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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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츠
작품등록일 :
2023.09.12 03:02
최근연재일 :
2024.09.19 00:31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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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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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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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010529 하수구 던전 A

DUMMY

들키지 않게 조심히 가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뭐가 보여야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에르제의 마법봉이 빛을 좀 밝혀야 했다. 어느정도 보일 정도로만 빛을 최소화한 채로, 우리들은 하수도처럼 보이는 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하수도긴 하지만, 이공간이라 그런지 구린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발목을 적시는 물은 상당히 맑아 보였다. 그래서 불쾌함 없이, 그저 적이 언제 나타날 지 모르는 두려움만 가진 채 앞으로 걸어갔는데, 갑자기 통로가 엄청 넓어지더니, 작은 원형 운동장 같은 곳에 도착했다.


[V 어.. 아무도 없는데?]


[B 일단 여기엔 아무도 없긴 한데.. 저 건너편에 뚫린 통로가 두개나 있는게 수상한데?]


내가 봐도 저 두개의 통로가 너무 수상해보였다. 저 어두운 통로에서 언제든 적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방 안에 적이 보이면 슬쩍 보고 나오려고 했던 우리들은, 이제 어쩔 수 없이 통로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B 젠장.. 너무 불길한데? 갑자기 뭔가가 엄청 쏟아지듯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N 불길한 소리하지마, 바보야! 뭐가 쏟아진다는 거야!]


[B 글쎄.. 하수도니까, 불쾌한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거미, 쥐, 개구리같은 거..]


[N 으으.. 나, 개구리는 진짜 싫은데..]


[B 나도 싫어.. 제발 개구리같은 징그러운 건 나오지 말고, 나올거면 차라리 쥐같은거나 좀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말이 씨가 된건지, 갑자기···


통로쪽으로 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엄청 큰 쥐가! 말이 씨가 되버렸네?


[N 으악! 진짜 쥐잖아! 임마! 다 너때문이야!]


[B 임마, 이게 왜 나때문이야! 어이가 없네?]


[N 니가 쥐같은거나 나오라고 하니까 진짜 쥐가 나오는 거잖아!]


[B 참 나! 내가 무슨 소환술이라도 썼다는 거야?]


[E 휴.. 제발.. 여러분들, 전투 준비나 좀 해요!]


[N 아, 미안해요! 자, 빨리 빨리 무기 들어, 빨리!]


[V 나틸리, 너나 방패 빨리 들어!]


쥐는 통로 쪽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다. 혹시 수백마리지는 않겠지? 라는 걱정은, 어느 시점에서 쥐들이 나오는 게 끊겨서 사라져버렸다. 많긴 하지만.. 50마리가 덜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정도만 해도, 크기가 무슨 소형견 수준이라 엄청 많아 보였다. 게다가.. 통로에서 나오는 적은 그 쥐들 뿐만이 아니었다. 쥐들이 다 나온 후, 천천히 어둠 속 통로에서 한명이 걸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잔뜩 긴장을 하며 마음을 졸이며 그 존재를 기다렸지만..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모습은.. 엥? 저게 뭐야? 도대체?


[N 참.. 뭐야? 저건?]


[B 가지가지 하네, 진짜.. 무슨 어린이 연극 분장이라도 한 줄 알았네!]


[V 하하하하! 쥐 인간이다! 쥐 인간! 애들아! 하하하하! 귀엽고 재밌게 생기셨는데?]


빅토르가 뒤늦게 나온 사도 한명을 보며 깔깔대며 웃었다. 그럴만 한게.. 진짜 쥐랑 인간이 교배해서 만들어진 것 같이, 쥐의 특징을 한 여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동그랗고 큰 쥐의 귀에 등을 회색털로 감싼 여자는.. 정말 말그대로 쥐같은 인간이었다. 그 징그러운 꼬리도 잘 구현되어 있었고, 그냥 붙인 게 아니라 진짜 꼬리인지 요리조리 흔들흔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꼬리 빼곤 상당히 괜찮은 외모였다. 얼굴부터가 상당히 이쁘고 동글동글한 외모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V 어.. 옷을 안입으셨네? 어우.. 어딜 바라봐야되지?]


[N 쥐가 옷 입는 거 봤니? 어휴! 보리스, 헛기침을 왜 그렇게 오래 하시나?]


[B 크흠! 흠!]


