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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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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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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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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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7-119.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1)

DUMMY

어느새 짙은 어둠이 내려 깜깜한 밤이 되자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닷바람만이 느껴질 뿐 주변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철썩철썩' 거리는 겨울바다의 파도소리는 허공에 하얀 물거품만 일으키며 삭막하고 황망했다.


수희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희는 재빨리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이미 수희의 휴대폰에는 백마녀와 화련스님 그리고 천수도령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수희는 손톱을 질겅질겅 씹으며 누구에게 먼저 전화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수희는 일단 몸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 승주를 재빨리 소파에 눕히고, 일월선녀에게 먼저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속(巫俗)에 있어 가장 연장자이면서 경험이 많은 그녀라면 분명 이번 공격의 사태가 무슨 일인지 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수희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때마침 수희의 핸드폰으로 천수도령이 전화를 걸어왔다.


“오빠!”


수희의 외침에 천수도령 역시 다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목소리 듣자하니 너도 뱀한테 공격당했구나? 괜찮은 거야?”


“오빠 쪽도 그래? 오빠는 괜찮아? 지금 나한테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있어! 다들 공격당했나봐! 어떻게 하지?”


수희의 목소리는 불안과 초조함이 역력했고, 울음기마저 섞여있어 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런 수희의 마음을 느낀 것인지 천수도령은 수희를 다독거리며 차분히 말했다.


“스승님이나 선아, 그리고 나도 모두 무사해. 그런데 일단은... 스승님께서 전부다 이쪽으로 모이라고 하신다! 일단 너한테 연락 온 사람들한테 여기 주소 보내서 알려주고, 너도 지금 빨리 이곳으로 넘어와라. 여기가 제일 안전하다고 하셔! 혹시 뱀한테 물린 사람 있으면 꼭 데려오라고 하신다! 수희야, 진정해야해! 너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고 하신다. 얼른 모이게 해!”


천수도령의 말을 들은 수희는 전화통화를 끝마치자마자 백마녀와 화련스님, 그리고 한결에게 연락을 했다.


아까 수희에게 연락을 받은 한결이 문자로 받은 주소 역시 일월선녀가 있는 집주소였다.




***




그렇게 모두가 모인 곳은 일월선녀의 낡은 구옥 주택이었다.


그들은 한겨울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청마루에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천수도령은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게끔 서둘러 비닐장막으로 대청마루를 에워싸 둘러막고, 선아는 그들에게 따듯한 녹차(綠茶)를 건넸다.


중앙에 앉은 일월선녀를 기점으로 양옆에는 선아와 천수도령이 앉아 있었고, 그 오른쪽 옆으론 수희와 한결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왼쪽으로는 백마녀와 화련스님이 앉아 있었다.


상현과 승주는 뱀에게 물린 탓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환자였기에 일월선녀의 방에 눕혀놓았다.


일월선녀는 천수도령을 시켜 무언가 주문을 적은 경면주사 부적을 태워 의식이 없는 승주와 상현에게 마시게 했다.


잠시 뒤, 승주와 상현은 정신을 차렸지만 아직도 그 둘은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 했기에 방에 눕혀 놓았던 것이다.


“환자들은 내일이면 일어날 수 있을 게다. 일단...”


일월선녀가 모두를 한 바퀴 둘러보고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 뱀이 공격해 온 소동은.... 아무래도 수희 너와 관계된 듯 싶구나.”


일월선녀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눈빛만큼은 매섭게 수희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게요. 다 저랑 관련된 사람들한테만 공격이 들어온 걸 보면.... 저 때문인 거 같은데... 다들 죄송합니다.”


수희의 목소리는 평상시와 달리 주눅이 잔뜩 들어있었다.


그녀는 차라리 자신만 공격을 당했거나 다쳤다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무겁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울먹이듯이 살짝 떨리는 수희의 목소리에 모두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만 숙이고 있을 때였다.


한결이 밝은 목소리로 수희를 향해 말했다.


“에이! 수희 씨! 무슨 이게 수희 씨 탓이에요! 아니에요. 다들 이렇게 잘 살아 있잖아요. 이렇게 다들 모였으니 얼마나 든든해요! 무슨 어벤져스 팀 꾸민 것 같고 좋기만 한걸요!”


한결의 해맑은 표정과 넉살에 다들 살짝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수희는 여전히 침울한 표정이었다.


수희는 팔을 들러 올려 팔꿈치로 한결의 가슴을 살짝 치며 조용히 속삭였다.


“제발 좀! 분위기 파악 좀!”


수희의 짜증섞인 말에 한결이 아프다는 시늉을 하며 넉살좋게 웃어보였다.


일월선녀는 옅은 한숨을 푹 내신 뒤, 선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선아야. 네가 말해 보거라.”


일월선녀의 말에 선아는 수희를 잠시 쳐다본 뒤, 모두를 향해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스승님 말씀이 맞아요. 제 능력은 원하는 것이 있는 장소나, 필요한 것이 위치한 장소를 찾아내는 것 입니다. 지기(地氣) 그러니까 땅의 기운을 느껴서 탐색한다고 하는데 자세한 건 저도 몰라요 다만... 이번 일에 관련된 장소가 대충 어디인지는 알겠습니다.”


“그게 어딘데?”


수희가 커진 눈동자로 선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경상북도 구미... 산업단지 쪽인 거 같아요...”


어린 선아의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수희 역시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일월선녀를 바라보았다.


