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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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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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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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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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9-168. 화마 봉인- 양양 낙산사 (1)

DUMMY

한결의 눈에 들어온 것은 놀랍게도 커다란 나무 한그루였다.


분명 어제 밤에 수희 일행들이 보았던 할머니가 지내는 낡은 주택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대신 그 곳에는 낡은 서낭당 나무 하나가 있을 뿐 주변에는 집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분명 수희가 도움을 요청하며 굵은 소금 항아리 단지를 받은 집이 있었던 곳에는 커다란 고목 나무 하나만 덩그러니 서있을 뿐이었다.


수희가 깜짝 놀란 듯 해 보이는 상현과 한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어제 몰랐구나? 사실 그래서 나도 잠깐 멈칫 했는데... 우릴 도와주시려고 나타난 거 같아요. 어제 본 할머니는 곰피령 서낭당 할머니 신이셨어요... 두 사람 다 좋은 구경했네요? 서낭당 신이 현신하는 모습을 보는 게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담부터 서낭당 나무 보이면 간단히 고개라도 숙여서 인사하고 그러세요. 그러면 힘들 때 다 도와주시고 하니까, 알겠죠?”


빙긋 웃어보이며 천천히 말해주는 수희의 설명에 한결과 상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우리 그러면 어디 한번 화마 새끼 거하게 족치러 가볼까요?”


한껏 신이 나고 밝은 목소리의 수희를 향해 한결과 상현이 활짝 웃어보였다.




***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아래 우거진 나무들의 초록잎 때문인지 주변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들어선 것이 없어 휑한 시골 어촌 마을 길을 따라 상현이 몰고 있는 차는 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수희는 짐짓 어두운 표정으로 어느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상현 씨! 오른쪽 말고... 왼쪽 언덕길에 잠깐만 세워줘요!”


수희의 말에 상현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만 한번 끄덕인 뒤, 널찍한 주차장이 아닌 좁은 언덕 2차로 도로에 비스듬히 차를 잠시 세웠다.


서둘러 차에서 내린 수희는 고개를 들어 올려 우거진 해송(海松)들로 둘러싸인 작은 전각 하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낡고 초라한 전각은 잿빛 기왓장에 옻칠 때문인지 붉은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다.


잠시 숨을 한번 내쉰 수희가 고개를 돌려 옆에 써 있는 안내판을 읽어보니 ‘낙산 전진마을 서낭당’이라고 써져있는 안내문이 보였다.


흔히 '앞나리 마을'이라고 불리던 전진마을에서는 음력 3월 3일과 9월 9일마다 풍어 풍농과 무사고, 마을의 안녕을 위해 이곳 서낭당에 모여 마을 제사를 올렸다고 했다.


수희가 천천히 서낭당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뒷좌석 차 유리문이 열리면서 한결이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수희에게 물었다.


“저기... 저도 내릴까요? 제가 뭐 도와 드릴거라도...”


조심스럽게 개미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한결을 쳐다보지도 않고 수희가 '빼액'하고 소리를 질렀다.


“됐어요!”


쌀쌀맞은 수희를 향해 한결은 입술을 잔뜩 삐죽 내밀고는 차 창문을 닫았다.


상현은 운전석에서 그런 한결을 흘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운전선 창문을 열고 수희에게 말했다.


“수희 씨! 바로 위에 호텔이 있나 봅니다. 저희는 차 세우고 방을 잡아 놓을테니 하셔야 하는 일 끝나시는 대로 연락 주십시오! 위험한 일이면 혼자 움직이시면 절대 안 됩니다!”


다짐을 받으려는 듯한 단호한 상현의 말에 수희는 말없이 고개만 한번 끄덕인 뒤, 손바닥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상현이 모는 차가 언덕길을 올라가는 것을 본 수희는 서둘러 좌우를 살피며 서낭당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얕은 철제 울타리가 쳐져 있어 외부인의 출입을 평상시에는 막아놓는 듯 했다.


