모습으로 변신하니까 좋아가지고 달려가는 것좀 봐! 그래도 에르제가 옆에서 마법봉을 휘두르며 같이 쥐를 없애주고, 한번씩 야수마비 마법을 걸어준 덕에 순조롭게 쥐들을 없애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굼벵이 사도를 처리했는지 빅토르와 보리스가 와서 남은 쥐들을 같이 처리해주었다. 그동안 몸에 달라붙은 쥐들을 처리하느라 춤을 추며 쌩쑈를 한 나는 완전히 지쳐버려서 벽에 기댄채로 누워버렸다. 에휴.. 사도랑 싸우기 전에 힘 다뺐네, 젠장!


[N 사도가 갑자기 쭉쭉빵빵한 몸매를 드러내며 인간형태로 변하니까 좋다고 달려가는 것 좀 봐! 보리스.. 갑자기 날 버려두고 빅토르한테 가버리는 거 다 기억했어? 너? 이 배신자야!]


[B 아, 아니.. 나틸리. 빅토르가 위험해 보여서 도와주러 간 거야.. 진짜야!]


[V 응? 보리스, 내가 약간 여유롭게 공격해서 오해한 것 같은데.. 난 전혀 위험한 적이 없었어. 안 와도 됐는데.. 어쨌든 고마워.]


[B 크, 크흠! 봐봐, 나틸리! 내가 간 덕분에 조금 더 쉽게 이긴 거야. 내가 괜히 간 줄 알아?]


[E 빅토르, 고생 많았어요.]


[V 헤헤, 뭘요. 아직 사도한테 가지도 않았는데 고작 부하한테 당할 수야 없죠. 오늘 사도랑 반드시 싸워야 되는데! 그치? 나틸리?]


[N 그래, 그래. 잘했어.]


[E 굼벵이형태로 있다가 언제부터 갑자기 인간형태로 변하던가요?]


[V 아아.. 그거요? 저한테 다가와서 이상한 녹색 액체를 뿌리길래, 침착하게 다 피하면서 상처를 하나씩 입히니까 갑자기 인간 모습으로 변해서는 굼벵이일 때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면서 가슴으로 액체를 내뿜더라구요!]


아아.. 튼튼한 굼벵이인 상태로 공격을 하다가, 빅토르가 덩치에 맞지 않게 다 피하고 되려 몸을 칼로 베기 시작하자, 빠르게 공격하려고 인간화한 건가 보구나? 그렇게 변해서 빠른 공격을 하는데도 빅토르는 그 공격들을 다 피한 것 같았다. 무슨 무기로 공격한 것도 아니고, 빠르게 움직이며 액체를 내뿜는 걸 피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그걸 다 피한 것좀 봐.. 역시 우리 둘과는 뿌리부터 다른 애라니까?


[V 그래도 가면 갈수록 액체를 너무 많이 내뿜어서 조금 힘들긴 했었는데.. 갑자기 보리스가 달려와서 사도 허리를 안은 덕분에 그때 큰 상처를 내서 쉽게 이길 수 있었어요. 보리스, 고마워! 빈말이 아니라, 진짜 보리스 덕분에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건 맞아.]


[B 거봐! 임마! 나틸리.. 다른 마음이 든 게 아니라, 진짜 얘가 위태로워 보여서 도와주러 간 거 맞다니까?]


[N 굳이 허리를 안았어야 했니? 다른 방법도 많은데?]


[B 아, 아니! 내가 뒤에서 안아서 몸통을 고정시키는 사이에 빅토르가 몸통을 베게 할려고 그런 거지! 내가 공격해 봤자 제대로 공격이 들어가기나 하겠냐? 그래서 내가 몸을 잡고 희생한 거지! 빅토르, 넌 내 행동 이해하지?]


[V 그럼! 이해하지! 나틸리, 보리스도 나름 큰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준 거야. 봐봐! 보리스, 그 굼벵이 누님의 주먹에 눈 맞아 시퍼래진 거!]


난 그제서야 보리스의 왼쪽 눈을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 하하하! 얼룩소처럼 한쪽 눈이 까매져 있잖아? 모습이 웃기면서도 괜히 딱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따라 참 많이 얻어터지는구나.. 그러게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B 으윽.. 그 누님, 손이 엄청 맵네? 슬슬 눈이 부어오르는 것 같은데?]


[N 허리 한번 안은 값을 제대로 치르는구나? 보리스?]


