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베는 천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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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비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13 17:13
최근연재일 :
2023.12.08 11:35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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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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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령관 에고시 (3)

DUMMY

단칼에 잘려 덜렁거리는 에고시의 팔.

그 팔을 들고 영주를 향해 도주하는 병사.


그가 영주에게 알리게 될 소식은 지극히 왜곡된 모함. 다름아닌,


'오러기사들이 영지의 주민들을 말살하려 한다' 는 간계.


'낭패다. 영지의 모두를 적으로 돌릴 거야!'


이대로 그를 막지 못하면 큰일이었다.

앨런은 뒤늦게나마 그 뒤를 따라가려 했다.


"네- 이놈! 어딜 가려 하느냐아아!!!"


허나 그럴 수 없었다.


에고시.


그녀가 마치 귀신에 씌인 듯한 얼굴로, 한 차례 선혈을 왈칵 토하며 앨런의 앞을 가로 막았다.

혼이라도 불태우는 듯한 처절한 기세.

남은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연한 표정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오직 앨런만을 견제할 방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막아라! 이 자를 반드시 막아라!"


에고시가 외쳤다.


"사령관 에고시가 고하노니. 너희들의 전력을 다해 이 자의 발을 이곳에 묶어야 한다! 알겠느냐!"

""예!""


장내에 있는 모든 쇠꽃기사들이, 앨런의 죽음을 노리고 있었다.

허나 그러한 살심과 달리 앨런의 입장은 달랐다.

앨런은, 그들을 죽일 수 없다.



'인간불살不殺.'



그는 기사도의 계율에 따라 사람을 죽일 수 없는 몸.


허나 이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도 없었다.

최대한 그들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면서, 동시에 인명을 안배하는 전투를 벌여야 했다.


에고시는 그러한 사실마저도 철저하게 이용했다.


"들어라. 여기 이 자는 기사도의 계율을 받았으니, 절대로 우리 목숨을 함부로 해할 수 없다. 공세다! 우리의 온 힘을 다해 이 자의 목숨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존명!!""


싸움은 기세라는 말이 있다.

그러한 흔한 말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무섭도록 정확하게 적용하는 순간이었다.


앨런의 주위로 굶주린 이리 떼 같은 적들이 포위망을 빠르게 좁혀왔다.

에고시를 제외한 기사들에게 쇠꽃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검이라도 남아 있었다.


그들은 그걸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각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앨런의 주요 급소 부위를 전담하며 매섭게 목숨을 노려왔다.


"마법사한테 붙어먹은들, 내 팔이 잘리고 사지가 찢긴다한들, 괜찮다! 괜찮아!"


챙! 채채채챙!! 파박!


하나 남은 팔로 에고시가 또다시 맹공격을 펼쳤다.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미친듯이 날뛰는 움직임.

그 기세가 한쪽 팔에서만도 장정 수십 명의 괴력을 뿜어내는 듯했다.


"난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에 가능성을 걸 뿐. 피땀 흘려 쌓아 온 새로운 역사를, 어떻게든 지키고 싶을 뿐! 가시의 격노, 우리의 수호! 쇠꽃기사단 만세! 만세!! 만세!!!"


지금 에고시의 눈에 흐르는 광기는 일반적으로 논할 만한 광기와 차원이 달랐다.

뭔가 더 심오하면서도 집요한.. 그저 광인이라는 표현이 모자랄 만큼. 심처까지 파고드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크윽!"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방의 거울마저도 앨런에게 치명적인 방해가 되었다.

앨런은 거의 두 눈을 감듯이 하고 맞서야만 했다.


푹, 촤악!


그 틈을 타 들어 온 사방의 공세가 앨런의 살갗을 베고, 바닥에 흥건한 선혈을 흩뿌렸다.


"이런... 앨런!!"


완도 그러한 앨런의 난항을 지켜보고 있었다.

속박의 형을 이용해 묶은 식물인간들의 움직임에 일시의 해방을 가한 뒤,

주위의 거울들을 향해 속박의 형이 가진 압력을 부여,

거울을 순차적으로 부숴 나가기 시작했다.


챙! 챙- 채채챙!


완의 손길이 닿는 족족 부숴지는 거울.

속속들이 터져 나가는 은빛 조각들이 달빛만이 비춘 어둔 장내에 특수한 성질의 빛을 부여했다.

흡사 밤 하늘 위로 터지는 유성의 폭발과도 같은 기이한 여운.

사방에서 온갖 칼질과 싸움이 난무하는 광경과 달리 너무도 아름다워, 비현실적인 모순성을 연출했다.


그렇게 거울의 포위가 죽어갈수록, 앨런도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쉬리켄!""


신속의 형으로 반원을 그린 검막을 형성, 단체 공격을 떨쳐낸 뒤 에고시를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의 복부, 명치, 정강이 등을 걷어찼다.