쥐처럼 가슴과 속살이 하얀 털로 덮여 있었는데, 등처럼 빼곡히 나 있는게 아니라 듬성듬성 틈이 나 있었기 때문에 몸통의 속살이 꽤나 노골적으로 보였다. 특히 가슴은.. 에르제는 물론이고 나보다 큰 가슴이었는데.. 두 사람은 그 가슴에 완전히 현혹되었는지 멍하니 그 가슴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휴! 남자애 아니랄까봐, 정말!


[N 너희들, 가슴보느라 정신이 완전히 팔렸구나? 응? 전투 생각은 아예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지?]


[V 아, 아니야! 나틸리! 어디가 약점인지 몸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던 거야! 날 뭘로 보는 거야?]


[B 그, 그래! 임마! 전투하기 전에 약점 파악하고 있었던 거야! 몸통에 털도 없고 약해보이는 게 딱 봐도 몇대 쑤시면 끝나겠네!]


[? 너희들은 누구지? 왜 우리 주인님이 지배하는 공간에 침입한 거야!]


[N 침입한 게 아니라요, 구해주러 온 거에요. 쥐 언니.. 아니, 쥐 사도님, 아니지.. 쥐님.. 아 정말, 뭐라고 불러야 되요? 이름 같은 거 있어요?]


[J 제리.. 제리라고 불러줘.]


[V 오우.. 제리 누님. 얼굴만큼이나 이름도 참 이쁘신데요? 헤헤헤.]


[B 제리야.. 너 참 이름이 이쁘구나? 동그랗고 보석같은 눈을 가진 그 얼굴만큼이나 말이야.. 나이가 어떻게 되니? 난 20살인데..]


[N 너 사도랑 데이트하러 왔니?]


[E 보리스, 처음 들어보는 아주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말투로군요?]


[N 자기 마음에 드는 이쁜 여자한테는 저렇게 능글거리게 말을 해요! 아으.. 듣기 싫어! 평소 말투처럼 좀 말해! 어때요, 에르제. 처음 듣는데도 느글거려 죽을 것 같죠?]


[E 보리스,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투로 말하지 않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네요.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 같네요.]


[B 에이씨, 알겠어요! 평소대로 말하면 되잖아요! 제리야! 우리들이 너 구해주러 왔거든?]


[J 거짓말. 구해주러 왔다는 걸 들으니 알 수 있을 것 같군. 너희들은 아버님의 적들이구나? 아버님의 적들이니, 아버님들의 자손인 우리들을 죽이러 온 거야!]


[B 그놈의 아버지는 참! 재수없고 느글거리게 생긴데다가 목소리도 버터 떡으로 쳐바른 것 같은, 그 날개 달리고 근육질인 젊은 사내자식 말하는 거지? 제리야? 걔가 어떻게 너의 아버지야! 너랑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데! 아버지는 따로 있어, 그 놈이 아니라! 제리야, 정신 좀 차려!]


[J 내 아버지를 모욕하다니! 아버지의 화려하고 멋진 외모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냄새날 것 같이 더럽고 못생긴 주제에! 그 말 취소하지 못해?]


[B 뭐? 냄새가 나? 이 새끼가, 정말! 쥐새끼인 너보다 내가 훨씬 깔끔해! 여름에 하루에 한번은 꼭 샤워하는데! 넌 맨날 이 똥통에서 굴러 다니면서 할 소리야?]


[J 흥! 이 물 깨끗하거든? 너같은 바퀴벌레같은 애보다 내가 훨씬 냄새 안나!]


[B 야, 빅토르, 내 몸에서 냄새 나냐?]


[V 안나는데?]


[B 거봐! 이 자식아! 쥐새끼같은 게 어디서 날 보고 악취가 나게 생겼대!]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그런 노골적이고 치욕스러운 모욕을 직접적으로 듣게 된 후, 보리스는 여자고 뭐고 간에 봐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눈을 부라리며 창을 앞으로 세웠다. 아, 그러고 보니.. 얘 왜 또 창을 가져왔어? 방패와 검 들고 몸빵이나 좀 하지?


[B 이게 진짜! 얼굴이 마음에 좀 들어서 좀 봐주려 했더니! 너 두고 봐! 내가 직접 이 창으로 꼬치를 만들어 버릴 줄 알아!]