[B 야, 진짜 안고 싶어서 안은 게 아니라고 몇번을 말해! 임마! 진짜 빅토르 도와주려고 그런 거라니까? 억울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네!]


[N 그래그래.. 알겠어! 다음 사도와 싸울때도 뒤에서 꼭 껴안아서 빅토르한테 기회를 제공해 줘, 알겠지?]


[B 싫어, 임마! 이젠 아무리 몸매 좋은 사도라도 얼씬도 안할거야! 부하나 처리해야지, 부하보다도 더 쎈 사도한테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접근했다간 아마 뼈도 못추리게 될 걸?]


에르제가 나와 보리스를 어느정도 치료해 준 후, 우리들은 다시 통로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막혀 있는 벽면에서 열쇠 하나를 얻었다. 열쇠를 주는 건 좋은데.. 이제 이 열쇠로 도대체 뭘 해야 된다는 거야?


[N 도대체 이 열쇠 두개로 뭘 열라는 거야! 도대체?]


[B 그러게? 열쇠만 딸랑 두개 주고 이걸로 뭘 하라는 거야? 마땅히 열만한 데도 없는데?]


[E 나틸리, 위를 봐요.]


[N 위라뇨? 위에 뭐가 있기라도 한가요?]


위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보라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위를 바라본 나는, 바로 위에 동그란 철판 뚜껑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하수구 뚜껑과 똑같은 형태로 되어 있는 그 뚜껑을 본 우리들은 이게 도대체 왜 위에 붙어있는 걸까 싶어서 멍하니 그 뚜껑을 바라보았다. 열고 나가야 되는 거야?


[B 하수구 컨셉 던젼 답게, 하수구 뚜껑까지 만들어놓으셨군! 재밌는데? 저 뚜껑을 열고 나가면 바깥 세상이라도 나오나?]


[N 그럴 것 같은데? 저 뚜껑을 열면 바깥 세상이 나오나봐! 거기에 우리들의 목표인 사도가 있을 것 같은데?]


[V 오오.. 재밌겠는데? 바깥 세상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내내 하수구 안에만 있어서 답답해 죽겠는데, 빨리 뚜껑을 열고 올라가 보자, 우리!]


[B 아.. 근데, 저렇게 무거워 보이는 뚜껑을 밑에서 어떻게 열고 들어가? 사다리나 의자같은 것도 없는데?]


[E 여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아 보이네요.]


[N 네? 그럴 리가요! 딱 보기에도 엄청 두꺼운 철제 뚜껑처럼 보이는데요? 밑에서 열려면 빅토르도 열기 힘들 것 같은데요? 빅토르, 그렇지?]


[V 응, 나도 좀 힘들 것 같은데?]


그 말을 하자마자 에르제가 지팡이를 위로 들어 하수구 뚜껑 쪽을 가리켰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뚜껑쪽에 빛을 갖다대는 거지?


[E 여러분. 저 하수구 뚜껑 중심부를 자세히 보세요. 뭔가 작은 구멍같은 게 보이지 않아요?]


[V 네! 작은 타원형 구멍이 두개가 보이네요. 근데 이건 왜요?]


[B 아아! 저 홈안에 열쇠 두개를 끼우면 저 뚜껑이 쉽게 열리면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건가봐!]


[V 아아! 그렇구나!]


[N 그리고 바깥으로 나가면.. 사도가 우릴 기다리고 있겠지?]


저 열쇠 구멍을 보며 난 확신할 수 있었다. 마지막 사도와의 전투는 정말 하수구를 나와 바깥에서 벌어지는 건가봐! 뭐.. 온종일 하수구 안에만 있으려니 답답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바깥으로 나가는 게 마냥 기분이 좋진 않았다. 바깥은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니까! 과연.. 바깥세상에서 사도는 우릴 어떤 방식으로 기다리고 있을까?


[N 아.. 높이가 좀 되서 혼자서는 절대 열쇠로 못 열 것 같은데? 보리스, 니가 제일 키가 큰데 한번 해볼래?]


보리스가 열쇠 하나를 들고 까치발까지 해가며 뚜껑의 홈에 열쇠를 끼워넣으려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키는 물론이고 팔도 엄청 긴데도 역부족인 걸 보니.. 높이가 3미터는 족히 되는 것 같았다.


[B 으윽.. 아무리 팔을 뻗어봐도 열쇠가 살짝 뚜껑에 닿기만 하는데? 이거?]


[E 제가 마법으로 사다리를 만들어 줄게요.]