파팍! 투다닥!


""윽!!""


효과가 그럭저럭 있었다. 적절한 체중이 실린 발차기에 기사들이 주춤 물러섰다.

에고시의 연환퇴.

그 각법이 가진 빠른 연속성을 응용해, 다인多人에게 한 방씩 꽂는 것으로 응용한 동작이었다.

그렇게 한순간이었지만 신출귀몰한 움직임에, 에고시는 짧게나마 감탄했다.


'정말... 훌륭하구나!'


고작 눈으로 익힌 게 전부인 기술을,

고스란히 따라할 뿐 아니라 응용력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재지라니.


에고시는 감탄했다.

앨런. 저놈은 비록 나이는 어릴지언정, 무인으로서 더할나위 훌륭한 재목이었다.

허나 경탄의 감상 따윈 이곳에서 필요 없다.



죽여야 한다.



'놈이 죽어야 내가 산다. 영주님이 산다. 영지와 병사들이 산다!'


"덤벼라! 네 죽음 앞에 반드시 내가 서 있을 테다!"


휘리릭!


바람을 쓸듯이 내리꽂는 연환퇴.

종전보다 더 화려하고 빠른 에고시의 절기가 발휘되었다.


'단집중!'


모든 안력眼力과 ,집중력을 동원한 싸움.

앨런의 얼굴 한가운데 피가 흥건했다. 이제까지 흘린 코피 중 가장 양이 많았다.


탁! 투다닥! 채챙! 파박!


각법과 검법을 섞어가며, 그녀와 수십 합을 더 넘게 싸웠다.

두 발이 점차 비틀거렸다. 짧은 시간 새 너무나 많은 피를 흘린 탓일 테다.


"헉... 헉..."


허나 그것은 에고시 또한 마찬가지였다.

팔이 잘렸다. 뿐만 아니라 온 몸에 기력을 실어 날뛰고 있으니 그 실혈이 얼마나 어마무지하겠는가.


"막아라!"

"오금을 잘라버려! 쇄골을 부수자!"


다른 쇠꽃기사들도 그저 무력하게 있지만은 않겠다는 듯, 어떻게든 달려들어 앨런의 동선을 방해했다.


"켄! 신속 제 1형, 쉬리켄!"


앨런도 총력을 다해야했다.

찔러들어오는 기사의 검을 켄으로 흘려보내고, 짓쳐오는 합동공격은 쉬리켄으로 떨쳐내기.

그리곤 척의 보법과 쉬리켄 연격을 통해 날뛰는 에고시의 공격을 막았다.

그렇게 다시 수십 합을 족히 넘길 공방이 이어졌다.


"허억... 허억... 허...억."


마침내 두 사람 다 모두 지쳤다.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검날과 폼멜로 급소 부위를 수차례 얻어맞아 몇몇은 혼절하기에 이르렀다.


"으으윽..."


다른 멀쩡한 자들도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앨런은 잠시동안 몸이 너무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필사를 다해 움직였기에. 그리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에,

신경계에 잠시 혼란이 올 정도로 무리한 몸상태였을 뿐. 허나,



"켄...!"


쨍그랑!


앨런은 움직여야만 했다.

에고시와 기사들이 지쳐 있는 틈을 타,

아직 파괴하지 못한 나머지 두 개의 탈리스만을 확보, 그것들마저도 완전히 부숴버렸다.


"잘했어 블루치즈!"


마침내 완의 오러에 기세가 붙었다.


"속박 제1형, 2식."




""가고일 전시회Gargoyle exhibition""




우둑! 우두두두둑!!



둘러싼 식물인간들 모두를 순식간에 속박, 바늘검으로 휘둘러 순차적으로 무력화시켰다.

앨런은 무척이나 지쳤지만, 식물인간들을 그냥 놔둘 순 없었다.

앨런의 검이 아니면 식물인간들은 한없이 재생했으니까.

뒤늦게나마 완의 공세에 합류해 처리를 시작했다.


- 끄아아아!!


마법을 베는 검격에 식물인간들이 괴음성을 터뜨렸다.

모두 엘쉬나의 목소리였다.

이제껏 앨런의 검이 숱하게 많은 식물인간의 목숨을 거두었으니,

그녀가 가진 마력의 소실도 상당할 것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열 다섯의 식물인간들을 처치했다.


"멈춰라... 멈..춰..!"


에고시는 두 사람을 어떻게든 막을 생각인 듯했다.

덜덜 떨리는 두 무릎을 일으켜 세우더니,

이미 초점이 풀려 버린 두 눈으로 창을 휘둘러 빈 허공을 '휙' '휙' 긁어댔다.


"못 돌아가.. 돌아갈 수 없어. 또다시 그 때로..."


사령관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잿빛 흉터를 지닌 얼굴은 서럽게 일그러졌다.

