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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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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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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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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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DUMMY


승주는 수희가 선아와 자신을 대신해 핵을 부수러 달려가는 것을 눈치 채고 그녀를 뒤쫓았지만 수희의 발걸음이 더 빨랐다.


승주는 가뜩이나 몸이 성치 않았기에 잰 걸음으로 쏜살같이 달리는 수희를 쫓아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선아 역시 한껏 인상을 쓰며 수희를 쫓아 승주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으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지금 수희를 비롯한 승주와 선아 모두 서로가 핵에 먼저 다가서기 위해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듯이 미친듯이 내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윤재는 인상을 한껏 찌푸리며 고민에 빠졌다.


- 서로를 위해 서로 자기가 대신 죽겠다고 한다고? 악인(惡人)이라면 절대 이럴 수 없지...


윤재는 수희 일행들을 향해 일종의 실험을 한 것이었다.


‘핵(核)’을 부수면 죽는다는 말을 했을 때, 응당 악인(惡人)들이라면 누군가를 시켜 명령을 내려 핵을 부수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 협박이나 회유, 혹은 강제로 상대방이 핵을 부수는 상황을 만들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핵을 부수는 자는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자신 말에 세 명은 아무도 일말의 주저함이나 망설임 없이 서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겠노라며 나서고 있었다.


저 사람들의 말에는 서로를 향한 깊고 돈독한 애정(愛情)이 느껴졌다. 기꺼이 상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며 희생한다는 것부터 이미 이들을 악인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은 윤재였다.


- 스승님... 이게 무슨 일인가요... 도대체...


윤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수희를 쫓아 뛰기 시작했다.


그는 밀교에서 전해지는 축지법과 같은 비술(秘術)로 걷고 있었기에 어느새 선아와 승주를 재치고 수희를 거의 따라잡다시피 했다.


번개같은 속도로 순식간에 달려가는 윤재를 선아와 승주는 놀라 쳐다보았다.




***




수희는 숨을 헐떡이며 앞을 향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꽤 넓은 폐공장은 한없이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길었다.


수희가 핸드폰 화면을 비춰가며 장애물과 이상한 형상들을 피해 이윽고 5분가량 달렸을까 앞쪽에 작은 창문이 달린 창고 같은 방이 보였다.


‘비품실(備品室)’이라고 적힌 팻말을 보아 그곳에 왠지 ‘핵(核)’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았다.


수희가 비품실 창고 문을 열었을 때 갑자기 쏟아지는 눈부신 흰색 빛에 수희는 두 눈을 질끈 감고야 말았다.


수희는 눈앞에 있는 흰색 빛의 뱀을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흰 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뱀은 혀를 낼름거리면서 붉은 눈동자로 수희를 노려보고 있었다. 흰 뱀은 요리조리 몸을 돌려가며 수희 앞에 서서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수희는 조심스럽게 부적 몇 장을 꺼내 왼손에 쥐고는 오른손으로는 벽조목 부채를 펼쳤다.


- 저게 윤재가 말한 그 결계의 핵(核)인가. 어떻게 부수지... 뱀이 본체인지, 뱀말고 다른 무언가가 본체인 건지 잘 모르겠네. 어쩌지...


수희는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뱀이 혹시라도 자신을 향해 공격해오면 언제든 반격을 하기 위해 뱀과 끊임없이 신경전 중이었다.


긴장감이 가득한 채, 어느 새 수희를 뒤 쫓아온 윤재가 수희를 향해 외쳤다.


“저 뱀은 핵이 아니에요. 뱀 뒤에 있는 기둥에 꽂힌 나무막대기를 부숴야 해요!”


윤재는 수희를 향해 말했고, 수희가 그를 돌아보며 대답하려는 순간 흰색 뱀이 순식간에 수희를 향해 덮쳐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입을 벌려 수희를 물려는 순간 어느새 비품실 내부로 들어온 승주가 달려들어 수희를 감싸 안았다.


“언니! 안 돼!”


수희의 외침에도 승주는 수희를 감싸 안았고, 이윽고 ‘으드득’ 뼈가 부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승주가 백사(白蛇)에게 물려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쓰러진 승주를 선아가 껴안아 받았고, 수희는 불타는 듯 이글거리는 눈으로 뱀을 쏘아보며 뱀에게 부적을 날려 벽조목을 거칠게 세워 뱀의 머리를 후들겨 팼다.


하지만 부적은 뱀의 머리에 붙자마자 불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벽조목은 거대한 돌덩어리를 내려친 듯이 엄청난 진동과 함께 수희의 팔이 얼얼할 정도의 충격만 느껴질 뿐 흰 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희가 벽조목 부채를 펼쳐 바람을 실어 보내려하자 뱀은 재빨리 그들에게서 떨어져 벽 뒤로 붙었다.


수희가 다시 한번 벽조목의 바람을 흘려보내려는 순간, 윤재가 벽조목 부채를 거칠게 오른손으로 쥐어 잡고 수희를 막아섰다.


윤재는 말없이 조용히 수인(手印)을 맺으며 뱀에게 다가갔다.


뱀은 ‘씌익씌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거칠게 윤재를 위협했다.


하지만 윤재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이 거침없이 뱀에게 다가갔고, 뱀이 윤재를 향해 달려들며 그를 물려는 순간 윤재가 기합을 넣더니 오른손 손바닥을 들어 뱀의 머리에 갖다 대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뱀은 윤재에게 저항하려고 온몸을 비틀어대며 발악을 했지만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듯이 끙끙대며 꼬리부분만 거세게 바닥을 내리치고 있었다.


이내 윤재가 왼손을 품안에 넣고 작은 종이 다발을 꺼내어 뱀 뒤에 있는 기둥으로 던졌다.