[N 주변에 사다리를 만들 재료가 전혀 없어 보이는데, 괜찮아요?]


[E 주변에 나무가 없어서 돌로 만들어야 하다보니 마력소모가 좀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올라가야 되니 어쩔 수 없죠.]


[N 아니에요, 에르제. 사도랑 싸워야 될텐데 쓸데없는 곳에 마력 소모할 필요 없죠. 빅토르, 나 목마좀 태워줘.]


[V 응? 그게 무슨 소리야?]


[N 니가 목마태워주면 내가 충분히 열쇠로 열 수 있을거야.]


[V 아니.. 나틸리, 정말 그 방법밖에 없어?]


[N 그럼! 다른 방법 생각나면 니가 한번 말해줘봐.]


[V 어.. 그게.. 없긴 한데.. 너 몸무게.. 여자치곤 많이 나가지 않아? 어우.. 허리 나갈지도 모르는데!]


[N 엄살은! 나 몸무게 별로 안나가! 그리고, 조금 나간다 해도 잠시만 드는 건데 뭔 상관이야! 빨리 내 앞에 앉아봐! 어깨 위에 앉게!]


[V 으으.. 아무리 잠시라도 나틸리 넌 못버틸 것 같은데?]


빅토르가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앞에 앉았다. 내가 어깨 위에 앉은 후 일어서기 시작하자 빅토르가 처절한 비명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참.. 힘도 좋은 애가 엄살은! 너정도 괴력을 가진 장사가 여자 한명 목마태우는 게 뭐가 그리 힘들다고 사도랑 싸울때도 내지 않는 비명소리를 그렇게 지르니?


[N 야, 내가 100킬로가 나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비명을 지르고 그래! 엄살부리지 말고 좀 버텨봐! 좀!]


[V 으윽.. 나틸리, 나 진짜 못 버티겠어! 20초 안으로 제발 끝내줘! 허리 나갈 것 같애! 진짜야!]


[N 참.. 알겠어! 흔들지 말고 가만히 있어봐!]


엄살인 건 알지만 하도 빨리 하라고 독촉을 해서 빠르게 열쇠 두개를 홈에 끼워넣었다. 첫번째 걸 끼워서 돌릴 땐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놀랍게도 두번째 걸 끼워서 돌리자 뚜껑이 저절로 살짝 들려져서는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뭐야? 이건 또 뭐야! 도대체가! 난 어이가 없어서 아래에서 격렬하게 흔들거리는데도 멍하니 위를 잠시 바라보았다.


[V 으으.. 나틸리! 제발! 제발 좀 빨리 해!]


[N 다 했어. 이제 내려줘.]


[V 어휴.. 나 진짜 눈물나올 뻔했어!]


[N 참.. 이 산만한 덩치로 여자한명 목마태우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구 엄살이야!]


[B 여자가 일반적인 여자여야 말이지.. 나틸리. 어릴적부터 근육이 덕지덕지 붙어서 적어도 65킬로 이상은 나가는 니가 정상적인 여자 몸무게냐? 너, 솔직히 말해봐. 65킬로도 아닐 거야! 한 75킬로 정도 나가지?]


헉! 얜 어떻게 아는 거야? 내 몸무게 재는 걸 보기라고 했나? 나 73킬로인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 여잔데 어떻게 73킬로나 나간다고 말해! 에르제한테 쪽팔리게 내 몸무게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절대 아니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N 아니야! 나, 나 5,59킬로 정도 돼! 진짜야!]


[B 쳇, 자기도 양심이 있으니까 59킬로라고 말하는걸 보니..정말 65킬로 근처는 되긴 하나보구나? 어쩐지..]


[V 하.. 이상하다? 여자 태우는 것 같지가 않았어! 진짜 성인남자 한명 목마태우는 느낌이었다구! 59킬로는 절대 아닌 것 같았는데.. 아.. 진짜 허리 아파! 사도랑 싸울 때보다 훨씬 아파 죽을 것 같았다구! 59킬로일리가 없어!]


내 몸무게 대화를 왜이렇게 하는거야! 에르제 앞에서 쪽팔리게! 그래서 난 다급히 대화의 주제를 훨씬 더 중요한 쪽으로 돌렸다.


[N 야, 지금 내 몸무게가 그렇게 중요해? 사도랑 싸우는 게 중요하지? 그게 중요한 게 전혀 아니야! 애들아! 위를 좀 봐!]


[V 응? 위에가 뭐? ···헉! 저 빨간색 빛은 도대체 뭐야?]


