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베는 천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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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비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13 17:13
최근연재일 :
2023.12.08 11:35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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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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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훈련

DUMMY

점심을 먹는데, 문득 쉬리더가 이렇게 말했다.


"내일 널 절벽에 떨어트릴 거다."


앨런은 잘 손질한 기러기 고기를 불에 굽다가, 고개를 한번 갸우뚱했다.

그러다 갑자기 순간적으로 표정을 잃은 것처럼 두 눈을 부릅떴다.


"예?!"

"근처에 꽤 험준한 산등성이 하나가 있더구나. 사람 하나 떨구면 뼈 몇 군데 박살나는 건 물론이고, 재수가 없다면 온몸이 터져 똥이고 뇌수고 질질 흐를 만한."

"...누구시죠?"


앨런은 저도 모르게 근처에 놓여 있던 보얀의 칼을 움켜 쥐었다.

아무래도 스승이 미친 모양이었다.

그도 아니면 모합 같은 지독한 마법사가 또 변신을 해 인간 흉내를 내는 것일 터!


"덤벼라. 이번엔 단칼에 목을 잘라주마."

"? 이런 미친놈. 그거 내려 놔라."

"엇!"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앨런의 검이 저절로 그의 품을 벗어났다.


쉭!


그러더니 뻗고 있던 쉬리더의 손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마치 컵 안에 물이나 술이 고이는 걸 보는 듯했다.

쉬리더가 말했다.


"자, 방금 보여 준 이 힘을 뭐라 했느냐?"

"...켄이다."

"그래. 그리고 자꾸 반말 할래? 니 스승 맞대도?"

"흠. 네."


아무래도 뒤 따라오는 욕이 찰진 게 분명 쉬리더가 맞았다.


"아무튼, 모든 것을 끌어 당기는 인력引力. 그것이 바로 켄이라 하였다. 허면?"


쉬리더가 장작불 앞으로 발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그의 오른발 위로 순식간에 퍼런 불이 확 붙으면서, 뭔가 폭발하는 것 같은 에너지가 퍽 하고 터져 나왔다.


슈웅!


덕분에 잘 굽고 있던 기러기 고기가 장작불 째로 홀라당 날아가 버렸다.


"...네. 그건 척인 거 같고요."


앨런은 공중에서 곡예하듯 휘도는 고기를 보며 말했다.


"모든 것을 밀어내는 척력斥力을 가졌죠. 근데 마스터. 방금 건 좀 너무 하셨다는 생각 안 드세요?"

"그, 원래 인생이란 건... 닥쳐라!"


살짝 무안해진 쉬리더는 괜시리 욕을 지껄였다.


"아무튼 앨런. 너는 이 켄과 척을 지금부터 당장 수련할 거다. 너는 두 가지 힘의 기본과, 그것을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할 것이야. 그리하여 내일! 저 산의 절벽을 자유로이 등반하게 될 것이다."

"..아하!"


앨런은 그제서야 스승이 노망난 게 아님을 깨달았다.


"여하튼 그리 할거니, 준비하도록. 그.. 고기는 다시 굽고. 아까처럼 노릿노릿하게!"

"...예."




*




켄과 척.

그 묘리와 무학의 형식은 천태만상에 무궁무진하여 설명을 거듭하자면 끝을 알 수 없으나,

단지 공통으로 삼을 만한 원류의 일부를 인용하자면 대략 이렇다.


우리는 우주의 탄생으로 비롯된 존재이다.

하여 이 세상의 각 생명체는 그 객체 하나 하나에 우주의 묘리를 담고 있으며,

그것은 네 발 달린 동물, 떡잎 달린 식물, 두 발 딛는 인간을 가리지 않는다.


그 우주의 묘리란 바로 '순환'이다.


취하고, 그 취한 것을 배출하고 방류함으로써 환원하는 과정.


어떤 생명도 이 형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두 이 순환의 굴레 아래 생득生得하였고, 그로 인해 우주의 질서가 흐른다.