마침내 입술이 가늘게 떨리더니 눈물이 뚝 떨어졌다.


곧 영지의 역사와 비극이 그녀의 머리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법사에 의해 전염병에 걸려 오랜 세월 동안 천대 받던 우리 민족이.... 이제서야 부흥의 빛을 찾았건만. 왜, 신은 도대체 왜...!"


에고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쿵!


피가 낭자한 실혈과 함께, 에고시는 바닥에 쓰러졌다.

격렬한 움직임으로 혈류마저 잠시 더뎠던 모양인지,

그녀가 쓰러지자마자 흐른 피가 거의 피웅덩이를 이룰 정도였다.

에고시는 그 상태에서 두 차례 꿈틀거리더니, 더이상 아무런 말도 움직임도 없었다.

앨런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목 옆으로 손가락을 갖다댔다.


"숨을... 안 쉬네요."

"..."


하얗게 질린 얼굴로 두 눈을 부릅뜬 에고시.

어딘가 허망하고 구멍이 난 듯한 그녀의 표정


앨런과 완은 그 표정에서, 죽음과 희생을 뛰어넘은 집착과 미련을 느꼈다.


그것이 앨런과 완 두 사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 잡아라!

- 병력 전원 총력을 다하라!

- 당장 놈들을 추포해야 한다!


곧 아주 먼 곳에서부터 앨런의 청각을 자극하는 잡음들이 들려왔다.

부스스 거리는 소리와, 병사들의 원독에 찬 함성 소리.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해요."


앨런이 말했다.


"에고시가 자신의 잘린 팔을 영주에게 전했어요. 우리가 이 영지를 벌할 흉계를 꾸민다는 말을 전할 텐데... 이제 여기 있는 모두가 우릴 적대할 겁니다. 이제 시간이 없어요."

"잠깐."


혹시 모를까 싶은 마음에, 완은 에고시의 품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어?"


마침내 품에서 꺼낸 한 작은 책자.

펼쳐보니 투박한 필치로 쓰여진 글씨들이 빼곡했다.


"음. 웬 일기장인데? 내용이 참 많기도 하네."


앨런은 그 일기장을 건네 받았다.

그리고 정확히 2분을 할애하여, 그 안에 있는 모든 내용을 완전히 파악했다.


"이건... 템파 씨의 일기장이네요."


어떻게 이것이 에고시의 수중에 있었을까?

남의 일기장을 소지하고 있으니, 아마도 뭔가 주효한 정보가 적혀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습득했을까?

연유는 모르겠으나,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겠지.


'그녀는... 이것마저도 자신과 영지의 살 길을 도모할 수단 중 하나라 생각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에고시의 죽음이 한결 무겁게 다가왔다.

시간은 촉박했다. 앨런은 도서관에서 했던 것처럼 템파의 일기들을 빠르게 속독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완에게 이렇게 말했다.


"있어요."

"뭐가?"

"이 페이지 중간에..."


앨런은 점점 흐려가는 에고시의 눈을 잠깐 동안 마주보았다.


"엘쉬나가 있는 거처가, 적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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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그가 제일 잘 하는 것 23.12.05 210 8 13쪽
23 마법의 식물 23.12.04 246 10 10쪽
22 영주의 야망 +1 23.12.03 332 10 16쪽
21 새로운 동료 23.12.02 353 11 17쪽
20 쇠꽃의 비밀 +1 23.12.01 399 10 10쪽
19 첫 번째 임무 (2) 23.11.30 396 10 16쪽
18 첫 번째 임무(1) 23.11.29 430 13 15쪽
17 마법을 베는 검 (2) 23.11.27 520 15 21쪽
16 마법을 베는 검 (1) +1 23.11.26 497 12 14쪽
15 검의 성소 (5) 23.11.25 497 24 20쪽
14 검의 성소(4) +1 23.11.24 505 17 15쪽
13 검의 성소(3) 23.11.23 532 15 19쪽
12 검의 성소(2) 23.11.22 556 14 18쪽
11 검의 성소(1) 23.11.21 595 17 14쪽
10 의회 소집 +2 23.11.20 626 19 10쪽
9 검의 신탁(3) 23.11.19 646 21 20쪽
8 검의 신탁(2) 23.11.18 654 23 12쪽
7 검의 신탁(1) +2 23.11.17 720 27 14쪽
6 훈련 +1 23.11.16 822 29 17쪽
5 당기는 손, 밀어내는 발 +1 23.11.15 920 27 13쪽
4 네 능력이 참 유용하구나 +1 23.11.14 1,074 25 14쪽
3 심장을 먹는 마법사(2) +4 23.11.13 1,285 34 16쪽
2 심장을 먹는 마법사(1) +4 23.11.13 1,517 38 19쪽
1 모두에게 천재로 불리웠다. +3 23.11.13 2,342 5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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