[J 맘대로 해봐. 나도 우리 멋진 아버지를 모욕한 너부터 갈기갈기 찢어주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제리가 손가락으로 보리스를 가리키자, 곧바로 쥐들이 우리쪽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으으.. 아무리 이공간이라지만, 쥐는 쥐인데, 그것도 너무 크니까 징그러워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제리를 구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징그러움을 참고 쥐들을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히려 크니까 베기가 참 쉬워서, 생각보다 어렵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보리스와 제리가 대립중이라 해도, 혼자서 싸우게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의도한 건지는 몰라도 쥐들이 보리스를 빼고 우리 셋만 집중적으로 에워싸며 공격해와서 보리스를 신경쓸 수가 없었다. 쥐가 싫은지 빅토르가 으으! 거리며 비명소리를 지르며 열심히 검으로 벤다기 보단 두드려 패듯이 없애나갔고, 나도 중형견크기의 쥐가 너무 징그럽고 싫어서 우는 소리를 내며 열심히 쓰러트려 나갔다. 한 1분 정도 그렇게 했을까.. 드디어 주변의 쥐들이 좀 사라져서 주변을 바라볼 상태가 된 내가 저편을 바라보자..


[B 오우.. 제리야.. 이러지 마아.. 아프단 말이야.. 어흥.. 제발..]


[N 이 바보같은 자식아! 정신 차려! 임마!]


보리스 이 자식, 너무 한심하다! 정말! 어느새 제리가 날카로운 덧니로 팔을 물고 있었는데, 물면서 하필이면 자기의 몸을 꽉 껴안고 있다 보니 그게 기분이 그렇게도 좋은지 보리스는 반격하지도 않고 꽉 껴안은 제리의 품을 느끼고 있었다. 어우.. 저 변태! 몸매 좋은 여자한테 왜 저렇게 약한 거야, 도대체! 몸매 엄청 좋은 사도가 유혹해 오면 우리도 배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도 좋아하고 있었다.


[B 끄윽..]


하지만 고통이 격렬하게 느껴지기 시작하자 정신을 차렸는지 보리스가 온힘을 다해 제리와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리가 힘이 쎈건지, 보리스가 힘이 약한건지는 몰라도 몸싸움에서 쉽게 이기질 못하고 있었고, 상처때문에 오히려 밀려서 다시 이빨이 목 부근으로 가고 있었다.


아무리 쥐를 상대하기 바쁘다 해도, 그걸 옆에서 보던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목이 뜯기면 정말 큰일이 나니까!


내가 급하게 달려가 제리의 등을 칼로 베었지만, 털만 살짝 스쳤을 뿐이었다. 등 부분은 튼튼한가 보구나? 털이 뭔가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그 사이에 제리는 곧바로 등을 돌려 날 공격해왔다. 곧바로 방패를 들고 밀쳐보려고 했지만, 제리는 정말 빠른 반사신경으로 방패를 피한 후 나를 껴안고 보리스에게 했던 데로 몸 한곳을 뚫어버리려고 했다. 얼마나 열심히 뒹굴었는지 모른다. 조금이라도 밀렸다간 내 몸이 제리의 이빨에 의해 바람구멍이 나게 될 테니까.


[N 으악! 살려줘! 애들아, 살려줘! 제발!]


아니.. 쥐새끼들 많이 없애지 않았어? 분명히 수를 꽤 줄여놓은 것 같은데 왜 날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거야! 진짜! 한 10초동안 그렇게 제리랑 레슬링을 하다, 결국 제리의 앞니가 내 가슴을 뚫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을 줘도, 내 몸을 꽉 껴안은 이 쥐인간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아아! 내 가슴! 아파 죽겠어! 진짜! 아무나 와서 얘 좀 떼어내! 진짜!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자기 제리가 옆으로 힘없이 밀려났다. 위를 바라보니, 보리스가 검을 들고 찝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B 괜찮아? 나틸리?]


[N 어휴.. 이게 괜찮아 보이니! 죽을 뻔했어! 빨리 좀 도와주지!]


[B 야.. 나도 제대로 된 몸상태가 아니야, 임마! 야, 빨리 일어나! 쥐새끼들 우리들한테도 오고 있어!]


정신을 어느정도 차린 보리스가 급하게 내 상태를 보고 달려와 제리를 벤 것이었다. 강한 힘으로 옆구리를 베어서 그런지, 제리는 검은 연기를 풀풀 날리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하지만 아직 의식이 붙어 있는지 날카로운 눈빛으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쓰러트려야 살릴 수 있다는 건 잘 알지만.. 옆구리에 큰 상처를 입고 무력해진 젊은 여자애를 칼로 찌르기는 게 정말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심했다. 쌕쌕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를 바라보는 제리의 맑은 눈빛을 보고 있자니.. 몇년 전 처음으로 오리의 목을 내가 직접 잘랐을 때, 그 때 날 슬픈 눈으로 바라보던 오리의 기억이 생각나 상당히 주저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아.. 진짜! 생명체 도살하는 기분이잖아! 이거!