대저 오러를 다루는 법도 이와 같아야 한다.


"켄과 척. 이 두 기술은 그러한 순환적 관점에 착안하면서, 세대를 거듭해 그 형태를 다듬은 것이다."


두 가지 기술엔 특징적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가진 고유성에 기반한다는 것.


"손으로 취하고, 발로 흘려 보낸다."


먼저 손.

인간의 손은 엄지대(엄지손가락을 동반한 손바닥 일부까지의 가동범위)가 있어, 다른 생명체와 구별되는 특징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펜을 쥐거나, 돈을 세고,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칼도 잡을 수 있지."


도구 사용.

손질, 창조 및 착안.

대상을 분석하고 조작하는 능력 등.


이렇듯 인간은 손이라는 기관을 이용해 무작위로 흩어진 자원과 식량, 기술·지식 등을 '취한다'.


"그렇다면 발이라는 건 어떤 일을 하겠느냐?"


기본적으로는 직립보행한다.

두 발로 걸어갈 때 척추를 세움으로써, 이족보행하는 짐승들과 손과 발의 영역을 나눈다.

이는 곧 손과의 분업화를 의미한다.

인간은 오로지 발을 이용해 걷거나 뛰거나, 또 오르 내리는 등의 활동으로 그가 가진 에너지를 '방출한다'.


"손으로 생명력을 얻고, 또 발로써 축적한 생명력을 방출하는 행위. 이를 통해 우주의 진리인 순환의 질서를 표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해 됐느냐?"

"네."


말 그대로 인간의 자연성에 기초한 개념이기에 복잡성은 없었다.

다만 이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사고가 확장 된 느낌이랄까?

여태껏 살면서 손과 발의 근원적 역할에 대해 이처럼 깊게 천착해 본 일은 없었기에,

그 개념이 새삼 신비롭게 다가왔다.


"부자연도 없고, 역행함도 없다. 그렇기에 두 기술이 가진 에너지와 범용성은 무한에 가깝다."


켄(Ken).

모든 것을 당기는 인력引力,


척(Chuck).

모든 것을 밀어내는 척력斥力.


두 기술은 켄과 척이라는 오러기사 역사상 희대의 라이벌들을 통해,

각각 개별의 형태로 존재했다.


하지만 먼 훗날 말예의 착안과 개량을 거듭,

마침내 두 기술이 통합됨으로써, 완전한 대순환의 질서를 따르도록 윤색되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손은 쥔다. 그리고 발은 딛고, 떨쳐낸다."


다만 그 행위를 우리만의 고유한 에너지,

'오러'로 치환하는 것이다.


이것이 쉬리더가 끝마친 설명의 총체였다.


"망치와 정을 다루려면 일단 손부터 움직일 줄 알아야겠지."

"그 말씀은?"

"켄과 척 이전에, 오러부터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오러를.. 다룬다고요?"


앨런의 입장에서 이해가 썩 쉬운 말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오러란 자동반응 같은 것이었으니까.


"일례로 모합과의 싸움에선.."


자연적으로 검에 오러를 실어,

베고 찌르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는가?


"흠, 그러니까 자신만만하다 이거구나? 이 스승의 가르침 따위 없어도?"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지만."

"해봐라."


쉬리더는 겨드랑이 아래로 팔짱을 낀 채, 큼지막한 이를 씨익 드러내 보였다.


"한 번 보여줘 봐. 내 지켜 볼테니."


앨런은 보얀의 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다가 내심 생각났다는 듯 '엇' 소리를 냈다.


"그렇지."


쉬리더는 클클 웃음 소릴 냈다.


"옛 제자의 검엔 이제 오러의 축복이 없지. 기억력 좋은 너니 당연히 알 것 아니냐?"

"네."


오러기사의 검은 귀속물,

영과 육이 다할 시 검이 가진 생명력도 끝나게 된다.

고로 이 검으론 더 이상 오러를 발현할 수 없다.