“저를 둘러싼 사람들이 다치고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경북 구미 쪽과 연(緣)이 전혀 없어요. 심지어 그 쪽에 관련된 사건을 해결한 적도 없습니다. 구미에 가본 적도 없다구요. 그런데 구미라뇨? 혹시 선생님께서는 뭔가 짚이시는 게 있으신가요?”


평소에는 자신보다 윗사람에게도 버릇없이 거침이 없던 수희가 일월선녀에게만큼은 공손히 질문을 던졌다.


일월선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모두를 바라보며 말을 시작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구나. 일단 이곳으로 모이라고 한 것은... 이곳이 제일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 비록 대단한 만신은 아니지만 몇십년 가까이 용왕신(龍王神)을 모신 몸이다. 용왕신께서 자리 잡은 이곳에 뱀 것 따위들이 쉽사리 침범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또... 이렇게 수희를 둘러싼 사람들이 공격을 당한 것은 연유가 있을 터이니 다 같이 모여서 의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일월선녀는 곤란한 듯 잠시 말을 멈췄다.


모두가 숨죽여 일월선녀가 다시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일월선녀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수희의 몸 상태를 모두가 알아야한다는 이유가 제일 컸다. 수희야 이제 말해야지? 언제까지 숨길 생각인게야?”


일월선녀의 말에 수희가 몸을 흠칫 놀라며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모두를 바라보고 조용히 말했다.


“일부러 숨기려고 한 건 아니고.... 저.... 화마가 제 왼팔에서 빠져 나간 거 같아요. 더 이상 화마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화마의 기운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수희는 속상한 듯이, 한편으로는 후련하다는 듯이 말했다.


수희는 무덤덤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수희의 말을 들은 모두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수희가 그토록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화마의 흔적이 수희 왼팔에서 빠져나가다니 모두는 충격에 놀라 할 말을 잃었고, 대청마루는 그렇게 싸늘한 정적만이 이어졌다.


“너도 참 힘들었겠다. 바보같은 것... 말을 해야지! 도와도 도와줄 것 아니냐?”


정적을 깨고 수희에게 처음 말을 건넨 것은 백마녀였다.


백마녀는 잠자코 선아가 건넨 따뜻한 녹차만을 홀짝이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수희가 화마의 기운을 잃었다는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이 있다가 수희를 향해 한마디 툭 내뱉은 것이었다.


백마녀는 힘들었겠다는 말을 내뱉은 채 또다시 무언가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윽고 화련스님 역시 조곤조곤 차분한 목소리로 수희를 향해 말했다.


“부처님의 제자 중 아나율 존자님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부처께서 설법을 하는 동안 졸다가 부처님께 꾸지람을 듣고, 다시는 졸지 않겠다며 눈을 감지 않고 수행만 하시다가 결국 두 눈을 잃게 되신 분이시지요. 허나 강한 정신력으로 깨달음을 얻어 마음의 눈이라 불리는 ‘심안(心眼)’을 얻어 결국은 천안통(通)을 이루신 분이기도 합니다. 우리 수희 시주님께서도 심안을 얻으시려 화마의 기운을 잃게 되신 거 아닐런지요. 모든 것이 전부 다 잘 될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언니! 괜찮아! 우리 일월선녀 스승님 진짜로 짱짱 쎄시니까! 언니 도와주실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나도 도와줄게!”


선아 역시 한마디 거들고 있었고, 천수도령은 조용히 다가와 수희의 어깨를 한번 토닥거렸다.


한결 역시 수희에게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어느 새 방문을 열고 순식간에 승주가 뛰쳐 나와 수희를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이 나쁜 년아! 왜 나한테도 말 안한 거야! 숨길 게 따로 있지! 이 나쁜 년! 나한테는 말해줘야지! 나쁜 년!”


승주는 이내 정신을 차린 듯이 초췌한 모습이었다.


입술은 생기가 하나도 없이 파랬는데 어지러운 모양인지 휘청거리면서도 수희에게 달려와 그녀를 껴안고 수희의 등을 손바닥으로 치며 울고 있었다.


평소에 욕이라고는 한마디로 하지 않던 승주가 엉엉 울면서 저렇게 욕을 할 정도였으니 수희를 향한 섭섭함과 미안함이 얼마나 사무쳤을지 모두가 하나같이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상현 역시 무척이나 피곤하고 초췌한 얼굴로 나와 조용히 백마녀 옆에 서서 그런 수희를 묵묵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상현의 눈은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벌개져 있었다.


한결은 수희 역시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수희 씨를 엄청 아끼고 생각하나보네. 내가 낄 자리가 맞는지 모르겠다... 내가 있어도 되나...


한결은 조심스레 자신이 여기 있어도 되는 인물인가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의 말을 조용히 들어보면 이 곳에 모인 사람들은 수희와 깊은 인연(因緣)이 있는 무속 쪽 일을 하는 사람들 같아보였다.


영(靈)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수희의 일에 큰 도움을 주겠지만, 한결 자신은 그런 힘이 없는 평범한 일반인에 불과했다.


한결이 심각한 고민 중이던 찰나 백마녀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수희야, 우리 쪽을 공격해온 여자들이 말하기를 ‘칠성부군’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혹시 알고 있거나 짚이는 게 있니?”


백마녀의 말에 승주를 껴안고 울고 있던 수희는 눈물을 닦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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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챕터7-128.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1) 23.12.16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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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챕터7-126.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2) 23.12.15 21 1 11쪽
125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23.12.14 23 1 11쪽
124 챕터7-124.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3) 23.12.14 25 1 11쪽
123 챕터7-123.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2) 23.12.13 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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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챕터7-121.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3) 23.12.12 3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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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챕터7-116. 무명도사- 폭풍전야 (1) 23.12.10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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