수희는 우거진 잡초를 밟은 채, 서낭당 근처에 우두커니 서서 마음 속으로 전음을 시작했다.


- 들리시죠? 들리면서 안 들리는 척 하면 안 됩니다! 여기... 관세음보살이 있긴 있어요? 뭐 아시는 거 있으면 말 좀 해보세요!


수희가 반듯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힘겹게 전음을 시도했지만 서낭당 신으로 보이는 존재는 응답이 없었다.


수희가 짜증 섞인 눈초리로 서낭당을 쏘아보며 다시 한번 외쳤다.


- 아니, 썅! 어디 간 거야? 서낭당 신이 자리를 막 비워도 돼? 없어요? 없으면 나 여기 그냥 막 불 지른다?


수희의 욕지거리에 갑자기 서낭당 전각 뒤에 몽실몽실 구름 같은 것이 맺히더니 이윽고 작은 동자의 모습을 한 서낭당 신이 나타났다.


- 아오, 시끄러워 죽겠네! 갑자기 나타나서 난리야? 서낭당 전각에 불을 지른다고? 너 벼락 맞아 죽고 싶어 환장했어?


어린 아이가 잠투정을 하듯이 졸린 두 눈을 양손으로 비벼가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서낭당의 수호신인 동자신이었다.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동자신이 수희를 쏘아보며 말하고 있었다.


- 물어볼 게 있어서요. 여기 낙산사에 관음이 잠들어 계신 거 맞아요?


죽음 따윈 두려워하지 않는 수희가 해볼테면 해보라지 하며 중얼거렸다.


수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동자신을 향해 말했다.


자신을 향해 입술을 한껏 삐죽이며 묻고 있는 수희를 쳐다보던 동자신이 몸을 흠칫 굳히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누나는... 몸에 왜 그런 걸 담고 살았어? 아... 아.... 어쩔 수 없었구나. 흠... 그거 때문에 여기 온 거야?


수희가 동그래진 눈으로 동자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 이걸... 이 화마를 여기 봉인할 수 있다고 해서 왔어요... 방법 알아요?


‘봉인’이라는 수희의 말에 갑자기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곤 동자신은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동자신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말 없이 손가락을 들어 올려 상현과 한결이 차를 타고 올라간 언덕길을 가리켰다.


- 니가 가서 직접 찾아야지. 가 봐... 너도 참... 불쌍하다... 어찌 이리 불쌍할꼬... 가련하다... 가련해...


동자신은 혀를 끌끌 차며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수희가 손을 뻗으며 무언가 더 물어보려는 찰나 수희는 고개를 떨구었다.


수희는 조용히 도로를 건너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꽤나 가파른 경사였는데, 오른쪽에 나무데크로 사람이 다닐 길을 꾸며놓아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그렇게 오분 가량 걸었을까, 주차장 바리게이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수희가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체크인 수속을 끝마친 것인지 상현과 한결이 털래털래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수희 씨!”


한결이 반갑다는 듯이 수희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왔고 수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뛰지 마요! 넘어져요!”


수희의 말에 한결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수희 앞에 다가왔다.


그 뒤를 자신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이 급히 내려온 상현이 수희를 향해 말했다.


“일단 방은... 두 개 잡았습니다. 뭣 좀 알아내신 겁니까?”


조심스런 상현의 질문에 수희가 씁쓸한 표정을 짓곤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일단... 낙산사 안에 들어가 보죠.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뭐가 있는 건지... 여기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수희가 고개를 돌려 바라본 쪽으로 시선을 돌린 상현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희는 차들이 군데군데 주차되어있는 주차장을 가로 질러 작은 전각 모양의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상현과 한결 역시 조용히 수희의 뒤를 뒤따랐다.


주차 요금을 정산할 수 있는 듯 한 키오스크 두 개 옆에는 낙산사에 대한 소개와 지도 안내판이 보였다.