"자, 당황하지 말고. 맨몸으로. 맨몸으로 오러를 만들어 봐라."


'맨몸으로...?'


앨런은 그제서야, 스승이 했던 말의 본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배워야... 하는 군요!"


검을 잡을 땐 몰랐다.

체내에 잠재 된 힘이 그대로 몸을 타고 검으로 흘러 들었고,

그 과정은 마치 손가락에 가락지 껴맞추듯 자연스러웠으니까.


'하지만...'


막상 빈 손이 되어 보니 다르다.

그 감각이 하나도, 전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방법을 모르겠지? 이건 뭐 숯하고 종이만 있지, 도무지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할 지 감도 안 잡히지?"

"...네."


공교롭게도 완벽한 비유였다.

그야 말로 막막한 느낌이다.


"흐흐."


어쩐지 스승의 웃는 낯은 한층 더 밝아진 느낌이다.


"내가 뭐랬느냐. 오러기사의 몸이 이 부싯돌이라면..."

"'그가 가진 검은 장작과도 같다'. 라고 말씀하셨죠."


앨런은 지금 장작 없는 부싯돌과 다름없는 상태. 고로 불은 피워 낼 수 없다.


"욘석아."


무슨 길가의 애놈 하나 곯려먹듯, 쉬리더는 앨런의 머리칼을 마구 헝클었다.


"네가 아무리 잘나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괜히 골머리 썩을 것 없다. 이래서 스승이란 게 존재하는 것이니. 자, 지금부터 그 방법을 내가 알..."


우우웅...!


갑자기 앨런의 몸에서 푸른빛 경기가 뿜어져 나왔다.


"했습니다."

"어.. 어떻..?"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라, 쉬리더는 헉 벌어진 입으로 말조차 잇지 못했다.


"모합과의 싸움. 그때 느꼈던 몸의 감각을 떠올렸습니다."


후둑,

앨런의 코밑으로 방울진 선혈이 떨어졌다.


"잘 기억해보니 이런 과정이었더군요."


모든 시작의 근원은 단전이다.

단전 부근에서 뿜어진 무언가는 분명 오러였으며, 그것을 사지백해로 퍼트리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전신에 기이한 감각이 일어난다.


"그리고 보얀의 검은."


단지 그 과정을 이끄는 촉매제 역할이었던 것이고.


"그, 그래. 분명 맞는 말이다만.."


'이걸 혼자서 해냈다고?'


쉬리더는 뭐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거늘.'


반나절을 생각했다.

그나마도 제자 놈이 꽤 똑똑한 편이니, 나름대로 빠듯하게 잡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걸 한번에 해내 버린다고?


"모든 정신을 그때로 되돌려, 영원에 가깝게 생각했습니다."


분 단위로 나누고, 초 단위로 쪼개면서.

앨런은 그때 겪었던 자신의 변화를 머릿속에서 복기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검 없이도 오러를 발출할 수 있는 발상을, '스스로' 떠올렸다.


"..."


쉬리더의 표정이 시시각각 심각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


'멍청한 것도, 게으른 것도 아니고. 지나치게 천재인 것을 걱정해야 한다니.'


쉬리더는 미소로 비어져 나오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어떤 톡 튀는 유행 가사를 부르듯, 이렇게 물었다.


"어머님이 누구니? 도대체 널 어떻게 이렇게 키우셨니?"





*




"켄의 훈련은 욕구에서부터 시작한다."


지이잉... 앨런의 왼손에서 정제되어 나온 오러가 푸른빛으로 일렁거렸다.


"무언가를 취하고자 하는 욕망. 그 욕망에 기초해야만 켄의 무학을 다듬고 발전시킬 수 있지."


앨런이 펼친 다섯 손가락의 사위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기러기 고기.


우득, 우드득..


거리는 약 5m 남짓. 나무꼬챙이 위에 수직 방향으로 꽂힌 고기는, 마치 무언가에 조종 당하듯 제멋대로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안 움직여!'