하지만,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에 어느정도 체력을 회복한 제리가 갑자기 일어나 나한테 다가오더니 손톱으로 날 할퀴려고 했다. 난 방패로 한번 막은 후, 차마 제대로 볼 수 없어서 눈을 감고 검으로 제리의 몸통을 베어버렸다. 그렇게 하자, 제리의 몸통이 순식간에 투명해지더니 그 자리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사도의 부하가 맞았구나.


[B 으윽.. 사도가 아니었구나.. 역시..]


[N 주인님이라고 제리가 말했었잖아. 사도는 따로 있는거지.]


[V 애들아! 대화하는 사이에 나랑 에르제좀 도와줘! 쥐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어!]


[N 아, 아! 미안해! 내 정신 좀 봐! 보리스, 넌 좀 거리를 두고 쉬고 있어!]


[B 으으.. 그래, 미안.. 난 이제 더이상 못움직이겠어..]


아! 그러고보니, 맨 앞에서 대부분의 쥐를 막고 있던 빅토르와 에르제를 까먹고 있었네? 쥐들은 자기를 부리던 제리가 사라졌음에도 계속 빅토르와 에르제를 공격하고 있었다. 보리스야 제대로 제리한테 얻어터져서 더이상 싸울 수가 없다보니, 멀리 떨어져서 쉬라고 말한 나는 빅토르와 에르제에게 합류해 남은 쥐들을 다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쥐들이 모두 소멸해버렸고, 이 동그란 방 안에 평화가 찾아들었다. 휴.. 사도랑 만나기도 전에 이렇게 힘을 다 뺄 줄이야!


[N 에이.. 정말! 무슨 사도도 아닌 부하가 이렇게 까다롭담?]


[V 어? 그 누님 사도 아니었어?]


[N 아니야.. 쓰러트리자마자 연기처럼 사라졌어. 부하야. 부하.]


[V 아.. 그래? 생쥐 부하들을 50명이나 부리셔서 사도인 줄 알았어.. 어? 근데 보리스는 어디에 있어?]


내가 손가락으로 저편에 누워있는 보리스를 가리키자마자, 빅토르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V 그 누님이 저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


[N 그래! 갑자기 앞니가 엿가락처럼 늘어나더니 보리스의 몸통을 물어뜯더라구··· 깜짝 놀랬지 뭐야?]


[V 보리스, 너 괜찮아?]


[B 으으.. 넌 이게 괜찮아 보이냐? ○나 아파 죽겠어, 이 자식아! 그냥 니가 사도랑 시작부터 싸웠으면 쉽게 끝났을 거 아니야. 왜 사도한테 안 갔어, 왜?]


[V 아니.. 사도 부하라고 하니까.. 너희들이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을 줄 알았지. 그리고 쥐들 막는 것도 전혀 쉽지 않았어! 너희들한테 한명도 안가게 얼마나 열심히 쓰러트렸는 줄 알아?]


방금 전엔 사도 아니었냐더니 이제는 또 부하인걸 잘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말하네? 정말 엉뚱하다니까? 뭐 어쨌든, 빅토르의 말대로, 우리들 손으로 이길 수 있는 걸 봐도 부하는 역시 부하였다. 상처도 뭐.. 보리스 업보지, 뭐! 쭉쭉빵빵한 여자한테 안기니까 정신을 못 차려서 그냥 당해준 거잖아? 내가 그 말을 하니, 빅토르가 깔깔깔 대며 웃기 시작했다.


[V 와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보리스 너 건강한 몸매의 여자들을 엄청 좋아하지?]


[B 으으.. 생전 처음으로 저렇게 몸매 좋은 여자 품에 안겨보니 정신을 못차리긴 못차리겠더라구.. 와.. 여자 품이란 게 이런 느낌이구나.. 차원이 다르네! 진짜.. 뭔가 되게 말랑말랑하고 환상적이었어!]


[N 너 고향에서 떠나기 전에 나랑 포옹했었잖아! 그건 여자 품이 아니고 뭔데?]


[B 임마, 그건 빼야지! 당연히! 너랑 포옹하는 건 우리 엄마랑 포옹하는 거와 아무 차이가 없다구!]


[N 이게 진짜? 기분 나쁘게?]