내가 아까전에 잠시 멍하게 뚜껑 너머를 바라본 건..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뚜껑 너머로.. 빨간색 빛이 너울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팔찌를 껴보니 파장도 아주 격렬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세상에.. 포탈 안에 또 포탈이 있다니! 그리고 그 포탈이 바깥에서 보던 포탈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진 포탈이라니! 이 빨간색 포탈은.. 이미 한번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첫번째 임무인 그레고리를 만나러 포탈을 열었을때가 바로 이런 빨간색 포탈이었던 것이다! 아.. 그렇다는 말은.. 저기 포탈 안에 있는 사도가 중급사도 이상이라는 거잖아! 아.. 낚였어, 제대로 낚였다구!


[B ···○발, ○됐네.. 우리.. 야, 나틸리, 파장 어때? ○나 쎄지?]


[N 응.. ○나 쎄! 그레고리때랑 비슷해! 어떡해! 우리!]


[V 중급 사도 이상이라는 뜻이지? 애들아?]


[N 응! 엄청 쎈 사도야! 아, 진짜! 바깥 포탈의 파장에 완전히 낚인 거야! 우리!]


[B 휴.. 애들아.. 이 임무는 현재 우리 힘으로 깨기는 때려죽여도 힘들 것 같은데? 우리 지금 상처도 있고 피로도도 많이 쌓여 있어서 절대 못이길 것 같은데?]


[V 아..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긴 좀 그런데.. 오늘 못 쓰러트리면 다음엔 도둑처럼 몰래 이 집에 들어와야 되잖아.]


[B 그럼 어떡하라고! 임마! 너 그레고리때도 간신히 이기느라 토할 뻔 했다며! 너 그때는 몸상태도 훨씬 좋았는데도 그렇게 힘들게 이겼는데, 오늘은 제대로 자지도 못해서 피로도 잔뜩 쌓였는데 그렇게 이길 자신 있어?]


[V 없지만.. 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보는 게 어떨까?]


[B 너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잔뜩 지치고 힘든 상태인데, 기회가 좀 아깝다고 이 너덜너덜한 상태로 싸웠다가 다 쓰러져 죽으라는 거야? 안돼.. 아무리 오늘이 좋은 기회였다 해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된다구! 나틸리, 에르제,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N 그래.. 포기하자.. 어쩔 수 없어.]


[E 그래요, 빅토르. 조금 더 실력을 쌓고 다음에 훨씬 좋은 몸상태로 오는 게 좋겠어요.]


빅토르.. 나도 오늘이 최고의 기회란 건 잘 알지만.. 이미 부하 둘과 싸우느라 지친 상태에서 어떻게 더 싸워! 중급 사도가 맞다면, 여기서 더 싸우다간 진짜 우리 다 오늘 여기서 다 끝장이라구!


[E 하지만.. 다음에 와서 싸울 경우를 대비해서, 한번 올라가서 사도가 어떤지 살펴보고 나오는 게 좋겠어요.]


[V 아아.. 적에 대한 정보를 미리 좀 파악해 놓고 돌아가자는 거죠? 에르제?]


[B 그래도 돼요? 포탈에 들어가자마자 눈앞에 사도가 있어서 싸우게 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에르제?]


[E 지난 3번의 전투 모두, 포탈에 들어가자마자 사도와 싸운 경우가 있었나요? 보리스?]


[B ..없긴 했죠. 한적한 곳에서 내렸었죠.]


[E 정 불안하다면, 먼저 들어간 사람이 안전한지 파악하고, 안전하지 않다면 바로 빠져나오면 되죠.]


[N 아.. 그러면 되겠네요? 빅토르, 먼저 들어가 볼래?]


[V 휴.. 알겠어. 내가 들어가자마자 다시 나오면, 곧바로 원래 있던 포탈로 도망쳐? 알겠지?]


[N 그럼!]


궂은 일을 다 해주는 빅토르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 당연히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다. 나랑 친구들이 빅토르를 들어줘야 하나 싶었지만, 빅토르는 뛰어오르면 된다며 우리의 도움을 거절하고는 무릎을 굽히더니 갑자기 위로 깡총 뛰어올랐다. 와.. 어떻게 저런 곰같은 덩치가 저렇게 토끼처럼 높이 뛰어오를 수 있지? 나도 중학교때까진 과학공부를 좀 해서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중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사실정돈 다 알고 있는데! 어쨌든, 높이 뛰어오른 빅토르의 몸은 포탈에 빨려들어가듯이 쏙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우리 셋은 고요한 침묵속에서 빅토르가 도망쳐나오는지 아닌지를 두려운 침묵속에 10초간 기다렸다.. 휴.. 다행히 빅토르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안전한가 보다.