하지만 그저 부르르 떨기만 할뿐,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켄의 힘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자야."


가만 지켜 보던 쉬리더가 말했다.


"자. 넌 지금 이 고기의 어떤 부분을 갈망하고 있느냐?"

"...부분이라기 보다, 그냥 저 고기를 잡고 싶단 마음으로..."

"아니. 틀렸다."


쉬리더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켄의 욕망은 좀더 내밀하고, 구체적이어야만 한다. 예를 들면 나라면 이렇게 할 것이다."


쉬리더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부르르 떨기만 하던 기러기 고기가 무슨 붕새라도 된 마냥 활개를 치더니, 갑자기 거기에서 닭다리 하나가 뚝 분질러지며 쉬리더의 손으로 쏙 들어와버렸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아, 저 기러기의, 정확히 따지자면 저 통실통실하고 기름기 졸졸 흐르는 닭다리가, 미치도록 사무치게 먹고 싶다! 속된 말로 뭐 빠지게 먹고 싶다!', 나는 방금 그러한 일념 하나만으로 켄을 썼다."


허허 웃던 쉬리더는 붙잡은 닭다리를 한 입 크게 베어 먹었다.


"그리하여 보다시피, 우주가 즉각 응답했지. 애송아. 이제는 좀 알겠느냐?"

"...!"


뭐랄까. 일견 느꼈을 땐 단순하기 짝이 없는 개론인데,

그게 본질적으로 한 치의 비논리성 없이 완벽하게 들어맞아 머릿속에 경종을 울리는 느낌이다.


"자, 다시."


쉬리더가 이번엔 목표물을 좀 더 멀리 움직였다.


"욕망이다. 네 욕망을 최대한 구체화 해서, 오늘 안에 저 고기를 완전히 먹어 치워라."

"...예!"


앨런의 눈빛이 한 차례 빛나며 그의 손도 바쁘게 움직였다.





*




두 시간 후.

나무막대엔 이제 한 점의 고깃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뭐, 그 정도면 잘했다."


이렇듯 쉬리더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칭찬했다.

그럼에도 마음 속에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 경탄은 숨길 수 없었다.


'빠르다, 이 녀석은 뭐든지 빨라!'


집중력은 물론이고, 특히 분석력이 대단했다.


'단지 피상적인 반복이 아니라, 한 회 한 회 마다 수정을 거듭하고 있어.'


될 때까지 반복한다.

그것이 보통 수련생의 자세였다.

허나 앨런의 접근법은 그 궤를 달리 했다.

실행하고, 미비한 점을 분석했다.

그리고 곧바로 수정하여 재실행을 반복한다.


'심지어 그 분석의 시간이 찰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아무래도 비상한 기억력 덕분이겠지.'


그의 첫 제자였던 보얀은 어떠했는가?

무려 이틀의 시간이 걸렸다.

물론 현재의 앨런에 비해 한참이나 어린 나이였음을 감안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나 커다란 격차.

시간 상으론 무려 열 배 넘도록 빠른 진척이다.


쉬리더는 비집고 올라오려는 미소를 애써 감춘 채 말했다.


"이제 척을 수련한다."

"예."


스스로도 재미가 붙었는지, 앨런은 다만 이마에 흐르는 땀만 닦아낼 뿐 군소리 하지 않았다.

애써 묻지 않아도 의욕 만만한 눈빛이었다.


"켄은 욕망의 구체화라 했다."


쉬리더가 말했다.


"그럼 척은 무엇이겠느냐?"

"..."


앨런은 잠시 동안 말없이 생각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쉬리더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마침내 앨런이 말했다.


"'용기'. 그리고 '자유'입니다."


쉬리더의 얼굴에서 잠시 놀라움이 스치더니, 진한 흥미와 호기심에 찬 미소가 떠올랐다.


"용기와 자유. 분명 그리 말한 것이 맞느냐?"

"예."


앨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를 사로잡기 위해선 욕망이 필요합니다. 반면 방출하고, 밀어내는 행위에는. 우선적으로 용기가 필요합니다."