[B 아, 아, 아! 환자를 때리는 게 어딨어! 이 폭력적인 자식아!]


그렇게 서로 우정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에르제가 어느정도 보리스의 치료를 끝냈다. 그런데도 그 누님의 이빨에 몸통에 구멍이 작게 난 게 아니라서 그런지 연기는 계속 새어나왔고 거동도 조금 불편해보였다. 나도 이미 꽤 지친 상태고.. 아무래도 이거, 오늘 사도 처리하고 나가기 쉽지 않겠는데? 아이씨.. 오늘 아니면 다른 날은 기회가 없는데, 어떡하지?


[B 으으.. 오늘 사도 처리하고 나갈 수 있을까? 아무래도 무리 같은데?]


[N 이렇게 남의 집에 정당한 방법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게 쉬운 일이 아니야. 되도록이면 오늘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구! 오늘 실패하면.. 다음에 올땐 건물 주변에 있는 하수구 뚜껑 열고 마당에서 나온 다음, 집 안도 문 몰래 따고 도둑놈처럼 들어와야 된다구! 너희들 그러고 싶어? 또 그 똥냄새 40분 이상 맡아가며 하수도 걸어가고 싶냐구!]


[B 당연히 싫지! 저번에 진짜 토할 뻔한 거 간신히 참았다구!]


[E 저도 되도록이면 오늘 다 처리하고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V 애들아, 걱정 마! 너희 둘이 좀 지친 대신 나는 아직 완전 멀쩡하니까! 내가 처리하고 나오면 돼! 헤헤헤.]


빅토르가 활기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우리 둘이 다치고 고생한 대신 빅토르는 아주 멀쩡하긴 하지? 어차피 포탈의 파장이 약한 걸 보니 하급사도일 텐데, 우리 둘이 좀 골골대도 빅토르가 처리하면 되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우리들이 조금 다쳤다고 해도 쥐같은 놈들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용감하게 앞으로 난 통로로 우리들은 걸어갔다. 부하 한명 쓰러트렸으니.. 이제 사도가 나타날 때가 슬슬 되지 않았을까? 아까전처럼 갑자기 통로가 커지며 원형 돔 같은 공간이 나타날 거라 기대한 나는, 하지만 그 기대와는 달리 막힌 벽과 만나게 되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V 어? 막혀있네?]


[N ···이런 젠장! 으와아아악! 짜증나! 진짜!]


[V 왜? 나틸리, 왜 그래?]


[B 젠장! 오른쪽 길이 사도한테 가는 길이었나본데?]


그러게 말이야.. 좌측 우측 길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우측 길이 맞는 길이었나보다. 결국 반반의 확률에서 우리들은 꽝을 고른 것이었다. 이러니 내가 짜증이 안날 수가 있어? 고작 반반 확률인데 그것을 재수없게 틀렸는데?


[V 오른쪽 길로 가면 되지, 나틸리.]


[N 아아, 진짜.. 오른쪽 길로 갔으면 여기에서 싸울 필요 없이 사도한테 갈 수 있단 말이 되잖아. 내가 짜증이 안날 수가 있겠어?]


[E 그래도.. 왼쪽 길로 간 게 아주 헛수고는 아니었나보네요.]


에르제가 그 말을 하며, 지팡이로 벽의 한쪽 면을 가리켰다. 낡은 구형 열쇠가 하나 보였다. 이 열쇠의 정체는 뭐야? 뭐,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뭐라도 하나 있으니 온 보람은 있어 좋았지만, 문제는 이 열쇠의 정체를 알아야 말이지!


[B 참.. 열쇠가 있어서 좋아해야 하는거야.. 개같다고 말해야 하는 거야? 이 열쇠는 또 왜 뜬금없이 나타나는 거야? 어따 쓰라는 거야?]


[E 반대편에도 아마 열쇠가 있을거에요. 아무래도, 열쇠 두개를 구해야 사도한테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같네요.]


[V 오오! 이거, 진짜 만화책에서 보던 고대던전탐험같애! 하하하! 애들아! 오늘 전투 진짜 재밌지 않아?]


[B 뭐가 재밌어, 젠장! ○나 짜증나고 힘들기만 하구만!]


[N 그러게 말이야! 이번 이공간은 왜이렇게 복잡한 거야?]


던전탐사를 하는 것 같다며 아주 제대로 신이 난 빅토르를,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야 쌩쌩하니까 그런 소리가 나오지, 이미 골골대고 있는 우리들은 하나도 재미없거든?