순식간에 나비 모양으로 변한 종이들이 표창처럼 연달아 ‘다다닥’소리를 내며 벽쪽에 날아가 박혔다.


이윽고 눈부신 빛이 방안을 가득 메우더니 순식간에 흰 뱀이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윤재의 손바닥에는 뒤쪽 벽에 박혀있는 나무막대기에서 튕겨져 나온 작은 흰색 구슬이 들려있었다.


윤재는 있는 힘껏 바닥에 그 구슬을 집어던졌고, 이내 그 구슬은 산산조각이 난 채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윤재가 뒤를 돌아보자 바닥에 누워있는 승주를 붙들고 선아와 수희가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윤재는 아무 말 없이 입술을 앙다문 채로 승주에게 다가가 그의 이마에 손을 올린 뒤 무언가 주문을 읊고 승주의 배 위에서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이윽고 ‘헉’소리를 내며 승주가 정신을 차렸다.


“죽지 않아요. 다 허상(虛想)이에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윤재는 짐짓 무거운 목소리로 그녀들을 안심시켰다.


핵(核)을 부쉈으니 정신을 잃거나 길을 헤매는 수희의 남자 일행들이 곧 정신을 차리고 무명스승님의 수련장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윤재는 스승님을 찾아 자세한 자초지종을 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




수희 일행이 폐공장 내부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천수도령과 한결, 상현과 화련스님 역시 정신이 없었다.


철문을 열고 마을 입구로 들어서 폐가들을 살펴보던 남자들은 이윽고 앞서 걷던 여자 무리들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분명 천천히 같이 걷고 있었는데 어느 새 정신을 차려보니 수희와 승주, 선아가 눈앞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놀란 천수도령과 화련스님이 소리치며 뒤에서 걷고 따라오고 있던 상현과 한결을 부르자 그들의 대답 대신 ‘털썩’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수도령과 화련스님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한결과 상현이 보였다.


상현과 한결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데 비해 천수도령과 화련스님의 정신은 멀쩡했다.


비명소리도 없이 ‘픽’쓰러진 상현과 한결을 쳐다보던 천수도령과 화련스님은 서로 황당하다는 눈빛을 주고 받았지만 이윽고 그들이 쓰러진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영(靈)적인 기운이 있는 자신들은 멀쩡했지만, 아무런 능력이 없는 일반인 남자들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그 알 수 없는 결계의 기운이 일반인인 상현과 한결만 기절시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죠? 이대로 둘을 그대로 두고 가기엔 위험합니다!”


천수도령이 화련스님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하자, 화련이 이에 대답했다.


“일단 한명 씩 맡아서 가죠. 그리고 여자들을 빨리 찾아야합니다!”


천수도령은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상현을 부축하며 거의 질질 끌고 가다시피 했고, 화련스님은 한결을 부축해 마찬가지로 거의 끌고 가다시피 질질 끌면서 앞을 향했다.


이들이 낑낑거리며 그 둘을 질질 끌고 가는 동안 천수도령의 품 안에서 시끄러운 전화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수도령이 재빨리 품속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확인하자 그의 스승인 일월선녀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천수도령은 화련스님에게 눈짓을 하고, 잠시 멈춰선 채 휴대전화를 받았다.


“예! 스승님! 말씀하십시오!”


그가 전화를 받으며 대답하자 전화기 너머로 소리를 바락 지르는 일월선녀의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차려라! 이 녀석아!”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는 자신의 스승을 향해 천수도령이 물었다.


“스승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윽고 일월선녀는 엄청난 기세로 더 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고 주변을 살펴봐라! 너 지금 뭘 어깨에 메고 있는 게야!”


그녀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 천수도령이 그의 왼쪽에 짊어진 상현을 바라보았지만 어느 새 그의 시선에 꽂힌 것은 상현이 아니라 커다란 공장 외벽재인 판넬이었다.


다 부숴져 겉이 갈라진 판넬은 사람크기만 했는데 자신을 그것을 질질 끌고 앞으로 가려고 용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자 화련스님 역시 상현, 한결과 마찬가지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불과 몇 분전만 해도 자신과 이야기를 나눈 화련스님이었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천수도령이 일월선녀에게 말했다.


“스승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천수도령이 말끝을 흐리며 덜덜 떨자 일월선녀가 무서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네 이 녀석! 겨우 이 정도 일을 두려워하면 내 제자라고 할 수 있느냐! 잘 들어라 지금부터 영상통화로 걸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내 목소리만 듣도록 해! 그 이외의 소리를 그 무엇도 믿어서는 안 된다!”


일월선녀는 우둔한 자신의 제자가 염려되어 기도를 올리고 있었던 터였다.


백마녀는 일월선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는 자신의 손자인 종우가 걱정이 된다며 사무실에 연락을 해 자신을 데려올 사람을 불러 차를 타고 휭하니 가버렸다.


백마녀를 배웅하고, 일월선녀는 수희 일행의 안위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던 중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서둘러 그녀의 제자인 천수도령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네가 지금 무슨 상황에 처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지금 홀려서 감겨있는 것은 분명하구나. 보여지는 그 어떤 모습도,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도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휴대폰을 비춰서 휴대폰으로 보이는 것, 들리는 것만 믿어야 해!”


천수도령은 스피커폰으로 들려오는 스승님의 목소리에 집중한 채 오른손으론 핸드폰을, 왼손에는 그의 무구(巫具)인 신칼을 들고 조심스럽게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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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챕터7-128.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1) 23.12.16 20 1 12쪽
127 챕터7-127.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3) 23.12.15 20 1 11쪽
126 챕터7-126.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2) 23.12.15 22 1 11쪽
»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23.12.14 24 1 11쪽
124 챕터7-124.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3) 23.12.14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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