“동계에는 5시 30분까지만 입장이 가능한가 봅니다!”


상현의 말에 수희가 입구 쪽에 붙어있는 아크릴 표지판을 바라보니 낙산사 문화재 입장 시간이 써 있었다.


“어차피... 나는 밤에 들어가야 할 거에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고.... 일반인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 밤에 들어가야죠...”


수희의 말에 한결은 옅은 숨을 한번 내쉬었다.


분명 또 다시 위험한 일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탄탄한 흙길을 따라 왼쪽에는 우거진 아무들이 가득해 초록빛을 한껏 뽐내고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고즈넉한 기왓장이 올려진 얕은 담벼락이 있었다.


허리춤 높이 정도까지 밖에 되지 않는 낮은 담벼락 너머로 푸른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있었다. 그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히 가슴이 뻥 뚫리게 만들었다.


“이야. 여기 진짜 멋있네요. 어디서부터 바다이고, 어디서부터 하늘인지 모르겠네! 진짜 멋있다!”


한껏 신이 난 어린 아이처럼 방방 뛰며 즐거워 말하는 한결을 향해 수희가 한마디 '톡' 쏘아 붙였다.


“우리 여기 놀러 온 거 아니거든요? 일하러 온 거에요!”


수희의 한마디에 한결은 고개를 바닥에 떨구곤 수희에게 대답했다.


“저도 알아요!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죠! 수희씨도... 너무 그렇게 근심걱정 가득한 얼굴로 있지 말아요! 좋은 건 좋은거죠!”


베시시 웃으며 자신의 뒷통수를 긁적이는 한결을 향해 상현이 무언가 한마디 꺼내려는 순간 수희가 고개를 절래절래 가로저으며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내 엄청난 크기의 소나무 하나가 쓰러져 가로로 눕혀있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쳤다.


해송(海松)같아보이는 커다란 소나무는 푸른 소나무잎이 잔뜩 매달려있었는데 마치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통과해서 검사를 받고 가라는 듯이 입구 쪽을 막아서고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나무가 쓰러져 누워있다면 당연히 진작이 말라 죽었어야 했겠지만 수희가 시선을 돌려 바라본 곳에는 소나무 뿌리가 얼마나 깊게 바닥에 자리잡았는지 비스듬히 꺽인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수희가 고개를 비스듬히 꺽어 내부로 들어가자 상현과 한결 역시 고개를 꺾어 몸을 비틀며 내부로 들어갔다.


그렇게 낙산사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수희는 주변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절에서 불교용품을 비롯한 기념품을 파는 것인지 작은 매점 하나가 보였고, 그 옆에는 의상대와 홍련암, 그리고 해수관음상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수희는 아무런 말 없이 해수관음이 있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가족들 혹은 연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보였고, 흙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곳곳에 시주를 하기 위해 기부를 한 사람들의 소원이 적힌 작은 소나무들이 보였다.


주소와 이름이 적힌 분재에는 사람들의 기원이 적힌 팻말이 달려 있었다.


평탄한 사찰 흙길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다보니 커다란 연못하나와 작은 크기의 해수관음상 하나가 보였다.


상현과 한결은 그 모습에 입을 쩍 벌리고 감탄했지만 수희는 다른 사찰에서도 종종 보았던 탓인지 아무 감흥 없는 무표정으로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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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외전1-181. 신병(神病)- 푸른 곳간, 욕지도 (1) 24.01.11 20 1 12쪽
180 챕터9-180(완).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2) 24.01.11 20 2 12쪽
179 챕터9-179. 화마 봉인- 사랑하는 그대에게 (1) 24.01.10 20 2 11쪽
178 챕터9-178.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4) 24.01.10 18 2 12쪽
177 챕터9-177.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3) 24.01.09 18 2 11쪽
176 챕터9-176.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2) 24.01.09 14 2 12쪽
175 챕터9-175. 화마 봉인- 진인사대천명 (1) 24.01.08 1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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