뭐 어쨌든, 열쇠는 후방에서 크게 움직일 필요가 없는 에르제가 보관한 채로 우린 다시 분기점이었던 그곳으로 돌아와, 이젠 우측 길로 걸어갔다.


[V 보리스, 사도와 싸우기 전에 힘을 너무 빼면 안돼. 그러니까, 이번엔 아무리 이쁘고 몸매 좋은 여자 사도 누님이 나와도 참고 싸워야돼. 알겠지?]


[B 뭘 참으라는 건데? 도대체?]


[V 음.. 사랑하는 마음?]


[B 지랄하고 있네! 진짜! 안 사랑해, 안 사랑한다구! 임마!]


[N 하하하! 그래. 여자 몸매 좀 이쁘다고 금방 사랑에 좀 빠지지좀 마! 가슴이랑 엉덩이 조금만 커도 정신을 못차려요, 정말!]


[E 그래요. 조금만 참아요, 알겠죠? 보리스?]


[B ...마법사님까지 절 놀리는 거에요? 참 나..]


이렇게 나나 보리스가 좀 골골대긴 했지만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음습한 느낌의 하수구 컨셉의 던전이지만, 이전의 어떤 이공간과는 다른 컨셉이라 나도 색다르고 재밌긴 했다. 음.. 사도와 싸우기 전, 또 어떤 부하가 나타나 우리들의 갈 길을 막을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갑자기 확 트인, 크고 동그란 공간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V 여기요! 사도의 부하 누님! 침입자 나타났어요!]


[N 야, 굳이 왔다고 광고할 필요까진 없잖아!]


[V 뭐 어때? 어차피 싸워야 되는데?]


[B ···제기랄! 진짜 가지가지하는군! 이번 이공간의 컨셉은 쥐새끼들인 거야? 제길, 컨셉 중복이잖아! 아까전과 다를 게 뭐야?]


보리스의 말대로였다. 이공간의 사도가 창의력이 부족하신 건지, 이번에도 똑같이 쥐들이 나타났다. 다만, 이번엔 실제 쥐처럼 작은 쥐들이 천천히 나타나고 있었다. 뭐야? 부하도 아까전과 똑같이 인간형 쥐 사도가 나타나려나? 아무래도 그렇겠지?


[N 보리스, 이번에도 쭉쭉빵빵한 여자 쥐사도가 나올 것 같은데, 방금 전 처럼 당해주면 안된다?]


[B 한번 당하지 두번 당하겠냐? 걱정 마!]


[V 아니야! 애들아! 저길 봐! 쥐 사도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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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11: 010601 알리치 집 24.09.07 4 0 23쪽
111 1-110: 010601 석궁 시험/교장실 24.09.05 6 0 31쪽
110 1-109: 010601 석궁 소동 24.09.04 6 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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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107: 010601 알리치 집들이 2 24.09.01 9 0 31쪽
107 1-106: 010601 알리치 집들이 24.08.28 6 0 27쪽
106 1-105: 010601 새 기숙사와 급식 24.08.28 8 0 29쪽
105 1-104: 010530 네스터 모드니노프 24.08.28 7 0 16쪽
104 1-103: 010529 사도와의 전투 24.08.22 7 0 26쪽
103 1-102: 010529 하수구 던전 B 24.08.22 8 0 22쪽
» 1-101: 010529 하수구 던전 A 24.08.22 8 0 21쪽
101 1-100: 010529 모드니노프 가 24.08.21 8 0 25쪽
100 1-099: 010528 총경님과 만남 B 24.08.20 9 0 34쪽
99 1-098: 010528 총경님과 만남 A 24.08.20 7 0 24쪽
98 1-097: 010528 격려 24.08.13 10 0 26쪽
97 1-096: 010528 교장 선생님과 협상 24.08.13 8 0 21쪽
96 1-095: 010527 안톤의 억지 24.08.09 7 0 20쪽
95 1-094: 010527 방 배정 24.08.09 8 0 20쪽
94 1-093: 010526 종결 24.08.09 7 0 27쪽
93 1-092: 010525 사도의 기억 3 24.08.06 10 0 21쪽
92 1-091: 010525 사도의 기억 2 24.07.27 8 0 21쪽
91 1-090: 010525 사도의 기억 1 24.07.27 8 0 20쪽
90 1-089: 010525 엉망진창 추격전 24.07.17 11 0 18쪽
89 1-088: 010525 사도와의 전투 24.07.17 6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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