"왜지?"

"소실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소년의 눈빛에 확신이 찬 이채가 맴돌았다.


"밀어내기. 이를 위해선 내가 소유한 것과, 동반한 것을 멀리 보내야 합니다. 다른 거리, 혹은 다른 장소나 세계로요. 이는 곧 익숙함과의 결별을 의미합니다."


앨런은 잠시 쉬리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연로한 스승의 얼굴엔 경탄과 기쁨이 반씩 섞여 있었다.


"그럼으로써, 마침내 자유로워 진다는 의미냐?"

"네."


잠시나마 쉬리더의 눈꺼풀과 눈동자가 정지했다.

무수히 많은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치는 듯했다.


"보얀을 생각했느냐?"

"네?"

"방금 네가 한 발상. 보얀과의 이별에서 착안했느냔 말이다."


소년은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눈물 한 방울 툭 떨어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은 아니다."

"...그렇군요."

"허나 단지 완벽하지 않을 뿐."


마침내 스승이 웃었다.

술이라도 한잔 걸친 것처럼 두 눈은 벌겠다.


"어쩐지 그런 마음도, 충분히 훌륭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구나."





*



인근의 작은 연못.

이곳은 지극히 평온하고 도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앨런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파바박!


연못 곳곳에 설치 된 기다란 나무토막.

지름을 다해 봐야 손바닥도 안 되는 그 투박한 구조물들 위로, 앨런의 두 발이 전광석화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쉬쉭!


빠르게 달려 거리를 좁히며 쉬리더를 향해 뛰어드는 모습.

스승은 그런 제자를 따돌리기 위해 재개 발을 놀렸다.


"에잇!"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사력을 다 하는 앨런.


"흐허허!"


반면에 쉬리더는 어린아이 술래잡기라도 하는 듯 즐겁기만 해보였다.


"앞꿈치의 반탄력을 이용해라!"


쉭! 쉬릭!


쉬리더는 제자의 추격을 유유히 따돌리면서도 가르침을 멈추지 않았다.


"척을 이용한 보법은 오러기사의 민첩함을 상징하는 기본 소양! 이제까지 해왔던 네 평범한 보행은 모두 잊도록 해라!"

"네!"


그렇게 세 시간이 더 지났다.


"좋다!"


쉬리더는 모처럼 단박에 해사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비로소 네 척에 용기와 자유가 느껴지는 구나. 수고 많았다."

"...예!"


흐아...! 안도감이 퍼지면서, 줄곧 긴장돼 있던 앨런의 몸이 스르르 풀어졌다.


풍덩!


그리곤 일체의 망설임 없이 연못으로 뛰어들어, 땀으로 젖은 몸을 마구 목욕하며 해갈했다.


"불 피워라."

"예."


곧 저녁을 알리는 장작불이 은은하게 타올랐다.


"빠른 성취다."


불의 온기에 꾸벅 졸던 쉬리더는 문득 잠꼬대처럼 이렇게 말했다.


"켄과 척의 개념은 어렵지 않지만, 이걸 몸과 마음으로 올곧이 해석하려면 수많은 수행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넌, 확실히 빠른 편이야."

"감사합니다."

"감사는 우주와 신께나 빌도록 하고."


삐딱하게만 앉아 있던 쉬리더는 이제 새삼 정좌하며 자세를 취했다.


"자, 이제 가장 중요한 과정 하나가 남았구나."

"예."


중요한 과정.

그게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앨런은 다소 들뜨면서도 긴장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내 앞으로 앉아라."


앨런은 엉거주춤 움직이며 스승의 앞에 자리했다.

자세는 똑같이 따라했는데, 왠지 분위기상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뭐하냐? 그냥 니 편한대로 앉으면 되는데."

"아. 예."


앨런은 약간 뻘쭘해졌지만 곧 편한 자세로 앉았다.


"이렇게 분위기를 만든 이유는, 네게 한 가지 특별히 당부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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