[B 바로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안전한가 본데?]


[N 그러게?]


[B 포탈에 닿이기만 하면 빨려들어가나보네?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갈까?]


[N 응, 들어가.]


[B 너, 들어갈 수 있겠냐? 내가 몸을 좀 잡아줄까?]


[N 됐어! 나도 점프력 나름 좋아! 중학교 여자 체력장 1등이었던 거 몰라?]


[E ···미안한데, 저는 좀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B 아! 음! 그래야죠! 옆에서 너무 조용히 있으셔서 한번씩 존재를 까먹게 된다니까? 에르제, 이제 같은 동료니까 편하게 자주 말 좀 해요!]


[E 후훗, 원래 제가 말이 좀 없는 편이라서요.]


에르제의 추천으로 들어온 거나 다름없다 보니, 보리스는 모스토크에 와선 은근히 에르제를 자주 챙겨주는 편이었다. 보리스가 에르제의 허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위로 들어올리자, 에르제 역시 포탈에 빨려들어가듯 사라져버렸다.


[B 어우.. 나틸리, 우리들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에르제, 키가 커서 그런지 생각보다 겁나 무거워! 한 60킬로 중반은 나가겠는데?]


에르제 몸무게에 대한 뒷담화를 한 후 큰 보리스가 너무 쉽게 살짝 점프해서 포탈로 들어갔다. 키가 큰 게 이런때 큰 도움이 되는구나.. 그리고 난.. 10번이나 열심히 점프해서 간신히 포탈에 손이 닿아 포탈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흑.. 재수없었으면 정말 들어가지 못할 뻔 했다. 나도 보리스한테 좀 도와달라고 말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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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17: 010601 영혼 결합 NEW 11시간 전 0 0 18쪽
117 1-116: 010601 건물 내부와 이상한 가루 NEW 11시간 전 0 0 19쪽
116 1-115: 010601 휴식 NEW 21시간 전 2 0 21쪽
115 1-114: 010601 사도와의 전투 B 24.09.09 6 0 31쪽
114 1-113: 010601 사도와의 전투 A 24.09.09 5 0 30쪽
113 1-112: 010601 다시 이공간으로 24.09.07 7 0 15쪽
112 1-111: 010601 알리치 집 24.09.07 4 0 23쪽
111 1-110: 010601 석궁 시험/교장실 24.09.05 6 0 31쪽
110 1-109: 010601 석궁 소동 24.09.04 6 0 24쪽
109 1-108: 010601 안톤의 데모 24.09.04 7 0 28쪽
108 1-107: 010601 알리치 집들이 2 24.09.01 8 0 31쪽
107 1-106: 010601 알리치 집들이 24.08.28 6 0 27쪽
106 1-105: 010601 새 기숙사와 급식 24.08.28 7 0 29쪽
105 1-104: 010530 네스터 모드니노프 24.08.28 7 0 16쪽
104 1-103: 010529 사도와의 전투 24.08.22 7 0 26쪽
» 1-102: 010529 하수구 던전 B 24.08.22 8 0 22쪽
102 1-101: 010529 하수구 던전 A 24.08.22 7 0 21쪽
101 1-100: 010529 모드니노프 가 24.08.21 8 0 25쪽
100 1-099: 010528 총경님과 만남 B 24.08.20 9 0 34쪽
99 1-098: 010528 총경님과 만남 A 24.08.20 7 0 24쪽
98 1-097: 010528 격려 24.08.13 10 0 26쪽
97 1-096: 010528 교장 선생님과 협상 24.08.13 8 0 21쪽
96 1-095: 010527 안톤의 억지 24.08.09 7 0 20쪽
95 1-094: 010527 방 배정 24.08.09 8 0 20쪽
94 1-093: 010526 종결 24.08.09 6 0 27쪽
93 1-092: 010525 사도의 기억 3 24.08.06 10 0 21쪽
92 1-091: 010525 사도의 기억 2 24.07.27 8 0 21쪽
91 1-090: 010525 사도의 기억 1 24.07.27 8 0 20쪽
90 1-089: 010525 엉망진창 추격전 24.07.17 11 0 18쪽
89 1-088: 010525 사도와의 전투 24.07.17 6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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